Korea Planning Association
[ Article ]
Journal of Korea Planning Association - Vol. 58, No. 6, pp.73-84
ISSN: 1226-7147 (Print) 2383-9171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Nov 2023
Final publication date 04 Oct 2023
Received 07 Mar 2023 Revised 11 Jul 2023 Reviewed 26 Jul 2023 Accepted 26 Jul 2023
DOI: https://doi.org/10.17208/jkpa.2023.11.58.6.73

시민참여 기반의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한 주민참여 플랫폼 운영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이창현*
Assessment and Improvement Measures for Online Participation Platforms for Citizen-Engaged Smart City Development
Lee, Chang-hyun*
*Ph.D. Candidate, Interdisciplinary Program in Landscape Architecture, Seoul National University leechang92kr@naver.com

Correspondence to: *Ph.D. Candidate, Interdisciplinary Program in Landscape Architecture, Seoul National University ( leechang92kr@naver.com)

Abstract

The process of constructing a smart city is undergoing a transition toward a people-centered approach. This paradigm shift towards smart cities has led to a growing interest in online participation platforms that can facilitate active citizen engagement on both domestic and international levels. These platforms are expected to serve as a means to complement citizen participation and foster social innovation, addressing the limitations that exist within smart cities in Korea. Hence, the objective of this research is to propose directions and improvement measures for Korean platforms in order to establish a smart city based on citizen participation. The research methodology is as follows: First, an examination of the conceptual understanding of platforms and the current status of platform construction and operation was conducted to assess their potential utilization in the process of building and operating smart cities. Second, an analysis was performed to understand the characteristics and limitations of platforms in Korea by examining the operational status, utilization rates, and content and structural features of 11 platforms operated by local governments. Third, a comparative analysis was carried out between the Jeju-Gachideoham platform and the ASCP platform in Amsterdam, which represents a living lab-based citizen participation platform, aiming to comprehend its approach toward building a citizen participation-oriented smart city.

Keywords:

Smart City, Citizen Participation, Public-Private Partnership, Digital Social Innovation, Living Lab

키워드:

스마트시티, 시민참여, 민관협력, 디지털 사회혁신, 리빙랩

Ⅰ.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 및 기후·환경 변화에 따라 발생되는 도시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스마트시티가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가상·증강현실(VR·AR), 사물인터넷(IoT) 등의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시민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도시 내 개별적으로 조성된 건물, 도로 등의 인프라를 연계하여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도시발전 모델이다(임시영 외, 2018). 국가별 도시문제와 상황에 따라 추구하는 방향과 기술개발의 지향점은 다르지만, 스마트시티는 도시발전 모델로써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가 2019년 6,083억 달러에서 2025년 1.12조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취리히, 오슬로 등 유럽 도시 외에도 중국, 인도 등의 개도국에서도 스마트시티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정회훈, 2022).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국가 R&D사업을 추진하며 한국형 스마트시티인 유비쿼터스 도시(U-City)를 국내 50여개 선도지역에 적용하였다(조영태 외, 2018). 2016년부터는 스마트시티를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선정하고 국토교통 7대 신사업으로 선정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의 다양한 정책 및 기술을 발굴·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은 2021년 세계 스마트시티 평가에서 전년 대비 34단계 상승한 13위로 선정되었다(김상민·임태경, 2020). 그러나 매년 국내 스마트시티 평가 순위가 상승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보유한 스마트 기술력에 비해 전체 순위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다. 이는, 스마트시티 조성 과정 및 운영방법이 물리적·기술적 측면에서 사람중심의 상향식 방식(Bottom-up)으로 전환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을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중앙정부 중심의 하향식 방식(Top-down)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기은환, 2019).

한편, 스마트시티 조성·운영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온라인 참여 플랫폼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참여 플랫폼이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시민들이 도시의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가상공간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목적을 지닌 ‘주민참여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2017년 서울의 ‘민주주의 서울’을 시작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소통과 참여를 유도하고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에 대응하고자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2022년 남원, 익산, 남해 등 약 9개의 지자체가 주민참여 플랫폼을 구축하였고 2023년 3월 안산시가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이외에도 지자체는 기 구축된 플랫폼의 활성화를 위해 기능과 디자인을 개편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부터 주민 체감형 디지털 사회혁신 활성화 공모사업, ‘공감e가득’을 추진하며 전국 지방자치단체(광역·기초)를 대상으로 주민참여 플랫폼 구축, 운영 등을 지원하고 있다. 주민참여 플랫폼은 국내 스마트시티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시민참여와 사회혁신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주민 스스로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자유롭게 소통 및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리빙랩 형식의 주민참여 플랫폼은 시민참여 기반의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 연구는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주민참여 플랫폼의 운영현황과 구조적·내용적 특징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특히, 시민참여 기반의 스마트시티 구축을 실현하기 위한 리빙랩 형식의 주민참여 플랫폼의 구축·운영방향을 제안하는 것을 연구의 목적으로 한다.

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1) 연구의 방법

본 연구는 4단계로 진행된다(<Table 1> 참조). 첫째, 주민참여 플랫폼의 개념적 이해와 현황을 살펴보고 스마트시티 조성과 운영과정에서 주민참여 플랫폼의 활용 가능성을 파악하였다. 둘째, 국내 주민참여 플랫폼의 현황을 진단하고자 주민참여 플랫폼의 운영현황, 활용현황, 내용적·구조적 특성을 살펴보았다. 구조적 특성의 경우 Murray et al.(2010)의 사회혁신 6단계 모형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셋째, 시민참여 기반의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한 리빙랩 형식의 주민참여 플랫폼 구축방안을 파악하고자 운영주체 인터뷰 및 문헌연구를 통해 국내외 주요 주민참여 플랫폼을 비교분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주민참여 플랫폼의 쟁점과 과제, 향후 발전 방향을 도출하였다. 도출된 결과는 스마트시티 전문가 1인과 사회적경제·금융 전문가 1인의 검토를 통해 내용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Research structure

2) 연구의 범위

주민참여 플랫폼은 플랫폼의 정의, 역할 등 구체적인 내용이 규정되지 않고 있어 선행연구(김지수·김건위, 2020)를 기반으로 ‘광의의 주민참여 플랫폼’과 ‘협의의 주민참여 플랫폼’으로 분류하였다. ‘광의의 주민참여 플랫폼’은 「전자정부법(법률 제14914호)」, 「행정절차법(법률 제16778호)」, 「국민제안규정(대통령령 제30614호)」 등에 따라 전자설문, 주민 게시판, 온라인 민원신고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자정부, 전자민주주의를 달성하고자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의미한다. ‘협의의 주민참여 플랫폼’은 정책 아이디어 제안, 리빙랩, 시민참여 프로젝트 등 민선7기부터 시작된 ‘사회혁신 기반 강화 및 생태계 조성’에 따라 디지털 기술과 주민참여 및 민관협업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의미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시민 참여 기반의 스마트시티 혁신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므로 일방향 형태의 민원제기 형식인 ‘광의의 주민참여 플랫폼’보다는 여러 주체들이 함께 정책을 제안하고 결정할 수 있는 양방향 형태의 ‘협의의 주민참여 플랫폼’을 연구의 범위로 채택하였다.

이에, 국내 주민참여 플랫폼의 현황을 파악하고자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주민참여 플랫폼 11개를 분석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스마트시티 정책 및 주민참여제도가 기초지자체 관할 업무이지만 2020년 기준,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주민참여 플랫폼(광의+협의) 964개 중 별도의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는 플랫폼은 단 36개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플랫폼만 제공되고 있을 뿐 실제 플랫폼을 활용하는 지자체는 소수(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김지수·김건위, 2020). 이에,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운영·활용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시민들의 참여율이 높은 광역지자체의 플랫폼을 연구의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다만, 개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원 ‘지역문제해결플랫폼’, 세종 ‘주민e직접 플랫폼’과 시민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경기도 ‘도미니’, 전남 ‘소통인전남’은 제외하였다.

국내외 심층분석 대상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가치더함’ 과 암스테르담의 스마트시티 플랫폼(ASCP)을 선정하였다. 2019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가 운영하고 있는 ‘가치더함’은 시민이 직접 문제를 제안하고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시민참여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영숙 외, 2022). 마찬가지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플랫폼도 국제적으로 우수사례로 평가받고 있다(박준호 외, 2019).


Ⅱ. 이론적 고찰

1. 사회혁신을 위한 플랫폼의 등장과 개념화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이란 기존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된 활동, 시도, 과정 및 결과를 말한다. 1960년대 민주주의, 참여, 교육 등에서 언급되기 시작한 사회혁신은 2000년대 초 유럽의 빈곤, 실업, 사회적 단절 등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전략으로 재조명되었다. 유럽은 고령화, 다원화 등 도시에서 새롭게 발생되는 문제들에 대응하고자 사회혁신을 강조하였고 2010년 ‘유럽 2020’ 전략에서 사회혁신을 미래성장 핵심 전략으로 상정하였다(김상민·임태경, 2020).

시민의 필요를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사회혁신은 시민, 연구조직, 정부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와 협동을 통해 혁신적 해결방안을 도출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즉, 사회혁신은 특정 개인 또는 단체의 노력만으로 실현될 수 없으며 공동창조(Co-Creation)가 가능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을 때 실현 가능하다. 이러한 사회혁신의 특성은 물리적 공간에 대한 중요성에 주목하였고 다양한 주체들이 만나 생각을 공유하고 실험함으로써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혁신 공간, 플랫폼(Platform)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안용준 외, 2018). 다양한 주체와 영역이 연결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시민들의 아이디어, 정보, 지식 교류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며 사회적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 등과의 연계를 통해 플랫폼의 역할과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정미애·김형주, 2017).

2.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의 온라인 확장

주민참여 플랫폼은 기존 물리적 공간 기반의 플랫폼을 온라인에서 구현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으로 확장된 주민참여 플랫폼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다수의 시민들이 실제 거주하고 활동하는 도시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도시의 실질적인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도출할 수 있게 되었다(최준규, 2019).

2018년부터 우리나라는 주민참여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구축·운영하기 시작했다. 사회혁신과 시민 주도성을 강조하는 중앙정부 차원의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2018.3)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시민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민참여 플랫폼을 가장 먼저 구축하였다. 2017년 10월 서울의 ‘민주주의 서울’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다수의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참여 플랫폼을 구축·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 시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공공문제와 지역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리빙랩 형식을 띤다(이영숙 외, 2022; 최준규, 2019). 주민참여 플랫폼은 아직까지 정확한 명칭, 역할 등이 정의되지 않아 시민참여 플랫폼, 정책참여 플랫폼, 지역혁신 플랫폼, 마을참여 플랫폼 등 다양한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3.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스마트시티3.0 구축

한편,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은 기술 주도로 진행되었던 ‘스마트시티1.0’과 도시 주도의 기술 적용 방식 ‘스마트시티 2.0’을 지나 시민 주도의 ‘스마트시티 3.0’로 전환되고 있다(기은환, 2019). ‘스마트시티 3.0’은 도시 서비스 향상, 지역민의 삶의 질 제고 등 기존 방식과 조성 목표는 동일하지만, 시민-공공-민간이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시민 주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상향식 방식으로서 조성 방식이 상이하다. 즉, 스마트시티1.0 및 2.0 시대를 통해 구축된 도시인프라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민은 스스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자체는 시민들이 도시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주체(Enabling participation in civic innovation)로 변화하고 있다. 2017년 EU는 시민참여의 확대, 거버넌스 운영 등을 스마트시티 성공 전략으로써 강조하였다(안용준 외, 2018). 마찬가지로 국내 스마트시티 추진방향도 중앙정부 중심의 기술주도 및 신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투자 집중형 모델에서 시민 중심의 상향식 모델 또는 상향식과 하향식의 절충형 모델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김상민·임태경, 2020).

스마트시티 3.0으로의 전환으로 최종 서비스 수요자인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해지면서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 조성 및 운영을 위해 스마트시티를 선도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온라인 시민 참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의 지역정보공유 플랫폼, HRI(Helsinki Region Inforhsar),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 데시딤(Decidim),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오픈 플랫폼, ASCP(Amsterdam Smart City Platform), 아이슬란드의 더 나은 레이캬비크(betrireykjavik.is) 등 유럽 국가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시민들에게 상호 연대·협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법과 제도,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도시의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지역의 변화와 사회적 혁신을 이끌고 있다(김지수·김건위, 2020).


Ⅲ. 국내 주민참여 플랫폼 분석

1. 분석의 틀

국내 주민참여 플랫폼의 현황과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주민참여 플랫폼 11개의 전반적인 운영·활용현황과 내용적·구조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먼저 주민참여 플랫폼의 운영·활용현황은 아이디어 제안 수, 제안 주체, 해결방법 등 시민들의 전반적인 플랫폼 활용현황을 살펴보았고 내용적·구조적 특성의 경우 Murray et al.(2010)이 제시한 사회혁신 6단계를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주민참여 플랫폼은 아이디어 제안을 수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제안된 아이디어를 확장·변화시킬 수 있다는데 차별성을 갖는다(최준규, 2019). 즉,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숙성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변화와 혁신을 유도한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아이디어 제안부터 선정까지 일련의 단계를 통해 혁신을 만들어가는 주민참여플랫폼의 특징을 고려하여, Murray et al.(2010)의 사회혁신 단계를 적용하여 주민참여 플랫폼의 도시문제 해결 과정과 구조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주민참여 플랫폼이 실제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발전시키며, 사회적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내는지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Murray et al.(2010)은 사회혁신단계를 ① 문제인식(Prompts) → ② 아이디어 제안(Proposals) → ③ 시제품 개발(Prototypes) → ④ 지속가능성 확인(Sustaining) → ⑤ 확산(Scaling) → ⑥ 시스템 변화(Systemic change) 6단계로 제시하였다(김동준, 2019). 각 단계는 순차적으로 진행되기도 하나, 1단계 이후 3단계 혹은 5단계로 단계를 뛰어넘거나 여러 단계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하며, 앞선 단계로 다시 돌아가 반복되는 루프(loop) 등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이보람 외, 2021). 본 연구에서는 Murray et al.(2010)의 사회혁신 단계를 기준으로 삼되,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플랫폼을 통해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맞춰 일부 내용을 재구성하였다(<Table 2> 참조).

Problem solving process of online participation platform

2. 주민참여 플랫폼 현황 및 특성 분석

1) 운영 현황

주민참여 플랫폼의 운영현황은 다음과 같았다(<Table 3> 참조). 충북, 경북을 제외한 11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주민참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다. 2017년 서울의 민주주의서울을 시작으로, 2018년 부산(OK1번가), 대구(토크대구), 2019년 인천(인천소통e가득), 광주(바로소통광주), 대전(대전시소), 전남(소통인전남), 전북(전북소통대로), 제주(가치더함), 경남(경남1번가), 2020년 충남(만사형통충남), 2021년 울산(다듬이방)이 구축되어 운영되고 있다. 2022년에는 강원과 세종 2개 지역이 새롭게 플랫폼을 개설하여 현재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Status of operation of online participation platform (21.12.)

주민참여 플랫폼은 참여자의 자격, 나이, 분야 등을 제한하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의견을 제안하고 제안된 의견에 대해 논의하고 공감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민원, 청원, 신고, 여론조사 등의 일방향적 행정서비스보다 시민들은 도시문제에 대해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자체는 세부적인 기준(공감 수)을 설정하여 다수의 시민들이 공감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검토하고 정책·사업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마련하였다. 각 플랫폼마다 일부 차이는 있으나, 작동되는 주요 과정은 ‘체감하고 있는 지역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아이디어 제안’ → ‘아이디어에 대한 담당부서의 답변’ → ‘시민들의 투표와 토론’ → ‘온·오프라인 공론장 운영, 리빙랩·사업화 지원 등을 통한 아이디어 검토, 기획, 숙의’ → ‘최종 선정된 아이디어에 대한 정책·사업화’ 순으로 나타났다.

2) 활용 현황

다음으로 주요 주민참여 플랫폼에 대한 시민들의 활용현황에 대해 분석하였다. 2021년 12월 기준 월 평균 시민들의 아이디어 제안 수는 서울 207개, 인천 141개, 전북 95개, 대구 63개, 광주 52개 순으로, 전반적으로 시민들의 아이디어 제안 및 활동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안된 의견이 일정 공감 수에 도달하면 담당부서가 해당 아이디어에 대해 답변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요구되는 공감 인원이 평균 50명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제안 대비 답변 비율이 대전(13%)과 대구(35%)를 제외하고 10%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인천(27%)과 광주(91%)의 경우 공감인원과는 관계없이 담당부서가 모든 제안에 답변하고 있어 답변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온·오프라인 공론장 운영, 정책·사업화 지원 등 최종 ‘아이디어 검토’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들의 공감이 요구되는데, 인천 55개, 대구 53개, 광주 45개, 서울 38개로 최종적으로 채택되어 실행된 아이디어 수도 낮게 나타났다. 특히 ‘아이디어 검토’ 단계에서는 지자체 자체적으로 선정한 문제와 해결방안도 포함되어 있어 실제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제안한 아이디어는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플랫폼이 온라인 사회혁신공간으로서 의견공유, 토론 등의 숙의 과정보다는 상대적으로 아이디어 제안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3) 구조적·내용적 특성

마지막으로 주민참여 플랫폼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구조적 측면을 살펴보았다(<Figure 1> 참조). 부산, 인천, 대구, 광주, 충남, 전북에서 운영되고 있는 플랫폼은 정해진 기간 내 각 지자체가 정한 시민들의 공감/댓글 수를 충족할 경우 지자체가 답변(사회혁신 4단계)함으로써 문제해결 과정이 종료됐다. 즉, 해당 플랫폼들은 시민들 간의 충분한 숙의과정(사회혁신 3·5단계)을 거치지 않은 채, 담당부서에 의존하는 단순 민원해결 창구로 활용되고 있었다. 일부 플랫폼에서는 댓글 형식으로 시민 간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개별 공론장(투표와 토론 진행)이 형성되지는 않았고 시민들의 제안과 관계없이 지자체가 선정한 주제에 대한 여론조사, 투표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제안된 의견 중 일부는 지자체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정책에 반영하였는데, 아이디어 제안자와 시민들은 해당 제안들이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고 어떤 사업으로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산과 인천은 담당부서 답변 외 시장의 답변을 들을 수도 있었는데, 이때 3,000명이라는 플랫폼 참여율보다 높은 공감인원이 필요하여, 현실에서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실현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광주의 경우, 지자체 답변과 함께 시민권익위 분과위원회에서 정책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논의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었으나, 제안에 대한 실행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대부분 정책권고로 종료되어, 주민참여 플랫폼을 통해 정책화된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Figure 1.

Urban problem solving process of online participation platform

다음으로, 대전, 울산, 경남이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의 경우 3단계가 추가적으로 진행되어 아이디어에 대해 시민들이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2023년 3월 기준 4단계에서 논의되었던 아이디어 수는 대전 0개, 울산 1개, 경남 19개로,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었는데, 이는 투표와 토론으로 넘어갈 수 있는 조건(공감/댓글 수)이 충족되었음에도 담당부서의 답변만으로 종료되었거나 시민들의 의견이 단순 주의, 환기·비판·진정·건의 또는 도의 사무에 관한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해당 지자체도 앞선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은 플랫폼을 단순 민원해결 창구로써 활용하고 있었고 제안은 관련 부서의 답변에 의해 종료되었다. 반면, 서울의 ‘민주주의 서울’과 제주의 ‘가치더함’은 사회혁신 전(全) 단계를 활용하여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서울은 시민들의 제안에 대해 온라인 외에도 오프라인에서 시민토론회를 개최하거나 홍보·참여부스를 운영함으로써 제안자 및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제주의 경우 다른 플랫폼과 달리 온전히 시민들의 공감과 선택을 기반으로 안건을 선정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아이디어 실현을 위해 지원하거나 관련 공공사업을 추진하였다.

다음은 플랫폼의 내용적 특성을 살펴보았다. 11개 플랫폼 모두 시민들이 직접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리빙랩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다만, 제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10개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의 경우, 시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시민들의 의견에 대해 지자체 주도적으로 정책권고, 모니터링 수행 등을 통해 시정에 반영하였다. 반면, 제주는 시민들의 제안에 대해 정책화할 뿐만 아니라 시민 스스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공사업도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시민 외에도 민간단체, 중간지원조직 등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이 제안자로 참여하고 있었다, 2021년 9월 제주 스마트시티챌린지 사업단이 ‘안전한 전동킥보드 이용을 위한 퍼스널 모빌리티 데이터 구축’ 프로젝트를 제안했으며 2021년 12월 서귀포진로교육지원센터가 ‘구(舊) 탐라대학교 유휴부지 활용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는, 지역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도시재생사업, 스마트시티사업, 통합돌봄사업 등의 유사 정책사업과 주민참여 플랫폼 간의 연계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나아가 시민들이 해당 주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공간(도시재생지원센터, 공동체지원센터, 메이커스페이스 등의 사회혁신공간)과 사업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 소결

본 장에서는 주민참여 플랫폼의 운영현황을 파악하고자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11개 플랫폼을 분석하였다.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온라인 사회혁신공간으로써 기대했던 주민참여 플랫폼은 시민들의 아이디어 제안 및 활동도 저조했지만, 제안된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하고 공감하는 행위는 더 낮게 나타났다. 더불어, 시민들 간의 의견공유, 토론보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행위에 집중되어 있었다.

둘째, 플랫폼은 담당부서에 의존하는 단순 온라인 민원해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서울의 ‘민주주의 서울’과 제주의 ‘가치더함’의 경우 사회혁신 전(全) 단계를 활용하여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반면 나머지 9개 플랫폼은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하고 구체화하는 숙의과정은 생략되어 있었다. 대부분, 시민제안→담당부서 답변으로 문제해결 과정이 종료되었으며 시민들은 제안이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고 어떤 사업으로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플랫폼의 경우 논의할 수 있는 단계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않았다.

셋째, 모든 플랫폼은 시민들이 도시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리빙랩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대부분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제안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지 못했다. 가치더함을 제외하고 나머지 10개 플랫폼의 경우, 시민들의 참여는 의견을 수렴하는 정도로 한정하고 지자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반면, 가치더함은 시민들의 제안에 대해 정책화할 뿐만 아니라 시민 스스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공사업도 지원하고 있었다.


Ⅳ. 국내외 주민참여 플랫폼 비교분석

앞서 분석한 주민참여 플랫폼 11개 모두 리빙랩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제주를 제외하고 시민들이 직접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과정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제주의 가치더함과 암스테르담의 스마트시티 플랫폼(ASCP)을 비교분석하여 시민참여 기반의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한 주민참여 플랫폼 구축 및 개선방안을 파악하였다.

1. 제주 주민참여 플랫폼 ‘가치더함’ 사례분석

1) 운영 현황

‘가치더함’은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주민참여 플랫폼이다. 2018년 행정안전부 주민체감형 디지털 사회혁신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어 구축되었으며, 2019년부터 기술혁신을 통해 제주의 산업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제주도청 출연기관, ‘재단법인 제주테크노파크’가 위탁운영하고 있다(제주테크노파크, 2021). 현재 1명의 직원이 플랫폼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가치더함의 예산지급 주체는 제주특별자치도로서 수탁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에 매년 예산을 지급하고 있다.1) 운영예산은 첫 해의 예산규모보다 축소되어 유지되고 있으며, 해당 예산을 통해 시스템을 관리하고 선정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금까지 지급하기 때문에 넉넉한 규모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가치더함의 구축비용을 제외하고 3년간 운영비는 8억 3천만원인데, 최종적으로 승인된 사업 건수는 총 9건(5%)으로 아직까지 투입자원 대비 성과가 많다고 할 수는 없다.

2) 활용 현황

거주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플랫폼을 통해 제주지역에 대한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 있다. 2021년 12월 기준 가치더함에 제안된 프로젝트 수는 175건이며, 최종적으로 공감 500표를 달성하여 프로젝트 단계로 진행된 건수는 12건이다. 공감 500표를 달성한 아이디어는 크라우드펀딩, 공공정책제안, 공공사업화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현재까지 프로젝트 단계로 진행된 12건의 아이디어 중 크라우드펀딩과 공공정책제안을 선택한 사례는 없으며, 모두 공공사업화만을 선택하였다. 크라우드펀딩은 외부에서 자금을 모집하는 수단으로 민간에서 더 쉽게 접근 가능한 다수의 크라우펀딩 폴랫폼이 운영되고 있어 가치더함을 활용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정책제안의 경우 제주도청 관련 부서에 의존하여 진행되다 보니, 실행에 대한 구속력이 부족하고 결정 기간, 최종적인 사업 추진 여부, 아이디어 제안자의 참여 가능성 등의 변수가 많아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공사업화의 경우 심의위원회를 통한 심사 통과 시 공공자금을 투입하여 바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 단계로 진행된 12건의 아이디어 중 9건만이 심의위원회를 통과하여 프로젝트로 추진되었다(<Table 4> 참조).

Jeju online participation platform performance (’19–’21)

가치더함이 주민참여 플랫폼으로서 시민참여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제주도민들이 플랫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알더라도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치더함은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좋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디지털기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 주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어, 해당 요구조건을 없애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디지털기술을 활용하자는 입장과 가치더함 자체가 디지털기술이기 때문에 문제해결 수단에는 제약을 두지 말자는 두 가지 입장이 존재하지만 현재까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디지털기술의 활용을 조건으로 하여 시민들의 제안을 받고 있다.

3) 구조적·내용적 특성

가치더함의 작동구조를 살펴보면, 시민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투표, 심의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하고 선정된 아이디어의 실현을 위해 공공사업화, 공공정책제안 등의 프로젝트로 추진한다(<Table 5> 참조). 이는, 시민들이 지역 문제를 찾아내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의 접근방식과 유사하다. 즉, 가치더함은 리빙랩을 지원하고 실현하는 도구로서 활용되고 있다(성지은·이유나, 2019).

Jeju online participation platform process

그러나, 시민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동기부여 체계는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프로젝트를 공공사업화할 경우 사업 수행 주체를 공개모집하는데, 최종 선정된 아이디어 제안자를 위한 가산점도 제공되지 않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주체가 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공모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동기부여 체계가 없다는 점은 플랫폼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장애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종 공공사업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 프로젝트의 지속성을 위해 사업자에게만 지원금을 제공되고 있었다. 이는, 일시적인 지원금만으로는 프로젝트가 유지되고 자생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업자가 지원금을 수령하여 아이디어를 구현하되 매출을 통해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도록 마련한 방법이다. 해당 방식이 긍정적인 임팩트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플랫폼이 창출하는 성과물이 최종적으로 창업이 요구되므로 플랫폼을 창업지원 사업의 수단으로 여기고 참여하는 오해가 발생할 수 있어 보인다.

2.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플랫폼(ASCP) 사례분석

1) 운영 현황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은 스마트시티 전략을 최초로 채택한 도시로 체계적으로 구축된 사회혁신 체계와 디지털혁신 생태계로 2016년 유럽 혁신도시(iCapital)로 선정되었다(Nesti, 2020). 2008년부터 본격적인 스마트시티 전략을 추진한 암스테르담은 이내 공공자금 기반의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민간투자 기반의 스마트시티 전략으로 전환하였다. 이에, 2009년 유럽연합(EU)의 EFRA 지역 개발 보조금을 활용하여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ASC 재단을 설립하고 민간투자와 공공자금을 기반으로 다양한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하였다(Raven et al., 2019). 이후 민간기업 및 시민들의 참여가 증가함에 따라,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시민참여 기반의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하고자 2016년 암스테르담 스마트 시티 플랫폼(ASCP)을 구축하였다(Putra & van der Knaap, 2018).

ASC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ASCP는 시민과 기업들의 참여 와 활동을 유도하고 중재하기 위해 구축되었다.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은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으며, 소규모 스타트업은 자사를 홍보하고 다양한 협력 파트너와 투자자를 모색할 수 있다. 현재 11명의 직원이 플랫폼을 관리하고 있으며 ‘혁신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믿을 수 있는 제3의 당사자’ 혹은 ‘혁신 중개자’로 불리고 있다(Mills et al., 2021).

2) 활용 현황

시민들은 누구나 ASCP에 계정을 만들고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 있다. 다만, 프로젝트는 2개 이상의 단체가 디지털시티(Digital City), 에너지(Energy), 모빌리티(Mobility), 순환도시(Circular City), 아카데미(Academy), 시민&생활(Citizens & Living) 6개 주제 중 하나를 제안해야 한다. 2023년 7월 기준 9,427명의 계정이 등록되어 있으며 400여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제안되었다(ASCP 홈페이지).

ASCP는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은 제공하지 않지만, 프로젝트를 홍보하거나 프로젝트 제안자에게 플랫폼 내 등록된 민간기업, NGO 등 관련 노하우와 경험을 보유한 기업과의 연결을 지원한다. 특히, 민간기업들 간의 연결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과 지자체 간의 파트너십 형성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Putra & van der Knaap, 2018). 플랫폼에는 총 781개 단체가 등록되어 있으며, 정부기관(17.52%), 민간기업(42.56%), 연구기관(15.02%), 사회적경제조직(NGO)(17,52%), 기타(3.69%)로 구성되어 있다(Mello Rose et al., 2022).

프로젝트는 특히 도시 및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 NGO 중심으로 제안되고 있다. 플랫폼 가입자 304명을 대상으로 플랫폼 사용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 1, 2순위가 스마트시티 관련 프로젝트 찾기(65%), 비즈니스를 함께할 파트너 찾기(55%)로 나타났으며 관심 있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스타트업(74%), 연구기관(74%) 순으로 응답했다. 이는 플랫폼이 도시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NGO 등의 성장 및 활동 기반을 제공하며 도시 내 창업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ASCP 홈페이지).

이외에도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이벤트를 플랫폼을 통해 게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최근 지역에서 추진 중인 정책과 사업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기획된 온·오프라인 이벤트에 참여하며 자신의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

3) 구조적·내용적 특성

ASCP는 도시 내 다양한 주체들 간의 협업을 통해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혁신성을 강화하고 있다. ASC재단은 민간기업, NGO, 지자체, 공공기관, 연구기관 등 27개 단체와 파트너십(3년)을 맺고 도시 개선 및 사회적 변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파트너들은 플랫폼을 통해 프로젝트를 제안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도록 권장되며 이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van Winden et al., 2016). 대표적으로 파트너들은 8-10주마다 ‘데모데이(Demo Day)’를 운영하고 있다. 데모데이의 일정과 주제는 플랫폼을 통해 공지되며 해당 주제에 관심있는 시민은 누구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지역문제에 대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최근 고민하고 추진 중인 정책과 사업에 대해 논의한다. 동시에 실질적으로 지역에 필요한 사업인지 혹은 향후 해당 사업을 실현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지원과 자원, 어떤 단체와의 협력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논의한다. 프로그램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플랫폼에 게시되며 다시 한번 시민들의 흥미와 의견제안을 촉진하고 관련 역량과 기술을 보유한 민간단체의 참여를 유도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파트너의 공식적인 협력주체로는 포함되지는 않는다. 특히,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는 제안되고 있지만, 이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등 최종 의사결정은 27개 파트너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시민참여가 스마트시티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시민보다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위주로 사업 및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었다(Mora et al., 2019; Willers, R., 2022).

3. 소결

본 장에서는 리빙랩 형식의 주민참여 플랫폼의 운영 및 활용현황을 파악하고자 제주특별자치도의 ‘가치더함’과 암스테르담의 ‘ASCP’를 비교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Table 6> 참조).

Comparative analysis of Jeju-Gachideoham and ASCP

첫째, 가치더함과 ASCP는 개별 시민뿐만 아니라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이 플랫폼을 통해 지역문제 해결방안을 제안하고 있었다. 특히 가치더함의 경우 시민들이 다양한 주제의 문제를 제안하고 공공사업화 외 크라우드펀딩, 공공정책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둘 이상의 당사자가 혁신적인 방식으로 도시를 개선할 수 있는 프로젝트만을 제안해야 하는 ASCP보다 유연하고 상대적으로 시민들의 사용률이 높았다. 그러나, 가치더함은 아직까지 투입자원 대비 시민들의 제안 수, 최종 승인된 프로젝트 수 등의 성과가 높지 않고 공공재원으로 운영되어 민간협력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ASCP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속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다양한 정보 제공 및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유도하는 ASCP에 비해 플랫폼 활용률도 낮았다.

둘째, 가치더함과 ASCP는 시민이 제안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여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 기반의 플랫폼으로서 시민참여 기반의 스마트시티 실현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주민 중심으로 운영되는 가치더함과 다르게 ASCP는 주로 도시문제 해결에 관심있는 스타트업, NGO 등을 중심으로 활용되었고 이들에게 민간기업과 정부기관과의 협력 기회 제공 및 주요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한 프로젝트 실현 등의 동기부여를 제공함으로써 플랫폼의 지속성을 확보했다. 반면, 가치더함은 최종 선정된 아이디어 제안자를 위한 가산점도 제공되지 않는 등 시민들의 지속적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동기부여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 새롭고 우수한 프로젝트일수록 아이디어가 보호받지 못한다는 우려, 아이디어는 좋지만 공모전 같은 서류 작업에 익숙하지 못한 제안자의 탈락 가능성, 가치 있는 아이디어 제안에 대한 보상의 부재 등으로 플랫폼은 즉, 합리적인 보상과 동기부여 제공 체계가 없으면 수준 높고 참신한 아이디어는 제안되지 않고 보상받지 못해도 상관없는 아이디어만이 제안되어 전반적인 플랫폼의 품질 저하와 우수한 아이디어의 양적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셋째, 가치더함과 ASCP는 지역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는 제주테크노파크와 ASC재단이 운영하며 전문성을 제고하고 디지털 기술 기반의 사업자와의 연계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었다. 특히 ASCP는 플랫폼을 통해 공공기관-민관기업-시민들 간의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민들이 자체적으로도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였다. 마찬가지로 가치더함도 문제해결 구조를 구축하였으나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졌고 공공자금을 투입하여 바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공공사업화만이 시민과 사업자들에게 관심이 높아 크라우드펀딩과 공공정책 제안은 유명무실한 방안으로 남아있었다. 이는 플랫폼이 단순히 창업지원 사업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공공사업화를 선택할 경우 사업자가 없는 시민들은 창업이 선행되어야 하며, 관련 기술이 없는 시민들의 경우 보조금을 활용하여 자체적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Ⅴ. 결 론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 조성 및 운영방식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도 시민 주도의 스마트시티로 전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참여 플랫폼은 국내 스마트시티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시민참여와 사회혁신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주민참여 플랫폼의 현황과 국내외 주요 플랫폼 비교분석 결과를 토대로 향후 시민참여 기반의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한 주민참여 플랫폼의 운영 및 활용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운영 방안

첫째,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참여 플랫폼의 효과적인 활용 및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높이기 위해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사용자 의견수렴을 통한 플랫폼의 인터페이스 개선뿐만 아니라 과거 제안된 아이디어의 유형과 투표결과, 선정된 아이디어의 심의결과와 심사원칙, 심사에 대한 피드백 등 시민들이 플랫폼을 통해 아이디어를 제안함에 있어 심리적인 부담을 줄이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보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치더함, ASCP와 같이 정책제안 외 시민들이 제안한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공공사업화 등의 방안을 마련하여 시민들이 플랫폼을 통해 참여의 효능감을 제고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중앙정부는 예산을 증액하고 민관협력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시민 외 다양한 민간기업, NGO 등의 참여를 촉구하고 플랫폼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프로젝트 제안자에 대한 보상체계 구축은 참여자 확충과 아이디어의 품질 제고, 플랫폼의 자생적인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지자체는 이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모 시 프로젝트 제안자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아이디어의 가치에 대한 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산점 외에도 사업화와 무관하게 아이디어에 대해서만 보상해주거나 제출한 보고서의 소유권을 매입하는 방법 등을 차용하여 프로젝트 진행 결정 시 아이디어의 가치를 보상하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다. 기여한 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체계는 플랫폼 참여자 증가와 아이디어의 품질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현실성 높은 가치 있는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주민참여 플랫폼의 목적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 활용 방안

첫째, 지자체는 시민참여 기반의 지역문제 해결이라는 플랫폼의 운영 목적과 달리 창업지원 플랫폼으로 변질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이에, 사업자 외의 시민들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사업화에 대한 개념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사업자와 개인 간의 컨소시엄을 지원하거나 소액일 경우 다수의 개인으로 구성된 단체의 참여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매출을 통해 지속성이 필요한 사업 외에 사회·환경적 가치를 측정하여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가함으로써 사업화 부담을 줄이고 프로젝트 형태의 범위도 확장할 수 있다. 사회·환경적 가치를 평가하여 기획된 프로젝트의 경우, 매출을 통해 사업이 지속되는 것과 무관하게 프로젝트 기간 동안 창출되는 가치를 예상할 수 있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편익이 창출되는 경우 매출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둘째, 프로젝트 추진 방법 중 공공사업화와 달리 크라우드펀딩과 공공정책제안이 선택되지 못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선호 방안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방법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크라우드펀딩은 기존 크라우드펀딩 업체를 이용하는 것보다 나은 혜택 없이는 선택되기 어려우므로 펀딩 시 일정 비율의 펀딩을 지자체 혹은 민간기업이 지원하거나 펀딩 실패 시 공공정책제안 또는 공공사업화로 전환하는 등의 새로운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공공정책제안의 경우 최종적인 진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어렵게 추진되더라도 제안자에 대한 참여 기회도 보장되지 않으므로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을 통해 사업화가 아닌 ‘정책화를 시도’하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추진이 되지 않더라도 제안자에게는 동기가 부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주민참여 플랫폼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반영할 수 있는 체계적인 설문조사 체계와 플랫폼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성과지표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무엇보다 플랫폼의 운영 및 개선을 위한 충분한 예산과 인력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Notes
주1. 2019년 3억 7천, 2020년 2억 3천만원, 2021년 2억 3천만원, 2022년 2억 3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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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Figure 1.
Urban problem solving process of online participation platform

Table 1.

Research structure

Table 2.

Problem solving process of online participation platform

Table 3.

Status of operation of online participation platform (21.12.)

Table 4.

Jeju online participation platform performance (’19–’21)

Table 5.

Jeju online participation platform process

Table 6.

Comparative analysis of Jeju-Gachideoham and AS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