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publication date Nov 2015
역사적 건축물 보존에서 지구단위계획의 역할과 과제 : 인사동 지구단위계획 구역의 근대건축물을 대상으로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offer improvement directions for a guideline on a district unit plan to preserve historic buildings by reviewing urban planning measures, architectural actions, and controversies, all of those related to the preservation of historic buildings in the Insa-dong district. Looking at the matters, First, the unique characteristics of the preserved buildings were undermined, and the direct causes of this phenomenon were a lack of detailed classifications of the elements preserving their exterior, drawings or records, and so on. Second, when expanding the preserved buildings, only the front three sides were preserved, thereby resulting in damage to their original forms. Although there was an attempt to restore them to their original forms afterward, they were damaged during the attempt. Therefore, when establishing or reorganizing the district unit plan in the future, the improvement directions for preserving historic buildings can be summarized as follows. First, detailed information should be delivered by providing an administrative guideline for each element, drawings, pictures of the present condition, and so on. Second, when preserving historic buildings by following the guideline, their original forms should be maintained. Third, procedures (e.g. participation of experts, preparation of maintenance plans, etc.) should be added when maintaining/managing historic buildings after preservation by the district unit plan.
Keywords:
Historic Preservation, Insa-dong, District unit plan, Case study, Qualitative Research키워드:
역사보존, 인사동, 지구단위계획, 사례연구, 질적 연구Ⅰ.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우리나라의 역사자원에 대한 관리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문화재로 지정하는 관리가 있으며, 이는 문화재 보호법에 따른다. 그러나 이외의 역사자원을 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리하기에는 현실적·시간적·경제적으로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도시계획을 통해 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도시계획적 차원의 관리는 역사문화미관지구, 고도지구 등의 용도지구를 지정하거나, 지역의 특성을 보존·관리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의 수립을 통하여 할 수 있다. 나아가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시 역사적 특성을 배려하거나 한옥이 밀집된 지역을 지정하여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있다.
서울 도심부1)에 위치한 인사동 지구는 조선시대 부터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인사동의 역사적 특성을 관리하기위해 두 개의 건축물을 지정문화재로 지정하여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관리하고 있으며, 나머지 역사자원은 도시계획적 수단인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점·면적으로 보호·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나 사업이 시행되어도 역사자원의 훼손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하여 본 연구에서는 지구단위계획 구역 내 역사적 건축물의 관리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인사동 지구의 경험을 분석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인사동 지구 내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을 둘러싸고 일어난 도시계획적 조치와 건축적 대응, 역사보존 관점의 논란을 검토하여 향후 지구단위계획 구역 내 역사적 건축물 보존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지침의 개선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본 연구의 공간적 범위는 인사동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인사동길을 중심으로 우정국로, 율곡로, 태화관길로 둘러싸인 블록이다. 그 중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의 지침을 기반으로 역사보존 행위가 일어난 건축물이 주요 대상(표1)이다. 인사동 지구는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되어 도시계획적으로 관리(2002년 수립, 2009년 재정비)되고 있다. 또한 공평구역의 재개발된 지역을 제외하고 인사동길 일대를 문화지구로 지정(2002년)하였다. 남측에는 공평도시환경정비구역이 인접하여 정비사업(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구역의 경우 정비방식을 수복(소단위 맞춤)형으로 추진하고 있다.
본 연구의 내용적 구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보존된 근대 건축물을 사례 대상으로 선정하여 사전-사후 패턴(pre-post pattern)을 통해 조사·분석한다. 둘째, 근대건축물 보존 과정에 참여한 당시 지구단위계획 수립의 책임자와 건축물 설계 담당자, 건축물 복원공사에 참여한 자문위원 등과 심층 면담(interview)을 진행하여 건축물 보존과 관련된 과제를 분석한다. 셋째, 사례 대상의 상황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들과 비교·분석하여 역사적 건축물 보존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의 문제를 제기하고 바람직한 접근방향을 제시한다.
본 연구에서는 적절한 통제와 무작위 선별과정을 통하여 변수의 인과관계를 측정하고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양적 연구(Quantitative Research)와는 달리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사회적 실체와 과정을 중요시하는 질적 연구(Qualitative Research)를 지향한다. 이는 피상적인 유형, 추세, 상관관계의 묘사보다는 심층적인 분석과 설명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다. 사례연구(Case Study)는 다양한 사회과학연구 방법 중의 한가지다. 사례 연구는 일반적으로 ‘어떻게’ 또는 ‘왜’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을 때, 연구자가 사건을 거의 통제할 수 없을 때, 그리고 실생활에서 동시대에 일어나는 현상을 주로 다룰 때 선호되는 연구전략이다.2) 사례 연구의 유형에는 탐색적 사례연구(Exploratory Case Study), 기술적 사례연구(Descriptive Case Study), 설명적 사례연구(Explanatory Case Study)가 있다. 첫째, 탐색적 사례연구는 종속변수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고 연구주제가 새로운 것이거나 특이한 것이어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일 경우에 이루어진다. 둘째, 기술적 연구는 현상을 기술하는 연구로서 구체적으로 정의된 대상에 대해 상대적으로 적은 변수에 초점을 맞추고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기술을 한다. 셋째, 설명적 사례연구는 현상에 대한 인과적 관계를 검증하는데 목적이 있다. 기술적 연구가 단순히 고립된 변수에 대해 정보를 찾는 연구라면 설명적 연구는 변수 사이들에 존재하는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 중 도시계획적 관리를 통한 역사보존이라는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설명적 사례연구가 적합하다. 설명적 사례연구는 그 현상에 대해 예측하였던 인과적 연결이, 실제로도 그러한가를 밝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연구문제를 제기하고, 사례를 분석하여 결과를 비교한 후, 가설이나 명제를 수정하거나 보완하여, 더 많은 사례들과 비교하여 분석한다.
3. 선행연구 고찰
지구단위계획과 관련된 선행 연구는 법·제도에 대한 연구, 인센티브에 관한 연구, 참여 주체의 역할 분석, 지구단위계획 수립 내용의 실효성 분석 등이 주를 이루었다.
지구단위계획과 역사보존에 관한 연구는 첫째, 유나경(2010)이 북촌 지구단위계획을 통한 한옥주거지의 보전을 분석한 연구가 있지만 서울시의 한옥 보존 정책의 흐름과 이에 따른 도시계획적 조치만을 설명하고 있어 계획 수립 이외의 실행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 공공을 제외한 부문의 입장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문제 제기가 부족하다.
둘째, 유형식, 김도년(2010)이 지구단위계획 내 근대건축물 보존 및 활용의 과정을 분석한 연구가 있지만 이는 근대 건축물의 복원 및 철거의 배경, 진행과정 등 수립 과정에 대한 정리이며, 역사적 건축물 보존에 대한 실효성 여부나 지구단위계획 운영지침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본 연구의 차별성은 선행연구들의 관점과는 달리 첫째, 지구단위계획의 역사적 건축물에 보존에 대한 실효성을 살펴보고 둘째, 수립 단계부터 실행 단계까지의 역사적 건축물 보존과 관련된 과정에 대해 다양한 입장과 상황을 검토하여 분석하고 설명하였다. 셋째, 향후 지구단위계획의 재정비시, 시사점과 개선방향을 제시하는데 있다.
Ⅱ. 지구단위계획과 역사적 건축물 보존
1. 역사적 건축물 보존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의 역할
현재 지구단위계획에서 운영되고 있는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보존은 주로 주변 지역의 경관을 관리하는 것이다. 첫째, 주변 건축물의 높이·건폐율·용적률·용도 등을 관리하여 역사적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주변 건축물의 규모를 관리한다. 둘째, 주변 건축물의 배치와 건축선 등을 관리하여 기존의 맥락을 유지한다. 셋째, 주변 건축물의 형태와 색채 등을 계획에 포함하여 역사적 건축물의 고유한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사항들은 역사적 시가지의 보존이라는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적절하고 필요한 수단이다.
실제로 서울 도심부의 경우, 여러 곳에서 지구단위계획을 지구 내 특성을 보존·관리하는 수단3)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상지역은 북촌, 인사동, 명동 등이다. 이들은 재개발 구역의 지정을 금지하고 있으며, 역사적 건축물의 주변 경관에 대한 간접적인 관리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건축물의 보존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도 부여하고 있다.
2.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의 성격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에서는 다양한 방식과 수단을 통해 역사적 도시조직과 건축물의 보존을 유도하고 있다.4) 먼저, 지구단위계획 구역 내 가로체계, 건축물, 용도특성에 따라 구역을 세분하고 이를 기준으로 계획지침을 수립하고 적용하였다. 둘째, 작은 필지들로 이루어진 지구의 특성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 건축물의 개발을 억제하고 대지 규모를 제한하였다. 이를 위해 최대대지면적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공동개발을 허용하지 않으며, 현재 대지를 기준으로 장래의 개발 시 건축가능범위를 획지로 계획하고 공동개발을 불허하였다. 셋째, 인사동 내부지역의 경관 보존을 위해 최고층수와 최고높이를 설정하여 각 구역별로 차별적으로 적용하여 향후 이루어지는 건축행위를 규제하였다. 넷째, 전통문화업종을 유도하고 관리하기 위해 용도를 지정, 권장, 불허하고 문화지구 지정을 유도하였다. 다섯째, 지구 내 한옥군과 골목길의 유지를 위해 한옥의 건축 및 수선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여 개보수 시 변형이나 멸실을 관리하도록 하면서도 고유한 특성을 잃지 않도록 유도하였다. 마지막으로 근대건축물의 외형 보존을 유도하였다. 사실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역사적 건축물의 경우, 문화재로 지정되기 이전에는 자유롭게 철거가 가능하다. 중요한 역사적 건축물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이 사이에 멸실되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리하여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에서는 보존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의 외관보존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였다. 이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개별적 역사자원의 보호와는 별도인 사례이며,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의 보존을 도시계획차원에서 유도한 특별한 사례이다. 이 부분이 본 연구의 주요 대상이다.
Ⅲ. 인사동 지구단위계획 내 근대 건축물 보존 분석
1. 건축물 보존을 위한 조치
사례 대상은 농협 종로지점과 동헌필방 건물이다. 지구단위계획은 건축물의 용도 및 건폐율, 용적률, 높이 계획5) 등 경관 부문의 관리 이외에도 부지 내 건축물에 대한 보존을 유도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2001년 10월 18일, 대성산업 강당에서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안) 및 문화지구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여 설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였다.6)
대상 건축물의 보존을 위해서는 우선 일제강점기에 지정된 도시계획도로를 해제할 필요가 있었다. 두 동의 근대건축물이 위치하고 있는 자리(그림1)는 조선총독부고시로 최초 지정되었던 20m 폭원의 도시계획도로(1936년 12월 26일)가 지나고 있으며, 도로개설 시, 건물들은 멸실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이에 상위계획인 서울 도심부 관리 기본계획을 근거로 태화관길에 지정되어 있는 기정 도시계획선(노란선)을 지구단위계획을 통하여 해제하였다.7)
둘째, 농협부지 본관동 및 동헌필방 건축물의 외관을 보존하였다. 견지동 111번지 농협 건물의 본관동과 공평동 9번지 동헌필방 건물은 근대기에 조성된 건축 외부형태를 지니고 있는 역사적 건축물로서 가치8)를 가지고 있어 이 건물들을 보존하기 위하여 지침을 마련하였다.
셋째, 건축물 외관 보존에 대한 계획적 인센티브를 마련하였다. 농협 건물의 경우, 두 개의 인접한 동일인 소유 필지에 대해 건폐율을 80%까지 완화(서울 도시계획조례에서 정하는 일반상업지역 건폐율은 60%)하고 증축을 허용하였다. 증축되는 건축물의 경우, 기존 보존 건축물과 조화된 외관, 재질, 색채 등을 사용하도록 유도하였다.
2. 지구단위계획의 지침 분석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에서는 근대건축물의 보존을 유도하기위해 지침을 작성하였으며(민간부문 운영지침 제35조), 이는 다음과 같다.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보존건축물」로 지정된 건축물은 외형(전면부 형태, 색채, 재료 등)을 보존하여야 한다. 단, 주요구조부의 변경 및 용도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제가 없는 한 자발적으로 조성할 수 있다.”
이러한 건축물 외형만을 보존하는 것은 주로 근대건축물의 보존 시에 이용되는 방식이다. 이는 건축물의 용도를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혹은 용도를 변경하여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에 건축물의 외부는 고유의 모습과 특징을 최대한 보존하고 내부는 새로운 용도의 특성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다.
지구단위계획 수립 당시, 지침과 관련하여 외형 보존 요소로 전면부 형태, 색채, 재료 및 재질 등으로 설정한 의도는 근대건축물의 파사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보존의 기준년도는 건축물에 대한 고증된 자료가 없어 원형의 보존9)보다는 지구단위계획 수립 당시(2001년)의 건축물 상태를 보존하고 유지하려는 의도였다.10) 그러나 지구단위계획의 지침인 “전면부 형태”만을 가지고 역사적 건축물의 외형 보존을 기대하기에는 보존의 대상이나 보존 방식들이 구체적이지 않아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비해, 인사동 지역 내 한옥의 경우, 인사동의 특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선정하여 수선 시, 가능한 한옥 고유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한옥의 외관 및 내부요소들에 관한 자세한 지침을 마련하였다. 특히 한옥의 외관에 관련된 사항인 기와지붕, 외부로 노출되는 목구조, 외벽재료, 옥외광고물 등은 가로경관을 구성하는 중요한 공공적 요소로 인정하여 한옥의 신축, 증축, 대수선 시에 규제사항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근대건축물의 경우는 간단히 “외형(전면부 형태, 색채, 재료)을 보존하여야 한다.”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근대건축물의 경우에도 역사적 가치를 지닌 외관은 공공적 요소로 인정하여 한옥과 같은 요소별 관리지침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외관 요소와 관련된 사항으로 창문, 입구, 지붕 등 세부적인 분류가 필요하다.
근대건축물에 관한 자세한 보존 지침의 마련 외에도 도면과 현황 사진을 통해 자세하게 정보를 전달해야한다. 싱가폴 URA(Urban Redevelopment Authority) 경우, 그림2와 같이, 파사드 복원 가이드라인(facade restoration guidelines)을 통해 다양한 방향의 파사드 도면과 현황 사진을 제공하고 있으며, 건축물 외형을 주 건물(main building), 감시탑(watch tower), 파빌리온(pavilion)으로 세부적으로 구분하고, 보존 사항을 지붕, 창호, 파사드, 기계·전기 시설 등으로 나누어 마감, 재료, 구조, 색채 등에 대한 보존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증축 건물과의 관계도 도면을 통해 지붕층의 확장이나 구조에 대한 보강 시 유의할 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의 건축물 외관 보존 지침은 근대건축물의 외관 요소에 대해 너무 간단하고 자세하지 않아 건축물의 변형이나 멸실을 관리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는 동헌필방 부지의 건축물의 사례에서 나타난다. 표2를 살펴보면, 건축행위가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건축물의 외벽 도장을 시행하여 본래의 벽돌색과 질감을 잃어버리게 되고, 2층 창문틀의 색채가 변형되었다. 또한 1층 부분의 상점을 살펴보면 옥외광고물과 차양 등 외관 요소들이 근대건축물과 관계없이 소유주 혹은 임차인의 자율적인 판단아래 설치되고 있다. 이는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의 근대건축물 보존 지침에 건축물의 외형 분류, 보존 사항을 나타내는 자세한 도면과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러한 문제는 동헌필방의 원형의 모습과 가까운 1930년대 모습을 살펴보면 근대건축물의 변형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 동헌필방은 윤치영과 손원일이 공동으로 운영하던 남계양행이라는 상호를 가진 상점이다. 1930년대 남계양행의 건축물(그림3)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입구부분과 2층 높이, 지붕층 형태 등 현재의 동헌필방과 거의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상점 전면의 디자인으로 인한 1층부의 변형, 옥외광고물과 차양 등 외관 요소들로 인해 남계양행의 원형과 고유한 특성이 크게 변형되었음을 알 수 있다.
3. 지구단위계획 보존 지침의 실행 분석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의 근대건축물 보존 지침의 실행 실태를 분석하고자 한다. 농협 종로지점은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2002년 1월 29일) 이후 증축(2002년 7월 12일)을, 지구단위계획 재정비(2009년 12월 10일) 이후 대수선(2013년 10월 2일) 등 두 차례의 건축행위가 있었다.11)
인사동 지구단위계획(2002년)이 수립 중에 계획 구역 내 견지동 111번지(농협 종로지점)에서는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을 계획하고 있었다. 당시 농협 종로지점의 건축물에 대한 도면(표3)을 살펴보면 평면은 은행으로 사용되었던 전동(前棟, 우정국로를 바라보는 전면부)과 지점장실이었던 연결동(連結棟), 매장으로 사용된 후동(後棟, 후면부)으로 구성되었으며, 높이는 2층이며, 지붕을 가지고 있고, 너비가 좁고 높이가 긴 형태의 창호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건축물이었다.
이에 지구단위계획 연구팀과 농협담당자와 설계업체 실무자가 만나 논의하였고 이후 농협부지 내 건축물의 외형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협의하였다. 이후, 세 가지의 보존을 위한 증축지침을 마련하였다.12)
첫째, 일부 외관 형태의 보존이다. 기존 건축물의 전동(전면부), 연결동, 후동(후면부) 중 전동의 3면만을 보존하도록 하였다.
둘째, 보존과 증축 사이의 관계이다. 연결동과 후동이 철거된 자리에 새롭게 증축되는 건축물의 외부 형태는 전동과 파라핏 높이를 일치시켜 조화를 이루고 사선절제형 건축형태를 금지하며, 옥탑층 노출을 금지하도록 하였다.
셋째, 신축 건축물의 재료 및 색채이다. 반사성 재료 사용을 금지하고 외벽만 전체 페인트 마감을 금지하였으며, 원색계열 재료, 도료의 사용을 금지하였다. 이는 지구단위계획의 수립(2002) 이전에 협의와 건축 설계 과정의 관리를 통해 건축물 보존 지침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부족함 점을 실제 건축행위가 일어나는 시점에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전동의 외형은 보존하였지만 이 과정에서 전동의 창문을 구성하는 재료와 창틀, 창살이 변형되고 지붕 형태는 멸실되었다. 건축물의 원형인 후동도 멸실되었는데 이는 1936년에 제작된 대경성부대관(大京城府大觀)13)을 살펴보면(그림4)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남계양행’(南桂洋行)‘이라는 상호로 게재된 장소를 살펴보면14), 2층 높이와 지붕, 창호 등의 입면의 모양이 2002년 당시 농협 종로지점과 같은 건축물이 존재하고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동의 경우, 2층 높이와 지붕, 창호의 특성이 그대로이며, 후동의 경우, 배치와 2층 높이, 지붕, 창호의 특성 등이 건축물의 원형이다. 또한 이 건축물은 주변 지역의 건축물들과 비교하여 스케일이나 규모면에서 상당히 돋보이는 근대적 건축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이루어낸 건축물 외관 보존은 원형 중 전동의 외형 중 3면에 관한 사항만을 보존한 것이다. 이러한 보존행위의 결과는 문화재청이 2009년 고시한 “역사적 건축물과 유적의 수리∙복원 및 관리에 관한 일반원칙”에 비추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첫째, 원형의 유지 문제이다. 지구단위계획 보존방향 제시와 설계 과정의 관리를 통해 농협 종로지점의 전동 외관의 3면에 대한 보존을 이루었지만 창호와 지붕형태, 후동에 대한 철거가 이루어졌다. 이는 원형 유지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문화재청의 일반원칙과 거리가 있다. 보존을 위한 행위는 그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건축물의 가치를 변형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둘째, 학술 연구와 기록의 부재이다. 건축물의 가치와 진정성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고고학, 역사학, 건축학 등 관련 분야의 학술 연구 결과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전동의 경우, 사진 자료 한 장에만 의존하여 그 자료가 충분치 않았으며15), 후동의 경우(그림5)에는 이러한 판단과 평가 없이 철거가 이루어졌으며, 이에 대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다.
인사동 지구단위계획(2002)에 의해 보존된 농협 종로지점의 전동은 10여년의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노후화로 변형(표4)이 일어났다. 그 사이 2009년에는 인사동 지구단위계획도 재정비가 되었으나 근대건축물의 보존 지침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초기의 외관 보존에 관한 간단한 지침이 그대로 있을 뿐, 지침의 구체화나 보존 실행 이후의 유지 및 관리에 대한 사항은 마련되지 않았다.
2002년 지구단위계획 지침을 반영한 이후 농협 종로지점의 2003년과 2012년을 비교해보면 외벽의 주요 재료인 벽돌, 석조로 구성된 상부 의 색채가 다르다. 이는 부식을 막고 모양을 내기 위해 시공한 외벽의 도장이 초기의 색채와는 다르게 변형된 것이다.
이에 전동의 외관에 대한 보존 작업이 다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농협 종로지점 측은 해당 구청인 종로구 내 문화재 담당 부서에 이를 문의하였다. 결국, 종로구 문화재보호자문위원회의 A위원이 자문 및 시공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 후 농협 종로지점 측은 종로구청에 건축착공신고(대수선)를 하고 공사를 진행하였다. 진행된 건축행위는 실제적으로 외관 복원공사(2013. 9.7~11.30, NH 개발)에 해당하였다. 이 복원공사의 의미는 전문가의 고증을 통한 건축물 초기 원형의 모습(1926년 건축)과 형상으로 나타내려고 한 시도였으며, 이후에 덧붙여진 부분인 외벽 도장들을 제거하고 초기의 잃어버려진 부분인 창호와 외관 요소 등을 재건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에 복원지침과 관련된 내용은 첫째, 외벽 도장의 제거를 통한 기존의 재료 및 재질 복원, 둘째, 창호에 대한 복원, 셋째, 입구 중앙부 2층의 창문과 장식적 요소에 대한 복원, 넷째, 갈라짐이 형성된 부분을 보강하는 작업이었다.16)
실제적으로 1960년대 자유당 중앙당사로 사용된 당시 건축물의 모습인 표5를 살펴보면 건축물 외관의 창호의 모습으로 복원하고 기존의 재료 및 재질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은 금번 복원공사(2013년)의 의미가 지구단위계획에서 보존을 시도한 모습(2003년)보다도 초기 원형의 모습을 찾아가려는 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입구 중앙부 2층의 창문 하부가 멸실되고 장식적 요소가 새로이 생겨났다. 복원공사라는 이유로 지구단위계획의 지침을 통해 보존된 외관 요소(2002년)의 일부가 변형된 것이다.
이는 이미 보존된 건축물인 경우에도 일반 건축물과 같이 구조나 외부형태의 수선이나 변경, 증설이 가능한 대수선이 허용되어 보존된 외관 요소의 훼손이 일어난 것이다. 농협 종로지점의 경우, 사회공헌을 활발히 하는 모회사인 농협이기에 복원공사의 형태로 진행되었지만 대체로 많은 건축물의 경우, 오직 건축주, 설계업체의 자발적인 판단과 해석에 건축물의 보존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는 사적에 관한 정비를 살펴보면, 역사적 가치가 높아 사적으로 지정된 역사적 건축물이나 유적에 대한 정비를 위해서는 국토개발계획, 시·도차원의 종합개발계획 관련 법령과의 연계를 검토하고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현상변경허가를 얻어야 하는 것 뿐 아니라 반드시 사적을 정비함에 앞서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자문과 검토를 거친 이후 사적의 정비에 적용하고 있다.17)
이에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에 의한 보존 이후의 유지 및 관리의 경우에도 이미 보존된 건축물을 정비함에 있어서는 현상변경의 허가와 종합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관련 전문가의 자문과 검토 등의 절차에 대한 의무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구단위계획 지침을 실행한 외관 보존을 지속적으로 유지 및 관리하도록 할 수 있다.
Ⅳ. 결론 및 시사점
지금까지 인사동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면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의 보존과 관련된 사항을 살펴보면, 먼저, 도시계획적 조치로 기정 도시계획 도로선을 해제하고 역사적 가치를 지닌 외형을 보존하도록 하며, 이에 대한 보상적 차원의 인센티브를 마련하여 근대건축물 보존 지침(제35조)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건축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다. 첫째, 동헌필방의 경우, 고유한 특성을 훼손하였는데, 이는 외관 보존 요소의 세부 분류와 도면, 기록의 부재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둘째, 농협 종로지점의 경우, 증축 시, 전동(前棟, 앞부분) 3면의 보존만이 이루어져 창호, 지붕형태, 후동의 철거 등 원형에 대한 훼손이 일어났으며, 이후 대수선 시에도 전문가의 참여로 원형의 모습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였지만 동시에 훼손도 일어났다. 결국 현 지구단위계획의 근대 건축물의 보존 지침(제35조)은 실제적인 건축적 대응에 대한 한계를 노출하였으며, 이는 보존된 건축물이라도 항상 변형과 멸실이 가능한 것이 현재의 상황인 것이다.
이에 향후 지구단위계획 수립이나 재정비 시, 역사적 건축물 보존을 위한 개선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지구단위계획 내 ‘건축물 외관 보존’ 지침의 경우, 요소별 관리지침 마련과 도면·현황 사진 등을 통해 자세하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현재 지구단위계획은 역사적 건축물의 원형 유지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외형에 대한 지침이 자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석조, 목재, 금속 등 재료의 재질과 지붕, 창문, 입구, 상점 등 외관 요소를 세밀히 나누어 도면, 설명, 추천/비추천 등 외형 분류와 보존사항을 상세히 설명하여 보존을 유도하여야 한다.
두 번째, 지침을 반영하여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을 실행하는 경우, 원형의 유지를 원칙으로 설정해야한다. 이에 우선적으로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학술적 고증의 선행이 필요하며, 보존의 기준이 되는 원형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하는 작업이 선행된 이후에 건축물에 대한 보존 범위를 설정하여야 한다.
세 번째, 지구단위계획에 의한 보존 이후에도 역사적 건축물에 관한 유지·관리 시, 전문가 참여나 정비계획을 마련하는 등의 절차를 추가하도록 한다. 이는 노후화, 현대화 등의 정비를 위한 대수선의 경우,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을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 건축물은 한번 훼손되며 원형을 회복하기 어렵기에 그 가치와 진정성을 지속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본 연구는 서울 도심부 내 고유한 특성을 관리하기 위해 수립된 지구단위계획의 적합성을 되묻고, 계획의 수립 과정부터 운영적인 측면인 실행 단계까지 분석의 범위로 포함하며, 실제적인 데이터와 현장조사, 실제 지구단위계획 과정에 참여한 이들과의 면담을 통해 계획의 목적 달성을 검증한 실증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측면의 연구라는데 그 의의가 있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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