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 publication date 30 Jun 2021
계획자치권 관점에서 본 독일 공간계획체계의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특징 연구
Abstract
This study aims to suggest policy implications for the reorganization of spatial planning systems regarding planning autonomy in the era of decentralized planning powers. The research findings are as follows. First, German planning autonomy is based on the integration of the Constitution, as well as local autonomy and spatial planning systems. Second, in the German spatial planning system, non-statutory planning tools not only play a complementary role for statutory planning tools, but also in the discretionary planning activities of state and local governments. Third, as a minimum administrative unit, gemeinde has the freedom to form a spatial structure and autonomy to operate various non-statutory planning tools under the comprehensively delegated autonomous legislative power. Fourth, the use of non-statutory planning tools is considered by local planning culture rather than administrative bureaucratic practices. Fifth, although the operational characters of non-statutory planning tools cannot be standardized, they have universal features regarding the discriminatory operation of state and gemeinde, complementary role for statutory planning tools, legal basis, recommendations of the federal government for spatial policy guidelines, and self-binding effectiveness of the administration. Sixth, non-statutory planning tools become effective based on the collaborative consultative process among councils, citizens, professionals, local organizations in administrative support. Hence, designing an appropriate procedure that enables stakeholders such as local councils and citizens to participate in the planning process is important as a premise of the non-statutory planning process. This study intends to suggest legal logic for reorganizing the Korean spatial planning system and implications for the introduction of non-statutory planning tools. Korea needs to structure the legal logic of spatial planning system reorganization regarding the substantive transfer of participatory control rights based on the definition of planning autonomy and the upward distribution of powers through participation by local councils and residents. To respond to the new role and flexible operation of the spatial planning system, it was suggested that non-statutory planning tools can establish the operational direction to complement the statutory plan.
Keywords:
Decentralization, Planning Autonomy, Spatial Planning System, Non-Statutory Planning Tools키워드:
지방분권, 계획자치권, 공간계획체계, 비법정 계획도구Ⅰ.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축소·소멸단계로 진입중인 비수도권뿐 아니라 대도시와 농어촌 읍면까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복잡한 사회경제적, 공간구조적 변화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이는 지역이 새로운 형태의 이동성, 공공서비스 공급, 정주지 개발 및 관리, 지역주민 복지, 에너지 전환 등 공간의 확장·축소 이슈를 다룰 수 있는 양적·질적 관리가 가능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렴하여 공간과 기능을 조정하는 공간계획의 역할이 더 중요해짐을 의미한다. 그런데, 계획법 및 사업법에서 정하는 계획의 목적, 상위계획과 관계, 계획내용과 절차 등 법이 정하는 형식 중심의 상세한 운영체계를 갖는 공간계획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계획이 다루어야 할 대상과 지역이 처한 변화와 여건을 아직 표준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가가 정하는 법률에 의해 운영되는 공간계획체계는 계획자치의 관점에서 지역의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개편하기 위한 그간의 논의(이학동 외, 2007; 최막중 외, 2009; 김항집 외, 2012; 최막중, 2015)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2021.1.)에 따른 지방분권체제로 전면개편되는 여건에서 국토·지역·도시계획 분야에서도 공간계획체계 개편과 권한이양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박재길, 2019; 김현수, 2020).
독일은 1970~1990년대 초 계획의 장기적 특성과 중장기 실행과정으로 인해 인구통계 및 기후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는 문제가 대두되고, 이에 따른 정부정책 결정의 비효율성, 광범위한 계획 철회와 규제완화 조치 등에 따른 계획의 실효성이 의문시되면서, 공간계획체계 개편이 정부와 전문분야의 쟁점으로 다루어졌다. 이에, 독일 공간계획체계는 전통적이고 계층적인 계획체계를 탈피하여, 수평적 네트워크의 협력구조, 대화적 성격, 유연성, 비공식적 절차, 계획자치에 토대를 둔 비법정 계획도구의 실험적 운영이 두드러지면서, 계획과 실행 간 강력한 연결고리가 작동되는 공간계획체계를 운영하고 있다(Selle, 1994; Danielzyk and Knieling, 2011).
본 연구의 핵심논의는 계획자치권 관점에서 공간계획체계는 어떻게 운영될 수 있는가이다. 본 연구는 독일 공간계획체계에서 활발히 운영되는 비법정 계획도구의 유형과 운영특징을 살펴봄을 통해 계획자치권1) 관점의 공간계획체계 운영방식을 전략적으로 재조명할 수 있는 논의의 토대를 만들고, 계획권한을 이양하는 방향과 전략으로써 공간계획체계 개편 및 운영방향에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2. 공간계획체계의 개념적 이해 및 분석틀
연구의 내용적 범위는 독일의 비법정 계획도구가 작동하는 공간계획체계와 이 작동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는 계획자치권 관련제도이다. 연구범위를 구체화하고 분석틀을 설정하기 위해 공간계획체계 관련개념과 논의구조를 살펴보았다.
공간계획체계의 개념적 논의방향은 절차적 계획이론의 맥락에서 계획체계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 간 조정과 종합을 거쳐 발전한다고 보는 팔루디(Faludi, A.)의 입장과, 그간 국내에서 논의되어온 열린 계획체계(박재길, 1993; 송영섭·신학철, 1997; 오용준, 2007; 박재길, 2019)의 관점을 따른다. 계획체계를 서로 다른 요소를 일정한 원리에 따라 계통을 부여하여 통일시킨 조직(김상조 외, 2005)으로 정의할 때, 공간계획체계는 법정 계획도구와 마찬가지로 비법정 계획도구도 어떠한 원리와 계통에 따라 계획체계 내에서 작동되는 체계이다. 여기서 비법정 계획도구의 운영은 계획체계의 운영원리에 따라 법정 계획도구와 보충적 관계를 갖는 것이다. 즉, 공간계획체계에서 비법정 계획도구의 보충적 역할은 계획에 무엇이 포함되어야 하며, 계획의 실행을 위해 요구되는 보충적 가이던스가 무엇이며, 어떻게 실행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도시계획·건축·조경·정보분석·토목 등 관련분야의 고유원리와 원칙을 교차시키고 정책을 구체화시키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이다(DETR and CABE, 2000).2)
이는 계획자치권 관점에서 공간계획체계 내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을 설명하는 틀이다. 계획자치권은 지방자치권의 본질적 요소로써, 그 개념상 지자체의 자기영역에 대한 자치적 형성권과 지역발전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관련된 행정수단의 조정과정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정한 계획적 조치를 행할 수 있도록 보장되는 권리이며 국가 및 지자체의 공간계획에 대한 참여와 조정요청의 권한을 모두 인정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홍정선, 2009; 오준근, 2016). 계획자치권 관점에서 공간계획체계는 비법정 계획도구가 운영가능한 형태와 방식으로 제공되고 작동되도록 하는 제도와 운영원칙을 갖도록 요구된다. 이를 바탕으로 공간계획체계와 비법정 계획도구 간 개념적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Figure 1).
계획자치권 관점의 공간계획체계에 관한 정책적 논의는 우리나라 지역정책의 양축인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정책, 그리고 국토공간정책에서 다루어진다. 중앙정부 계획권한의 지방이양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논의된 바, 정부는 최근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따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일괄이양을 위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정(2020.1),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개정(2020.12., 이하 지방분권법)을 통해 국가사무의 대폭적인 지방이양, 지방의회 권한 강화, 지자체 행정역량 강화, 주민참여 확대, 지방사무 증가에 따른 인적·재정지원체계를 마련하였다(’18~’21). 국정의 분권기조는 지자체가 자기권한과 책임으로 지역특성을 반영한 행정을 추진하고 주민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자치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충성 원칙에 근거하여 중앙-지방 사무배분을 점진적,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균형발전정책에서 이에 앞서 도입한 지역발전투자협약제도도 국고보조사업을 신청하는 지자체에 높은 수준의 계획 기획역량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계획자치권의 실천수단 활성화를 견인하는 것이다.
국토공간정책의 공간계획체계 관련연구는 크게 체계개편과 계획자치권의 주제로 나누어 2010년대 중반 전과 후의 변화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후반 지방자치와 계획관련법 체계정비 연구(오준근·김영연, 1996)를 시작으로, 199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계획자치권 강화를 위한 계획체계 개편 논의(김성호·박신, 1999; 김상조 외, 2003; 손상락·이시화, 2004; 이주희, 2004; 김상조 외, 2005; 이상대, 2009; 손상락 외, 2011; 장교식·이진홍, 2014; 박세훈 외, 2016; 김보미, 2017; 김광우, 2018; 김상일, 2018; 전유신, 2018)가 꾸준히 이어졌다. 2000년대 도시·비도시지역 관리 일원화를 위한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제정(2002년), 국토이용 효율화를 위해 종합계획 성격의 도시기본계획을 정책지침, 전략계획으로 재편하는 국토이용통합지침 개편(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2008)을 거쳐 2010년대 초 그간의 계획권한 지방이양이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써 적절히 추진되었는지 다각도의 평가가 시도되었다(조성호, 2009; 김현수 외, 2011; 김항집 외, 2012).
이후 양적 축소와 질적 다양화라는 인구·사회·경제적 여건변화에 따른 지역맞춤형 공간계획체계 개편(최막중, 2015), 도시유형별·지자체 성장특성별·특정주제별 계획역량을 고려한 맞춤형 도시기본계획 수립(김현수 외, 2015) 등 공간계획체계 운영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연구가 이어졌다. 이러한 논의에서 급변하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와 도구를 여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최근 인구감소,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공간계획체계 구축방향이 제시되고 있다(박재길, 2019.; 김홍배 외, 2019; 김현수, 2020; 이희정 외, 2020). 최근 논의의 주안점 중 열린 계획체계로의 전환, 계획 재량성의 보장, 시민과의 소통과 참여 확대는 모두 계획자치권 관점의 공간계획체계 운영과 관련성이 깊다. 이외 미래 여건변화에 대응한 도시계획체계 재정립(양재섭 외, 2014; 이우종 외, 2014; 이용우 외, 2018; 최봉문 외, 2019), 분권형 도시계획체계(정명운, 2008; 이원섭 외, 2018; 양재섭 외, 2020)에 관한 연구가 있다. 해외사례연구는 유럽연합과 독일(김남철, 1998; 이기우, 2005; 문기덕, 2011; 최병선, 2011; 차주영 외, 2014; 오준근, 2016), 영국과 미국(이성룡, 2007; 최병선, 2011), 일본(문채 외, 2013) 사례들이다. 관련연구는 법제, 지방행정, 국토·도시계획 분야에서 법정계획 대상의 수립권, 승인권, 참여·조정권 이양에 관한 상당한 수준의 구체적 논의를 하고 있는데, 새로운 공간계획체계에 관한 제안은 필요성 주장과 논의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이다. 한편 지자체는 2000년대 후반부터 공간계획체계 상 비법정 계획의 필요성과 법정 계획으로의 전환방향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이학동 외, 2007; 이원영 외, 2008; 이상대, 2009; 양재섭 외, 2017; 정희윤 외, 2017; 서울시, 2018).
본 연구는 계획자치권 관점의 공간계획체계 개편 원칙과 기본방향에 관한 논의의 맥락에서 독일 공간계획체계에서 비법정 계획도구를 운영할 수 있는 계획자치권적 운영방식을 다룬다는 점에서 연구의 차별성을 가지며, 선행연구에서 비법정 계획의 법정계획 전환을 모색한다는 점과 달리 독일 공간계획체계가 비법정 계획도구를 활발하게 운영하는 체계 작동 측면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접근방식에 차이가 있다.3)
연구질문은 세 가지이다. 첫째, 독일 공간계획체계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둘째, 독일 공간계획체계에서 비법정 계획도구는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되는가, 셋째, 독일 공간계획체계에서 운영되는 비법정 계획도구가 비법정이면서 계획의 실효성을 갖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이다. 분석틀은 공간계획체계와 비법정 계획도구로 구분하여, 공간계획체계의 구성, 법정·비법정 계획도구 유형 및 운영기준, 비법정 계획도구의 실효성의 근거로써의 계획자치권 관련제도를 분석한다(Table 1). 관련제도는 지방자치제도와 공간계획제도로 구분하여 기본원칙, 공간계획체계에 관한 규정, 비법정 계획도구의 유형, 운영내용, 운영절차에 관한 규정으로 세분하여 분석한다.
연구의 흐름과 방법은, Ⅱ. 공간계획체계 및 계획도구 구성현황 파악을 위한 문헌검토, Ⅲ.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사례 분석을 위한 사례별 정부·기관 보고서와 관련포털 검색, 계획문건 분석, Ⅳ. 계획자치권 관련규정 분석을 위한 독일 기본법, 공간계획법, 연방건설법전, 연방정부가이드라인 검토로 진행하였다. 또한, 게마인데가 발주한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사업을 수행한 독일 실무전문가 및 도시계획·도시설계·건축분야 연구·실무 전문가 면담4)을 통해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과정 및 특징, 실제사례 운영과정을 파악하였다.
Ⅱ. 독일 공간계획체계 및 계획도구의 구성
1. 공간계획체계 구성 및 운영원칙
독일 공간계획체계는 연방(bund), 주(bundesländer), 도시주(stadtstaat), 행정관구(regierungsbezirke), 지역권(region), 독립시(kreisfreie stadt), 군(kreise), 최소행정단위인 게마인데(gemeinde)의 행정위계에 따라 구성된다. 여기서는 독립시, 군, 게마인데를 광의의 게마인데로 보아 단일 계획주체로 본다.5) 위계별 계획권한을 갖는 주체의 계획행위는 준통합적 계획과 부문계획을 통해 전체 공간계획체계에서 이루어지는 계획과 조율되도록 구조화된다(Figure 2).
공간계획체계에서 연방은 법정 계획도구만 운영하며, 주와 게마인데는 법정·비법정 계획도구 모두 운영할 수 있다. <Table 2>를 보면, 법정 계획도구는 가이드라인, 공간계획, 지역계획, 부문계획, 예비·법정 토지이용계획이며, 비법정 계획도구는 전략계획, 컨셉계획, 협약, 발전계획, 프레임 워크계획 등이다. 행정주체별로 보면, 주는 공간계획, 지역계획, 부문계획의 법정 계획도구와 지역발전컨셉, 도시네트워크, 계획협약 등 비법정 계획도구가 있으며, 게마인데는 예비·법정 토지이용계획, 부문계획의 법정 계획도구와 도시발전계획, 도시발전컨셉, 프레임웍계획, 도시발전협약 등 비법정 계획도구가 있다. 지역권은 접경부 공간계획의 비법정 계획도구를 운영한다.6)
독일 공간계획체계는 기본법, 공간계획법, 연방건설법전, 행정절차법, 부문별 계획법령에 근거하여 계획권한을 연방, 주, 게마인데의 층위로 배분한다. 권한배분은 중앙집권적, 정부-지방 하향적 체계가 아니라 지방자치에 기반한 분산형 의사결정구조에 맞추어져 있다. 연방-주-게마인데의 계획권한 분배원칙은 게마인데의 계획권한을 강화하고 실질적 효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 상호 피드백을 공간계획체계 운영원칙으로 강제한다.
상호 피드백은 하향적 계획흐름과 상향적 계획흐름을 혼합하여 운영하는 대류원리(gegenstromprinzip)에 근거한다. 이는 지역의 상황을 더 잘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게마인데의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실질적인 상향식 계획흐름을 운영하여 게마인데의 토지이용계획이 주정부의 공간계획을 뒷받침하여 공적투자와 민간투자에 착오와 오류를 줄이기 위함이다. 대류원리는 단순히 상위계획과 하위계획의 조율을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획자치권에 기반하여 게마인데가 상위정부와 대등한 계획주권을 갖고 상위계획 수립과정의 참여·조정권의 실질적인 행사가 가능하게 하는 원칙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대류원리는 공간계획체계 운영에서 계획 간 조율이 중요한 과업이 되도록 하며, 실질적인 조율을 위해 계획 실행검증, 현장에서의 면밀한 설계검토가 요구되기 때문에 비법정 계획도구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요인이다.
2. 공간계획도구 유형 및 운영기준
연방 법정 계획도구는 공간계획 프로그램이며, 기본법(Grundgesetz für die Bundesrepublik Deutschland, 1949)이 정하는 다부처 공동과제로써 연방내각 각료회의(MKRO, 2016)에서 의결하고 연방의회에 해당하는 연방 참의원(Bundesrat)에서 정한다. 주무부처는 교통·디지털인프라부(BMVI)이다. 계획은 가이드라인 형태이며, 사적소유권에 미치는 법적, 행정적 구속력 없이 공공영역의 행정 구속력을 갖는 지시적 계획이다.
주 법정 계획도구는 공간계획, 지역계획, 부문계획이며, 주정부가 수립하고 주의회가 승인권한을 갖는다. 연방 공간계획법(Raumordnungsgesetz, 1965) 및 주가 제정하는 공간계획법에 근거한다. 주 공간계획은 공간구조, 중심장소구조, 상위 인프라, 잠재적 주거개발 배분, 잠재적 외부공간 개발 배분에 관한 내용을 수립하고, 축척 약 1:50,000 계획도면을 작성한다(공간계획법 §8). 주는 게마인데 의견을 주 계획목표에 반영해야 한다. 지역계획은 주가 관할구역을 여러 부분으로 구획하여 공간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목적에서 독립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종합적 공간계획, 주 공간계획, 지역계획의 특징을 모두 가지며, 오디넌스,7) 조례, 정부특별조치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지역계획은 부문계획의 통합·연계, 주 공간계획의 실행을 위한 상세계획, 주 공간계획과 게마인데의 토지이용계획을 매개하는 계획역할을 수행한다. 광범위하고 초지역적이며 부문계획을 교차하는 내용을 다루며, 공간 및 주거지구조 개발에 대한 예측을 다루기도 한다. 주마다 지역계획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두며, 규정내용은 상이하고 다양하다. 예를 들면 주 관할지역을 지역계획구역으로 분할하고 정하는 기준, 지역계획 수립주체 운영기준, 계획형태가 다양하게 규정되고 있다.
주 부문계획은 부문별 관련법 및 행정절차법에 근거한 계획으로 농업, 환경보호, 자연보전, 교통, 인프라 등 부문계획이 해당된다. 개별사업의 최종 승인권한을 가지는 계획이다.
게마인데 법정 계획도구는 토지이용계획과 부문계획이다. 토지이용계획은 공간계획 목적과 과제를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의 계획으로 건축을 위한 토지이용을 준비하고 규제하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사전준비단계의 예비 토지이용계획과 법정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있으며 이 두 계획이 게마인데의 건설기본계획을 구성한다(연방건설법전(Baugesetzbuch, 1987) §2 (1), (3)2). 건설기본계획은 계획 가이드라인 형태로 수립하며(같은법 §1 (5)), 필수요건으로 주택, 업무환경, 인구구조의 지나친 불균형 회피, 지역성 있는 경관창출, 환경보호 등의 항목을 제시하고(같은 법 §1 (6)), 토지이용계획이 공공과 민간의 이해에 미치는 영향이 정당한 것을 입증하여야 하며(같은법 §1 (7)), 주민공람 및 공청회 등 법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같은법 §1 (3)). 예외규정은 이민규제, 역사적 기념물 보전, 자연보존 등이다. 세부 운영기준을 살펴보면, 예비 토지이용계획은 게마인데 관할구역 전체를 대상으로 연방건설법전 §5에 근거하여 수립한다. 법정 토지이용계획은 게마인데 일부지역을 대상으로 예비 토지이용계획을 바탕으로 수립하며, 조례로 확정한다(같은법 §8 (2), §10 (1)). 도면범례는 토지이용의 종류와 밀도, 대지 크기·넓이·높이(최소·최대), 대지 내 부속시설(주차공간, 진입로, 휴게공간 등), 공공시설, 주택 1동의 가구수, 특별용도에 해당하는 대지, 가로, 상수도·전기·가스 등 공급용 대지, 쓰레기·하수도·우수관거용 대지, 녹지공간, 수공간, 농경지, 산림, 환경오염 대비 특별건축지역, 택지 내 농경지 및 산림지(보존 수목 등), 천재지변 대비 특별 안전조치가 필요한 대지, 대지오염이 심한 대지, 문화재로 지정된 대지 또는 건물 등으로 정해져 있고, 도면에 건축경계선, 건축선, 필지경계선, 필지번호, 용도, 층수, 건폐율, 용적률, 건축물(주택)유형, 지붕경사도, 처마높이, 용마루높이 등을 표기할 수 있다. 법정 토지이용계획 수립항목의 운영여부는 게마인데의 재량에 속한다.
게마인데 부문계획은 주 부문계획처럼 부문별 관련법 및 행정절차법에 근거하여 수립하며, 농업, 환경보호, 자연보전, 교통, 인프라 등 부문별 개별사업의 최종 승인권한을 갖는다.
독일 공간계획법은 비법정 계획도구가 필요한 경우를 개략적으로 명시하기도 하지만 아예 명시하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주와 게마인데는 비법정 계획도구를 운영하거나 운영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권을 갖는다. 운영기준에 관해 법에서 정하고 있지 않으나 통상적으로 연방건설법전 §3 (1), (2)에 의한 토지이용계획 수립과정의 주민참여방식과 의회의결 절차를 거친다.8)
주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비법정 계획도구는 지역발전콘셉트, 도시네트워크, 접경부 공간계획, 공간계획협약이다.9) 지역발전콘셉트는 공간계획법 §13 (3)에 근거하며, 법정 장기 계획인 공간구조계획에 대한 보충적 계획으로 중단기 목표의 실행계획에 해당한다. 이 도구는 주로 지역 내 모든 주요 개발계획을 총괄하고 조율하여 통합적 개발을 추진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 운영하며, 이해관계자 간 자율적인 협약이나 보조금 집행에 관한 협약의 방식으로 법적 구속력을 획득하기도 한다.
도시 네트워크는 공간계획법 §13 (4)에 근거하며,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중심장소체계 형성과 관련된 정보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주별 도시 네트워크의 기초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또는, 광역 생활권을 형성하기 위해 게마인데 간 합병이나 협약을 통해 지역계획을 수립하는 경우(공간계획법 §7~13), 게마인데 간 합병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지역계획에 따라 공동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는 경우(연방건설법전 §204)도 이 도구를 운영한다.
접경부 공간계획은 행정경계를 공유하는 주정부 간, 게마인데 간 수립할 수 있다. 이는 인접하는 주가 상호의존성을 고려하는 계획이 필요한 경우로 계획도구의 역할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가 고려해야 할 상호의존성의 예로 인구밀집지역이나 주의 경계를 넘어서는 지역의 공동계획 수립 필요 등이 있으며, 계획의 주안점은 교차하는 접경부에 대한 발전개념과 계획목적을 공유하는 것이다. 주로 관련계획을 상호 연계할 수 있도록 계획 컨설팅 기구를 운영하며 기구는 공간계획 커미션이나 워킹그룹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 계획은 결과적으로 법령, 조약, 행정협정의 형태로 결정되기 때문에 주와 게마인데의 접경부 공간계획은 해당하는 주·게마인데 부분지역의 법정계획에 구속력을 갖게 된다.
공간계획협약은 공간계획법 §13에 근거하며, 주와 한 개 또는 다수 게마인데 간, 또는 복수의 게마인데 간 공간계획을 균형 있게 수립하고 상호 조정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이 도구는 공간계획이나 지역발전콘셉트가 지역의 필요 등 이해관계에 맞추어지도록 준비하고 실행하는 법적 기반을 제공하는 효력을 가진다. 예를 들면, 도시 네트워크를 수립한 다수 게마인데 간 체결하는 공간계획협약, 주 간 체결하는 공간계획협약, 지역 공간계획협약 등이 있다.
게마인데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비법정 계획도구는 부문 발전계획, 도시발전계획, 부지역 발전계획, 프레임 워크 발전계획, 도시발전협약이다.10) 부문발전계획 또는 도시발전계획의 공간 및 내용적 대상은 게마인데 전역 또는 커뮤니티 단위에서 사회·문화·경제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발전프레임웍을 수립하는 것이다. 예비 토지이용계획과 법정 토지이용계획, 부문계획 간 상호 조정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이외, 예비 토지이용계획에 구체적인 형태를 부여하기 위해 공간개발의 우선순위 설정, 특정목적의 공간모델 개발, 게마인데의 장과 행정 담당자가 계획과정에서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보조도구 운영, 법정 계획을 수립하기 전의 초기단계에서 공간계획과 관련된 상충되는 이해관계와 갈등을 사전에 인지하고 제거하는 목적 등이 있다. 이 계획은 일자리, 주택, 인프라, 설비, 교통 등 주제별 하위계획으로 구성하며, 도시개발 및 공적 투자, 민간투자유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을 주요하게 다룬다. 도시발전콘셉트를 다루는 경우 시각화된 도면이나 마스터플랜 형태가 아니라 글과 프로그램 등 개발수법으로만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지역 여건의 계획적 필요에 대응할 수 있는 범위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으며, 축척은 대체로 1:5,000~25,000, 계획 목표기간은 중장기이다. 대체로 어번 포럼, 플래닝 워크숍, 시민 토론회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계획의 주요 아이디어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다.
부지역 발전계획은 게마인데의 부분지역을 대상으로 하며, 지역의 공간특징에 따라 계획형태가 결정된다. 주요 운영목적은 전체적이고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이 달성하기 어려운 특정지역의 계획목표를 단기간 작은 공간단위에서 예비 토지이용계획, 부문계획을 연계하는 것이다.11) 이 계획은 주로 토지이용의 분배, 도시설계, 통계측정의 형태와 우선순위 등 다양하고 차별적인 공간개발을 제안하는 부분지역 마스터플랜 형태이며, 축척은 대체로 1:5,000~10,000, 계획 목표기간은 단기 또는 중장기이다.
프레임 워크발전계획은 우리나라에 라멘플란으로도 소개된 바 있으며(이원영 외, 2008) 가장 널리 알려지고 운영되고 있는 마스터플랜 유형이다. 공간 및 내용적 대상은 근린단위 또는 부분지역으로 예비 토지이용계획과 법정 토지이용계획의 중간단계 공간규모에 해당된다. 운영목적은 근린단위에서 예비 토지이용계획을 구체화하고 법정 토지이용계획의 기초를 제공하는 목적이 가장 중요하며, 도시근교개발, 도시 내 취약지역 재생 등 특정 주제에 대응하거나, 행정과 개발투자자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실행계획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된다. 예비 토지이용계획의 토지이용 범주를 바탕으로 법정 토지이용계획에서 규정하는 물리적 공간구조를 제시하는데, 보통 법정 토지이용계획에서 제시하는 것보다 더 상세하고 구체적인 물리적 공간구조를 제시한다. 예를 들면 공간구조, 도시기능, 도시설계, 사회경제, 생태 부문계획 등이 해당된다. 주로 도시설계 공모를 통해 수립하며, 축척은 대체로 1:1,000~5,000로 예비 토지이용계획과 법정 토지이용계획 중간단계에 해당되며 목표기간은 중기이다.
도시발전협약은 연방건설법전 §11, §124에 근거하여 게마인데와 민간개발자가 수립한다. 주로 법정 토지이용계획의 목적을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토지 재배치, 토양오염해소 등이 필요할 경우, 또는 주택공급 등 부동산 개발이 필요할 경우에 협약을 체결한다.
Ⅲ. 독일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사례 분석
1. 조사개요
사례조사의 목적은 게마인데의 실질적인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형태를 살펴보는 데 있다. 상술한 바와 같이 독일 연방정부는 게마인데마다 계획자치권의 전통에 기초하여 고유한 비법정 계획도구의 유형과 명칭, 운영방식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기 때문에 이에 관해 보편화하거나 표준화하지 않는다. 이를 고려할 때 본 사례조사는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의 공통점을 도출해내는 데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각 사례는 공간계획체계에서 비법정 계획도구의 실제 운영을 게마인데 여건에서 확인하는 단일사례조사이다. 다시 말해, 사례조사의 목적과 내용은 각 사례가 어떠한 유형적 대표성을 가지지 않으며, 사례의 특징이 종합적이고 전반적인 운영특징과 일반원칙을 의미하도록 설계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힌다.
사례는 게마인데가 재량에 의해 발주, 계획수립, 의결·승인하는 경우와 연방재정보조사업의 지침에 따라 게마인데가 사업신청 전에 재량으로 수립하는 경우로 구분하고, 인구규모, 도시·농촌 형태가 다양한 여건에서 각 계획도구의 유형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선정하였다(Table 3).
조사대상은 게마인데 재량에 의한 사례의 경우 인구 약 3.3만 명, 면적 약 86km2의 뮬하우젠 공간구조계획, 약 1.5만명, 약 189km2의 배어스론 운터도르프 콘셉트계획, 약 30만 명, 173km2의 칼스루에 공간계획협약, 약 22만 명, 214km2의 뤼벡 프로세스 계획이고, 연방재정보조사업 선결조건에 따른 사례는 인구 약 4.7만 명, 86km2의 레다 뷔덴브룩 마스터플랜과 칼스루에 통합도시발전콘셉트계획이다.
사례별 조사항목은 ①운영목적, ②수행주체, ③지역여건, ④계획내용, ⑤계획수립과정, ⑥후속조치이다. 뮬하우센과 배어스론 사례의 경우 계획실무 담당자 면담을 통해 계획용역 발주 전 단계에서 게마인데가 비법정 계획도구 유형과 절차 등 ⑤의 사항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과정으로 분석하였다. 칼스루에 공간계획협약의 경우 결과물이 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④ 항목에 대해 협약내용을 조사하고 ⑤, ⑥ 항목 대신에 협약의 근거가 되는 선행계획을 조사하였다. 조사방법은 문헌검토, 포털검색, 계획의 중간결과물 및 최종결과물, 회의록, 팸플릿, 홍보자료, 언론자료 분석, 그리고 뮬하우센 및 배어스론 계획용역을 실제 수행한 독일 소재 도시계획·도시설계·건축분야 전문업체 담당자 면담이다.
2. 조사결과
살펴본 사례는 게마인데 재량으로 선택하고 운영한 비법정 계획도구로 비법정 공간계획 수립, 협약체결, 조직과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으며, 결과물은 모두 의회의결을 통한 승인절차를 거쳐 행정적 구속력을 갖추거나 사법에 의한 계약, 연방재정보조사업 신청·선정의 형태로 실효성을 갖추었다. 의회의 참여는 최종 승인단계뿐만 아니라 기획과 실행단계에서 계획보고, 의견청취, 포럼운영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각 사례별 조사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Table 4). 뮬하우센은 튀링겐주에 위치하는 시이며, 당시 주택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신개발지의 위치와 규모를 지역 공간구조를 고려하여 지정하고자 하였다. 시장, 담당부서장과 도시계획 및 시민참여기획분야 외부전문가가 참석한 컨설팅회의에서 계획도구로써 공간구조계획 운영 및 시민참여절차 2회 운영을 결정하였다. 공간구조계획(2019년)은 도시설계·토지이용구조·교통·공간 부문 분석을 통한 지역 취약점 및 잠재력 도출, 사명선언문 수립, 계획의 목표 및 공간구조콘셉트 설정, 신규 주거지 개발을 위한 도시설계특별지역 대안검토 및 도시설계 가이드라인으로 구성된다. 계획의 후속조치로 도시설계공모가 추진되었다.
베어스론은 바덴 뷔르템베르크주에 위치하는 농촌이다. 연방정부가 주관하는 시범사업(Baukultur Konkret) 추진과정에서 제안된 운터도르프 지구계획 수립을 위한 계획 아이디어와 공간전략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절차 설계과정은, 게마인데 장, 담당부서장과 도시 관련분야 전문가의 컨설팅 회의에서 거버넌스, 사업추진체계, 공모유형 및 심사방식, 시민참여과정 등 계획과정과 운영방식 전반을 설계하고 결정하였다. 거버넌스부문에서는 전문가중심 자문위원회 구성, 건축부서장·지역조경과장·관광과장·의회의장·의회그룹·지역건축가·관련지식을 갖추고 참여에 관심 있는 시민·고령자주택 개발자 등 다양한 지역주체 선정 및 계획과정 참여를 방침으로 결정하였으며, 모니터링 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사업추진체계는 3단계를 거치도록 설계하였는데, 1단계 사명선언문 수립을 위한 공간기획, 2단계 도시계획·건축·조경·교통계획 분야 아이디어 공모 및 3개 팀을 선정하여 아이디어 개발, 3단계에서 2단계에 도출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1단계 공간기획과 통합하여 지역발전구상을 수립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공고문 작성과 발주방식이 복잡해짐에 따라 단계별 선정기준을 정하였다. 1단계는 신청업체의 레퍼런스로만 선정, 2단계는 1단계에서 선정된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 심사, 3단계는 2단계에서 선정된 업체의 발표 및 위원회 심사를 거쳐 도시계획, 건축, 교통, 조경분야 전문성을 갖는 3개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시민참여과정도 1단계 및 2단계의 결과물을 반드시 시민에게 발표, 토의,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 단계로 이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시민의견을 포함한 중간결과물은 자문위원회 논의, 모니터링위원회와 주민이 참여하는 라운드 테이블, 특정 주제발표 후에 주민자유토론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는 컬로퀴엄을 거쳐 최종적으로 신규 개발지 시나리오의 우선순위와 콘셉트를 정하도록 하였다. 운터도르프 콘셉트계획(2014년)은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하는 3차례 콜로키엄을 모두 1박 2일 규모로 운영하면서 시민과의 심도 있는 토의를 거쳤으며 시민과의 소통은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 도구뿐 아니라 벽보게시, 전단지 배포, 지역언론보도 등을 통해서도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칼스루에는 바덴 뷔르템베르크주에 위치하는 시이다. 시는 기수립된 커뮤니티발전계획(2002년)에서 지정한 약국 등 복합소매 거점 개발부지에 대한 계획의 실행을 위해 토지소유권 및 개발관련 이해관계자인 3개 지역근린협회가 협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다(2016년). 협약사항은 소매용도 지역공급을 위한 커뮤니티개발계획의 절차 준수, 사업예정부지의 특별건축구역 지정, 구역 외 지역에 대한 당해용도 불허규정 준수, 협약이행을 위한 관련 법정계획 변경조치, 계약의 이행·관리감독 책임자 지정에 관한 사항이다.
뤼벡은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주에 위치하는 시이다. 뤼벡은 1930년대부터 약 700년간 자유시의 지위를 가진 전통을 바탕으로 시민권 조례, 절차 규칙, 디자인전문위원회 운영규칙을 두고 있다. 시민투표(2003년)를 거쳐 뤼벡 구도심 전체의 세계문화유산 지정 추진을 위한 디자인전문위원회를 발족하여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2015년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행정적으로 연방정부의 바우컬처(Baukultur)사업 지원과 연방 바우컬처 재단과의 거버넌스, 주정부 농촌통합·평등·내무부 내 건축주택국, 국토계획·농촌지역국과의 공간정책 및 건축문화 부문 협력기반을 갖는다. 절차계획은 시민권회의에서 절차규칙으로 결정(Geschäftsordnung, 2006.9.28.)되었고, 디자인전문위원회가 다루어야 하는 주요 공간개발사업의 범위, 발주기획, 자문, 심의, 의결, 지침 제시 등을 할 수 있는 기준을 게마인데의 법규로 결정하였다.
연방정부가 특정 연방재정보조사업의 선결조건으로 비법정 공간계획을 수립하도록 함에 따라 레다 뷔덴브룩은 2020 마스터플랜(2010년), 칼스루에는 2020 통합도시발전 컨셉계획(2012년)을 수립하였다. 레다 뷔덴브룩은 노스 라인베스트팔리아주에 위치하는 도농혼합시이다. 농경지가 약 58%를 차지하며 인구 4만 여 명이 거주하는 두 개의 타운과 각 1천 명 남짓 인구가 거주하는 4개의 빌리지가 혼합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도농혼합시와 유사하다. 시는 장기적으로 인구감소와 고령사회에 적응하며 재정적·정치적 불확실성 증가 등 지역변화 적응경로를 설정하고 이에 따른 지역발전 방향을 마련하고자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였다. 마스터플랜은 향후 지역개발에 대한 시민의사결정의 기반으로써 작동하도록 과정을 설계했는데, 크게 지역의 공간조건이 되는 사항에 대한 분석단계, 이와 연계된 시민포럼 및 주제별 워크숍을 통한 광범위한 시민참여과정으로 구성된다. 시민포럼에서 성장과 축소의 상반된 발전시나리오를 두고 각 시나리오의 가능성과 다양한 지침에 대한 논의를 통해 시민들이 양극단의 시나리오를 폐기하되 결과적으로 인구예측을 바탕으로 기회로서의 축소 및 추세에 맞는 성장이라는 키워드의 지역발전개념을 정립하고 주거지역, 휴경지 및 잠재영역, 도심, 연결축, 청년 등의 주제별 워크숍을 통해 중심장소 및 공간개발 우선순위 설정 등 도시관리 전략에 관한 미래 공간개발 지침을 마련하였다. 이 과정에서 행정, 전문가 그룹, 기술위원회가 현장조사, 실무협의 등을 지원하였다. 마스터플랜과 지침은 주민이 합의하고 의회가 의결하여 지역의 축소와 발전에 관한 시나리오를 확정하였다는 점에서 레다 뷔덴브룩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지역개발·관리 전략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
칼스루에 2020 통합도시발전 콘셉트계획은 연방재정보조사업 신청을 위한 사전적 계획이자, 이미 수립된 2015 칼스루에 마스터플랜에서 제시한 실천전략을 시민참여를 통해 심화·구체화하여 계획내용을 재정비하는 목적도 겸하였다. 시장 주재 킥오프 이벤트, 시의회가 주도하는 미래포럼 5회 운영을 통해 계획목표, 학제 간 통합적 공간전략, 갈등해결방안, 개발사업의 정의 및 우선순위 선정기준을 마련하였다. 위원회 주재 워크숍, 기술위원회 전략컨설팅, 시민 참여 전문가포럼을 통해 지역 정치인 및 정치단체, 주요 기관, 시민단체와 주민토의가 이루어졌다. 계획의 최종결과물인 통합도시개발 템플릿은 의회의결을 거쳐 확정하였다. 전체 계획과정은 시 내부관리혁신팀이 전담하여 참여과정이 활발하고 시기적절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하였다.
3. 종합분석 및 시사점
조사결과에 대한 종합분석은 비법정 계획도구를 운영하는 지역여건 및 목적, 실효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로서의 참여주체, 결정주체, 계획수립과정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비법정 계획 수립취지와 지역여건을 살펴보면, 사회변화에 따른 도시개발, 공간계획 주제변화에 유연한 문제맞춤형 대응, 대안적 계획 수립을 통한 법정계획 수립절차 준비, 도시재생과 사회통합적 공간개발에 대한 요구증대에 따른 도시발전 콘셉트의 중요성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게마인데의 경우, 인구감소, 고령화에 따른 장기적인 발전콘셉트 필요, 집중개발지역에 대한 비법정 규제도구 및 가이드라인 활용, 종합·부문계획 목표 마련(예를 들면 교통개발계획, 주택개발계획, 사회적 인프라 개발계획 등), 전체 행정구역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사업이 필요한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경우로 나타난다.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목적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게마인데 건설기준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신개발지의 위치와 규모 결정 및 관련 이해관계 조정을 통한 건설기준계획 재정비 준비, 기시행한 공공사업에서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 제시, 기 수립된 비법정 공간계획 결정사항의 이행을 위한 협약체결, 시민투표 및 의회의결 결과의 후속조치, 연방재정보조사업 지원 신청, 기 수립된 공간계획 재정비 필요 등이다.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과정의 참여주체는 크게 행정, 의회, 시민, 근린협회, 전문위원회, 기술위원회와 도시계획·도시설계·건축·조경·주민참여분야 전문가, 연방정부, 연방재단, 주정부 담당부서로 구분된다. 이 중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 및 관련용역 발주단계의 의사결정 주체는 대체로 행정과 전문가로 나타나며, 최종단계의 결정주체는 의회로 나타난다. 중간과정에서의 의사소통, 의견수렴, 추진방향 협의의 주요 주체는 의회, 시민, 계획용역 수행업체 및 전문가이다.
비법정 계획도구의 실효성은 일차적으로 법정계획 주민참여 2회 이상의 최소기준을 만족하는 주민참여과정과 의회 의결을 통한 운영결과의 확정절차로 확보되고, 필요한 경우 후속조치로 실천력을 갖추는 것으로 보인다. 의회는 의결절차뿐만 아니라 기획 및 계획 수립단계에서 실제적인 계획주체이자 의결주체로 역할을 수행한다. 후속조치는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의 실효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측면인데, 설계공모 발주지침, 토지이용계획 재정비 용역 발주지침, 관련 법정계획 변경조치 또는 이에 관한 협약, 계획의 발주·자문·심의 전담조직 설치 및 운영 등이다. 사례에서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주체는 모두 행정이지만, 칼스루에 공간계획협약 사례를 보면 협약주체는 지역근린협회로 반드시 행정에 대한 구속력으로 제한되지 않으며 강력한 사적소유권 제어장치로써도 작동됨을 보인다. 이러한 실효성은 계획도구 운영과정에서 지역사회의 폭넓은 참여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통해 도출한 토지소유주와의 합의로 뒷받침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재정보조사업의 선결조건으로 요구되는 비법정 계획의 구체적인 사항도 게마인데 재량으로 결정되며, 의회의결을 거쳐 행정계획의 구속력을 갖춘다. 계획도구 유형, 목적, 항목, 절차 모두 두 사례에서 공통점은 없으며, 게마인데 여건과 계획의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내용과 절차를 설계함을 알 수 있다. 칼스루에 통합도시발전 콘셉트계획과 배어스론 콘셉트계획을 비교해보면, 계획도구 명칭은 같지만 계획의 공간적 범위, 항목과 절차의 모든 면에서 공통점이 없다는 점을 볼 때 비법정 계획도구가 유형화될 수는 있으나 계획체계 운영주체가 얼마든지 정의하고 변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전문가 인터뷰 시 지속적으로 강조된 측면이기도 하며, 독일 연방정부가 공간정책 및 공간계획 운영실태에서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의 재량과 다양성을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Phal-Weber and Henckel, 2008). 이는 비법정 계획도구의 유형, 목적, 절차를 설계하는 기획단계, 즉 계획 발주 전의 기획이 게마인데의 재량권한에 속하며 이 단계가 계획자치권 실천의 중요한 단계임을 보여준다.
(1) 도구 역할 측면
첫째, 비법정 계획도구는 실행계획의 역할을 가지며, 법규에 구속되지 않기 때문에 지역맞춤형으로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계획모델 실험도구로도 운영된다. 이는 지역여건과 계획 운영방향에 따라 내용과 절차를 재량으로 설계할 수 있는 강점을 부여한다. 비법정 계획도구의 접근방식은 다양한 수준의 전략적 계획개념을 발전시키고 계획모델을 개발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간주된다(Ritter, 2005). 특히, 전략계획, 공간개발 측정, 지역발전개념의 정교화, 지역관리를 위한 지역마케팅, 도시 네트워크 개발, 재개발구역의 도시설계 이니셔티브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공간계획법 §7 (2)에 의거하여 권장되고 연방정부의 각종 재정보조사업에 적용된다.13)
둘째, 비법정 계획도구는 공간계획체계에서 법정계획의 보충적 역할을 수행한다. 법정 토지이용계획 미수립 지역의 보충적 계획지침 역할은 지역여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독일은 법정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일단의 지역에서 연방건설법전 규정만 충족하면 건축 인허가가 되는 계획의 자유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이는 공간계획법 및 연방정부 가이드라인에서 정하는 공간정책의 이념적 가치로 공간질서 형성의 원칙에 토대를 두어 다양한 준거틀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비법정 계획의 법정 계획에 대한 보충적, 지침적 역할이 작동된다. <Figure 3>은 예비 토지이용계획은 반드시 수립되어 있고 법정 토지이용계획 유·무, 비법정 공간계획 유·무의 여건과 이에 따른 비법정 계획도구가 필요로 하고 작동하게 되는 다양한 여건을 보여준다. ①과 ②는 프레임 워크발전계획 유·무에 차이가 있지만 법정 토지이용계획은 모두 있고, ③과 ④는 프레임 워크발전계획 유·무에 차이가 있지만 법정 토지이용계획은 모두 없다. ①과 ②에서 게마인데는 법정 토지이용계획의 범위 안에서 비법정 계획도구를 운영하거나 이를 통해 법정 토지이용계획을 재정비한다. 이에 비해 ③과 ④ 여건에서 게마인데는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의 다양한 선택지를 갖는다. ③의 경우, 법정 토지이용계획이 없더라도 기수립된 비법정 공간계획과 기조성된 대지, 도로, 건축물 등으로 형성되는 공간질서가 지침적 역할을 하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하며(③-1), 기수립된 비법정 공간계획을 재정비하거나 이와 연계시켜 마스터플랜공모 또는 도시설계공모를 통해 비법정 공간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③-2,3). ④는 법정 토지이용계획과 참조할 만한 프레임 워크발전계획이 모두 없는 경우로 게마인데가 필지단위 법정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거나(④-1) 해당부지를 포함하거나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설계공모를 통해 비법정 공간계획이 가이드라인의 역할로 작동하도록 하고 이 절차를 법정 토지이용계획 수립의 사전 준비절차로 운영하는 것이다(④-2).
(2) 절차 설계 및 운영 측면
비법정 계획도구의 실효성은 운영절차에 근거하며, 이 운영절차는 대의민주주의에 입각한 의회의 역할과 계획자치권에 입각한 지방행정의 재량권 행사, 그리고 주민이 실질적인 실무협의와 협상 대상의 지위를 갖는 주민참여절차에 있다.
절차는 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획단계에 행정과 전문가의 협의를 통해 설계된다는 점에서 기획단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 다양한 비법정 계획도구의 보충적 운영을 위한 절차 설계의 자율성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측면을 주시하여 연방정부는 공간계획 가이드라인(2016년) 및 건축도시공간발전연구소(BBSR)와 연방 바우컬처 재단의 지원사업에서 게마인데마다 고유한 계획문화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공간계획과정에 과정의 질적 향상을 위한 0단계(Phase Zero) 운영을 권장하고 있다. 0단계를 운영하는 주안점은 지역의 필요에 맞는 결과물을 얻기 위한 계획 유형을 정하고 해당 계획유형에 적합한 발주방식을 정하며, 사업을 수행하는 전체 과정을 설계하면서 주민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FMTDI and BBSR, 2016).
실제 운영사례에서 0단계는 외부전문가의 지식과 주민의 경험적 지역지식을 통합하는 개방적 절차를 구조화하고 이해당사자간의 신뢰와 협력의 잠재적 장애물을 제거하고, 의사소통의 기초를 조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을 기획하는 0단계에서 다루는 내용은 계획도구의 유형, 계획의 목적, 절차, 공모 등 발주방식, 심사방식 결정에 관한 것으로 상당히 포괄적이다.
<Figure 4>는 뮬하우젠과 베어스론 사례의 해당 계획용역을 수행한 도시계획·건축설계사무소의 실무담당자와 면담으로 0단계에서 게마인데와 전문가가 설계하고 결정한 세부사항을 보여준다. 우선 게마인데는 지역의 공간구조 현안과 문제점을 발표하여 지역 내외부에 소재하는 도시설계, 건축, 공동체 분야 전문가들과 공유하였다. 이를 토대로 공간계획의 목적과 과제에 대한 협의를 통해 관련내용을 구체화하며, 계획목적과 과제에 부합하는 비법정 계획도구의 유형을 결정하고, 입찰·일반공모·소규모공모 등 용역 추진방법, 심사위원회 구성 등 심사방법, 주민참여과정, 의회보고절차 등 구체적인 사안과 절차의 흐름을 협의하고 결정하였다.14) 이 과정은 계획용역 발주 전에 행정방침을 결정하고 행정담당자가 제안요청서를 작성하여 발주를 진행하는 단계의 의사결정에 가장 중요하다. 또한, 연방정부의 MORO 및 ExWoSt 사업 추진체계를 따르는 연방재정보조사업 중 공간계획 실험모델과 관련되거나 계획과정의 질적 향상과 관련된 사업은 연방정부 가이드라인의 권장과 연계하여, 공모사업 지침서에서 게마인데가 전체 내용과 절차를 기획·설계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유연성을 부여하고 있다(BBSR 홈페이지).
Ⅳ. 독일 비법정 계획도구 관련 계획자치권 규정 분석
1. 지방자치제도에서의 관련규정
유럽연합은 지방자치헌장(European Charter of Local Self-Government, 1985) §3 (1)에 의거, 지자체가 ‘법으로 정하는 범위 내에서 수행하는 사무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모든 공공사무를 잠재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한다. 지방자치헌장은 지자체의 권리와 능력을 자기책임하에 규율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지자체의 재량을 확대하는 유럽연합 정책기조의 근거이다. 이에 따라, 독일 기본법 §23 (1)은 “유럽의 통일을 위하여 독일은 민주적, 법치국가적, 사회국가적, 연방국가적 원칙과 보충성 원칙을 준수하며 기본법에 본질적으로 상응하는 기본권을 보장”하고, 같은법 §28 (2)에 의거하여 모든 게마인데가 내부의 모든 문제를 조정할 책임과 자치행정권, 자치입법권, 재정자율권을 갖는 지방분권의 기본방향을 정한다.15) 기본법상 자치행정의 주체는 주와 게마인데이며, 지방정책은 지방분권과 관련된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의 사무배분을 핵심적으로 다룬다. 게마인데가 갖는 고권에는 지역고권, 조직고권, 재정고권, 인사고권, 계획고권이 있고, 자치법규에는 조례와 법규명령이 있으며 지방의회에서 제정·관할한다. 국가권력 분산을 규정하는 기본법 §80 (1)은 지방분권에 따라 조례에 포괄적 위임을 허용하며, 법규명령은 수권의 내용, 목적, 범위가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정남철, 2018). 또 한 가지 지방자치제도에서 정하는 중요한 원칙은 자치입법권의 맥락에서 게마인데 이외에 민간영역의 대학 등 교육기관, 상공회의소, 의사협회, 변호사협회 등 경제·직업단체, 방송시설, 사회보장기관, 재단 등 기관·단체의 규약을 조례로 인정하여 자치행정에 포괄시킨다는 점이다(기본법 §28; 공간계획법 §3 (1) 5호).16)
계획자치권 관점의 계획체계에 관한 규정은 게마인데의 공간계획에 대한 전권한성에 관한 규정과 연방에 대한 주의 경합적 입법권, 일탈입법권에 관한 규정이며 모두 기본법에서 정한다. 기본법 §28 (2)는 “게마인데에 대하여 모든 지역공동체의 사무를 법률의 범위 안에서 그 고유한 책임으로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게마인데가 관할지역 사무에 해당하는 공간계획에 대한 전권한성, 즉 계획 수립권, 승인권, 조정·참여권을 갖도록 한다.17)
주는 경합적 입법영역에서 연방이 그 입법권한을 연방법률로 행사하고 있지 않은 동안 그 범위 내에서만 입법권을 가지며(기본법 §72 (1)), 연방이 자신의 입법권한을 행사한 경우 법률로 그에 상반하는 규정을 둘 수 있는 일탈입법권(기본법 §72 (3))을 갖는다(김연신, 2019). 주의 일탈입법권이 인정되는 사항은 연방이 기본법 §72 (2)에 의거하여 §74 (1) 4호, 7호, 11호, 13호, 15호, 19a호, 20호, 22호, 25호, 26호의 영역에서 연방 내 균등한 생활관계 형성이나 법적·경제적 통일성 유지를 위한 전 국가적 이익 차원에서 연방법률의 규정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그리고 그 범위 내에서 갖는 입법권에 대해서이다. 공간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사항은 자연 및 자연경관 보호, 대지분배, 공간계획,18) 수자원관리 4개 항목이 해당된다.19) 연방과 주의 경합적 입법사항은 총 33개 항목이며, 이 중 공간 관련사항은 9개로 토지, 천연자원 및 생산수단의 공유재산화, 농·임업 생산의 진흥(경지정리법 제외), 식량확보, 농·임산물의 수출입, 어업(원양어업과 연안어업) 및 연안보호, 도시계획상 토지거래, 토지법(개발분담금법 제외), 주택보조금, 주택건설법, 도로교통, 자동차제도, 장거리 교통을 위한 주 도로의 건설·유지, 연방철도가 아닌 궤도(산악철도 제외), 자연 및 자연경관 보호, 대지 분배, 공간계획, 수자원관리가 해당된다(기본법 §74 (1)). 이 중 주에 일탈입법권을 부여하면서 경합적 입법사항에 중복 해당하는 공간관련 주요사항은 자연 및 자연경관 보호, 대지분배, 공간계획이다. 공간계획 전반에 대한 주와 게마인데의 계획자치권이 지방자치제도에서 중요한 근거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본법에서는 주 및 게마인데의 계획도구 유형에 관해 규정하지 않으며 오직 연방의 계획도구 유형에 관해 규정한다. 연방 법정 계획도구에 관한 규정은 하위 계획도구에 관한 규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방에 대한 초지역적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입법권을 연방정부에 부여하는 수준은 연방헌법재판소의 판시에 따라 연방정부가 ‘윤곽만을 정하는’(Rahmenkompetenz) 입법권으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초지역적 종합계획의 근거가 되는 법률과 윤곽을 설정하는 가이드라인만 수립할 수 있고 축척이 있는 도면은 고시할 수 없다. 연방의회는 오직 기본법에 전속적, 경합적, 또는 윤곽을 정하는 입법관할권이 명문으로 인정되어 있거나 그 대상의 본질상 또는 실체적 관계를 종합해 본 결과 연방의회의 입법관할권이 인정되어야 할 불가피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입법권이 부여된다(Hesse, 1999; 오준근, 2016). 기본법 §70 (1)에 따른 공간계획 관련 입법권 권한배분은 우선적으로 각 주 의회에 부여된다.
기본법은 계획도구 운영내용에 대해 정하지 않는다. 연방은 기본법의 관련규정에 따라 제정하는 공간계획법에서 연방의 계획도구 운영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두며, 주는 연방 공간계획법에 따라 정하는 주 공간계획법에서 주 및 게마인데의 법정·비법정 계획도구 운영내용을 정한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절의 공간계획제도에서 살펴본다.
기본법은 계획도구 운영절차에 관해 정하지 않는다.
2. 공간계획제도에서의 관련규정
1990년대 이후 독일은 공간정책분야에서 사회구조 및 지역발전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이에 대응하는 법정 공간계획의 한계와 결함이 누적되는 문제를 심도 있게 논하면서 모든 계획수준에서 비법정 공간계획의 중요성을 의심할 여지없이 인정하게 되었다(Phal-Weber, 2010). 이에 연방정부는 1990년대 후반 공간계획법 등 관련법령에 새로운 계획개념을 명시하고 법정 공간계획과 비법정 공간계획 간 상보적 관계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진술이 대폭 반영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였다(Phal-Weber, 2010; Danielzyk and Sondermann, 2018). 기본법 §70 (1)에 따라 제정된 공간계획법 §1는 연방영역의 종합적, 초지역적, 부문을 뛰어넘는 공간계획이 공간질서 형성에 관한 상호협력, 공간관련 주요계획의 조화를 통한 개발, 조정, 규율을 원칙으로 한다. 기본법에서 자치입법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함에 따라 계획자치권 실현주체에 대해서도 공간계획법 §14에서 주와 게마인데, 게마인데와 게마인데, 민간업체·기관 및 비정부조직은 지역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동등한 주체로 간주하며, 비법정 협력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20) 또한, 독일 연방내각 각료회의에서 정한 연방정부 공간정책 가이드라인은 ‘독일이 수년간 경험을 통해 공간정책 목적달성이 이미 제도화된 지역계획 수단으로는 불충분하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이 동원되어야 하며, 지역여건에서 새로운 사고와 접근방식으로 추진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FMTDI and BBSR, 2016).
공간계획법 §17은 연방의 초지역적 종합계획이 법규명령의 형태로 제정되며, 초지역적 목표만 추구하고 주 및 게마인데의 지역계획을 불필요하게 제약하거나 대체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주는 공간계획법에 따라 주별 법률을 제정·시행하며, 이 법에 따른 주 종합계획에서 거주체계, 자연환경 및 보존지역, 개발불능지역을 포함한 공간구조, 교통과 에너지 등 사회간접자본 배치구조 등을 결정한다. 게마인데가 수립하는 공간계획은 주 종합계획이 정한 공간구조의 범위와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행사된다. 그러나, ‘연방과 주는 게마인데 특성을 배려하고 구체성을 최대한 배제하여 게마인데에 충분한 공간구조 형성의 자유를 부여’(오준근, 2016)하도록 하여 계획체계가 하향적·계층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독일 공간계획체계에서 대류원리에 따른 게마인데의 상위계획 참여·조정권에 관해서는 2장 1절에서 서술하였다.
연방건설법전 §1 (6)과 공간계획법 §2 (2)은 법적 절차에서 일부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을 권장하면서 계획도구 유형을 규정한다. 예를 들면 게마인데가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할 때 도시발전개념 수립결과를 반영하도록 하거나 초접경 지역계획에서 지역발전개념이나 수요예측 등 사전적으로 수립한 비법정 계획결과를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가 수립하는 법정 공간계획은 비법정 공간계획에서 발전되어야 하며(공간계획법 §13 (2)), 게마인데가 지구계획 또는 도시발전계획 등 비법정 공간계획을 수립할 경우에도 공간계획법 §7 (2)에서 정하는 계획형량21)의 결과를 따라야 하며, 이는 계획형량에 관한 공간계획법 §8(환경평가), §9(참여절차) 관련규정도 연계되도록 하고 있어 상술한 규정을 따르는 비법정 공간계획의 법적 효력의 근거가 된다. 또한, 기존 부문계획간, 관련계획간 상호의존적이고 통합적 개념을 위한 계획간 연계를 고려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와 게마인데 간 합병에 의한 통합적 지역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연방건설법전 §204에 의한 공동 토지이용계획의 기능을 수행하는 비법정 공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공간계획법 §13 (3), (4)).
공간계획법은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내용에 관해 별도로 정하지 않고 주와 게마인데의 재량권에 둔다. 다만, 연방건설법전에 따른 도시재생, 사회적 통합개발, 주민참여를 통해 수행된 계획에서 지역의 발전콘셉트를 다루는 비법정 공간계획의 경우에는 ‘내부적 법적 구속력(internally binding)’을 갖는 것으로 규정하여, 특정사안에 대한 법의 실효를 보장한다(연방건설법전 §1, §33, §171e; Phal-Weber and Henckel, 2008).
공간계획법은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절차에 관해 별도로 정하지 않는다. 다만, 행정이 법정계획에 요구되는 주민 의사형성과 참여에 준하는 참여과정을 운영하고(Ritter, 2005), 이의 행정의 자기구속 원칙22)에 의거하여 주민공청회, 주민제안 및 자문적 주민질의, 또는 이에 준하는 주민참여 워크숍 및 포럼, 주민토론 중심의 컬로퀴엄, 주민대상 아이디어 공모방식의 디자인 샤렛(design charrette) 등이 수행된다.
V. 결 론
1. 분석종합
계획자치권 관점에서 살펴본 독일 공간계획체계와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첫째, 독일 공간계획체계에서 비법정 계획도구는 지방분권에 토대를 두고 기본법 및 지방자치제도가 공간계획제도와 체계적으로 연계되어 계획자치권 관점에서 활발하게 운영된다. 즉, 비법정 계획도구의 운영은 주와 게마인데의 계획도구 유형과 절차 운영에 있어 재량을 뒷받침하는 계획자치권의 실천행위이다. 계획자치권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는 사항은 유럽 지방자치헌장과 독일 기본법에서 정하는 지방분권의 기조, 법률의 범위 내에서 수권의 내용·목적·범위 규정, 민간영역의 각종 기관·단체 규약의 조례 인정을 통한 게마인데 자치행정의 다양한 협력주체 활성화, 게마인데의 공간계획에 대한 전권한성, 연방에 대한 주의 경합적 입법권 및 일탈입법권 등 공간계획에 대한 포괄적 재량을 인정하는 것이다.
둘째, 공간계획법, 연방건설법전, 행정절차법, 연방정부 공간정책 가이드라인은 기본법에서 포괄적으로 위임한 자치입법권의 수준에 맞추어 계획자치권 실현수단의 운영근거가 된다. 공공·민간부문 주체 간 비법정 협력방식의 지원, 연방과 주의 공간계획의 구체성을 최소화하여 게마인데가 충분한 공간구조 형성의 자유를 실천할 수 있는 공간계획체계 운영의 기본방향 제시, 지역여건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비법정 계획도구를 법정 계획도구의 보충적 도구로 운영할 수 있는 유형, 운영내용 및 절차와 관련된 제도로써 작동한다(Federal Office for Building and Regional Planning, 2001).
셋째, 독일은 법정 계획도구와 비법정 계획도구의 역할을 정치·행정·사회적 협상 프로세스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역할로 정의하며 이 관점이 독일의 고유한 계획문화의 바탕이 되고 있다(Gorsler, 2002; Pahl-Weber, 2010; Danielzyk and Knieling, 2011). 살펴본 사례에서 비법정 계획도구는 법정계획 수립 이전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사전협의, 기획에 관한 논의, 관련주체 조직화 등을 추진한 것이라는 점에서 법정 계획도구의 기획과정 일부로 이해할 수 있고, 예측 시나리오, 다양한 발전시나리오 검토는 법정 계획의 이해관계 및 갈등 조정의 과정 일부로 이해할 수 있으며, 협약체결, 공모 시행 등은 계획의 실행과정 일부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이해는 비법정 계획도구를 운영하는 행정의 관행을 관료적 관행이 아니라 계획자치권에 따른 고유한 계획문화에 토대를 둔 계획 실천행위로써 그 효력을 뒷받침한다.
넷째, 계획자치권 관점에서 비법정 계획도구의 유형과 운영은 독일에서 일반화하거나 표준화할 수 없지만 주와 게마인데 차원의 차별적 운영, 법정 계획도구 운영목적과 연계된 운영기조, 법령의 근거, 정부지침에 의한 권장, 행정의 자기구속적 실효성에 따라 게마인데별 공간계획체계 내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 수준이 보편적 특징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독일 비법정 계획도구는 계획도구 운영결과의 구속력과 실효성을 법적 규정에 의하기보다 계획자치권을 가진 주체로서의 게마인데 의회와 시민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적 협의과정과 협약이 갖는 사법적 구속력을 통해 갖춘다(Priebs, 1998; Fürst, 2001). 그렇기 때문에 계획의 구속력을 만드는 근거로써 이해관계자의 계획과정 참여의지를 발휘하게 하는 적절한 절차 설계가 계획의 전제로 강조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itter, 2005).
2. 국내 공간계획체계 개편 논의에의 시사점
공간계획체계는 ‘해당 국가의 중앙·지방정부 관계, 토지소유 및 관리제도, 지방행정 관행 등 다양한 관계망의 산물’로써 특정 국가의 계획체계와 관련제도를 우리나라에 이전하여 적용하기 위해서는 단순비교가 아니라 맥락의 차이에 관한 비판적 고찰이 매우 중요하다(이주일·김인희, 2009; Hill, 2012; 김현수 외, 2015). 독일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공간계획체계에 적절한 함의를 도출하기 위한 맥락의 성찰과 비교, 차이점에 대한 엄밀한 분석은 본 연구의 한계이자 후속연구의 과제임을 밝힌다.
다만, 우리나라가 여러 법의 많은 영역에서 독일법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김남철, 1998; 오준근, 2016) 독일 공간계획체계에서 나타난 계획자치권의 법적 논리가 우리나라 공간계획체계 개편에 따른 계획자치권 논의구조에 시사하는 바를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공간계획체계에 비법정 계획도구 도입을 위한 논의구조를 정립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과제이다. 이는 단순히 독일사례 고찰을 통해 제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는 독일이 기존의 계층적 계획체계를 네트워크적, 협력적, 유연한 계획체계로 전환하는 데 있어 비법정 계획도구의 실험적 운영방법이 유용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최근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계획체계 개편 논의에서 비법정 계획도구의 역할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 공간계획체계는 계획자치권의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 헌법과 지방자치제도가 공간계획체계 관련제도와 상호 보완적으로 수권의 내용, 대상, 범위, 절차를 규정하는 법적 논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독일은 법으로 정하는 범위 내에서 지자체의 사무범위를 수행하되, 연방에 대한 주의 경합적 입법권 및 일탈입법권의 영역으로써 최소 행정단위인 게마인데에 공간계획 전권한성을 규정하는 법적 논리를 세운다. 이 전권한성은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를 절충하는 의회와 주민참여 중심의 통치원리와 연계되어 있다. 이에 비추어 계획자치권 관점에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와 공간계획체계 관련제도 개편의 논의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자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지방자치법 제11조 제2항과 지방분권법 제9조 제2항은 ‘지역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무는 원칙적으로 시·군 및 자치구의 사무’로 배분하여 지자체가 관련행정을 종합적·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이 되는 이 조문들을 두고 지자체의 계획자치권이 국가가 정한 법률과 명령의 범위 내에서만 주어진다고 보는 입장과 지자체가 계획자치권에 대한 전권한성을 갖는 보충성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는 입장이 양립한다(김남철, 1997; 김석태, 2005; 한귀현, 2010; 장교식·이진홍, 2014; 오준근, 2016). 국가 주권의 개념에서 전자는 권한배분이 하향적 방식으로 부여된다는 관점이고, 후자, 즉 보충성의 원칙은 권한배분이 상향적 방식으로 부여된다는 관점이다. 두 입장은 법적 정의로는 양립할 수 없지만 실정법과 공간계획체계에서는 절충되어 있다. 한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취지에서 보충성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어 앞으로의 권한배분이 상향적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는 정책 기반을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지만 논쟁의 여지는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우리나라는 계획자치권의 정의에 입각한 참여조정권의 실질적인 이양과 지방의회와 주민의 의사결정 참여를 통한 상향적 권한배분의 두 가지 차원에서 공간계획체계 개편의 법적 논리를 구조화할 수 있다.
(1) 계획자치권의 원리에 입각한 이양
우리나라 국토·지역·도시계획 분야에서 공간계획체계 개편과 권한이양은 헌법과 포괄적 지방정책의 위상에서 지방행정 전반을 포함한 지방분권 차원의 틀에서 조율되도록 관련법 체계에서 계획자치권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지방자치의 실질에 맞게 계획자치권을 보장하는 원칙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입법정책에 따라 계획자치권이 침해될 개연성을 낮추고 지자체가 자주적으로 지역의 공간계획을 형성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는 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부분이다(문채 외, 2013; 최봉석, 2019).
우선, 우리나라 여건에서 계획자치권을 정의하는 3대 권한인 수립권, 승인권, 참여조정권이 어느 층위까지 어느 수준으로 이양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국토·도시, 교통, 환경 등 공간과 관련된 계획, 사업,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계획체계에서 수립권, 승인권, 참여조정권이 정부, 시·도, 시·군·구, 읍·면·동에 어떻게 분배되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독일은 지역이 지역의 공간관리 필요를 가장 잘 알고 책임진다는 입장에서 최소 행정단위가 수립권, 승인권, 참여·조정권을 모두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치구조차 상당히 제한적인 수립권, 승인권을 갖고 있는 수준이다(양재섭 외, 2020). 주민생활과 가까운 행정단위의 계획자치권이 낮은 수준임을 고려하면 계획자치권 이양의 단계적 접근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계획자치권은 원리에 입각하여 수립권, 승인권, 참여·조정권을 균형 있게 이양해야 한다. 수립권, 승인권 이양수준에 비해 참여·조정권 이양수준은 미흡하며 이에 관한 논의도 많이 축적되어 있지 않다. 독일사례와 국내 연구결과(김석태, 2005; 한귀현, 2010; 김항집 외, 2012; 오준근, 2016; 김보미, 2017)를 참조하면, 지자체에 수립권, 승인권이 이양되어도 상위계획에의 참여·조정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수립권, 승인권의 실효도 제한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특별법에 따라 국가나 광역지자체가 수립한 상위계획이 지자체 계획에 우선하는 경우, 공간계획 승인절차에서 상급기관의 검토권한이 지자체 승인권을 침해하는 수준의 변경·조정권한으로 규정된 경우, 상위계획에 대한 지자체 참여를 의견청취로 제한하고 이의제기나 조정요청의 법적 근거를 두지 않는 경우 등 여러 침해실태를 파악하고 참여·조정권이 실질적으로 행사되도록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독일이 참여·조정권의 실효성을 공간계획체계 운영원칙으로 정립된 하향적·상향적 계획흐름을 혼합하는 대류원리를 통해 확보하였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하다. 우리나라도 개별법의 참여·조정권 규정에 우선하여 국토기본법에서 공간계획체계의 참여·조정권 운영원칙을 정립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관련논의는 독일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을 치밀하게 다루는 연구 토대 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독일은 연방제 국가로서 보충성 원리에 따른 상향적 권한분배 원칙이 정립되어 있으나 우리나라는 최근 지방자치법 개정취지에서 보충성 원리를 언급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권한분배 원칙으로 정립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독일 공간계획체계는 공간계획법, 연방건설법전과 부문별 계획법이 근간을 형성하는 단순한 구조인데, 우리나라는 국토기본법, 국토계획법, 부문별 계획법 이외에도 공간계획을 수립하는 사업법과 관리법이 대단히 많아서 공간계획체계의 구조 자체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국가와 지역적 차이의 맥락으로 고려할 사항이 많지만, 위 두 사항은 독일과 다른 방식으로 우리나라 공간계획체계에서 계획자치권의 법적 논리를 구성하기 위해 심도 깊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2) 권한에 기반한 참여 보장
다음으로, 지자체의 공간계획체계 운영절차에서 지방의회와 주민의 참여를 계획자치권에 따른 권한에 기반하여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계획자치 수준은 주민이 단순한 의견청취가 아닌 실질적인 협의와 협상대상의 지위를 갖는 참여절차와 지방의회가 주민대표 의결기관으로써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서 나타난다. 이는 지역이 직면한 인구절벽, 고령화, 기후변화, 지방소멸과 같은 복잡하고 예측이 어려운 사회·경제·고용·공간적 변화이슈에 밀착된 공간계획의 사회적 합의 토대를 형성하는 절차이자 지역이 공간관리의 주체가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지방자치의 핵심기관은 주민대표기관이자 의결기관의 지위를 갖는 지방의회로 본다. 그런데 지방의회 의결권은 지방자치법 제39조에서 정하는 조례의 제·개정 및 폐지, 예산 심의·확정, 결산 승인, 공공시설 설치·처분 등 11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조례로 별도의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14개 지자체만 이 조례를 두고 있고, 대체로 공유재산을 이용한 민자유치사업이나 사용·수익허가의 건, 일정 수준 이상의 사용료나 대부료를 지불해야 하는 공유재산, 일정 규모 이상의 공유지 등에 대한 의결권 위주이다. 실제로 공간계획의 수립, 승인, 참여·조정 절차에서 의회가 의견청취, 보고 등의 단순참여 이외에 어떠한 의사결정권한을 갖고 참여하는지에 관한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공간계획체계에 주민과 지방의회 의사결정권한을 부여하는 민주주의 통치원리를 연계하는 방식은 독일만의 특수한 계획자치권 형태가 아님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영국도 지역주권법(The Localism Act, 2011) 제정을 통해 지방정부에 포괄적 권한이양과 권한이양 대상에 최소 행정단위인 지역공동체까지 포함하는 지역주의(Localism)를 정부정책으로 수립하였다(NALC, 2010; Parker and Street, 2015). 지역주의 정책은 지역공동체 의회(parish and town council)의 근린계획(neighborhood planning) 수립권과 계획 준비단계에서 주요 이해당사자의 참여·협력의무를 중요 아젠다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지방자치법에서 지방의회 역할강화와 주민직접참여제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도시기본계획의 시민계획단 참여나 주민자치계획의 마을계획단 참여와 주민총회 의결 등 다양한 계획자치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방의회와 주민의 권한에 기반한 참여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이다.
그런데, 계획자치권 이양은 지자체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일괄적 이양은 지양해야 한다(이용우 외, 2018; 이원섭 외, 2018; 최봉문 외, 2019; 이희정 외, 2020). 정부는 지자체가 계획자치권 운영경험을 단계적, 체계적으로 축적하도록 중장기 로드맵을 설계하고 지방분권법 제10조에 근거하여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상향식 이양과정을 통해 계획자치권 이양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자체에 더 필요하고 실질적인 권한을 우선 이양해야 한다. 또한 기존의 심의·의결권을 가진 지자체 행정과 전문위원회의 역할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의회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새로운 전문역량 강화와 조직개편 등 행정체계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 공간계획체계 개편에 관한 논의는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 인구사회구조 변화, 지방소멸, 대도시 집중과 지역 간 격차 심화, 4차 산업혁명 기반 플랫폼 경제와 언택트 어버니즘 도래, 기후변화와 감염병 팬데믹 이슈 등에 대응하여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 읍면까지 이제까지와는 다른 공간 관리방식과 토지이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문채 외, 2013; 이우종 외, 2014; 김현수 외, 2015; 김홍배 외, 2019; 양재섭 외, 2020). 여기서는 최근 선행연구가 제기한 계획체계 개편과제 중 계획자치권 관점과 계획도구 운영 측면에서 도출된 계획체계 개편과제와 이에 따른 계획도구 실행전략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이에 대응하는 비법정 계획도구의 역할과 주요 도구유형을 검토하였다(Table 5).
이슈는 크게 열린 계획체계로의 전환, 계획 재량성의 보장, 시민과의 소통과 참여 확대, 인구감소·기후변화·4차 산업혁명 등 사회적 여건변화 대응의 네 가지로 구분된다. 열린 계획체계로의 전환과 관련하여, 계획의 역할변화에 따른 장기발전계획 활성화, 행정구역을 초월한 지역계획 도입, 토지이용관리기능 제고를 위한 지역특성별 용도지역지구제 용도·밀도 차등화 전략이 제시된 바 있다. 계획재량성 보장 이슈와 관련, 지역맞춤형 계획필요에 따라 부문별 계획을 차등화하거나 도시기본계획수립지침 상 특정주제별계획, 특정주제중심 계획 수립을 활성화하고 계획수립항목 구성을 차별화하는 전략이 제시되었다. 또한 중앙·지방 협력을 위한 계획계약제도 도입이 제시된 바 있다. 이에 대응가능한 비법정 계획도구 역할은 이해관계 조정, 법정계획 보완, 공간전략 특화, 법정 절차의 사전적 준비, 거버넌스 구축 차원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활용성이 높은 도구는 네트워크 계획, 접경부 공간계획, 시나리오 계획, 마스터플랜, 대안적 계획, 주제별 계획, 계획협약 등이다.
시민참여확대와 관련해서는, 중간단위 계획으로써 생활권계획 활성화와 시민참여계획단 운영 전략이 제시되었는데, 지자체가 재량으로 기획하는 0단계 운영과 참여형 절차설계, 근린에서 상·하위 계획 간 간극을 보완하고 관련계획을 연계하는 미시적 공간관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인구감소·기후변화·4차 산업혁명 등 사회적 여건변화 대응과 관련해서는,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특별자치단체제도, 협약제도 도입, 비도시지역 계획적 관리를 위한 토지이용계획 도구 개발과 공간환경계획 의무화 전략, 과학기술 기반의 유연한 계획수립 및 기초 공간정보 구축을 위한 계획기법 개발전략이 제시되었다. 이에 대응가능한 비법정 계획도구 역할과 도구유형은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협약, 행정통합의 근거 마련을 위한 공동토지이용계획 수립, 미시적 공간관리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공간단위의 계획 내실화를 위한 기초 공간정보의 사전적 구축 전략이 연계될 수 있다.
독일 공간계획체계는 지자체가 특정문제에 대한 특정상황에 적합한 방향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하게 조정된 절차와 계획도구 운영방법을 구성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갖는 운영구조를 갖는다.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여건에서도 비법정 계획도구는 공간계획체계 운영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수단으로써 의의를 가질 수 있다. 최근 국내 공간계획체계 개편과제의 실행력을 높이는 데 비법정 계획도구는 충분히 유용하다.
여기서 주목해볼 점은, 우리나라는 그간 법정 계획도구의 운영방식을 개편하거나 새로운 계획도구를 법제화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면, 독일은 법정 계획도구 운영체계의 안정성은 유지하면서 미시적 공간관리를 위한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을 활성화하여 공간계획체계 운영의 유연성을 더하는 전략을 취한 점이다. 이는 상위 행정주체보다 하위 행정주체의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이 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서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국내에서 이제까지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에 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배경에는 대도시 자치구나 중소도시 읍면까지 계획수립권이 부여되어 있지 않고, 공간사회적 변동이 적어 자체적인 공간계획 수립 필요가 적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도 주민생활과 밀착된 생활환경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이에 따른 공간관리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므로(이용우 외, 2018; 김홍배 외, 2019; 양재섭 외, 2020) 비법정 계획도구 도입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점이다.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목적과 결과를 법정계획에 대한 보완적 역할로 규정하면, 비법정 계획도구는 공간계획체계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계획자치권 실천수단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비법정 계획도구의 운영은 지역의 여건에서 운영상황을 살피면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본 연구는 계획자치권 관점에서 독일 공간계획체계의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특징과 관련제도를 고찰하고 국내 공간계획체계 개편을 위한 법적 논리와 비법정 계획도구 도입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간계획체계에서 법정 계획도구의 한계와 운영상의 보충이 필요한 측면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본 연구의 한계이다. 향후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구체적인 공간계획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계획자치권 이양현황, 지자체 운영역량, 법정 계획도구의 한계와 문제점 등 실태파악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국내 여건에서 다양한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사례 발굴 및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모델 개발, 단계별 운영확대를 위한 시범사업 추진방안, 추진단계에서 지역의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 애로사항과 이에 대한 개선방안, 지자체 행정 및 의회 역할 정립을 위한 조직개편방안에 관한 후속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건축공간연구원에서 2020년도 수행한 국외 교육훈련 결과보고서(독일 공간계획체계의 비법정 계획도구 운영에 관한 도시설계제도 특징 분석)의 일부를 발췌, 수정·보완한 것임.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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