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Planning Association
[ Article ]
Journal of Korea Planning Association - Vol. 56, No. 1, pp.177-196
ISSN: 1226-7147 (Print) 2383-9171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28 Feb 2021
Final publication date 08 Feb 2021
Received 27 Jul 2020 Reviewed 03 Nov 2021 Accepted 03 Nov 2020 Revised 08 Feb 2021
DOI: https://doi.org/10.17208/jkpa.2021.02.56.1.177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공간정보 접근성 격차 완화를 위한 드론 활용사례 연구 : 개발도상국 사례를 중심으로

박재현**
A Study on the Utilization of Drones (UAVs) to Address Spatial Information Accessibility Gaps by/with Disadvantaged Groups : Focused on Cases in Developing Countries
Park, Jaehyeon**
**Doctorate Student, Department of Urban Planning,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jaehpark@ucla.edu

Correspondence to: **Doctorate Student, Department of Urban Planning,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Corresponding Author: jaehpark@ucla.edu)

Abstract

The rise of drones (UAVs) for various civilian purposes is leading scholars and practitioners in the planning discipline to examine their potential. Despite its advantages as a methodological breakthrough, drone utilization might endanger disadvantaged groups in society as it might cause accessibility divides and exclusion, thus exacerbating the spatial information gap. This study examines cases of drone utilization in three developing countries in which the process and results help address the spatial information accessibility gap faced by disadvantaged groups in their everyday lives. Cases of forest mapping, slum mapping, and cadastral surveys are analyzed based on three aspects: technology and infrastructure, participation and empowerment, and system and institution. The results showed that drone use by and with disadvantaged groups is an alternative for addressing spatial inequality issues. Nevertheless, challenges remain regarding the quality of participation and empowerment, legal and institutional support, and technological advancements for better accessibility and affordability. As many drone utilization aspects still lie in a grey area in both developed and developing countries, these findings are relevant for domestic drone-related policies,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strategies, and programs armed with drones in Korea.

Keywords:

Drone, Spatial Information Accessability, Mapping, Disadvantaged Group, Developing Country

키워드:

드론, 공간정보 접근성, 매핑,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개발도상국

Ⅰ.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드론(drone)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차지한다. 드론은 강조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무인비행기(unmanned aerial vehicle, UAV), 무인비행시스템(unmanned aerial system, UAS), 원격조종비행기(remotely piloted aerial vehicle, RPAV), 원격조종비행시스템(remotely piloted aircraft system, RPAS) 등의 용어로 골고루 사용되고 있다(본 연구에서는 편의상 드론으로 통칭함). 드론은 오늘날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차지한다. 최초에 군사용으로 개발되었던 드론은 이제 물류 운송, 농업, 치안 안전, 교통, 재난재해, 미디어, 의료, 레저 등 다양한 민간용(civilian) 분야에서 기존의 도구들과 차별화된 활동들을 수월하게 선보이고 있다(Kakaes et al., 2015). 이러한 드론 이용의 폭발적인 성장은 다른 4차 산업혁명 주요 분야들과의 융복합이 쉬운 드론의 범용성에 기인한다(백서인 외, 2019).

드론 연구에 대한 학계의 관심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Fombuena(2017)의 서지 메타분석 연구1)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지난 2013~2016년 사이에 수행된 연구 수가 2013년 이전까지의 연구 수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또한, Vargas-Ramírez and Paneque-Gálvez, 2019). 한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서 검색한 결과, 국내에서 드론에 관한 일반적인 학술연구도 2015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하였으며, 또한 공간정보 분야 활용과 관련된 드론 연구도 비슷한 시기인 2015~2016년 사이부터 증가 추세를 보인다(Table 1). 이는 드론과 관련하여 국토교통부의 공식적인 보도자료가 2015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것과도 일치한다.

Academic research trend in Korea with terms related to drones

본 연구는 최근 급부상하는 드론 기술의 활용과 관련하여, 최근 개발도상국에서 공간정보 접근성 격차의 완화에 이바지한 긍정적 사례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드론 기술의 활용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마주하는 공간적인 문제의 해결방안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조명하고자 한다. 안전하고 유익한 드론 활용에 대한 고민은 한국이나 여타 선진국 또는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지만, 특히 개발도상국 사례분석이 우리에게 시사할 수 있는 점이 있다. 공간정보 구축이 기본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슬럼 같은 법외(extra-legal) 지역에 거주하는 빈곤층이나 근대적 시스템에서 소외된 원주민 등의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은 거주지 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서 재산권이나 공공서비스 혜택으로부터 소외되고 자기 목소리를 온전히 주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공간정보 접근성 격차로 인한 문제는 다른 기술과의 고도로 복합적인 활용이 아니라 기본적인 드론 활용만으로도 충분히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최근 높아지는 개발도상국과의 협력 및 시장진출에 관한 관심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까지 국내의 대부분의 드론 관련 연구는 기술적 가능성·정확도 및 활용 방안이나 군사적·사법적·상업적 활용 측면, 또는 규제의 마련과 개선에 상당 부분 집중되어 있다(일반적인 규제와 관련하여 박철순, 2015; 소재현 외, 2017; 또한 드론의 도시 내 비행영역 설정에 관해서는 김정훈·김홍배, 2018a; 2018b; 기술적 적용 검토는 오이균, 2017). 또한, 고정현(2019), 최경아 외(2017)의 연구는 행정의 효율성 증대 차원에서 관 주도적인 하향식 입장을 견지하여 실제 공간정보의 수요자인 지역 주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며, 또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로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해외 드론 활용사례에 관한 연구는 국내 선행연구들이 조금씩 다루고 있으나, 개발도상국에서의 활용을 중점적으로 다룬 연구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본 연구는 개발도상국의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주민들의 공간정보 접근성 격차를 완화하고 권익을 보호하는 관점을 다루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으며, 국내 드론 활용정책과 나아가 개발도상국 국제개발협력 정책에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본 연구의 시간적 범위는 드론의 공간정보 분야 활용이 활발하게 증가한 최근 5년 내 자료를 주로 수집·분석하여 이러한 추세를 반영할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최근 5년 내 공간정보 분야에서 드론의 적극적인 활용은 국내외 구분 없이 관찰되나,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에 드론이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가 잘 드러나는 개발도상국 사례를 중심으로 동향과 쟁점을 파악한다. 세계은행을 비롯하여 다양한 국제기관과 정부기관, 비정부기관의 실증사례 자료와 언론보도, 학술연구 등을 수집·분석하였고, 인도네시아 사례의 경우에는 저자가 인도네시아에 체류하는 중에 해당 프로젝트의 책임자와 인터뷰를 하였다. 내용적으로 공간정보 분야 내에서도 지도제작과 측량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지도제작과 측량을 선택한 이유는 가장 일반적으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공간정보 접근성 격차 문제가 발생하는 부문이며 동시에 문제 해결에 있어서 드론 기술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부문이기 때문이다.

논문은 5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2장에서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처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과학기술의 한계와 위험성에 관한 논의를 주로 공간정보 분야 부문에서 살펴본 다음에, 특히 드론의 활용과 드론의 결과물을 다루는 지리정보시스템(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GIS)의 활용을 둘러싼 논의를 살펴본다. 다음으로 3장에서는 산림(인도네시아), 슬럼 주거지(르완다), 토지(필리핀) 등 세 가지 각기 다른 분야와 국가의 사례에서 드론 기술이 어떻게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권익 보호와 공간정보 접근성 격차 완화에 활용되었는지를 소개할 것이다. 4장에서는 사례들에서 나타난 주요 쟁점을 유형별로 정리하여 개발도상국에서의 활용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 본 연구의 요약과 함께 국내 드론 정책과 국제개발협력 정책에의 시사점을 제안한다. 연구흐름도는 Figure 1과 같다.

Figure 1.

Research flowchart


Ⅱ. 이론적 검토

1. 공간정보기술의 한계 및 위험성

1) 데이터 부정의와 공간정보 접근성 격차

다수의 학자가 공간정보 분야에서 과학기술이 지닌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Harley, 1988, 1989; Goodchild and Janelle, 2010; Goodchild, 2011; Leszczynski, 2012; Lippincott and Dosemagen, 2015; McFarlane and Söderström, 2017; Bargués-Pedreny et al., 2018). 이들의 논의는 주로 공간정보기술 활용의 완성품인 지도(map)가 정부의 통치를 위해 제작·이용되었던 역사에서 본질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통치성(governmentality)에 대한 비판2)에서 비롯된다. 정보의 비대칭적인 생성, 축적, 분석, 활용 과정이 만드는 ‘데이터 부정의(data injustice)’ 환경과, 그 결과로 빈곤 등의 사회적 부정의가 확대 재생산되는 문제를 오늘날의 정보화 시대가 마주한 큰 도전과제 중 하나로 바라보고 있다(Dencik et al., 2016; Taylor, 2017; Heeks and Renken, 2018). 이러한 데이터 부정의의 한 예가 바로 공간정보 접근성의 격차이다. 가령, 슬럼과 같은 지역의 공간정보에 대한 주도권을 정부가 쥐고 정부의 편의에 따라 취사선택 또는 편향적으로 제작·적용하고, 정작 거주민들은 해당 정보의 존재 자체도 알지 못하거나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여 자기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하여 경제적 엘리트들이 정부의 개발정책이나 정보 현황을 손쉽게 넣어 재산을 증식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도 이미 친숙하다. 스마트시티와 같은 공간정보 이니셔티브는 오늘날 당면한 빈곤 등의 사회적 문제에 관하여 더욱 정확한 정보를 갖추게 함으로써 해결에 이바지할 가능성도 기대되지만(Blumenstock et al., 2015), 나이, 교육, 가정환경 등 여러 가지 여건으로 공간정보 및 공간정보기술을 원활하고 적절하게 누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또는 공간정보 격차를 확인하는 냉엄한 현실이 되기만 할 뿐이다(Hernandez and Roberts, 2018).

2) Web 2.0 시대의 공간정보의 위험성

Leszczynski(2012)는 사용자의 참여가 늘어난 Web 2.0 시대에 공간정보에서도 정보의 생산 및 공유 구조가 바뀌는 것에 주목한다. 구글이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개발자들에게 공개하고, Google Maps, Google Earth, Google Street View 등의 플랫폼이 널리 이용되며, 나아가 비영리 플랫폼인 Open-StreetMap이 등장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사용자의 시간과 노력을 플랫폼이 무료 또는 헐값에 거두어가거나(free labor), 사용자가 만든 정보가 플랫폼의 소유물이 되거나(corporate/private ownership), 플랫폼이 언제든 정보 공유를 중지하거나 정보로부터 생기는 책임 문제를 회피하는(supra-accountability) 문제를 지적한다(Leszczynski, 2012: 80). 이러한 문제는 특히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더 위험하게 나타날 수 있다. Luque-Ayala and Neves Maia(2019)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슬럼 밀집 지역인 파벨라(favela)를 대상으로 한 구글의 지도화 작업에서, 거주민들이 변화를 바라며 자발적으로 제공했던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들이 상업적인 시장구조에 스며들어 관광객을 위한 정보 등으로 잘못 이용되는 문제를 발견하였다. Leszczynski가 지적한 문제와 동일한 맥락에서, 일련의 선행연구는 공간정보기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쟁점들을 경고한다. 여기에는 대상자의 프라이버시 침해(가령, 구글 스트리트뷰에 별다른 보호 없이 노출되는 보행자, Goodchild, 2011), 정보의 투명성 및 접근성의 부족(Donovan, 2012), 정보의 디지털화에 참여하여 최신 기술을 습득하여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려는 자발적 참여자들의 바람과는 다른 단순한 동원 형태(Poggiali, 2016) 등이 있다. Baud et al.(2014)는 개발도상국(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지자체의 디지털 공간 지식관리 체계에 관한 사례연구를 통해서, 민간 부문과 전문가가 밀착하여 기술적으로 협업하는 반면에 주민들이 가진 지식은 제한적으로 투입, 반영되는 문제를 확인하였다. 여기에 대해서 McFarlane and Söderström(2017: 319)은 누가 어떻게 자료를 생산하고 해석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함께 기술 중심의 접근에 대해서 “기술이 아니라 장소(가 가진 맥락)에서부터 시작하자.”라며 경종을 울린다. 이 말은 기술에 적대적으로 다가가기보다는 사회에서의 기술의 역할에 주목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특히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공간정보기술을 활용하는 경우에, 장소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고 실수요자인 그들의 접근이 충분히 확보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2. 공간정보 관련 드론 연구의 동향

1) 방법론적 돌파구와 드론 윤리학

오늘날 공간정보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안겨다 준 “공간적 전환(spatial turn)”(Goodchild and Janelle, 2010: 4), 즉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공간분석 접목은 드론을 방법론적 돌파구(methodological breakthrough)로 주목하게끔 하였다. 드론은 공간정보를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었던 지리학, 도시계획학, 측지학뿐만 아니라 인류학, 사회학 등 여타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새로이 활용될 수 있으며, 이때 컴퓨터과학 등 다양한 공학 분야와의 학제 간 협력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Colomina and Molina, 2014; Birtchnell and Gibson, 2015). Gallagher and Lawrence(2016)는 토양변화, 도시 숲, 인프라 성능, 도시 열섬 현상 등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있어서 기존의 위성사진으로는 불가능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드론으로 얻는 장점을 강조한다. 이 밖에도 차량 교통량 측정(Guido et al., 2016), 보행자 관찰(Park and Ewing, 2018), 도시 녹지공간의 3차원 녹지 용적률 측정(Liang et al., 2017), 야생동물 보전 및 생태 연구(Ivošević et al., 2015) 등 다양한 주제별 접근으로 드론을 활용한 연구들이 있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드론 활용 주체가 되어서 자신들의 문제를 개선하는 사례 및 가능성에 관한 연구는 아직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 ‘누가’ ‘어떤’ 공간정보를 ‘어떻게’ 얻고 활용하는가의 “드론의 윤리학(ethics of drones)”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Lippincott and Dosemagen, 2015: 19). 이는 드론 장치 그 자체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드론 활용 시에 그리고 드론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둘러싼 감시와 프라이버시 침해, 소유 그리고 시민권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GIS의 등장 이후로 줄곧 문제로 제기되었던 기술주의적 접근에 따른 정치경제학적 관계 불균형(특히, 정부와 사회적 취약계층 간의 관계)은 드론 활용의 결과물이 GIS와 밀접하게 결합함에 따라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Birtchnell and Gibson(2015: 183)은 “드론을 활용하는 사회연구자가 연구 대상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시야를 잃고, 현장에서 프라이버시나 다른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채 드론을 날리게 되는 함정”에 빠지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2) ‘커뮤니티 드론’의 출현: 가능성과 과제

다행히도 고가이면서 활용법이 어려운 빅데이터 장비나 GIS, 위성사진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손쉬우며 무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이용이 가능한 드론을 활용해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참여 주체가 되고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이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조금씩 시도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Greenwood, 2015; Vargas-Ramírez and Paneque-Gálvez, 2019). 특히 Vargas-Ramírez and Paneque-Gálvez (2019: 77)는 영어 및 스페인어로 게재된 학술연구를 계량서지학적으로 분석하여 2012~2017년 사이에 전 세계적인 “출현(emergence)”으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커뮤니티 드론 관련 연구가 급증한 것을 밝혀내었다. 여기에서 ‘커뮤니티 드론’이란 “원주민 또는 지역 공동체가 저마다의 필요와 관심사를 충족하기 위해서 지도, 사진, 동영상 등으로 정보를 생성·이용하고 분석·처리하는 과정을 주도하거나 그 과정에 참여하려는 목적으로 활용하는 드론”으로 정의된다(Vargas-Ramírez and Paneque-Gálvez, 2019: 77). 이러한 커뮤니티 드론의 적용은 크게 환경 보전, 거주지 지도제작, 지적 측량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3) 환경 보전의 경우, 지하자원이 다량 매장된 열대우림 지역에 거주하는 마을 공동체가 기업의 무분별한 개발과 토지권 침탈에 맞서 싸우고자 전문가와의 협력 하에 드론을 이용하여 시각적인 근거 자료를 만드는 형태로 이루어졌다(Paneque-Gálvez et al., 2014, 2016, 2017; Pye et al., 2017; Radjawali and Pye, 2017; Radjawali et al., 2017). 거주지 지도제작은 개발도상국의 맥락에서는 주로 법제적으로 취약한 환경에 처한 도시의 슬럼 또는 비공식 거주지(informal settlement)4)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Lambert and Allen, 2016; Gevaert et al., 2016, 2018; Koeva et al., 2018; Loggia and Govender, 2019). 마지막으로, 전근대적이고 관습적인 토지 소유권과 근대적인 토지 소유권 체계가 혼재하는 농촌 지역에서 드론을 활용하여 정확한 지적도를 측량·작성하여 근대적인 체계로 편입시키고 기존 토지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접근이 있다(The Asia Foundation, 2016, 2018; Stark, 2017; Wayumba, 2017; African Union and NEPAD, 2018). 이러한 커뮤니티 드론의 대두는 앞서 언급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지닌 공간정보 접근성의 격차를 해결하는 가능성으로써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커뮤니티 드론 사례를 무턱대고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Vargas-Ramírez and Paneque-Gálvez(2019)는 대부분 사례에서 외부 단체가 주도하여 아직 공동체의 참여가 형식적이고, 지역 고유의 지식과 지혜가 무시되거나, 드론으로부터 얻은 공간정보가 충실하게 보완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또한, 외부 단체가 지역 공동체에 들어와서 드론을 활용하는 경우, 여전히 드론 설계, 비행, 정보 분석 및 후처리 등의 과정이 외부 전문가의 손안에 있고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적절하게 흡수하는 과정이나 안내 지침이 부족한 점을 꼽는다. 이는 결국 드론 활용 시의 쟁점이 공간정보기술·활용이 일반적으로 지니는 한계와 위험성에 관한 이야기로 되돌아감을 의미한다.

개발도상국의 공간정보 접근성 격차 완화를 위한 드론 활용사례의 분석과 시사점 도출을 위해서 지금까지의 이론적 고찰과 선행연구를 종합하여 분석의 틀을 설정하였다(Table 2).

Analytic framework for case studies


Ⅲ. 드론을 활용한 공간정보 접근성 격차 완화 사례

이 장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논의를 바탕으로 산림환경 보전(인도네시아), 거주지 지도제작(르완다), 지적 측량(필리핀)의 세 가지 부문에서 각각 하나씩의 사례를 선정하여 살펴본다(Figure 2). 선정된 사례들은 기존의 여러 자료를 통해서 내용을 충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각각의 유형을 대표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또한, 한국과의 현재 또는 향후 협력 가능성도 선정에 고려되었다. 산림환경 보전의 경우 주로 중남미나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에서 활용사례가 확인되는데, 이 중에서도 지리적으로 가까우며 신남방정책에 따라서 한국의 산림청이 긴밀하게 협력 활동을 모색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선정하였다. 거주지 지도제작의 경우 다양한 규모의 사례가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확인되나, 정부의 대규모 슬럼 주거개선 사업과 연계가 되는 르완다를 선정하였다. 르완다는 한편으로는 얼마 전에 세계은행이 아프리카 드론 포럼을 개최하고 한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우리의 드론 정책을 홍보한 곳이기도 하다.5) 지적 측량 사례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알바니아에서 확인되는데, 그중에서도 여러 기관 사이의 협력으로 가장 최근에 이루어졌으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필리핀 사례를 선정하였다. 선정된 사례들에 대해서 해당 프로젝트에 활용한 드론의 종류, 프로젝트의 목적 및 수행 환경, 지역 공동체의 참여 형태 및 방법론, 외부 전문가 단체와의 협력 구도, 공간정보 지식의 생산 및 소유 과정, 해당 국가의 드론 관련 법제 등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Figure 2.

Sites of case analysis

1. 공간지도 제작을 통한 원주민 권익 보호(인도네시아)

1) 기업의 토지 수탈과 공간정보의 부재

오늘날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섬 등 비도시지역에서 거대 자원기업들의 토지 수탈(land grab)은 매우 흔한 풍경이다(McCarthy et al., 2012; Pye et al., 2017; Li, 2018). 중앙정부의 종합적인 토지대장과 지적도가 미비하여, 지방정부가 무분별하게 개발 허가권을 발급함에 따라 여러 개의 기업이 하나의 토지를 둘러싸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정부와 시민사회의 난제이다(Mathiesen, 2016).6) 자원 개발은 환경적인 악영향 외에도 오랫동안 터를 잡고 거주해온 원주민 또는 현지인 공동체의 생존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개발 기업이 정부 공무원이나 경찰, 또는 지역 유지와 손을 잡고 법적으로 소유권이 모호한 토지를 차지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면서 지역 공동체는 갱단이나 폭력배의 위협에 일상적으로 노출된다(Li, 2018). 또한, 토지 수탈은 소유권의 상실을 넘어서 지역에서 공동체가 관습적으로 행해왔던 소규모 농업 생산 활동의 대체 및 파괴, 공동체와 자연 간의 유대관계 및 공동체 내의 사회자본의 상실로 이어진다(Pye et al., 2017).

Irendra Radjawali와 비정부기관 Swandiri Institute의 드론 프로젝트는 이러한 위협에 맞서서 원주민 공동체의 생존권과 숲을 지키고자 시작되었다. 서칼리만탄 주 타얀(Tayan) 지역에 한 광산회사가 2009년부터 운영을 개시한 보크사이트 노천광산이 기존의 허가 지역을 벗어나서 다약(Dayak)족 원주민 공동체의 토지를 불법 점유하여 인근의 호수와 강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심하게 오염시켜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피해 주민들은 정부와 해당 기업에 거세게 항의를 하였으나, 기존에 정부에서 제작한 토지이용계획도 상에는 주민들의 마을이 아예 나타나지 않는 등의 이유로 기존 토지와 숲에 대한 관습적인(customary) 권리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역 공동체가 자원 개발 인허가권을 다루는 정부의 의사결정자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흔히 공무원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정보의 수집 및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Irendra Radjawali는 이 점에 착안하여, 지역 주민들이 손쉽게 배울 수 있는 드론을 활용하여 기업들의 불법적인 토지이용과 수탈을 입증할 수 있는 공간지도를 제작하고 주민들이 공간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Greenwood, 2015).

2) 드론 학교 운영과 원주민 공동체의 카운터 매핑

프로젝트는 2013~2014년 사이에 수행되었다. 처음 원주민 공동체와의 실천 연구를 기획하였을 때만 해도, Radjawali는 드론을 기업과 경찰의 보안 때문에 접근이 불가능한 장소의 고해상도 공간정보를 얻기 위한 보조 도구로만 생각하였다(Radjawali et al., 2017). 그러나 기업의 불법적인 토지 침범과 수탈 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동시에 관습적인 숲(customary forest) 지위를 얻어서 기존의 토지와 숲을 보호·관리하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커뮤니티 드론 활동이 절실하였다. 이에 Radjawali는 Swandiri Institute와 협력하여 카운터 매핑(counter-mapping)7) 및 정치적 옹호 전략을 수립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원주민 의회의 지지를 받았다. Swandiri Institute가 Ford Foundation의 지원을 받고 주민들의 크라우드펀딩을 주도한 덕분에, 의회의 지원은 마을 회의 개최 정도로 제한되어 재정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수 있었다(Irendra Radjawali와의 인터뷰, 2020.07.17.). 이들은 ‘드론 학교’를 설립하여 주민들에게 드론 비행과 비행 후에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정사사진(orthophoto)8)을 만드는 과정을 가르쳤다. 여러 마을에서 대표로 온 25명이 참석하여 직접 드론 장비를 제작하고 구체적으로 어디를 지도화할 것인지를 함께 논의하였으며, 주민 중에서 누가 비행작업을 수행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였다. 이들은 인근에 오염으로 말라붙은 호수 지역 약 30ha를 대상으로 Mission Planner라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350m 고도로 30분 자동비행 미션을 수행하여 고해상도(12cm) 정사사진을 도출하였다(Radjawali and Pye, 2017)(Figure 3).

Figure 3.

DIY drone used in the West Kalimantan project

3) 지도를 통한 원주민 권리 입증과 회복

정사사진은 충격적일 정도로 보크사이트 광산의 위법 행위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Figure 4).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영역을 넘어서 호수 북쪽 지역이 이미 채굴로 황폐해진 것이 확인되었다. 2014년 9월에 Swandiri Institute와 다약족 공동체는 당시 거대 광산회사들의 「국가광산법」 위반 여부를 다루던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하였고, 드론으로 제작한 지도를 증거자료로 제출하였다. 이 지도는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적법성을 가진 자료로 인정받았으며, 수출 전에 원재료 처리시설 및 제련소를 설치해야 하는 의무를 기업이 불이행하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훌륭한 증거가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기업들의 위법을 최종 판결하였고, 이에 따라 에너지광산자원부에서 전국의 모든 광산채굴권에 관한 재검토를 시작하였다.

Figure 4.

Illegal mining activities identified by orthophoto

또한, Swandiri Institute는 서칼리만탄 주정부와 만나서 기존의 공간계획도 및 공간계획 규제와 원주민 공동체의 거주가 상충하는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하였다. 숲속의 원주민 마을이 정부의 지도에 누락된 점, 마을이 관리하는 숲과 관습적인 숲이 규제에서 제외된 점, 토지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해결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은 원주민 공동체를 오랫동안 괴롭히던 문제였다(Radjawali and Pye, 2017). 주정부가 이러한 문제들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하였을 때, 드론을 통해 제작한 지도는 다시 한 번 좋은 효과를 거두었다. 결국, 주정부의 공간계획도에 주민들의 바람과 요구사항이 반영될 수 있었다.

Swandiri Institute는 이 프로젝트에서 얻은 값진 경험을 단순히 일회적인 것으로 남기지 않았다. 이때 설립한 드론 학교를 계속 운영하여 드론에 관심 있는 시민단체나 주민 활동가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원주민 공동체의 권익 보호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프로젝트의 성공은 다른 지역과 단체에도 전파되었다. 2015년 5월에 보고르농업대학교 마을·농업개발연구센터 내에 마을 드론 학교가 설립되었으며, 인도네시아원주민연대(AMAN)와 인도네시아환경포럼(WALHI)이 드론을 활용한 매핑 방법론을 채택하였다.

이 사례는 정부의 근대적 토지관리체계 바깥에 놓여서 불법 개발에 따른 피해를 입고도 피해를 입증할 정보에의 접근이 불가능하였던 원주민 공동체가 드론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제작하고 그 결과물을 법·행정의 공간정보체계에 연결함으로써 생활터전을 보호하였던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 슬럼 지도제작을 통한 거주민 참여 및 사업 투명성 개선(르완다)

1) 급격한 슬럼 팽창과 공간정보 업데이트 실패

전통적으로 슬럼이 지도상에 표현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지도의 일반적인 제작 주체인 정부가 이러한 법외(extra-legal) 지역을 지도상에 표현하였을 때 그것이 마치 정부의 ‘공식적인’ 인정처럼 되어 정치적 책임이 발생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Scott, 1998; Donovan, 2012; McQuillan, 2014). 이러한 오랜 관습은 이제는 정부가 슬럼 주거개선 사업을 펼치려고 해도 공간정보가 제대로 존재하지 않거나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은 주로 공동체가 참여하는 슬럼 지도화 작업이다(Joshi et al., 2002; Patel et al., 2012; Ayson, 2018). 일련의 연구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어떤 항목들이 지도상에 표현되어야 할지 잘 아는 거주민들에 의한 매핑이 정부의 정책을 보조하고 나아가 주거권 보호를 위한 협상의 길을 여는 경로임을 강조한다.9) 최근에는 최첨단 공간정보기술을 활용해서 슬럼의 디지털 지도화를 시도하는 더 진보적인 사례들도 관찰된다(대표적으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Ta no Mapa와 케냐 나이로비의 Map Kibera 프로젝트). 이러한 최신 기술의 적용과 그로부터 얻은 지리정보의 활용에 대해서는 비판도 있지만,10) 공간정보기술의 발달이 슬럼지도의 제작 및 거주민의 주거권 보호에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최근에는 드론을 활용한 슬럼 지도 제작이 주목받기 시작하였다(Cinnamon, 2019; Loggia and Govender, 2019).

르완다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전체 도시인구의 53.2%가 슬럼에 거주하고 있다(2014년 기준).11) 이 때문에 슬럼 주거 여건 개선은 르완다 정부로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시급한 일이었다. 중앙정부는 2014년 12월에 우수 배수시설, 하수 처리시설, 식수 공급시설, 도로, 전기, 가로등, 주택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도시 업그레이딩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으나, 2008년에 르완다 정부가 위성사진 및 항공촬영을 통해서 얻은 정사사진과 이미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 상태였다(Koeva et al., 2018). 이에 네덜란드 트벤테 대학교 지구관측학과의 Caroline Gevaert가 주도한 르완다 슬럼 지역 드론 프로젝트는 수도 키갈리(Kigali)의 냐루타라마(Nyarutarama)구 슬럼 밀집지를 대상으로 슬럼 공간정보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2) 주민 이해와 참여를 거친 슬럼 지도제작

Gevaert의 팀은 2015년 5월에 DJI Phantom 2 Vision+ 드론(카메라는 드론에 내장된 PhantomVisionFC 2000)을 운용하여 9.5ha의 면적에 대해 954장의 사진을 촬영하였다. 이때 비행고도는 50m였으며, 드론의 이착륙 시간과 지상 기준점(ground control point) 설치시간을 포함해서 약 2시간이 소요되었다. 비행 계획 및 운용에는 Pix4DCapture를, 비행 후 이미지의 수정 및 정사사진 제작 등의 후처리 과정에는 Pix4Dmapper 2.0이 사용되었다. 첫 비행에서 드론으로 만든 지도가 기존의 위성사진 활용과 현장실측을 통해서 만든 지도와 비교하였을 때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지를 확인한 결과, 1:1000 축척의 지도가 요구하는 기준에 문제없이 부합하였다(기술적 정확도에 관하여 자세한 사항은 Koeva et al., 2018 참조). 프로젝트 팀은 2015년 6월까지 총 49회 비행을 통해서 약 150ha 면적에 대해 15,000장 이상의 사진을 촬영하고 디지털 지도화하였다.

처음 드론 비행 및 촬영 계획이 지역사회에 알려졌을 때, 슬럼 주민들 사이에서는 호기심 어린 시선과 함께 이것이 강제 이주와 토지 몰수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Gevaert et al., 2016; 2018). 프로젝트 팀은 실제 비행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드론 전문가팀, 키갈리 시청, 르완다 항공관리청, 마을 대표 및 주민들과 충분히 비행 계획과 비행으로 얻은 정보의 공유에 관하여 논의하여 이러한 우려를 줄일 수 있었다. 또한, 드론 촬영 및 지도제작이 종료된 2015년 10월에는 슬럼 공동체의 월례 회의에 참석하여, 결과물을 정부의 도시 업그레이딩 프로젝트 계획안과 지도상에 시각적으로 겹쳐서 보여줌으로써 슬럼 거주민과 사업 시행 주체, 정부 간의 심도 있는 대화의 장을 제공할 수 있었다(Gevaert et al., 2016). 특히, 시설이나 인프라의 개선 시에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약간의 토지 정리 및 수용에 대한 논리를 주민들에게 친절하게 시각적으로 설명하여 이해시킬 수 있었고, 회의가 끝난 뒤에는 해당 자료를 주민들에게 전달하여 정부의 프로젝트가 더욱 투명하게 실행되게끔 하였다.

3) 지도 중심의 주거개선사업 의사결정과정

이 프로젝트는 드론을 활용하여 기존의 2008년 정사사진(해상도 25cm)을 초고해상도(3cm) 정사사진으로 업데이트하였다. 위성사진 활용이나 항공촬영 등 기존의 방법이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2008년 이후로 손도 못 대고 있던 르완다 정부 및 키갈리 시청에는 마른 가뭄에 단비와 같은 결과였다. 프로젝트 팀은 1:1000 축척의 지적도와 지형도를 제작하여 정부와 주민들에게 전달하였다(Figure 5).

Figure 5.

a) Cadastral map (top); b) Topographic map (bottom)

프로젝트 팀은 또한 정부가 기존에 위성사진 활용, 정부의 보유자료 활용, GPS 장치로 현장에서 관측 등의 방법을 통해서 제작한 지도와 비교할 경우, 드론을 활용하면 고해상도의 다양한 사물들을 풍부하면서도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Gevaert et al., 2016)(Figure 6). 이는 현장에서 실제 현황과 일치하는지 일일이 비교 대조해야 하는 시간을 절약하였다. 드론을 통해서 얻은 개별 건물의 지붕 재료와 상태, 건물 높이, 주변 지형, 골목길, 배수로, 생활 쓰레기 적체장소, 가로등 설치 여부 등에 관한 관심 지점 정보는 도시 업그레이딩 프로젝트 내 의사결정 시에 요긴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특히, 도시 업그레이딩 프로젝트의 실행 전에 충실한 통계자료 기준선(baseline, 프로젝트의 종료 후 사업효과 분석에 사용되는 자료)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 성과이다. 최종적으로 총연장 948.7m의 도로, 778.8m의 배수로, 1,510.3m의 보행로와 총면적 16,553m2의 건물, 1,078m2의 학교시설을 지도상에 담아냈다.

Figure 6.

a) 2008 orthomosaic (left); b) 2015 UAV-generated orthomasaic (right)

이 사례는 정부의 공간정보 업데이트 요청에 따라 시작된 프로젝트였으나, 그 과정에서 지도 등 정부의 공간정보체계에서 그간 소외되었던 슬럼 거주민들의 부분적 참여와 결과물 공유를 장려함으로써 주민들의 정보 접근과 손쉬운 시각적 활용을 도와서 정부사업 시 보다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을 이끌어내려고 했던 사례로 볼 수 있다.

3. 지적도 측량·제작을 통한 토지 소유권 보호(필리핀)

1) 토지 소유권 양성화 정책과 막대한 측량비용

식민지 지배를 겪으면서 강압적으로 근대적인 토지 체계를 수용하였던 대다수 개발도상국은 전체 토지의 40~90%가 여전히 비공식적이고 관습적인 소유·관리 하에 근대적 체계의 바깥에 놓여 있다(Land Tenure and Development Technical Committee, 2015). 전근대적인 토지 체계를 근대적 체계로 어떤 식으로든 편입시키는 것은 토지 수탈을 방지하고 토지 소유권의 보호를 위해서 필요한 작업이긴 하나, 불균형적인 사회 구조의 문제로 과정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12)

필리핀에서도 전체 2,400만여 개 필지 중에서 겨우 절반만이 지적도와 함께 공식적인 토지 소유권 증서(land title)를 갖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The Asia Foundation, 2016). 나머지 절반의 토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법적으로 유효한 증빙자료 없이 농사를 짓거나 사업을 하거나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실질 토지 소유주가 자녀에게 토지를 상속하거나 토지를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기가 어렵고, 재산권이 불안정하여 주택 개선이나 사업에 장기적인 투자를 꺼리기 때문에 경제성장과 고용창출 증대 효과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많은 경제학자의 주장이다(가장 대표적으로 de Soto, 1989).13) 따라서 2016년 두테르테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건 10대 사회경제적 의제 중 하나로 “안정적인 토지 소유를 확립하여 투자를 장려하고 토지관리기관과 토지소유권발급기관 간의 병목현상을 해결한다.”가 포함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Government of the Philippines, 2016). 하지만 실질 소유주가 토지 소유권 증서를 받으려면 지적도를 측량(cadastral mapping)14)해서 정부에 제출해야만 하는데, 전문지식과 장비가 없고 전문가를 고용할 비용 마련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The Asia Foundation, 2018).

미국 비영리기관인 아시아재단(The Asia Foundation)은 2010년부터 필리핀의 토지개혁에 참여를 해왔다. 행정기관, 입법기관, 시민단체와 협력하여 법제를 개혁하는 데 성공하고,15) 2010년에 연간 4,000건에 그쳤던 토지 소유권 증서 발급을 2016년에는 연간 60,000건 발급으로 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세로는 100년이 걸려도 나머지 토지의 소유권 확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였다(The Asia Foundation, 2016).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기존의 방법을 통한 지적도 측량에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었다(16,350페소(약 40만 원), 315일)(Technology for Property Rights, 2017). 이것은 영세농업에 의존하는 실질 토지소유주들이 쉽게 부담할 수 없는 비용과 시간이었다. 또한, 많은 수의 전문가들이 1개 필지의 측량에 오랜 시간을 매달려야만 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무시할 수 없다.16) 이러한 점에서 아시아재단은 영세 소유주가 지적측량에 손쉽게 접근하여 토지소유권을 얻는 것을 돕고자 드론을 활용한 지적도 측량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다.

2) 영세농민을 위한 저비용·고효율 드론 지적측량

아시아재단은 필리핀의 시민단체인 경제자유재단(Foundation for Economic Freedom)과 손을 잡고 ‘재산권(보호)을 위한 기술(Technology for Property Rights)’ 프로젝트를 개시하였다. 이때 기술은 다름이 아니라 더욱 쉽고 신속한 지적도 측량을 가능하게 하는 드론과 같은 혁신적인 도구의 활용을 의미한다. 프로젝트 비용은 eBay 창립자가 설립한 자선 투자재단인 Omidyar Network로부터 지원받았다.

첫 번째 비행은 2016년 4월에 10일 동안 세부섬의 코르도바(Cordova)에서 지적도 측량에 드론이 생각했던 것만큼 효과적인지를 확인하고자 이루어졌다. 실제 운용을 담당할 드론 전문가로 미국 드론 회사인 Micro Aerial Project와 필리핀 드론 회사인 SkyEye가 고용되었고, 이들은 자체적으로 제작한 hexacopter 드론을 이용하였다. 이때 드론의 비행을 위해서 환경천연자원부 및 코르도바 시청의 협조를 받았다. 그리고 토지 소유권이 없는 영세농민인 실질 소유주 중에서 시범 측량 희망자를 신청받아 전과정을 공개하였다. 드론을 활용한 지적도 측량의 효과는 놀랍게도 하루에 약 40ha의 토지를 조사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종래의 측량조사법보다 탁월하였으며,17) 건물과 다른 표지물들이 식별 가능할 만큼 고해상도의 정사사진을 만들어내었다(Figure 7). 드론으로 제작한 지적도는 기존 측량조사법으로 제작한 지적도와 비교해보았을 때 수평오차는 불과 5.2cm로, 정부의 95% 정확도 표준을 충분히 통과하였다. 첫 번째 비행의 성과에 고무된 아시아재단과 경제자유재단은 드론 측량방법론을 더욱 정밀하게 설계하고자 필리핀대학교 측지학과와 협력하여 2017년에 두 번째 비행을 시행하였다. 이때 현장팀은 다양한 지형 및 인구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하여, 드론을 활용한 지적 측량조사법이 기존방법의 훌륭한 대안으로써 기능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3) 드론 지적측량의 법제화 및 표준화

아시아재단은 드론 지적도의 품질과 정확도가 기존의 측량조사법 결과물과 비교하였을 때 큰 차이가 없음에 따라, 환경천연자원부 국토관리청에 드론으로 제작한 지적도를 적법한 측량조사법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것이 받아들여져서, 국토관리청은 「토지측량 시 무인비행시스템 또는 드론 기술의 대안적 이용을 채택하는 회람 각서(2017년 3호)」를 발표하였다. 이는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정부가 지적 측량에 드론의 활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로 아주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The Asia Foundation, 2016; 2018).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2017년 1월에 아시아재단과 경제자유재단, SkyEye는 ‘재산권(보호)을 위한 기술’ 프로젝트에 사용하였던 드론 2기를 국토관리청에 기증하였다(Government of the Philippines, 2017). 이제 드론은 필리핀에서 정부의 지적도 정확도 표준을 충족시키고 고해상도의 지도를 만들어내는 저비용·고효율의 조사 도구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필리핀의 경제자유재단은 드론 프로젝트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서 Atlas Network의 2019년 Templeton Freedom Award의 최종 후보 6개 단체 중 하나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Figure 7.

a) Conventional cadastral map (left); b) Drone-generated cadastral map (right)

이 사례는 불안정한 토지 소유상태에서 경제적·기술적인 이유로 쉽게 지적측량(그리고 이를 통한 법적 소유권 확보)에 접근할 수 없었던 영세농민들에게 드론을 활용한 저비용·고효율의 대안을 찾아줌으로써 생활기반을 개선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적 측량 및 관리체계에 이르기까지 크게 영향을 미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Ⅳ. 사례 종합: 주요 특징과 쟁점

지금까지 살펴본 인도네시아, 르완다, 필리핀 3개국에서의 공간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드론 활용사례들을 앞서 도출하였던 사례분석 틀에 기초하여 분석하여 주요 특징과 쟁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Table 3은 위치와 수행 기간, 시행 기관과 드론 비행 기관, 후원 기관과 프로젝트 목적, 커뮤니티 정보 대상자 유형, 사용된 드론 모델과 소프트웨어, 비행고도와 매핑 면적 등의 개요와 함께, 기술·인프라, 참여·역량 강화, 법제의 측면에서 세부 항목들에 해당하는 내용을 요약하여 정리한 결과이다. 참고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 부분은 ‘데이터 없음(data unavailable)’으로 표시하였다.

Comprehensive summary of the international case studies

1. 기술·인프라 측면

1) 드론의 경제성 및 접근 편의성 확인

현재까지 수행된 대부분의 커뮤니티 드론 프로젝트들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점은 바로 위성사진이나 항공관측과 비교하였을 때 드론이 훨씬 경제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기술적 성능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USD 1,000 상당의 DJI社의 완제품을 사용하였던 르완다 사례를 제외하고(물론 이 금액도 위성사진을 구매하거나 촬영용 소형항공기를 띄우는 것에 비교하면 논란의 여지없이 저렴하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사례에서는 불과 USD 500 정도로 드론을 직접 제작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Irendra Radjawali와 Swandiri Institute는 비용 절감에 대해서 더 연구한 끝에, 이제는 USD 300 정도로 비슷한 성능의 드론을 제작하고 있다(Swandiri Institute, 2019).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나 재정적으로 탄탄하지 못한 현지 단체에는 기술적·경제적으로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 등 무료 공개 플랫폼에서 저렴한 드론 제작법을 배우는 것도 가능해졌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사례에서 보이듯이 주민들이 ‘드론 학교’에서 비행 및 촬영 교육을 받아 직접 운용하는 것에 전혀 기술적 장벽이 없다. 사전에 설정한 비행경로를 따라 드론을 자동으로 운용할 수 있는 Mission Planner와 같은 무료 소프트웨어의 존재도 반가운 일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점점 더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는 커뮤니티 드론의 활용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직접 정보의 생산자·소유자가 되어 그동안 공간정보기술로부터 배제되어 생긴 공간정보 접근성 격차를 줄이고 나아가 정부의 공간정보체계를 더욱 포용적이고 투명하게 바꾸는 일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Radjawali et al., 2017).

다만,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전력통신 인프라 여건을 고려하면 아직 가능성과 과제가 공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비용의 항공관측 또는 구름 등에 가려지고 해상도 문제가 있는 위성사진의 활용과, 전통적인 촬영 대체재로서 강풍 등 기상여건에 쉽게 영향을 받고 계획적인 이동이 매우 불가능한 연·풍선의 활용 사이에서, 드론은 고해상도, 경제성, 조종 가능성 등이 높은 기술로서 사용자의 선택 폭을 확장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Radjawali의 경험에서 나타났듯이 열대우림 등의 오지에서 쉽게 신호가 끊기고 배터리 충전이 어려워서 장거리·장시간 비행이 불가능한 문제는 해결될 필요가 있다. 또한, 미숙한 개발도상국 드론산업 시장에서 드론이 고장난 경우 어떻게 자체적으로 경제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유지 보수를 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Irendra Radjawali와의 인터뷰, 2020.01.30.).

2) 드론 정보의 정확성 및 내용적 충실성 확인

드론으로 제작한 지도의 우수성은 르완다와 필리핀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지상 기준점을 적절하게 설치하는 경우, 정확도 측면에서 통계적으로 작은 오차만이 발견되었으며 고해상도 및 고축척에 필요한 요건도 충분히 만족하였다. 특히, 기존의 측량조사법으로 제작한 지적도가 단순히 건물이나 토지의 경계구획만을 묘사하는 데 그치는 것에 비해서, 드론으로 제작한 지적도는 건물의 배치, 주변 환경, 기타 인프라 등 마을 물리적 시설뿐만 아니라 어떤 곳에 생활 쓰레기가 상습적으로 무단 투기되고 적체되는지와 같은 사회문화적인 모습도 충분히 시각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지도상의 풍부한 시각적 표현은 나아가 정부의 인프라 개선사업으로 불가피하게 토지 수용이 발생 시 보상을 양적·질적으로 측정하는 기준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Gevaert et al, 2018).

드론 결과물의 우수한 효과는 다른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페루의 수도 리마의 도시 외곽 급경사지 슬럼 밀집 지역의 위험도를 지도화한 Lambert and Allen(2016)의 프로젝트는 드론을 사용하여 기존의 2차원 평면으로 작성되던 지형을 3차원으로 모델링함으로써 무질서한 토지 구획과 산사태 간의 관계를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나아가 지도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일상적인(quotidian) 위험요소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온라인 GIS의 형태로 이야기가 있는 Online Story Maps를 함께 구축했다. 이것은 양적인(quantitative) 드론 기술이 질적인(qualitative) 다른 기술과도 좋은 상보적 관계에 있음을 시사한다(Cinnamon, 2019). 이러한 보완적 접근은 Luque-Ayala and Neves Maia(2019)가 제기한, 디지털 코딩 작업이 관심 지점으로 단순 치환하지 못하는 비공식적인 불문율 등의 마을 규범과 질서를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정부 등 제도권의 공간정보 처리로부터 많은 부분 삭제되는 경우가 많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일상적인 요소들을 적절하게 표현해줌으로써 여전히 정보 상으로 접근 및 활용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

2. 참여·역량 강화 측면

인도네시아, 르완다, 필리핀 사례 모두에서 정보 대상자인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어떻게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함께 협력할지에 대한 고민이 확인된다. 정보 대상자의 동의를 구하는 기본적인 차원을 넘어서, 드론을 직접 운용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프로젝트의 수행자가 되거나(인도네시아), 전체 과정을 관찰하고 그 결과물을 적절한 장소와 시간을 통해서 공유 받거나(르완다), 시범 대상으로 신청하고 전 과정을 지켜보았다(필리핀). 주민과 전문가, 그리고 정부가 함께 드론의 비행 및 촬영에 관한 제반 사항을 논의함으로써 통일된 목표를 갖고 과정과 결과상의 신뢰를 쌓고자 하였다.

다만, 공동체의 참여 형태 및 참여 방법론과 외부 전문가와의 관계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르완다와 필리핀 사례에서는 주로 외부 전문가가 프로젝트를 이끄는 주체가 되어서 정보 대상자가 되는 공동체를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구도였다. 자료에서 확인되지는 않지만, 이 경우 그저 법적·윤리적·절차적으로 해야만 하기 때문에 공동체를 피상적으로 참여시키는 요식 행위(formality)로 전락할 우려가 있으며, 또한 외부 전문가가 일회성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종료 후 빠져나가는(hit-and-run)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adjawali and Pye, 2017; Vargas-Ramírez and Paneque-Gálvez, 2019; 또한 Irendra Radjawali와의 인터뷰, 2020.01.30.). 필리핀 사례에서는 경제자유재단이라는 현지 비영리기관과 협력을 하였지만, 특히 르완다 사례처럼 정부 외의 현지 협력단체가 없는 상태에서 해외에서 온 전문가나 국제기관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만약 현지의 연구·기술 역량 발전에 기여도가 없게 되면 과학계에서 경고하는 “헬리콥터식 연구(helicopter research)”18)로 귀결될 수 있다(Minasny and Fiantis, 2018). 드론 연구 및 활용의 경우에도 이러한 헬리콥터식 접근은 경험과 지식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마침 공교롭게도 드론과 헬리콥터는 하늘을 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군사정보에 준하는 민감한 공간정보의 오남용으로 현지 정부와 주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고 현지의 역량을 강화하는 파트너십이 더욱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좋은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확인된다. 인도네시아 서칼리만탄 프로젝트에서는 해외에서 교육을 받은 현지 출신의 전문가(Irendra Radjawali)가 현지의 비영리기관(Swandiri Institute)과 협력하여 지속적인 운영을 염두에 두고 드론 학교를 설립하여 주민들을 프로젝트에 제일 앞장서는 주체로 이끌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현실에서 현지 주체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주도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해외 기관이 드론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수행할 때는 초기에 좋은 협력 구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은행이 지적도 측량 및 토지 소유권 발급을 위하여 탄자니아 정부와 함께 수행하였던 Zanzibar Mapping Initiative는 잔지바르공립대학교 학생들을 대거 참여시켜 기술 전문성 역량 강화에도 신경을 쓴 결과, 이 대학교의 드론 연구실은 지금도 인도양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19) 이러한 협력 구도 속에서는 현지의 기관과 공동체가 드론을 활용하여 지식을 공동 생산하고 쟁점이 되는 용어를 지역의 맥락에 맞게 정의하고 프로젝트로 탄생한 지식과 자료를 온전히 소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3. 법제적 측면

1) 현지의 드론 규제 및 관습 준수

일반적으로 드론의 비행과 관련해서 아직 법적·규제적으로 느슨하거나 불명확한 개발도상국의 여건이 반드시 꼭 장애물인 것만은 아니다. Lambert and Allen(2016)은 페루 리마의 외곽 급경사 지역에 밀집한 슬럼을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던 위험도 매핑 작업이 드론 규제가 엄격한 영국 런던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할 것임을 고백한 바 있다. 문제는 이렇다 보니 특히 해외에서 오는 드론 전문가들이 현지의 허가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는 것이다. 가령, 2015년 4월 네팔 대지진 당시 네팔 정부는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해외 기관과 취재진이 무분별하게 드론을 운용하는 것에 분노하여 이들을 체포하고 드론을 일시적으로 금지하기까지 하였다(Meier 2015; Htet, 2016).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우선 드론의 비행 및 촬영과 관련해서 해당 국가의 규제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정부나 주민들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받았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는 수행 시점에서 드론의 비행 및 촬영과 관련한 국가 규제가 존재하지 않았다.20) 프로젝트팀은 드론 비행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자리 잡혀 있지 않았던 분위기에서 경찰과 광산회사의 감시를 피해서 350m라는 아주 높은 비행고도로 드론 비행 촬영을 시도하느라 고생하였지만(Irendra Radjawali와의 인터뷰, 2020.01.30.),21) 공간정보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다약족 원주민 의회와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환영과 지원을 받아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르완다와 필리핀 프로젝트는 초기부터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드론의 비행과 촬영에 관하여 협조를 받은 사례이다. 르완다 정부의 드론 비행규제가 부재한 상황에서,22) 트벤테 대학교 팀은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중앙정부의 항공관리청과 키갈리 시청의 공무원들과 만나 협조를 구하고, 슬럼 마을 대표와 주민들에게도 사전동의를 받았다. 아시아재단과 경제자유재단 팀은 드론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전인 2010년부터 필리핀의 토지관리체계 개혁을 위해서 환경천연자원부 및 산하 국토관리청과 긴밀하게 협력 중이었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수행 시에 환경천연자원부 및 코르도바 시청의 협조 하에 법적인 문제없이 드론 활동을 수행할 수 있었다.

물론 인도네시아 프로젝트가 르완다·필리핀 프로젝트 대비 드론 활동에 다소 고생을 했던 것은 프로젝트의 성격 차이에서 기인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후자가 정부의 도시 업그레이딩 프로젝트 수행 및 오래된 지적정보 갱신(르완다), 불분명한 토지 소유권 현황의 해결(필리핀)과 같이 정부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였던 반면에, 전자는 정치적·저항적 행동주의의 성격이 강한 ‘카운터 매핑’이었기 때문이다(Radjawali et al., 2017). Vargas-Ramírez and Paneque-Gálvez(2019)는 인도네시아의 사례처럼 산림지역 원주민의 관습적 토지 소유권을 보호하고 산림파괴를 예방하려는 목적의 ‘카운터 매핑’ 커뮤니티 드론 이용이 잦은 중남미에서 드론에 적대적인, 심지어 주민 공동체를 적법한 잠재적 드론 이용자로 보지 않는 규제가 마련되는 분위기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2) 드론 활용 결과물의 법적 지위 확보

드론 비행 및 촬영의 결과물로 탄생한 지도를 적법하고 국가의 지도 표준조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법제가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 이미 앞에서 다루었듯이, 드론을 활용하여 제작한 지도의 질은 기존의 위성사진 기반의 지도와 비교해서도 부족함이 없으며 때때로 훨씬 더 우수하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지도를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르완다와 필리핀 사례의 경우, 정부와의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손쉽게 드론으로 제작한 지도를 공식적으로 승인받을 수 있었다. 르완다 키갈리에서는 즉각적으로 드론으로 제작한 지적도와 지형도를 정부 시스템 상에 갱신하였다. 필리핀에서는 아시아재단과 경제자유재단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정부가 드론을 활용한 토지 측량조사법을 기존방법의 대안으로써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공식적으로 승인하였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아직 공식적인 지도의 제작은 중앙정부의 지리정보청만이 가진 고유한 권한으로, 공동체가 드론(또는 다른 어떤 도구든지)을 활용하여 지도를 제작하는 방법이나 완성된 지도는 공식적·법적으로 승인되지 않으며(Radjawali et al., 2017), 심지어 지리정보청 외의 다른 정부기관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권한으로 따라서 공동체의 접근은 앞으로도 요원하다(Irendra Radjawali와의 인터뷰, 2020.01.30.) 다만, 인도네시아의 사례에서는 다행히도 헌법재판소의 재판에 출석하여 광산회사가 자행한 불법적인 행위를 입증하는 증거자료로 승인을 받음으로써 법적인 효력을 얻을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지방정부에 협상력을 갖고 개입하여 공간계획도를 공동체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었다.

3) 프라이버시 등 윤리적 쟁점 고려

드론 기술의 적절한 사용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잠재적인 윤리적 쟁점도 일정 부분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키갈리의 슬럼 주민들은 드론으로 촬영한 주택의 낡고 더러운 지붕이나 생활 쓰레기 적체 사진들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였다. 이는 마치 자신들이 마을의 청결과 관련된 사회규범을 어기고 나아가 정부로부터 처벌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료·사진의 프라이버시 문제는 결코 가볍게 대할 것이 아니다. 다만, 기술적 접근으로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한 부분이 있다. Gevaert et al.(2018)에 따르면, 생활 쓰레기 적체나 무질서한 주차는 드론의 비행 및 촬영 전에 주민들에게 통지함으로써 미리 치우게 할 수 있으며, 낡고 더러운 지붕·화장실의 경우에는 촬영 사진의 후처리 과정에서 흐릿하게(blur) 처리함으로써 문제 소지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Gevaert et al.(2018)는 동시에 모든 문제(특히 윤리적 문제)를 단순히 기술적으로만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토지를 비합법적으로 점유한 무허가 건물의 존재 자체는 정사사진에서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결과물이 잠재적으로 오남용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측면에서 접근하거나 적절한 법제와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Ⅴ. 결론 및 시사점

1. 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 중 하나로 떠오른 드론이 공간정보기술 분야에서 그동안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게 장애물이었던 공간정보 접근성 격차를 완화하는 데 활용되고 나아가 빈곤 및 불평등 문제의 해결에 공헌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드론의 기술적 가능성이나 군사적·사법적 활용 또는 행정 효율성 제고 측면에 편중되었던 기존의 국내 연구들과는 달리, 본 연구는 드론의 사회경제적 공헌 효과에 주목하여 그 특성과 주요 쟁점을 도출하였다. 특히, 빈곤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만연하여 공간적으로 흔하게 표출되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활발한 학술적·비학술적 접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여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공간정보기술이나 스마트시티 이니셔티브가 기술 중심으로 추진되는 경우에 발생하는 데이터 부정의나 사회적 부정의의 문제에 주목하여 활용사례들을 분석하였다. 드론의 활용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아직 많은 사항이 회색 지대에 놓여 있으므로, 본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의 맥락을 잘 아는 공동체가 참여하는 커뮤니티 드론의 활용은 그간 공동체의 접근을 배제한 하향식 공간정보의 생성과 활용이 가진 문제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특히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커뮤니티 드론 활용사례는 공간적으로 드러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접근 불가능하였거나 의도적으로 생산이 배제되었던 공간정보를 드론으로 얻어서 환경 보전, 주거지 지도제작, 지적 측량 등을 달성하고 궁극적으로 생활 기반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둘째, 이렇게 급증하는 드론 활용사례는 기술·인프라, 참여·역량 강화, 법제도 측면에서 다양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작기술의 발전과 무료 플랫폼 및 오픈소스 덕분에 경제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기술적으로 정확한 드론의 손쉬운 활용이 가능해졌으며, 모든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함으로써 역량이 강화된 점이 있다. 또한, 드론 관련 규제가 없는 법제적 환경에서도 정부 기관과 협조하고 나아가 지도의 적법성·표준성을 확보하며, 공동체 단위에서 절차적 동의를 얻어내어 프라이버시 등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점이 나타난다.

셋째, 여러 가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에서의 드론 활용에 있어서 극복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주민 참여의 질적인 면에서 주민들이 지식의 생산과 공유 그리고 소유의 주요 주체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직 외부 드론 전문가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공간정보의 대상이 되는 공동체의 참여가 그저 요식 행위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현지의 기관에는 외부 전문가와 정부, 주민을 중간에서 잇는 역할이 기대된다. 또한, 공동체와 같이 작은 규모의 드론 활용에 대해서 적대적인 규제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적대적인 규제를 어떻게 예방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함께할 필요성이 있다.

2. 정책적 시사점

국내에서는 최근 「드론활용의 촉진 및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을 입법 시행하여 규제를 재정비하고 산업기반을 지원하는 한편, 산·학·연의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을 도모하기 시작하였다.23) 선제적으로 현장에서 실증 적용을 함으로써 실생활 속에서의 활용을 늘리고 국민의 편의를 높이기 위함이다. 위에서 상술하였듯이, 드론의 활용기반과 규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미성숙 단계이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의 커뮤니티 드론 활용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도 분명히 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공공수요에 기반을 두는 초기 드론 시장 활성화 전략의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공공분야 실증 사업의 모델에 기술적인 접근 외에 다양한 방법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LX한국국토정보공사가 계획·추진 중인 드론을 활용한 토지보상 업무지원사업과 지적재조사 업무지원사업의 경우, 기존의 지적도상 경계와 실제 경계의 불일치 또는 개인의 재산권 제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풍부하고 정확한 양적·질적 기준을 확립하고 지역 주민과 투명하게 논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해외 사례는 단순한 기술적 접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이미 보여준다.

둘째,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이 목표인 기업과 지자체의 드론 실증도시 사업에서 주민 참여형 공간정보 거버넌스를 마련해야 한다. 해외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노후 주거환경이나 쓰레기 무단투기 등의 관심 지점 선정은 주민들에게 민감한 문제로서 드론 촬영 전부터 이들과의 논의와 의견수렴이 필요한 사항이다. 또한, 정부의 드론산업 발전계획에 따라서 조종인력 양성 교육기관이 앞으로 우후죽순 설립될 예정이지만, 지역 주민 등 공동체가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드론 학교’의 설립 역시 필요할 수 있다. 드론 학교는 주민들의 말과 생각을 담아내는 온라인 GIS와 드론 결과물의 결합 등 산·학·연에는 새로운 모델과 사용자 편의 소프트웨어의 개발·실험 및 창업의 장이 될 수 있으며, 정부에서 겨냥하는 공공분야의 적극적인 드론 수요 발굴의 달성을 도울 수 있다.

셋째, 일련의 규제 완화 및 샌드박스 사업 추진에도 불구하고 아직 공간정보 분야에서 법제적으로 다듬어져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먼저, 해외 사례에서는 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드론 활용은 그다지 넓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초소형·소형 드론을 저고도(때때로 50m 이하)에서 활용하는 방식으로 주로 이루어졌다. 선행연구도 지적하듯이, 커뮤니티 드론의 경우 현행 150m 고도보다 세분화된 비행 공역과 승인절차 완화를 고려해볼 수 있다(소재현 외, 2017; 김정훈·김홍배, 2018a). 물론 드론의 악의적인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규제 유지와 함께 안전 교육 및 안전의무 준수 방침이 빠져서는 곤란할 것이며, 무게 250g~2kg의 드론 조종자에게도 온라인 교육을 의무화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24) 한편, 필리핀과 르완다 정부가 드론의 활용과 드론으로 제작한 지도를 정식 지적관리체계 안으로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던 것처럼 참고자료 이상으로 드론에 법적인 활용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25)

끝으로 드론산업을 토대로 하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개발협력에서 커뮤니티 드론의 활용까지 고려하여 다각적인 구도로 접근해야만 한다. 현재 국내 드론산업에서 가장 많은 인력과 비중을 차지하지만 상대적으로 영세한 소형 드론 분야는 커뮤니티 드론 활용이 증가할 때의 대표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이들 기업이 개발도상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여 판매하는 것 외에도, 정부의 공적개발원조 사업 내에 우리 기업의 참여나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법을 통해서 기술 및 판매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세계은행의 드론 매핑에 기초한 탄자니아 도시 회복 탄력성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던 영국 국제개발부(DFID)와 같은 협력을 고려하는 한편,26) LX한국국토정보공사가 이미 에티오피아 공무원을 초청하여 드론을 포함한 토지정보기술 활용법을 교육·공유한 것처럼 지식·경험 공유사업을 지속 확대하고, 이미 여러 개발도상국에 설치한 해외적정기술 거점센터의 신규 사업으로 검토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들 센터가 기존에 다루고 있던 물,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얻은 경험에 더해서 이미 갖추어진 기술교육-사업화-창업 등의 체계를 따라 드론 기반의 공간정보 분야를 포함한다면, 국내 산업의 양적·질적 성장뿐만 아니라 현지의 역량 강화에도 기여하는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정부와 민간 기업, 학계 및 연구소가 연계하는 것은 그저 국내 드론산업의 신시장 개척에만 그 의미가 한정되지 않는다.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의 여건에 맞추어 태양광 배터리 또는 장시간 지속하는 배터리의 개발, 더욱 높은 해상도를 촬영할 수 있게 하는 카메라 성능 개발 등 다양한 기술력을 실험하고, 드론의 결과물에 대한 기술적·법제적 측면을 여러 각도에서 검증하는 장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현지의 정부, 기관 및 주민과 밀접하게 협력하여 전문가를 양성하고 지속 가능한 드론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드론을 활용한 국제개발협력은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만큼이나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2019년 STEPI 국문 Fellowship」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음.

Notes
주1. ‘드론’, ‘무인비행기(UAVs)’ ‘무인비행시스템(UAS)’, ‘원격조종비행시스템(RPAS)’의 용어가 포함된 연구의 수를 검색하였다.
주2. 이는 일찍이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와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가 주장한 바와도 궤를 같이한다(Harley, 1988; 1989).
주3. 재난재해 피해현장에서의 지도화 작업도 공동체 참여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발견되긴 하지만, 공동체의 수요보다 외부 단체의 목표(가령,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난피해 복구)를 우선으로 하거나 공동체의 참여도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와(Vargas-Ramírez and Paneque-Gálvez, 2019),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겪는 만성적인 문제보다는 재난재해의 발생으로 인해서 일시적으로 수행되는 성격이 크다는 이유로 본 연구의 사례분석에서는 제외하였다.
주4. ‘슬럼’이라는 용어가 주는 낙인 효과 때문에 ‘비공식 거주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두 용어에 대한 논의는 본 연구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여기에서는 두 용어를 호환하여 사용한다.
주5. 국토교통부 보도자료(2020.2.11.), “아프리카 하늘로 한국 드론 뜬다”, https://www.molit.go.kr/
주6. 중앙정부는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 기존에 각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던 모든 공간지도 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한 지도 정책(One Map Policy)’를 추진 중이나, 지도의 제작 및 공유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불투명함과 불공정성은 이 문제의 해결을 더디게 하고 있다(Samadhi, 2017).
주7. 카운터 매핑은 원주민 공동체가 전통적으로 거주 관리해온 영역에 대한 법적 요구를 위해서 펼치는 지도제작 활동을 뜻하며, 국가가 지도제작 시에 사용하는 “기법(technique)”과 “표현방법(manner of representation)”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요구의 적법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Peluso, 1995: 384).
주8. 정사사진은 항공사진 또는 위성사진의 영상을 촬영 시에 생기는 왜곡을 보정하여 지도와 같은 정사 투영법으로 제작한 사진이다.
주9. Slum/Shack Dwellers International(국제슬럼거주자연대, SDI)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곳곳에서 ‘당신의 도시에 대해서 알아보아요(Know Your City)’ 캠페인을 통해서 공동체 참여 지도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http://knowyourcity.info/)
주10. 가령, 지리정보가 민간 기업에 의해 상업적으로 이용 또는 왜곡되거나(특히, 구글의 Ta no Mapa 프로젝트), VGI 기법이 결국 공동체의 시간과 노력으로 얻어진 자료를 전문가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귀결되거나, 디지털 코딩이라는 기법의 한계로 관심 지점(point of interest)이라는 형태로 문화나 규범적인 요소들을 미처 담아내지 못하거나, 공무원들이 정작 제작된 지도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어서 기술의 적용 이전에 슬럼 지역의 맥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McQuillan, 2014; Poggiali, 2016; McFarlane and Soderstrom, 2017; Luque-Ayala and Neves Maia, 2019).
주12. 토지의 경계를 명확히 하여 표준화 과정을 통해 해당 토지에 대한 권리를 개인에게 귀속시킨다는 토지 공식화(land formalization) 이면에는 그러한 근대적인 체계를 수립·실행하는 권력층(주로 정부)에 의해서 기존의 전근대적이고 비공식적이며 관습적인 체계가 배제되고 차별받는 부정적인 면도 동시에 존재한다(Scott, 1998).
주13. de Soto의 주장은 세계은행 등의 국제기관에 의해 빠르게 신자유주의의 주류 아이디어로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주장에 관해서 실증 연구를 바탕으로 한 비판도 많으나, 본 연구의 범위에서 벗어나므로 여기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주14. UN 식량농업기구(FAO)는 지적도 측량을 “토지의 크기, 가치, 소유권 또는 이용이나 점유의 근거를 보여주는 지적 기록”을 공간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FAO, 1995)
주15. 2010년에 필리핀 입법부는 「Residential Free Patent Act(10,023호)」를 입법 통과시켰고, 그 결과 토지의 미등록 실질 소유주들의 토지 소유권 신청과정이 더욱 빠르고 쉽게 되었다(Stark, 2017).
주16. 이때 측량 전문가팀의 이동 등을 위한 물류 관리에 무려 전체 측량비용의 60%가 소요된다(Foundation for Economic Freedom, 2016).
주17. 약 3ha의 면적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기존의 지상 기준점을 이용한 측량조사법으로 6시간이 소요되었던 작업이 드론 활용 시에 10분으로 비약적으로 단축되었다. 이는 드론 그 자체의 성능뿐만 아니라 드론에 장착한 글로벌항법위성시스템(GNSS) 수신기 덕분에 지상 기준점 설치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Atlas Network, 2016, August 5).
주18. 원래 ‘헬리콥터식 연구’의 정의는 선진국의 유전학 연구자가 개발도상국으로 날아와서 샘플을 채취하고 다시 본국으로 날아가서 분석한 뒤에 결과를 출판하여 현지의 연구자는 물류 역할만 하는 등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방식의 연구를 뜻하나(Minasny and Fiantis, 2018), 이제는 모든 학문 분야의 연구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 되었으며 국가의 민감한 공간정보를 다루는 드론 연구·프로젝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주19. Zanzibar Mapping Initiative, https://www.zanzibarmapping.com
주20.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2015년 5월에 들어서야 비로소 「무인비행기(UAVs) 비행 운영 통제에 관한 교통부 행정령(2015년 90호)」을 처음으로 발표하였으며, 같은 해 11월에 「무인비행시스템(UAS) 운영 통제에 관한 교통부 행정령(2015년 180호)」를 발표하였고, 2016년 5월에 기존의 2015년 90호를 2016년 47호로 개정하였다.
주21. 만약 현재의 국가 드론 비행규제를 당시에 따라야만 했으면, 이 프로젝트에서의 드론 비행고도(350m)는 정부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사전에 받아야만 하는 요건이다. 인도네시아의 드론 비행규제는 일반적으로 비행고도 150m 이하의 비상업적 비행에 대해서는 별도의 허가를 요구하고 있지 않으나, 관공서, 군사지역, 공항 등 중요지역 인근과 비행기 경로통제지역 내에서의 비행은 예외적으로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주22. 르완다 교통부는 2016년 4월에야 무인민간비행시스템에 관한 훈령 N°01/MOS/Trans/016 of 26/04/2016을 발표하였다.
주23. 국토교통부 보도자료(2020.2.11.), “아프리카 하늘로 한국 드론 뜬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2020.4.29.), “1일부터 일상 속 드론시대 개막… 드론법 시행 통해 전방위 육성”; 국토교통부 보도자료(2020.7.2.), “드론 실증도시 본격 착수…국토부, 7월 한 달간 집중점검 실시”, https://www.molit.go.kr/
주24. 국토교통부 보도자료(2020.2.18.), “「드론 실명제」로 국민 안전 확보한다”, https://www.molit.go.kr/
주25. 국내에서 드론이 촬영한 정사사진은 (심지어 정부의 작업물도) 법적 효력이 있는 지적도로 사용되기보다는 경계선을 확인하는 일종의 참고자료로서 역할이 제한되고 있다(고정현, 2019).
주26. 세계은행, https://www.worldbank.org/en/programs/tanzania-urban-resilience-program. 참고로 세계은행에서는 여러 부서 중에서도 특히 Global Practice for Social, Urban, Rural and Resilience(GPSURR)와 Global Facility for Disaster Reduction and Recovery(GFDRR)가 개발도상국의 공간정보 분야 드론 활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World Bank,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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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Figure 1.
Research flowchart

Figure 2.

Figure 2.
Sites of case analysis

Figure 3.

Figure 3.
DIY drone used in the West Kalimantan project

Figure 4.

Figure 4.
Illegal mining activities identified by orthophoto

Figure 5.

Figure 5.
a) Cadastral map (top); b) Topographic map (bottom)

Figure 6.

Figure 6.
a) 2008 orthomosaic (left); b) 2015 UAV-generated orthomasaic (right)

Figure 7.

Figure 7.
a) Conventional cadastral map (left); b) Drone-generated cadastral map (right)

Table 1.

Academic research trend in Korea with terms related to drones

Table 2.

Analytic framework for case studies

Table 3.

Comprehensive summary of the international case stu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