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 publication date 25 Sep 2020
근린의 어린이 바깥놀이 시간 결정요인
Abstract
Based on questionnaire survey data of 500 parents of elementary school students in Seoul, this paper analyzes the relationship between a child’s individual, household, and neighborhood characteristics and his or her outdoor play time (OPT). The results support the idea that neighborhood characteristics are strongly associated with OPT: Living in an apartment or the southeastern region increases OPT. If parents think the neighborhood environment is desirable for children’s outdoor play, OPT increases by 10 minutes. The most effective factor among neighborhood characteristics is safety, which implies that policy strategies for enhancing OPT should focus more on improving the neighborhood’s public safety. Formal play spaces, such as playgrounds and parks, result in longer OPT. At the same time, street aesthetics—many attractions in walkable distance with one-time travel—make children play longer outside. Among the neighborhood factors, social cohesion is the strongest, which means that the improvement of the neighborhood environment should entail frequent and positive interactions among residents. The results also indicate that parents’ agreement on the efficacy of outdoor play and their prioritization of outdoor play, particularly over education, could affect the success of a better neighborhood environment.
Keywords:
Outdoor Play, Children’s Health, Neighborhood Environment, Walkability, Factor Analysis키워드:
바깥놀이, 어린이 건강, 근린환경, 보행친화성, 요인분석Ⅰ. 연구의 배경 및 목적
바깥놀이는 건물 내부를 벗어나 건물 밖에서 이루어지는 놀이를 일컫는다. 어린이에게 있어 바깥놀이는 여러 가지 효능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우선 바깥놀이는 어린이의 신체 건강에 기여한다. 바깥놀이 시간이 길수록 신체활동이 증가한다(Klesges et al., 1990; Baranowski et al., 1993; Sallis et al., 1993). 의도적으로 신체활동을 늘리지 않더라도 실내보다 바깥의 온도변화가 크기 때문에 신체의 칼로리 소모량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Godbey, 2009). 야외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운동을 한 어린이들은 더 높은 운동능력을 보인다(Graf et al., 2004). 바깥활동을 많이 한다는 것은 곧 실내에 있는 시간이 짧음을 뜻하며, 이는 곧 앉아있는 시간이 줄어듦을 뜻할 수 있다. 바깥활동 시간이 많을수록 과체중 비율이 낮다는 연구결과(Cleland et al., 2008)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가능하다.
바깥놀이는 어린이의 정서발달 및 사회화에도 기여한다. 바깥활동을 통해 어린이는 자발적으로 외부환경을 탐색할 수 있으며 사회적 접촉의 기회도 늘릴 수 있다(박소현 외, 2016). 스스로 놀잇감을 찾아 조직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사고력이 증진될 수 있다(최목화·최병숙, 2003). 어린이 시기에 공공장소에서 놀이를 많이 할수록 청소년기에 들어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공동체 의식이 늘어나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다(Prezza and Pacilli, 2007). Kuo and Taylor(2004)에 따르면 공원이나 농장, 혹은 집의 뒤뜰에서 활동하는 것이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어린이의 바깥놀이나 바깥활동은 청소년 혹은 성년 시기의 여가 습관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Janz et al., 2000; Tammelin et al., 2003; Kemperman and Timmermans, 2011).
이처럼 중요한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이 크게 감소하는 현상이 국내·외에서 공통으로 관측되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게임을 중심으로 한 실내놀이의 증가, 특히 국내의 경우 학원, 과외 등 사교육활동의 증대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대응, 어린이의 바깥놀이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대안이 모색되고 있으며 그중의 하나가 어린이가 거주하는 근린환경의 개선이다. 여기에는 어린이의 바깥놀이에 적합한 근린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정이 내재해 있다.
그러나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과 어린이의 근린환경 간 관계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외에서는 2000년을 기점으로 근린환경과 신체활동에 대한 관심이 어린이의 바깥놀이로 옮겨와 매우 풍부한 연구가 이루어졌음을 감안하면, 이 연구의 공백은 조금 놀라운 일이다. 이후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국외 연구들은 부모의 특성이나 가치관, 특히 교육과 바깥놀이와의 관계 등을 적극 통제하지 않았기에 그 결과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본 연구는 서울의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 어린이의 바깥놀이와 근린환경과의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근린환경 개선이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그 정량적 증거를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Ⅱ장에서는 바깥놀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논의된 특성들을 크게 개인 특성, 가구 특성, 그리고 근린환경 특성으로 나누어 국외 연구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국외에서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졌음에도, 또 최근 국내에서 이를 다룬 연구가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운 연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Ⅲ장에서는 본 연구의 조사대상, 조사방법, 그리고 이 조사를 통해 본 연구에서 사용할 변수를 어떻게 추출하였는지 설명한다. Ⅳ장에서 개인 및 가구 특성, 근린환경 특성과 바깥놀이 시간과의 관계는 우선 이변수 분석을 통해 포괄적으로 검토되며, 이어 주요 변수들을 중심으로 다중회귀모형 및 공간회귀모형을 추정해 살펴본다. 근린환경의 세부요소들 사이에서는 유의한 상관관계들이 존재하므로 요인분석을 통해 축약된 변수를 투입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분석의 결과 그리고 그 시사점은 Ⅴ장에서 최종적으로 제시한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본 연구가 대상으로 하는 바깥놀이의 개념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집 밖에서 하는 놀이로 본다면, 사설학원이나 주민센터 프로그램 등으로 진행되는 실내활동도 바깥놀이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근린환경에 기초해 나타나는 바깥놀이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 활동들은 바깥놀이에서 제외하고자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미세먼지와 폭염 등이 보다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린이의 바깥놀이를 장려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분명 이상기후 속의 바깥놀이는 어린이의 건강을 해칠 수 있기에 그 가치는 보다 유연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본 연구는 근린환경이 개인 및 가구 특성을 통제한 상태에서 과연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므로, 향후 어린이의 바깥놀이 권장에 대한 정책 결정과는 다른 관점의 논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Ⅱ. 이론연구
1. 개인·가구 특성과 어린이의 바깥놀이
바깥놀이의 주체는 어린이이다. 따라서 바깥놀이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우선 어린이의 개인 특성을 들 수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어린이의 연령과 성별이 대표적 특성이다. 연령은 높을수록 바깥놀이 시간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어린이근린영향(Neighborhood Impact on Kids, NIK)’ 자료를 분석한 Tappe et al.(2013)도 그중 하나이다. 이는 워싱턴주 시애틀과 킹카운티, 그리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지역의 6-11세 자녀가 있는 730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부모 설문조사, 그리고 자녀의 가속도계 측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령이 높을수록 자녀의 길거리 내 활동일수 및 전체 활동일수, 그리고 가속도계로 측정한 자녀의 신체활동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미국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들(Trost et al., 2002; Norman et al., 2006), 그리고 영국(Page et al., 2010)과 스위스(Bringolf-Isler et al., 2010)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연령이 높을수록 바깥놀이 활동 및 시간이 감소하는 결과를 마찬가지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연구가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남동부 런던 지역을 대상으로 한 ‘10대의 건강 및 행태(Health and Behaviour in Teenager Study, HABITS)’ 조사를 분석한 Brodersen et al.(2005)은 연령과 신체활동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미국의 ‘시카고근린 인성개발 프로젝트(Project on Human Development in Chicago Neighborhoods)’ 자료를 중심으로 80개 근린 1,378명의 11-16세 신체활동시간을 분석한 Molnar et al.(2004)의 연구에서는 오히려 나이가 많을수록 신체활동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는 패턴이 나타나기도 한다.
많은 연구들은 남아가 여아보다 바깥놀이 시간이 더 긴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미국의 ‘전국건강 및 영양조사(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를 분석한 Whitt-Glover et al.(2009)은 일주일 중 5일 이상 60분 이상의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한 어린이의 비율을 살펴보고 있는데, 이 비율은 대부분의 인종과 연령 집단에 걸쳐 남자가 여자보다 높다. 이 패턴은 다른 연구들(Trost et al, 2002; Molnar et al., 2004; Tappe et al., 2013, Islam et al., 2016)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스위스를 대상으로 주중 및 주말 자녀가 외부에서 놀이활동을 한 시간을 부모의 응답으로 측정해 분석한 Bringolf-Isler et al.(2010)에 따르면 이 성별의 차이는 연령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남녀 간 놀이시간의 차이는 6-7세 연령집단에서 발견되진 않지만, 연령이 증가할수록 여자가 남자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네덜란드의 가구통행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Kemperman and Timmermans(2011)는 베이지안 네트워크(Bayesian Network) 모형으로 외부활동시간을 분석하였지만, 성별이 미치는 영향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어린이는 부모의 보호를 받는 미성년자로서, 모든 의사결정을 독립적으로 하지 않는다. 부모 및 가구의 특성이 어린이의 바깥놀이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이다. 가구 특성으로 기존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변수 중 하나는 형제자매 여부이다. 놀이라는 것이 함께 놀 동료가 있을 때 더 빈번히 일어나기에 선행연구들은 형제자매 여부를 바깥놀이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포함하고 있다. Handy et al.(2008)도 이 중 하나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8개 근린에서 추출된 표본을 통해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을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놀이시간은 구체적으로 ‘만약 당신이 16세 미만 자녀와 살고 있다면, 이들이 당신의 근린(집 뒷마당 제외)에서 나가 논 것은 지난 7일 중 며칠입니까’라는 질문으로 측정되었다. 순위형프로빗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16세 미만 자녀가 많을수록 바깥놀이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Bringolf-Isler et al.(2010) 역시 어린 동생이 있을수록 자녀의 바깥놀이 시간이 증가함을 발견하고 있다. Yoon and Lee(2019)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을 대상으로 백인과 히스패닉으로 나누어 초등학생 표본을 구축, 이들의 바깥놀이 시간의 결정요인을 살펴보았다. 형제자매의 수는 백인과 히스패닉 모두에 걸쳐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값이 나타났다. 물론 형제자매의 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는 연구도 존재한다(Aarts et al., 2010).
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도 자녀의 바깥놀이 시간과 관련된 변수로 자주 이용된다. 별도의 사회경제지위(Socioeconomic Status, SES) 변수가 사용되기도 하고 부모의 학력이나 가구소득이 사용되기도 한다. 전술한 Molnar et al.(2004)과 Kemperman and Timmermans(2011) 모두 가구의 사회경제지위가 높을수록 신체활동이나 여가활동 시간이 증가함을 발견하고 있다. Tappe et al.(2013)에서도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가속도계로 측정된 어린이의 신체활동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다. 물론 반대의 결과도 존재한다. Aarts et al.(2010)은 네덜란드 남부의 중간 규모 도시 4개의 42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4-12세 학생의 부모 6,4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놀이시간은 지난달 일반적인 한 주를 기준으로 어린이가 바깥놀이 활동을 한 날(number of days)에 하루 평균 바깥놀이 시간을 곱해 산정하였다. 분석결과 부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바깥놀이 시간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hitt-Glover et al.(2009)에 따르면 가구소득으로 구분된 집단 사이에 신체활동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으며, Norman et al.(2006)의 실증분석 결과에서도 부모 학력 변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Yoon and Lee(2019)에서는 오히려 부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백인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한다.
2. 근린환경 특성과 어린이의 바깥놀이
최근의 연구동향이자 본 연구의 초점은 이와 같은 개인 및 가구 특성과 함께 근린환경 역시 어린이의 바깥놀이 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근린환경이 바깥놀이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크게 놀이시설 및 장소, 교통안전, 지역사회 및 범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집과 가까운 곳에 놀이터나 공원 등 놀이를 할 시설과 공간이 존재한다면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는 풍부하다. 전술한 Handy et al.(2008)의 횡단면모형 분석결과에 따르면 인근에 공원이나 오픈스페이스가 존재할수록 바깥놀이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늘어난다. Bringolf-Isler et al.(2010)과 Tappe et al.(2013)은 공통적으로 공원이나 놀기에 적합한 장소가 부족하다고 인식할 때 자녀의 바깥활동 시간이나 신체활동일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함을 발견하였다. Tappe et al.(2013)은 보행 및 자전거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을 때 공원 내 어린이의 신체활동 시간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Roemmich et al.(2006)은 미국 뉴욕의 이리(Erie) 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4-7세 어린이의 신체활동시간을 가속도계를 통해 측정, 이를 공원 및 여가시설 면적이 근린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GIS로 산정해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이 비중이 높을수록 신체활동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구체적으로 공원 및 여가시설 면적 비중의 1% 증가는 신체활동시간의 1.2% 증가와 연관되어 있었다. 포르투갈 포르토(Porto)의 7-12학년 1,123명을 대상으로 한 Mota et al.(2005)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를 신체활동이 활발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구분할 때, ‘우리 동네에서 공원이나 산책로, 자전거도로, 놀이터, 공공수영장 등 공공여가시설이 많다’라고 응답할수록 신체활동이 활발한 집단으로 분류될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다. 텍사스의 백인 어린이 내에서도 놀이터의 수는 바깥놀이 시간을 늘린다(Yoon and Lee, 2019). 수변공간(Aarts et al., 2010), 농경지(Kemperman and Timmermans, 2011), 여가시설(D’Haese et al., 2015) 역시 어린이의 바깥놀이 활동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선행연구들이 발견한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놀이터나 공원처럼 어린이의 놀이활동을 위해 정식으로 마련된 장소, 즉 ‘정식 장소(formal space)’뿐만 아니라 가로, 골목, 공지 등 ‘비정식 장소(informal space)’도 어린이의 바깥놀이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 Jacobs(1961)를 통해 진작에 관찰된 바 있다. 그녀에 따르면 미국의 놀이터와 공원은 계획가의 의도와 달리 청소년 비행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비해 가로나 골목은 다양한 목적을 가진 많은 어른들이 통행하면서 공적인 책임을 갖고 어린이들을 감시하며, 어린이들은 일상 속에서 자유롭게 놀면서 불특정한 어른들로부터 역시 불특정한 배움을 체득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녀는 어린이들의 이와 같은 자유로운 놀이가 장려되도록 충분한 폭으로, 그리고 다른 용도와 함께 제공되어 사람들이 많이 지켜보도록 가로를 만들 것을 제안하였다.
비정식 장소의 중요성은 개발도상국 대상의 연구에서 빈번히 발견된다. 요르단을 대상으로 한 Abu-Ghazzeh(1998)는 제3세계에서 어린이를 위한 가장 매력적인 놀이공간으로 거리를 지목한다. 부모들은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다른 놀이수단을 제공하지 않으며, 중요한 놀이기회와 활동을 제공하는 놀이터는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활발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길거리로, 인터뷰를 한 어린이 셋 중 한 명이 방과후 놀이 장소로 가로 공간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하였다. 방글라데시 다카의 9-14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Islam et al.(2016)은 보다 정량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한 주간 낮에 근린에서 바깥활동을 한 시간은 놀이시설이 아니라 단순히 바깥놀이를 할 공간이 있어도 증가하였다.
어린이의 입장에서는 놀이시설이나 장소가 가장 큰 관심사이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특히 가로에서 자녀가 놀 때 차량으로부터 자녀가 안전한지 여부가 큰 걱정거리가 된다. 스위스 취리히를 대상으로 한 Huttenmoser(2003)는 부모에게 ‘왜 자녀를 바깥에 나가놀지 못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교통이 너무 위험하다’라고 응답한 부모 비율은 61.5%였다. 그는 집 주변이 차량으로부터 안전해 자녀가 자유롭게 나가놀 수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구분하였는데, 자녀가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후자에서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차량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아 자유롭게 나가기 어려운 집단의 자녀는 대부분 부모를 동반하며 이 때의 놀이시간은 최대 1-2시간으로 한정되는 반면, 혼자 자유롭게 나가는 집단에서 자녀의 놀이시간은 2시간을 넘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Abu-Ghazzeh(1998)가 인터뷰를 한 부모들 중 54%는 차량의 빠른 속도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으며, 부모가 없을 때에는 거리에서 놀지 않도록 하였다. 호주 멜버른의 8-9세 어린이와 그들 부모를 대상으로 한 Veitch et al.(2010)의 연구는 자녀들이 집의 뒷마당(the yard at home), 가로 및 골목, 그리고 공원 및 놀이터에서 얼마나 놀았는지 부모에게 질의하였다. 그 결과 부모가 집 밖 거리에서 자녀가 노는 것을 안전하다고 생각할수록 주중 및 주말에 자녀가 가로나 골목에서 놀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Bringolf-Isler et al.(2010), Page et al.(2010), Tappe et al.(2013), Yoon and Lee(2019)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찾을 수 있다.
이는 곧 양호한 가로연결성(street connectivity), 즉 가로를 통해 편리하게 주변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어린이의 바깥놀이에는 부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로연결성은 일반 주민의 보행활동은 증진시키지만 어린이의 바깥놀이는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Sallis and Kerr, 2006: 3). 이를 보여주는 연구 중 하나가 Norman et al.(2006)이다. 이들은 미국 샌디에이고의 11-15세 청소년 799명의 신체활동을 가속도계로 측정해 분석하였다. 응답자의 주소를 토대로 1마일의 네트워크 버퍼를 생성, 이 범위 내에 측정하는 교차로의 수로 교차로밀도 변수를 생성하였다. 분석결과, 교차로밀도가 높을수록 여자의 신체활동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벨기에 겐트(Ghent) 지역의 18개 초등학교 학부모 60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D’Haese et al.(2015) 역시 유사한 결과를 발견하고 있다. 전체 장소를 크게 공공여가공간, 집이나 그 밖의 정원, 그 외 거리나 보도 등으로 구분, ‘당신의 자녀는 여름/봄 기간 동안 각 장소에서 얼마나 자주 활동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분석결과 도로의 연결성이 낮을수록 가로 및 보도 내 신체활동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늘어났다. 전술한 Tappe et al.(2013)에서도 가로연결성이 양호할수록 어린이의 거리 내 신체활동 일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고 있다. 교차로밀도가 많을수록 바깥놀이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한다는 Yoon and Lee(2019)의 연구도 유사한 결과이다.
이 맥락에서 쿨데작(cul-de-sac)의 가치가 부각되기도 한다. 통과교통이 차단된 폐쇄형 가로인 이곳에서 교통량이 줄어들기에 어린이의 바깥활동이 더 원활해진다는 것이다. 미국 코네티컷을 대상으로 진행된 Hochschild(2013)의 연구는 이 쿨데작의 용도를 면밀히 보여준다. 그는 원형 전구 형태의 쿨데작(bulb cul-de-sac), 막다른 길 형태의 쿨데작(dead-end cul-de-sac)의 주민들과 일반 통과도로(through street)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우선 쿨데작은 교통량이 적어 아이들의 놀이가 방해받지 않는다. 비어 있으면서 혼잡하지 않은, 특히 원형 전구 형태의 쿨데작은 상대적으로 더 넓으면서 전선으로 방해받지도 않기에 보다 큰 공간이 필요한 놀이가 가능하다. 차량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물론이며, 차량의 소음 또한 적어 아이들의 소리를 보다 잘 듣는 것도 장점이다. 만약 자녀들이 다치거나 위험에 처할 때 보다 빨리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쿨데작의 폐쇄성으로 인해 외부인과 외부차량은 보다 쉽게 구분된다. 쿨데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쿨데작 주민들 내에서는 더 끈끈한 우호관계가 형성된다. 이를 토대로 가동되는 집단보호체제(collective form of guardianship) 그리고 거리의 완벽한 감시체제(street panopticism)는 아이들이 놀다가 다칠 때,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외부인이 아이들에게 해를 가할 때 부모뿐만 아니라 근린 전체가 즉각적으로 대응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자녀들이 쿨데작 내에서 노는 것에 대해 부모는 안심한다. 자녀 역시 다치거나 나쁜 어른을 만날 때 도와줄 이웃이 늘 있다는 것에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끼며 더 적극적으로 놀 수 있다. 이 쿨데작의 효능은 Islam et al.(2006) 및 Veitch et al.(2010)의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도 입증되었다.
한편으로 가로의 연결성에 대해 상반된 결과도 존재한다. 전술한 Mota et al.(2005)은 가로의 연결성과 청소년의 신체활동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Aarts et al.(2010)은 오히려 다양하게 난 길이 7-9세의 여아, 10-12세 남아의 놀이시간을 증가시킴을 발견하였다. Bringolf-Isler et al.(2010)의 연구에서도 높은 도로밀도는 초등학생의 바깥활동을 감소시키지만 중학생의 바깥활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이를 중학생의 경우 교통에 대한 대응능력이 높아져 거리의 교통량이 바깥활동을 저해하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가로의 연결성과 함께 주목받는 또다른 근린환경의 특성은 근린 내에 볼거리가 많은지, 다양한 용도가 혼합되어 있는지 여부이다. Mota et al.(2005)에 따르면 근린을 걸어다닐 때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고 응답한 청소년들이 상대적으로 신체활동이 많은 집단에 분류될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다. Tappe et al.(2013)은 이를 ‘거리 미관(street aesthetics)’으로 불렀는데, 역시 이 변수의 값이 높을수록 어린이의 거리 및 공원 내 신체활동일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Norman et al.(2006)은 집으로부터 1마일 이내 상업시설 연면적의 영향을 분석하였는데, 이것이 클수록 남자의 신체활동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토지용도혼합에 대한 접근성(land use mix accessibility)이라는 지표를 사용한 D’Haese et al.(2015) 역시 이 값이 클수록 어린이의 신체활동이 증가함을 관측하였다.
근린환경은 반드시 근린의 물리적 특성만을 일컫지 않는다. 근린에 만나는 사람, 근린에 함께 거주하는 사람, 그리고 이들과의 관계 역시 중요한 변수로 간주된다. Bringolf-Isler et al.(2010)에 따르면 6-7세 어린이들은 친구들과 가까이 거주할 때 바깥놀이 시간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Veitch et al.(2010)도 근린 내 친구가 많거나 길에서 노는 아이들이 많을수록 골목에서 주중 혹은 주말에 자녀가 놀 확률이 증가함을 발견하였다. Page et al.(2010)에서도 같이 놀 아이들이 있거나 거리에 아이들이 있을 때 남자 및 여자의 바깥놀이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늘어났다. 여자의 경우 근린 내 괴롭힘(bullying)이 존재한다고 인식할 때 바깥놀이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어린이들 사이뿐만 아니라 전체 이웃관계도 영향을 미친다. Aarts et al.(2010)에 따르면 사회결속(social cohesion)이 강할수록 10-12세 남아를 제외한 전체 집단에서 놀이시간이 늘어났다.
반면 근린이 무질서하고 안전하지 않을수록 바깥활동은 저해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술한 Aarts et al.(2010)은 사회안전도가 높을수록 4-6세 남아 및 여아의 놀이시간이 모두 늘어남을 발견하였다. Kemperman and Timmermans(2011)에서도 근린이 안전하다고 평가될수록 전체 외부여가시간, 그리고 일반적인 여가활동, 사회적 교류, 문화활동, 공동체활동, 스포츠 등의 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Islam et al.(2016) 역시 부모가 근린에 대해 안전하다고 생각할수록 자녀의 활동시간이 증가함을 확인하였다. Molnar et al.(2004)에서는 근린이 놀기에 위험할수록, 사회무질서 정도가 클수록 신체활동시간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점에서 볼 때 근린 내에서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면 어린이의 바깥놀이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술한 Handy et al.(2008)에 따르면 범죄율이 줄어들었다고 응답할 경우 자녀의 바깥활동이 증가하였다. Tappe et al.(2013)도 범죄로부터 안전하다고 판단할수록 어린이의 공원내 신체활동이 증가함을, 그리고 D’Haese et al.(2015) 역시 범죄 안전성이 높을수록 가로 및 보도에서 어린이의 신체활동이 증가함을 발견하였다. Bringolf-Isler et al.(2010)도 부모가 범죄를 인지할수록 자녀의 바깥활동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함을 확인하고 있다. 그 이유를 Veitch et al.(2010)에서 구체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데, 다른 요인을 통제하지 않은 결과이긴 하지만 부모가 동네의 범죄율이 높다고 인식할 경우 자녀는 바깥이 아니라 집의 마당에서 노는 것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3. 새로운 연구의 필요성
이처럼 국외에서는 2000년 이후부터 어린이의 바깥놀이 활동, 그리고 여기에 근린환경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매우 풍부하고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 이를 국내 어린이의 바깥놀이 활동과 연계하기에는 몇 가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부모의 특성이 보다 다양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방과 후 돌봄의 주체도 그중 하나이다. 김미숙 외(2013)에 따르면 평일 방과 후 함께 지내는 사람으로 부모님을 응답한 경우가 가장 많지만, 혼자 지낸다는 응답도 30% 이상의 비율로 관측된다. 전술한 국외연구(Huttenmoser, 2003)에서는 부모가 직접 돌볼 때 놀이시간이 한정되므로 혼자 놀 경우보다 바깥놀이 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오히려 부모의 돌봄이 다양한 위험요인으로부터 자녀의 놀이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여, 바깥활동을 진작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는 실증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부모의 특성으로 부모가 바깥놀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부 역시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Ⅰ장에서 언급한 바깥놀이의 긍정적 효과들을 부모가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바깥놀이 시간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연구들 중 바깥놀이의 순기능에 대한 부모의 역할을 변수로 취급한 연구는 네덜란드 대상의 한 연구(Aarts et al., 2010)에 불과하다. 여기에서는 부모가 바깥놀이에 대해 가치를 크게 부여할수록 바깥놀이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관측되었다. 이에 국내를 대상으로 바깥놀이에 대한 부모의 평가가 바깥놀이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의 상황에서 바깥놀이에 대한 판단은 부모의 교육열과 긴히 연계되어 있다. 김미숙 외(2013)에 따르면 국내 부모가 기대하는 자녀의 최종학력은 4년제 대학이 70.5%이며, 석사, 박사 등 대학원 이상이 25.2%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열망은 어린이의 현재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평일 방과 후 생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원이나 과외(41.3%), 학교자율학습 후 방과 후 학교(14.7%), 집에서 숙제(11.6%) 등 교육과 관련된 활동이 대부분으로, 친구들하고 놀기(5.7%), 신체활동/운동하기(1.8%)는 극히 낮은 비중을 보인다. 이처럼 많은 시간을 이미 학업에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자녀가 앞으로도 학원이나 과외(49.2%), 집에서 숙제(39.8%) 등을 하기를 희망하는데, 이는 자녀들의 방과후 희망활동으로 집에서 쉬기(61.2%), 그리고 친구들하고 놀기(48.7%)가 높은 순위로 나타난 것과 대비된다. 이 상황에서 바깥활동은 부모에게 자녀가 교육을 위해 사용할 시간을 뺏는 것으로 간주되며, 자녀의 교육을 더 중시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의 바깥놀이 활동을 더욱 제약할 것이다. 이와 같은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부모의 교육관, 놀이와 교육과의 관계 등의 영향에 대한 국외의 실증연구들은 매우 부족하다.
개인 및 가구 특성, 특히 바깥활동의 가치나 교육과의 상충 등에 대한 부모의 판단 등을 고려할 경우, 과연 근린환경 요인이 바깥놀이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도 비판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전술한 것처럼 바깥놀이 활동의 주체는 어린이이며, 어린이의 활동은 부모에 의해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이 구조 속에서 바깥놀이 활동이 대부분 결정될 수 있으며, 여기에 근린환경의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수도 있다. 양호한 근린환경이 어린이의 바깥놀이 활동을 진작시킨다는 주장은 도시계획 및 설계 입장에서의 희망사항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국내에서 근린환경 요소들이 개인 및 가구 특성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근린환경 변수들 중 국내에서 특별히 관심을 끄는 항목은 주택유형이다. 국내의 어린이가 바깥놀이를 하는 근린환경은 크게 몇 개의 아파트 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단지’ 환경과 단지로 국한되어 있지 않은 채 자연발생적 가로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단독주택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과연 이 중 어떠한 근린에서 어린이의 바깥놀이가 더 많이 일어날 것인가? Islam et al.(2016)은 거주주택의 층수가 높을수록 놀이시간이 감소하는 패턴을 확인하였는데, 이는 곧 아파트에서 바깥활동이 줄어들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Aarts et al.(2010)에 따르면 일반단독(detached) 주택은 4-6세 여아의 바깥놀이 시간을, 아파트(flat/apartment)는 4-6세 여아와 10-12세 여아의 바깥놀이 시간을 단축시키며, 연립(semidetached/duplex) 주택은 4-6세 남아의 바깥놀이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나, 주택유형의 영향을 일관적으로 진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부분적인 폐쇄성을 확보하면서 놀이터와 산책로 등 정식 놀이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어린이의 바깥놀이 활동이 진작되는지, 아니면 가로와 골목 등 비정식 놀이공간을 중심으로 놀이공간이 형성되어 있는 전통 시가지에서 바깥놀이 활동이 늘어나는지 실증분석이 여전히 필요하다.
국외 연구만으로 국내 어린이의 바깥놀이를 논할 때 이와 같은 굵직한 이슈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을 분석한 연구는 Lee et al.(2019)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희소하다.1) 이들은 서울 구로구 개명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놀이시간은 놀지 않음, 30분 미만, 30분에서 1시간, 1시간에서 2시간, 2시간에서 4시간, 4시간 이상의 순서형 변수로 측정하였다. 이를 종속변수로 한 순위형로짓모형을 추정한 결과, 여자보다는 남자가, 형제 또는 자매가 있을 때 놀이시간이 늘어나며, 사교육을 하고 있는 경우 놀이시간이 줄어듦을 관찰하였다. 근린환경 변수로 교통안전, 범죄안전, 보행환경, 공동체의식 등 네 가지 요인을 포함하였는데, 이 중 공동체의식을 제외한 나머지 세 요인이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놀이시간을 늘림을 발견하였다.
국내에서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에 대한 개인 및 가구특성(성별 및 형제자매 여부)의 영향, 특히 교육요인(사교육)의 영향, 그리고 이를 통제한 상태에서 근린환경의 유의한 영향을 발견하였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매우 큰 의의를 지닌다. 다만 그 결론을 일반화함에 있어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 하나의 초등학교와 그 근린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였기 때문에, 다양한 근린환경 요소와 그 차이를 효과적으로 측정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때문인지 네 개의 근린환경 변수 사이에 다중공선성이 발생, 최종적으로는 각 근린환경 변수 하나씩만 투입해 네 개의 모형을 추정하였다. 이 구조 하에서 설령 특정 근린환경 요인이 통계적으로 유의하더라도 다른 요인을 통제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에 그 영향을 일반화시키기에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서로 다른 모형으로 각 요인을 분석하였기 때문에 요인 간 영향력을 비교하기도 어렵다. 보다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다양한 근린환경 요인이 포함되도록 설계, 어린이의 바깥놀이에 대한 개인, 가구, 그리고 근린환경 요인들의 영향을 검토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Ⅲ. 자료 및 모형
1. 자료
본 연구는 서울 내 초등학교 1-4학년 학생의 어머니 500명을 대상으로 전문조사원이 개별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설문의 결과를 사용한다. 특정 초등학교나 근린이 아니라 서울 전역으로 표본을 추출, 한 도시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근린환경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고자 한다. 어린이, 즉 '아동'의 법적 기준은 18세 미만이다(「아동복지법」 제3조 제1호). II장에서 자주 확인된 것처럼 연령대에 따라 바깥놀이 활동의 영향요인이 달라지므로 이 법적 기준보다는 특정 연령대로 대상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 중고등학생보다는 초등학생이, 그리고 초등학교 내에서도 고학년보다는 저학년이 집과 학교를 축으로 하는 근린의 범위 내에서 바깥놀이를 할 가능성이 크므로, 초등학교 1~4학년을 조사대상으로 한정한다. 후속연구에서는 분명 다른 연령대로 연구 대상을 확장하여야 할 것이다. 부모 중 어머니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까닭은 한국에서 자녀 양육이 주로 어머니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에 기초한다. 전술한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의 주양육자가 어머니인 비율이 93.7%이다(김미숙 외, 2013). 이는 어머니가 자녀의 일상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자녀의 바깥활동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므로, 어머니로 한정해 조사를 진행하였다.
표본은 초등학교 1-4학년에 해당하는 만 6세 이상 9세 이하의 지역별, 성별 인구분포에 기초해 추출하였다(표 1). 전술한 것처럼 국내에서 어린이의 바깥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근린환경의 특성이 주택유형에 따라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므로,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특정 주택유형에 표본이 집중되지 않게끔 지역별 주택유형(단독주택, 연립·다세대, 아파트, 기타)별 비율에 준해 표본을 설계하였다.2) 설문은 전문조사업체인 한국리서치에 의해 2016년 4월 25일부터 5월 18일까지 약 3주에 걸쳐 진행되었다.
2. 변수 및 모형
본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어린이의 근린 내 바깥놀이 시간이다.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이를 측정하기 위해 먼저 근린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환기하였다: ‘동네는 일상적으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을 할 때, 부담없이 갈 수 있는 범위를 말합니다.’ 이후 자녀가 동네의 놀이 장소에서 노는 일수와 하루 평균 놀이시간을 주중과 주말로 나누어 질의하였다. 주중 놀이일수는 0일에서 5일, 주말 놀이일수는 0일에서 2일의 범위에서 일 단위로 측정된다. 놀이시간은 ‘30분 이하’, ‘31분~1시간’, ‘1시간 1분 ~1시간 30분’, ‘1시간 31분~2시간’, ‘2시간 1분 이상’의 범주로 측정하였다. 이 각 범주를 15분, 45분, 75분, 105분, 135분으로 대응, 일평균 놀이시간을 생성하였다. 분석결과 표본 어린이의 일평균 놀이시간의 평균은 30.4분, 중위값은 24.6분이다.
이어 어린이의 바깥놀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논의된 변수들을 차례대로 생성한다. 먼저 어린이의 개인 특성으로 연령과 성별 변수를 생성한다. 연령은 1-2학년을 참조집단으로 3-4학년을 나타내는 더미변수를 생성한다. 성별은 여아가 1, 남아가 0을 갖는다. 다음으로 부모 및 가구 특성 변수를 생성한다. 먼저 형제나 자매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더미변수를 생성한다. 함께 놀이를 할 수 있는 연령대의 형제자매 여부가 중요할 수 있다는 판단에 전체 형제자매 여부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이하 연령대의 형제자매 여부도 함께 고려한다. 사회경제지위 변수에 해당하는 부모의 학력 및 가구소득에 대한 변수도 추가한다. 부모의 학력은 부모 모두 대졸 이상인 경우 1, 그렇지 않은 경우 0을 갖는 더미변수로 코딩한다. 가구소득은 설문시점의 가계동향조사 가구당 월평균소득 분위경계값을 기초로 1분위(140만 원 미만), 2~3분위(140~290만 원), 4~5분위(290~390만 원), 6~7분위(390~510만 원), 8~9분위(510~810만 원), 10분위(810만 원 이상)로 측정하였다. 분석의 편의상 5분위 이하의 집단을 참조집단으로 하여 6분위 이상에 대해 1의 값을 갖도록 설정한다.
국외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은 부모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본 연구는 몇 가지 변수를 더 추가한다. 첫째는 어머니가 방과 후 자녀를 돌보는지 여부이다. 바깥활동을 하는 자녀를 지켜봄으로써 교통이나 범죄로부터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놀이활동 시간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녀를 방과 후 주로 돌보는 사람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의 응답에서 ‘엄마’로 응답한 경우를 1로 갖게끔 생성한다. 0의 값을 갖는 항목은 ‘아빠’, ‘조부모’, ‘기타 친인척’, ‘보육 돌보미’, ‘특별히 없다’ 등이다. 둘째로 과연 부모의 입장에서 바깥놀이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응답도 포함한다. 부모가 바깥놀이를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자녀의 바깥놀이 활동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녀가 동네에서 노는 것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필요한 편이다’, ‘매우 필요한 편이다’로 응답할 때 1을 갖는 더미변수로 생성하였다. 셋째로 바깥놀이가 학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부모가 생각하는지 여부를 고려하였다. 전술한 것처럼 부모의 교육열이 높다면 바깥놀이는 학습시간을 줄이는 부정적 요인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바깥놀이의 시간은 다른 어린이들에 비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녀가 밖에서 놀면, 학습적인 면에서 뒤쳐질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크게 뒤쳐질 것이다’라고 응답한 부모를 1로 설정해 이 변수를 생성하였다.
마지막으로 근린환경에 대한 특성을 추가하였다. 우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유형을 들 수 있다. 주택유형은 단독, 연립, 다세대, 아파트, 오피스텔, 기타 등으로 층화추출되었으나, 논의의 편의를 위해 아파트 여부를 나타내는 더미변수로 표현한다. 서울의 주요 권역에 대한 변수도 생성하였는데, 이 역시 표본의 층화추출이 기준으로 하고 있는 남서권, 남동권, 북동권, 북서권을 기준으로 한다. 근린환경에 대한 항목은 크게 세 단계로 접근하였다. 우선 자녀의 바깥놀이에 있어 근린환경의 전반적인 적합성을 평가하도록 하였다. 구체적으로 ‘귀하께서 거주하고 계신 동네가 자녀가 노는데 얼마나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서 ‘적합한 편이다’ 혹은 ‘매우 적합하다’라고 생각하는 경우 1로, 그 외를 0으로 부여하였다. 이 근린환경의 적합성은 교통사고 등의 위험성, 그리고 범죄로부터의 위험성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고 판단, 이에 대응되는 변수를 생성하였다. 구체적으로 ‘자녀가 밖에서 놀다가 다치거나 사고가 날까봐 걱정되시나요’, ‘자녀가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고 밖에 돌아다녀도 될만큼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사용하였다. 근린환경에 대한 이와 같은 종합평가만으로는 근린환경의 세부 구성요소의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세 번째로는 근린환경의 세부항목에 대한 부모의 평가를 포함하였다. 놀이시설이나 장소에 대한 접근성, 거리미관, 교통의 편의 및 안전, 거리의 청결도, 사회적 관계, 범죄로부터의 안전 등 선행연구에서 언급된 항목들을 최대한 상호배타적이게끔 나열하였다(표 3). 각 항목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경우(‘그렇다’, ‘매우 그렇다’)를 1로, 그렇지 않은 경우를 0으로 하여 세부항목별 근린환경 변수를 생성하였다.
이렇게 구축된 자료를 토대로 우선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에 대한 개별 변수의 영향을 t-test로 검증한다. 집단을 세 개 이상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적합할 경우 ANOVA가 활용되며 이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발견하기 위해 Tukey 검정이 적용된다. 전술한 변수 이외에도 필요한 경우 설문에 포함된 다른 변수들도 함께 분석한다. 이를 통해서 어린이의 바깥놀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확인할 수 있으나, 이는 다른 변수들의 영향이 통제되지 않은 이변수 분석(bivariate analysis)의 결과로 그 결론을 일반화하기에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어린이의 일평균 바깥놀이 시간을 종속변수로 한 다중회귀모형을 추정한다. 다중회귀모형은 근린환경 요소의 조합을 달리 한 네 개의 모형으로 추정한다. 먼저 모형 1은 주택유형과 권역 변수를 포함한다. 주택유형과 권역은 근린환경의 평가와 긴밀히 연관된 변수이기 때문에 모형 2는 이를 제외하고 바깥놀이 활동에 대한 근린환경의 적합도 평가 결과만을 포함한다. 모형 3은 근린환경에 대한 적합도 평가 대신 교통사고 등의 위험성, 범죄로부터의 위험성을 나타내는 변수를 포함하며, 모형 4는 근린환경의 세부요소를 포함한다. 다만 근린환경의 세부요소 사이에서는 상관관계가 존재하므로 요인분석을 통해 추출된 요인들을 사용한다. 요인수효는 추출된 최종요인의 해석가능성을 기준으로 결정하며, 모형에 투입된 요인들은 Varimax 방식으로 회전된 요인값으로 포함된다.
한편 종속변수로 사용된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은 공간적 자기상관의 문제를 지닐 수 있다. 즉 가까이 있는 어린이들이 멀리 있는 어린이들보다 바깥놀이 시간이 서로 유사할 수 있다. 이에 모형 5와 모형 6은 공간시차모형(Spatial Lag Model)과 공간오차모형(Spatial Error Model) 등 공간회귀모형을 활용, 공간적 종속성을 통제할 때에도 모형 4의 결과가 계속 유지되는지 확인한다. 분량상 표본의 기초통계는 변수의 t-test를 보고한 <표 2> 및 <표 3>을 통해 제공된다.
Ⅳ. 결과 및 해석
1. 이변수 분석
먼저 개인 및 가구, 부모 특성과 관련된 변수로 집단을 구분, 각 집단별 바깥놀이 시간을 비교한 결과는 <표 2>와 같다. 선행연구와 달리 자녀의 연령은 바깥놀이 시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3-4학년의 바깥놀이 시간이 1-2학년에 비해 약간 짧지만(0.62분),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이는 본 조사가 초등학교 1-4학년이라는 한정된 연령집단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초등학생 이하의 형제자매가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할 때, 형제자매가 있을 때가 바깥놀이 시간이 약간 길게 나타나지만(0.65분), 이 차이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결과를 별도로 표기하지 않았으나, 전체 형제자매 혹은 초등학생 형제자매를 기준으로 하여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형제자매 요인은 국내 어린이의 바깥놀이 활동에 있어서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부모의 특성으로 먼저 부모의 학력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은 확인되지 않는다. 학력이 높은 집단 내에서 놀이시간이 약간 길게(2.11분) 나타나지만 t-test 결과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가구소득의 영향도 마찬가지이다. 저소득가구가 고소득가구에 비해 0.53분 더 길게 나타나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발견되지 않는다. 어머니의 고용상태나 돌봄이 놀이시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하여 분석한 결과, 어머니가 전일제로 일하고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놀이시간은 3.39분 짧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차이 역시 유의하지 않다. 표에 포함하진 않았으나 전일제와 시간제 근무를 묶어 일하지 않고 있는 경우와 비교하더라도 통계적 유의성은 발견되지 않는다. 부모의 특성 중 유일하게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은 방과후 어머니의 돌봄 여부이다. 어머니가 돌보는 경우 바깥놀이 시간은 일평균 31.2분으로 그 외의 경우에 비해 8.16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주요한 가설 중 하나는 부모가 바깥놀이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학습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따라 어린이의 바깥놀이 활동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바깥놀이의 가치나 필요성에 대한 부모의 판단과 바깥놀이 시간은 모두 예상과 부합하였다. 즉 동네에서 놀이를 함으로써 자녀가 더 건강해지거나, 정서적으로 안정되거나, 또래친구와 더 잘 어울리거나, 학교생활을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전체적으로 동네에서 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수록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집단에 비해 바깥놀이 활동 시간의 평균이 최소 6.6분에서 최대 21.1분까지 많은 것으로 측정된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학습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자녀가 밖에서 많이 놀면 학습적인 면에서 크게 뒤쳐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자녀의 바깥놀이 시간이 약 16분이나 줄어드는 것으로 측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학원을 다니는 자녀와 그렇지 않은 자녀 사이의 바깥놀이 시간의 차이는 2.22분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설문에 포함된 다른 문항을 통해 그 이유를 일부 확인할 수 있다. 학원을 오가면서 동네 놀이 장소에서 전혀 놀지 않는다는 응답은 42.7%인 반면 나머지 57.3%는 가끔이나 자주 혹은 항상 논다고 응답한다. 이처럼 학원의 통행이 바깥놀이 활동과 함께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단순히 학원 등록 여부만으로 바깥놀이 시간이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린환경 변수로 먼저 주택유형을 살펴본다. 크게 오피스텔을 포함한 아파트와 그 외 주택유형으로 나누어 비교하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이 33.24분으로 비아파트 어린이에 비해 5.21분이 더 길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본문에 포함되지 않은 ANOVA분석에 따르면 이 차이는 주로 아파트와 단독주택(기타 포함)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단독주택 거주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은 일평균 27.45분으로 가장 짧다. 이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가로 등 비공식 장소를 중심으로 한 놀이보다 놀이터나 공원을 중심으로 폐쇄성을 갖고 있는 단지 내에서 바깥놀이가 더 잘 일어남을 시사한다. 권역은 크게 동남권과 그 외 지역으로 구분하면, 동남권 어린이의 놀이시간은 35.12분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6.17분이 길고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ANOVA분석에 따르면, 이 차이는 동남권과 서남권 사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며(p-value 0.05 기준), 서남권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은 26.27분으로 동남권에 비해 약 9분가량 짧다. 아파트 및 동남권이 어린이의 바깥놀이 활동을 늘리는 이유는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녀의 바깥놀이에 있어 근린환경의 전반적 적합도를 질의한 결과, 적합하다고 응답한 집단 내에서 자녀의 평균 바깥놀이 시간은 하루 35.83분이었다. 이는 적합하지 않다고 응답한 집단에 비해 약 10.2분이나 많은 것으로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하다. 어린이의 바깥놀이에 근린환경이 적합한지 여부가 실제 바깥놀이 활동에 주요한 영향을 미침을 뜻한다. 근린환경의 전반적 적합도에 이어 자녀가 밖에서 놀다가 사고가 날까봐 걱정이 되는지, 자녀가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고 밖에 돌아다녀도 될 만큼 안전한지 여부 등 교통안전, 범죄안전 등의 항목으로 집단을 구분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자녀가 밖에서 놀다가 다치거나 사고가 날까봐 늘 걱정된다는 집단 내에서 바깥놀이 시간은 26.96분으로 다른 집단에 비해 5.76분 짧게 나타났다.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고 돌아다녀도 될 만큼 안전하다고 응답한 집단 내에서 자녀의 바깥활동 시간은 38.04분으로 다른 집단에 비해 10.75분 길게 나타났다. 이 차이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 근린환경이 교통이나 범죄로부터 안전한지 여부가 어린이의 바깥활동 시간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린환경의 적합도나 안전도에 대한 종합적 판단뿐만 아니라 이를 구성하는 세부항목들과 자녀의 바깥활동 시간과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먼저 놀이터, 공원 등 정식 장소들과 관련된 근린환경들을 질의한 결과 이는 자녀의 긴 바깥활동 시간과 연관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놀이터나 공원과 같이 자녀가 밖에서 놀 수 있는 곳이 많을수록, 놀이터나 공원에 자녀가 재미있어 하는 놀이기구가 있을수록, 놀이터나 공원이 학교와 가깝게, 혹은 마트나 상가와 가깝게 위치할수록 자녀의 바깥놀이 시간이 적게는 5분에서 많게는 10분 이상 길게 관측되었다. 이 모든 항목들에서 집단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정식 장소 이외에도 거리나 길 등 비정식 장소가 어린이의 바깥놀이 장소로 빈번하게 활용되는 점을 감안, 길과 관련된 질문도 추가하였다. 길에 주차된 차가 많다고 응답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비해 바깥놀이 시간이 약 5분 짧았으며 이 차이는 10%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다만 기타 길의 물리적 특성, 즉 지하주차장이 있어 지상 주차가 적거나, 사람들이 지나다니기에 길의 폭이 좁거나,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경사가 심한 것은 바깥놀이 시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길의 물리적 속성 중 가장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은 청결 여부로, 동네 길이 지저분하지 않고 깨끗하다고 응답한 집단 내에서 바깥놀이 시간은 32.5분으로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6분 길게 나타났다.
비정식 장소의 특성 중 더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는 것은 거리 자체의 물리적 속성이 아니라, 거리에 존재하는 다양한 목적지의 존재이다. 길에 자녀가 흥미를 느낄만한 구경거리가 많거나, 자녀가 한 번 나가면 여러 장소들을 돌아다닐 수 있거나, 가게, 마트, 학원, 도서관 중 대부분이 자녀가 집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갈만한 거리에 있다고 응답한 집단 내에서 자녀의 바깥놀이 시간이 최소 5분 이상 길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모두 5%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교통안전에 대한 항목은 예상과 달리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다. 동네의 길 대부분이 차도와 보도가 분리되지 않거나, 길에 차나 오토바이가 많이 지날 때 바깥놀이 시간의 평균은 약 1~3분 짧게 나타나지만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유일하게 ‘동네에는 자전거를 편하게 탈 수 있는 길이 많다’라고 응답한 집단 내에서 바깥놀이 시간이 36.95분으로 그렇지 않은 집단(28.63분)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긴 값을 갖는다.
근린환경의 사회적 특성은 바깥놀이 시간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난다. 동네 아이들이 서로 잘 알고 있거나, 동네를 다니다 약속을 하지 않고도 친구를 만나기 쉽거나, 부모들끼리 서로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 바깥놀이 시간이 최소 5분에서 최대 9분 가까이 길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모두 5% 혹은 1%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단 동네에 초등학생이 많이 산다고 응답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초등학생이 많다고 해서 바깥놀이 활동이 늘어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근린의 사회적 안전도, 특히 범죄로부터의 위험과 관련된 항목으로 집단을 구분, 바깥활동의 시간을 비교한다. 근린의 치안 수준이 높거나 밤에도 밖에 사람이 많이 돌아다닌다는 항목에서 집단간 유의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길에 전반적으로 사람이 많이 다닌다고 응답한 집단 내에서 자녀의 바깥놀이 시간은 5.28분 더 길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또한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닌다거나 조명이 안 되어 밤에 어둡다고 응답한 경우 바깥놀이 시간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짧아진다.
2. 다중회귀모형 및 공간회귀모형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은 개인 및 가구 특성 못지 않게 근린환경의 특성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다만 이 결과는 다른 조건을 통제하지 않은 결과이므로 그 영향을 비교하거나 그 결론을 일반화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을 종속변수로 한 다중회귀모형을 순차적으로 추정하였으며, 그 결과는 <표 4>와 같다. 우선 개인 및 가구특성과 주택유형, 권역을 포함시킨 모형 1에서 개인 특성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학년이 높더라도, 여아이더라도, 형제가 있더라도 바깥놀이 시간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구특성으로 포함된 부모의 학력, 가구소득 역시 마찬가지이다. 부모 학력의 많고 적음, 그리고 가구소득의 높고 낮음은 어린이의 바깥놀이 활동과 연관되어 있지 않다. 가구특성 중에서 바깥놀이와 연관된 것은 바깥놀이에 대한 부모의 지원이나 가치관이다. 바깥놀이 시간은 방과 후 자녀를 어머니가 돌볼 수 있을 때 약 9분이 늘어나며, 부모가 바깥놀이를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약 19분이 늘어난다. 반면 부모가 바깥놀이 활동이 자녀의 학습을 방해한다고 판단하면 바깥놀이 시간은 약 16분 감소한다.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부모가 함께 있어 주는 물리적 지원뿐만 아니라, 학습과의 상충을 부인하면서 놀이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감정적 공감이 있을 때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은 늘어나는 것이다.
주택유형의 경우 이변수 분석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아파트일 때 바깥놀이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아파트에 거주하는 어린이가 다른 주택유형의 어린이에 비해 바깥놀이 시간이 약 5분 길다. 권역도 이변수 분석의 결과와 유사하게 추정되는데, 서남권 어린이에 비해 동남권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이 약 8분 긴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국외와 달리 가로와 골목 등 비공식 장소의 영향보다 놀이터와 산책로 등 공식 장소를 갖춘 아파트 단지가 어린이의 바깥활동에 더 기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지만 이 내용만으로 주택유형이나 권역이 어린이의 바깥놀이 활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단정짓기 어렵다.
이 점에서 모형 2부터 모형 4는 아파트와 동남권의 근린환경이 갖는 긍정적 측면이 무엇인지 보다 상세하게 보여준다. 이 모형들 모두에서 모형 1에 포함된 개인 및 가구 특성 변수의 통계적 유의성은 큰 변함이 없다. 즉 개인 및 가구 특성은 대체적으로 유의하지 않으며, 가구 특성 중 방과 후 어머니의 돌봄, 놀이의 필요성에 대한 부모의 동의, 놀이로 인해 학습이 뒤처지는 것에 대한 우려 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모형 2는 주택유형과 권역 대신 바깥놀이 활동에 대한 근린환경 전반의 적합도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변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이를 해석하자면 근린환경이 바깥놀이 활동을 하는데 적합할수록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이 그렇지 않은 환경의 어린이에 비해 약 10분 길어진다는 것이다. 모형 전체의 설명력도 모형 1보다 개선되는 점 역시 어린이의 바깥놀이는 주택유형이나 권역보다 근린환경의 세부요소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시사한다. 모형 3은 근린의 전반적 적합도를 사고 위험성, 그리고 자녀 혼자 돌아다녀도 될 정도의 안전성의 두 변수로 대체한다. 그 결과 후자만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이를 해석하자면 자녀 혼자 돌아다녀도 될 정도로 안전하면 자녀의 바깥놀이 시간은 약 11분 늘어난다.
근린환경의 세부요소들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하기에 모형 4에서는 이를 요인분석을 통해 한정된 요인들로 추출해 그 영향을 추정한다. 해석가능성을 근거로 할 때 요인수효는 6개가 가장 적합하며, 이를 기준으로 한 요인분석 결과는 <표 5>와 같다. 각 요인별 변수의 적재량을 기준으로 요인을 명명하는데 우선 첫 번째 요인은 놀이터, 공원 등의 접근성, 놀이시설의 다양성 등이 높은 적재량을 보이므로 ‘양호한 정식 장소(quality formal places)’로 명명한다. 두 번째 요인은 거리에 차량이 많으며,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고, 보행자들이 다니기에 좁다는 변수가 높은 적재량을 보이는데, 이들은 모두 보행의 불편함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 요인은 ‘보행 스트레스(walking stress)’로 명명한다. 세 번째 요인은 근린 내 어린이들 간의 친밀함, 부모들 간의 친밀함 등이 주된 내용으로 선행연구와 마찬가지로 ‘사회결속(social cohesion)’으로 부른다. 네 번째 요인은 거리에 볼거리가 많으며, 걸어갈 거리에 주요 목적지가 많고, 한꺼번에 여러 장소를 돌아다닐 수 있는 변수들이 연관되어 있으므로, 역시 선행연구를 참고하여 ‘거리미관(street aesthetics)’으로 부른다. 다섯 번째 요인은 거리에 이상한 사람들이 많거나, 밤에 어둡거나, 치안 수준이 낮을 때 높은 값을 가지므로 이를 통칭해 ‘불안전(unsafety)’으로 명명한다. 마지막 요인은 거리에 사람이 많거나, 밤에 사람이 많은 것을 지칭하므로 이에 직접 대응되는 ‘많은 보행자(many pedestrians)’로 명명한다.
이 요인들을 바깥놀이 시간을 종속변수로 한 모형에 포함해 추정한 결과, 양호한 정식 장소, 사회결속, 거리미관, 불안전 등 네 가지 요인이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구체적으로 놀이터나 공원 등 바깥놀이 활동을 위한 정식 장소가 양호하게 제공되면, 근린 내 친구나 부모들 사이가 가까우면, 그리고 거리에 다양한 볼거리와 목적지가 많다면 바깥놀이 시간은 늘어난다. 반면 거리가 불안전하다면 바깥놀이 시간은 줄어든다. 표준화추정계수로 요인들의 영향력을 상호 비교하면 사회결속 요인(0.111)과 거리미관 요인(0.110)이 가장 높게 나타나며, 양호한 정식 장소도 이에 못지않은 영향력(0.105)을 보인다. 불안전은 이보다 그 영향력이 약간 낮게(0.092) 추정된다. 보행 스트레스와 거리의 많은 보행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한 것은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 역시 공간변수라는 점이다. 공간적으로 가깝게 위치한 어린이들의 바깥놀이 시간이 멀리 위치한 어린이들에 비해 서로 비슷하게 나타난다면 그 효과를 반영해 통계모형을 추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Moran’s I 값을 분석한 결과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 값에서 공간적 자기상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귀무가설은 p값 0.01 이하에서 기각되었다. 이에 전술한 모형 4를 공간시차모형과 공간오차모형 각각으로 추정하였으며, 그 결과는 <표 6>과 같다. 모형 4의 결과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던 변수들은 여전히 통계적으로 유의하며, 모형 4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던 변수들 역시 공간회귀모형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수의 추정계수의 크기나 부호 역시 유지되고 있다. 공간적 자기상관성을 고려하더라도 모형 4의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Ⅴ. 결론 및 시사점
어린이의 바깥활동과 근린환경 간 관계, 그리고 이를 토대로 바깥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근린환경의 설계 방향에 대해 2000년대부터 국외에서 끊임없는 실증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 이 주제에 대한 학술적 접근은 아직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서울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국내에서 근린환경이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분석결과 근린환경은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과 분명히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하였다. 우선 개인 및 가구 특성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주택유형과 권역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확인하였다. 주택유형과 권역 대신 근린환경의 적합성 변수를 포함할 때, 근린환경이 바깥놀이에 적합하다고 응답한 부모의 자녀는 바깥놀이 시간이 약 9.8분 길게 나타났다. 전체 집단의 평균 바깥놀이 시간이 30.4분임을 감안하면, 바깥놀이를 하기에 적합한 근린환경은 자녀의 바깥놀이를 분명하게 진작시킴을 뜻한다.
근린환경의 요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가 혼자 다닐 정도의 안전 여부이다. 모든 모형에 걸쳐 부모가 방과 후 자녀를 직접 돌볼 때 자녀의 바깥놀이 시간은 최소 8분 이상 길게 나타난다. 다중회귀모형의 모형 3에서 자녀가 혼자 돌아다닐 정도로 안전하다고 부모가 판단할 때 바깥놀이 시간은 10분이 늘어난다. 모형 4에 따르면 부모가 근린을 위험하다고 판단할 때, 즉 거리에 이상한 사람이 많거나, 밤에 어둡거나, 치안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때, 바깥놀이 시간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한다. 차량으로부터의 위험을 나타내는 보행 스트레스의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주로 낯선 이들로부터의 범죄 가능성이 낮은 근린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국내 어린이의 바깥놀이 활동을 늘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적합한 근린환경은 안전성만으로 구성되지는 않는다. 놀이터와 공원, 산책로 등 정식 놀이공간도 바깥놀이 시간을 늘리는 중요한 항목이었다. 정식 놀이공간 제공이 제도적으로 요구되어 온 아파트에서 바깥놀이 시간이 많다는 것 역시 이를 간접적으로 입증한다. 거리미관으로 표현된 비정식 장소의 질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단순히 놀이터, 공원, 산책로뿐만 아니라 어린이의 주요 보행환경 내에서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만들고, 자전거전용도로 등을 통해 안전하게 이 공간을 접근할 수 있게 하며, 또한 한꺼번에 이 공간을 둘러볼 수 있도록 연계함으로써 어린이의 바깥놀이가 활성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근린환경의 요인을 포함시킨 모형에서 근린의 사회결집 정도가 가장 높은 영향력을 보였다는 점이다. 단순히 초등학생이 많아서가 아니라, 근린 내 어린이들이 서로 친하며, 근린 내 어린이들의 부모들이 서로 가까울 때 바깥놀이가 가장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깥놀이를 지원하기 위한 근린환경을 설계할 때, 놀이터나 공원, 다양한 목적지나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근린 내 주민들의 상호작용을 늘리는 것도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뜻한다.
바깥놀이의 주체는 어린이이며, 어린이는 부모의 보호를 받기에 바깥놀이 역시 어린이의 개인 및 가구 속성에 의해 대부분 결정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포함된 개인 및 가구 특성 변수들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거의 발견하지 못하였다. 물론 이 결과만으로 개인 및 가구 특성이 어린이의 바깥놀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어린이 개인의 BMI, 집안 내 TV나 컴퓨터, 게임기 등 바깥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3) 특히 연령의 경우 본 연구가 초등학교 1-4학년이라는 매우 한정된 집단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발견하지 못하였을 수 있다. 개인 및 가구 특성과 바깥활동 시간과의 관계는 보다 큰 표본을 대상으로 보다 많은 통제변수를 사용한 후속연구를 통해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 및 가구 특성이 전반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부모의 특성 일부는 바깥놀이와 크게 연관되어 있음이 발견되었다. 부모가 바깥놀이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든 모형에 걸쳐 통계적으로 유의할 뿐만 아니라 바깥놀이 시간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었다. 바깥놀이를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자녀의 바깥놀이 시간은 하루 최소 17분에서 최대 20분까지 늘어난다. 이변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바깥놀이를 통해 자녀가 건강해지거나, 정서적으로 안정되거나, 학교생활을 안정적으로 한다고 판단할 때 바깥놀이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늘어났다. 바깥놀이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은 이 바깥놀이의 긍정적 기능을 부모가 인지하게끔 알리는 것, 그리고 이 긍정적 기능이 더 극대화되도록 근린환경을 설계하려는 노력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부모 특성 중 교육열과 관련된 내용은 예상과 부합하였다. 바깥놀이를 함으로써 자녀가 학업에 뒤질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자녀의 바깥놀이 시간은 최소 13분에서 최대 16분까지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바깥활동 시간의 절반에 달하는 영향으로 결코 간과하기 어렵다. 근린환경 개선을 통해 어린이의 바깥활동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국내의 경우 부모의 자녀 교육에 대한 의지로 인해 근본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개인 및 가구 특성을 누락한 것 이외에도 본 연구는 보다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선 본 연구는 횡단면 분석으로 개별 특성과 바깥활동 시간 사이에 완벽한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어렵다. 자기선택(self-selection)의 문제도 존재한다. 근린환경 때문에 바깥활동 시간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바깥활동을 많이 하고 싶은 가구가 그것이 용이한 근린환경을 선택한 결과일 수 있다. 바깥놀이 시간이나 근린환경의 특성 모두 객관적 수단이 아니라 부모의 응답이라는 주관적 수단으로 측정됨으로써, 측정오차의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사실 이는 국외에서 이루어진 많은 연구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한계이기도 하다. 횡단면 자료 대신 동일한 표본을 대상으로 근린환경에 변화를 가한 종단조사, 그리고 주관적 평가 대신 가속도계 및 공간속성의 GIS분석에 기초한 객관적 측정 등을 통해 근린활동과 어린이의 바깥놀이 시간 간의 관계는 추후 보다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한국연구재단의 2013년 중견연구자지원사업(핵심연구: 개인) 2차년도 및 3차년도 과제 결과를 기반으로 작성하였음 (과제번호 NRF-2013R1A2A2A01067502, 과제명 아동의 정서건강을 지원하는 근린생활권 계획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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