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Planning Association
[ Article ]
Journal of Korea Planning Association - Vol. 61, No. 4, pp.74-98
ISSN: 1226-7147 (Print) 2383-9171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Aug 2026
Received 15 Sep 2025 Revised 03 Jun 2026 Accepted 14 Jun 2026
DOI: https://doi.org/10.17208/jkpa.2026.08.61.4.74

고령자는 어디에 모이고 무엇을 얻는가? 도시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과 사회적 자본 형성

서형주** ; 박인권***
Where Do They Gather, What Do They Gain? Building Social Capital through Older Adults’ Use of Social Places in Urban South Korea
Seo, HyeongJu** ; Park, In Kwon***
**Associate Research Fellow, Gyeongbuk Development Institute, Ph.D. in City Planning (First Author) jsgshj@snu.ac.kr
***Professor, Department of Urban Planning, and Adjunct Research Fellow, Environmental Planning Institute, Seoul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parkik@snu.ac.kr

Correspondence to: ***Professor, Department of Urban Planning, and Adjunct Research Fellow, Environmental Planning Institute, Seoul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parkik@snu.ac.kr)

Abstract

South Korea’s rapid shift to a super-aged society has made old-age poverty, depression, suicide, and fears of dying alone urgent public issues. This study interprets older adults’ use of social places as spatial practices through which social relations are forged and social capital is produced. Drawing on grounded theory from in-depth interviews and participant observation, we find that use of social places is motivated by surplus time, relief from domestic discomfort and loneliness, and anxieties about institutionalization and death. These motives shape preferences for regular and open settings, affordability, transport access, environmental and psychological comfort, opportunities for networking, and memory-evoking vitality. Social places function as opportunity structures accessed according to mobility capital and preferred network forms. By entering these places and actively mobilizing ties, older adults establish a basis for acquiring functionally distinct social capital. We identify four types of use—loose-solidarity, open/autonomous, institutional, and tight-knit—fostering, respectively, weak-bonding, weak-bridging, strong-linking/bridging (hybrid), and strong-bonding ties. Interactions between connectivity and tie strength yield basic bonding, expansive stimulus, institutional trust, and care-based bonding social capital. By spatially reframing Lin’s (2001) capitalization model, this study highlights social place and spatial accessibility as mediating conditions in the formation of social capital in urban later life.

Keywords:

Social Capital, Social Places, Mobility Capital, Urban Older Adults

키워드:

사회적 자본, 사회적 장소, 이동 자본, 도시 고령자

Ⅰ.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기대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인생의 노년기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우리 사회는 노년기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간과해 왔다. 과거 대가족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공동체 구조는 점차 핵가족으로, 더 나아가 1인 가구 중심의 생활양식으로 재편되면서 정서적 지지 기반이 약화되었으며, 이웃 간의 정(情)은 사생활 보호와 거리두기라는 새로운 가치에 의해 대체되었다.

2023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고령자의 32.6%는 대화 상대가 없고, 19.5%는 교류하는 사람이 전무하다(통계청, 2024)는 조사 결과와 고독사의 절반 이상이 고령자에게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보건복지부, 2024). 이는 Putnam(2000)이 언급한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 사회의 사회적 해체와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른 자본과 역량이 약화되는 시기에 사회적 자본의 가치는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Bourdieu, 1986), 초고령 사회에서 고령자의 삶을 지지하는 사회적 자본에 대한 연구가 면밀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기존 연구들은 고령자의 사회적 자본을 주로 개인의 사교 역량, 활동 수준, 성향과 같은 개인 내부 요인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해 왔다. 이에 비해, 관계가 형성·유지되는 공간적 조건과 도시 환경과의 구조적 연계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다(Lin, 1999; Lin, 2008; 오현옥, 2014; 이서영, 2022; 이홍직·윤수인, 2023; 이태호·허순임, 2021). 또한 고령자의 여가 장소 이용은 다양한 연구에서 다뤄져 왔으나, 고령자가 왜 특정 장소를 반복적으로 선택·이용하는지, 그 장소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매개되는지, 그리고 장소 이용을 통해 어떠한 사회적 자원(정보, 정서적 지지, 소속감 등)이 향유되는지에 대한 경험적 분석은 제한적이다(이겨례·이신우, 2023; 정은화, 2021; 배지운·정진우, 2023; 곽비주·신민주, 2024; 임형주 외, 2024). 이러한 연구 공백은 사회적 고립이나 고독사와 같은 문제를 개인의 성향이나 노력의 문제로 환원하고, 도시 환경과 이동성이라는 구조적 맥락을 간과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사회적 네트워크와 공간적 맥락의 교차점을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틀과 방법론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Viry et al., 2022).

본 연구는 서울 고령자의 일상 이동 패턴과 주요 장소 요인을 분석한 서형주·박인권(2023)의 결과에 주목한다. 해당 연구는 이동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령자의 이동이 단순히 단거리·단일 여가복지시설 이용에 한정되지 않으며, 다양한 장거리 이동 및 장소 요인이 이동을 추동하는 상이한 양상을 보고하였다. 고령자 삶의 조건에서 특정 장소로의 정기적·반복적 이동이 확인된다는 점은 해당 장소가 고령자의 일상에서 ‘의미 있는 거점’, 즉 집과 직장을 넘어선 제3의 장소로 기능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동 패턴과 주요 장소의 분포를 도출하는 것만으로는, 그 장소에서 실제로 어떤 상호작용이 발생하고, 그러한 경험이 고령자의 사회적 관계와 자원 형성에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이에 본 연구는 이동 빅데이터가 제시한 공간적 패턴의 배후에 놓인 경험적 의미와 메커니즘을 고령자의 일상적 실천과 인식의 수준에서 심층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미시적이고 경험적인 층위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관계를 맺고 사회적 자본을 형성·향유하는 물리적 장소 기반의 ‘사회적 장’에 주목하며, 이를 사회적 인프라의 하위 개념인 ‘사회적 장소’로 개념화한다. 사회적 인프라가 물리적 공간 및 조직의 공급과 분포에 초점을 둔다면, 사회적 장소는 그 내부에서 작동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구조와 관계 형성의 방식, 즉 공간이 사회적 의미로 전환되는 과정을 분석의 중심에 둔다.

본 연구의 목적은 고령자가 특정한 사회 네트워크 및 사회적 자본을 형성·향유하는 물리적 기반으로서 사회적 장소 이용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는 도시 공간 속에서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이 어떠한 조건과 맥락 속에서 구성되고, 그 이용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화되어 상이한 이용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러한 양상이 고령자의 삶에서 어떠한 사회적 유익으로 향유되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연구 대상지는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특별시를 사례로 삼는다. 서울은 인구 5명 중 1명이 고령자에 해당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화되어 심화되어 있다. 또한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장소가 분포하고 대중교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촘촘하게 구축되어 있어, 고령자의 이동·접근·장소 선택을 다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공간적 조건을 제공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서울 사례의 특수성을 반영하되, 개인의 사회적 자본 형성이 도시 환경의 이동성과 장소 체계 속에서 어떻게 가능·제약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지역 간 비교 연구의 단서와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이론 및 선행연구

1. 사회적 자본과 이동 자본에 관한 이론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자원이며, 개인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 전체의 네트워크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고 이해된다(Bourdieu, 1986; Coleman, 1988; Putnam, 1995; Lin, 1999). 일부 연구에서는 사회적 자본과 사회 네트워크를 유사한 개념으로 보거나, 사회적 자본을 사회 네트워크와 그로부터 얻는 이익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Putnam, 1995; Coleman, 1988). 그러나 최근에는 특정한 네트워크 안에서 특정한 형태의 사회적 자본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두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도 제기된다(Lin, 2001). 특히 Bourdieu와 Lin은 사회적 자본이 단순히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자원이 아니라, 행위자가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고 활용하는 자원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Lin(2001)은 이를 개인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특정 네트워크에 접근하고, 그 안의 자원을 동원하며, 그 결과를 얻는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본 연구는 Lin(1999; 2001)의 논의와 Bourdieu(1986)의 정의를 바탕으로, 사회적 자본을 개인이 목적 지향적 행위를 통해 접근하고 활용하는 관계 기반의 자원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사회적 자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유형과 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결속형(bonding), 교량형(bridging), 연계형(linking) 네트워크가 있다. 결속형 네트워크는 닫힌 구조를 바탕으로 유사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유대를 통해 정서적 지지, 신뢰, 정체성 강화 등의 기능을 수행하며, 일상생활의 안정과 생존을 위한 관계망으로 작동한다(Putnam, 2000; Briggs, 1998). 반면 교량형 네트워크는 서로 다른 사회집단 사이의 연결을 통해 정보 접근과 기회 확대에 기여하며(Putnam, 2000; Adler and Kwon, 2002), 삶의 전환기에서 사회적 자원을 넓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Briggs, 1998; Woolcock, 2001). 연계형 네트워크는 이러한 수평적 연결을 넘어, 권력이나 지위가 다른 집단 간의 수직적 연결을 가리키며, 정책 자원이나 제도적 지원에 접근하는 경로로 기능한다(Claridge, 2018).

네트워크 구조의 특성을 설명하는 데에는 Granovetter(1973)의 강한 유대(strong ties)와 약한 유대(weak ties) 개념도 중요하다. 유대의 강도는 접촉 빈도, 정서적 친밀성, 상호 지원 수준 등에 의해 달라진다. 강한 유대는 응집력 있는 관계망을 형성하는 데 유리하지만, 정보나 기회의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약한 유대는 강하게 결속되지 않음으로 관계의 범위가 넓어, 정보 접근과 기회 확장의 통로로 작동하며 취업이나 정치 참여와 같은 영역에서 특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특성이 보고된다. 다만 Granovetter는 모든 약한 유대가 곧바로 교량 구조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Burt(2000) 역시 구조적 공백(structural holes) 개념을 통해, 서로 연결되지 않은 집단 사이를 매개하는 중개자 위치가 사회적 자본 형성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 논의는 네트워크 특성과 자본 자체에 초점을 두었기에, 도시 환경 등 외부 조건과의 구조적 관계는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Lin, 1999; Lin, 2008; 오현옥, 2014; 이서영, 2022; 이홍직·윤수인, 2023; 이태호·허순임, 2021). 이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에서 ‘이동 자본’ 논의가 등장하였다.

Kaufmann et al.(2004)은 현대의 고이동성 사회에서 이동 자본(motility capital) 자체가 경제적 자본, 문화적 자본, 사회적 자본과 구별되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보았다. 그는 교통체계와 정보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이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좌우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동 자본이 사회적 자본을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Kaufmann et al., 2004). 이후 Urry(2007)는 모빌리티 자본을 네트워크 자본 개념으로 확장하였다. 네트워크 자본이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함으로써 감정적, 재정적, 실제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하며, 이동역량, 소통수단, 시간과 에너지, 재정 등의 요소를 포함한다. 이러한 논의하에 사회적 자본 측정의 범위를 근린을 넘어 다양한 활동의 장으로 확대하는 실증 연구들이 수행되어 왔다(Foster et al., 2015; Stephens, 2008).

국내에서는 윤신희·노시학(2016)이 Urry의 논의를 수용하여, 네트워크 자본의 차이를 개인의 ‘모빌리티 역량’ 차이로 해석하였다. 모빌리티 역량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개인의 이동 능력과 조직 능력을 뜻하며, 신체적 건강, 이동 비용 부담과 대중교통 이용 가능성, 시간적 여유와 즉시성, 지역사회 서비스 차량이나 지인의 도움을 활용하는 능력 등을 포함한다. 여기에 교통과 시설에 대한 접근 능력까지 포함한 개념을 ‘모빌리티 자본’으로 설명하였다(윤신희·노시학, 2016; 윤신희, 2018).

이상의 논의는 사회적 자본이 고정된 자원이 아니라 개인 및 지역 차원의 모빌리티 자본에 따라 형성 기회가 달라지는 동적 자본임을 시사한다. 모빌리티 자본은 개인이 어떤 장소에 접근하고 누구와 접촉할 수 있는지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자본의 형성은 공간적 조건과 분리하여 이해하기 어렵다.

2. 사회적 장소 개념의 정립

사회적 자본 형성의 공간적 조건에 관한 논의는 사회적 인프라(social infrastructure)와 제3의 장소(third place) 등의 개념을 통해 구체화되어 왔다. 본 연구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고령자의 장소 이용과 사회적 관계 및 사회적 자본 형성 간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사회적 장소(social places)’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사회적 장소는 특정한 사회 네트워크와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고 향유되는 물리적 장소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특정한 사회적 관계와 자원이 작동하는 물리적 장소 기반의 사회적 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은 Klinenberg(2019)가 제시한 ‘사회적 인프라(social infrastructure)’와 밀접하게 관련되지만, 그 의미와 분석적 초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사회적 인프라는 주로 정책적 관점에서 지역의 사회적 관계 형성과 회복력을 구조적으로 떠받치는 물리적 기반과 조직을 지칭하는 거시적·규범적 개념이다. Klinenberg(2019)는 다양한 계층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개방적 공공시설(예: 도서관)을 가장 긍정적인 사회적 인프라의 사례로 제시하는 반면, 특정 집단에게만 개방된 수영장과 같은 시설은 배타성과 불평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처럼 사회적 인프라는 사회적 융합과 회복력이라는 정책적 지향을 강하게 내포하며, 시설의 공급과 공공성에 더 큰 관심을 둔다. 따라서 실제 장소에서 어떤 관계가 형성되고, 사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공간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분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 인프라는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유형의 물리적 공간과 조직을 포괄하는 상위 범주의 개념이다. 공원, 학교, 도서관, 어린이집, 노인센터 등은 모두 사회적 인프라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소들이 모든 세대, 성별, 민족·인종, 계층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사회적 자본 형성의 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Bourdieu(1986)Lin(2001)은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특정 집단이 공유하는 사회적 장(field)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Bourdieu(1986)는 사회 공간의 구조가 계층적으로 조직되어 있어 집단마다 서로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하였으며, Lin(2001) 역시 사회적 자본 형성의 조건이 되는 제도와 조직, 즉 제도적 장(institutional field)이 모든 행위자에게 동일하게 작동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장 개념과 물리적 장소를 잇는 논의로 Oldenburg(2019)의 ‘제3의 장소(third place)’를 들 수 있다. 제3의 장소는 집과 직장 밖에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대화하고 교류하며 공동체적 관계를 형성하는 비공식적이고 개방적인 물리적 공간이다. 이는 약한 유대와 수평적 교량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는 장소 유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제3의 장소는 보편적 장소 개념이라기보다, 특정 계층의 경험과 관계 방식이 반영된 사회적 장소의 한 유형으로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이 개념은 미국 중산층, 특히 은퇴 이전 중년 남성의 경험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Oldenburg and Brissett, 1982), 그 결과 사회적으로 주변화된 집단의 장소 경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Littman, 2021).

실제로 장소에 따라 형성되는 네트워크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은 여러 선행연구에서도 확인된다. Xu et al.(2017)은 싱가포르의 통화 데이터를 활용하여 공공 상업시설, 교육기관, 쇼핑몰, 스포츠센터, 커뮤니티센터 등에서 결속형 네트워크의 수준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고 보고하였다. Baum and Palmer(2002)는 펍, 구멍가게, 스포츠 경기장 등이 느슨한 유대를 형성하고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라고 설명하였다. Stephens(2008)는 교회를 밀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장소로 보았으며, 빈곤지역일수록 이러한 장소 기반의 밀접한 네트워크와 더 강하게 연결된다고 설명하였다. 한편 주거 유형에 따라서도 형성되는 네트워크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천지영(2010)은 단독주택에서는 더 좁고 깊은 교류가, 아파트로 갈수록 더 넓고 얕은 교류가 나타난다고 해석하였다. 서현보(2020) 역시 저층 단독주택 지역과 고층 아파트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의 사회적 교류 양상이 물리적 기회 구조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았다.

종합하면, 본 연구에서 사회적 장소는 제3의 장소와 같은 약한 교량형 네트워크뿐 아니라 강한 결속형 네트워크, 연계형 네트워크, 그리고 이들의 혼합형 등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물리적 기반을 포괄하는 개념이다(Figure 1). 어떤 장소가 사회적 장소로 이해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사회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자본이 작동하는 물리적 기반이어야 한다. 반대로 물리적 기반 없이 이루어지는 관계 형성의 조건은 Lin과 Bourdieu가 말한 ‘장(field)’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 장소는 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특정한 관계와 자원이 형성되고 작동하는 구체적 장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장소는 누가, 어떤 생애 과정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떠한 관계 실천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

Figure 1.

Conceptualization of social places

3. 선행연구 검토

고령자가 자주 이용하는 여가·문화 장소로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공공여가시설(문화회관, 주민센터 등), 문화센터, 도서관, 공원, 콜라텍 등이 제시되어 왔다(한경혜·윤성은, 2009; 김세진·강은나, 2017; 이호신, 2019; 이민규 외, 2011; 김지애 외, 2021; 김영은·김세훈, 2019; 박연지·김영재, 2019; 김지현·이병준, 2015). 선행연구는 고령자가 이용하는 장소의 유형이 다양하며, 장소별로 이용자 특성과 이용 양상이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김세진·강은나(2017)는 고령자의 연령, 학력, 건강 상태에 따라 이용 장소가 계층화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하였다. 이는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이 개인적 조건과 장소의 성격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로당은 저학력 여성 고령자일수록 이용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공간으로 보고된다. 경로당에서는 비교적 소규모의 동질적 집단을 중심으로 일상적 만남과 교류가 이루어지며, 반복적 접촉을 통해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설명된다(한경혜·윤성은, 2009; 김세진·강은나, 2017). 반면, 노인복지관은 경로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고 학력이 높은 고령자가 주로 이용하는 공간으로, 프로그램 참여와 시설 이용을 매개로 보다 다양한 이용자 간 접촉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또한 이러한 노인여가복지시설은 여성 고령자의 이용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한편, 남성 고령자의 경우 자존감 저하 등 부정적 경험이 보고된다는 점에서 성별에 따른 이용 경험의 차이도 관찰된다(한경혜·윤성은, 2009).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에 주목한 이호신(2019)은 은퇴한 남성 고령자가 도서관을 규칙적인 일상생활의 거점으로 이용하는 일상을 조명하였다. 이 연구는 고령자가 도서관에서 독서, 동아리 활동,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다양한 대상과 접촉하고, 재미와 활력, 새로운 꿈꾸기, 노년을 견디는 위안을 얻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 남성 고령자의 공원 이용에 담긴 사회적 의미에 주목한 연구들이 있다. 이민규 외(2011)는 남성 고령자가 공원에서 동질 집단과의 정기적 교류를 통해 고독감을 완화하고, 자신들만의 거점 장소를 구축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김지애 외(2021)는 코로나19로 공식적 장소가 폐쇄된 시기에도 탑골공원에 고령자가 지속적으로 모인 것은 유사한 처지의 타인과 일시적으로 접촉하려는 욕구가 반복적 방문을 이끌었기 때문임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공원이 일부 남성 고령자에게 정서적 결핍과 고독감을 완화하는 장소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령자의 장소 이용은 민간 상업공간에서도 논의되어 왔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장시간 머무르며 해당 공간을 여가공간처럼 전유하는 현상(박한솔, 2020), 콜라텍의 증가와 고령자의 밀집, 춤과 사교 활동을 중심으로 한 이용 양상 등이 대표적이다(김영은·김세훈, 2019; 박연지·김영재, 2019). 이러한 연구들은 고령자의 여가와 사교 활동이 공공복지시설에 한정되지 않고 상업공간이나 비공식적 장소에서도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상의 선행연구는 고령자의 여가·문화 장소 이용이 다양한 시설과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각 연구 속에는 주요한 이용자 및 사교 특성, 고독감 완화 등 사회적 교류와 관련된 중요한 단서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대체로 개별 시설이나 특정 장소의 이용 양상을 세밀하게 묘사하거나, 여가·문화·복지 기능의 관점에서 중요성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두어 왔다. 그 결과 고령자의 다양한 장소 이용이 갖는 사회적 의미, 즉 서로 다른 장소에서 나타나는 관계 구조의 차이와 그로부터 형성되는 사회적·정서적 의미에 관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4. 연구의 차별성

기존 고령자 연구에서 사회적 자본은 주로 개인의 사교 역량이나 정태적인 사회 네트워크 속성에 초점을 두어 분석되어 왔으며, 도시 공간 속에서 고령자의 이동과 장소 이용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구조적 맥락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한계는 도시계획과 정책 담론에서도 반복되어, 고령자를 위한 공간이 복지시설 중심으로 협소하게 규정되고, 실제 사회적 삶이 전개되는 다양한 일상적 공간은 분석과 계획의 대상에서 배제되어 왔다(오근재, 2014).

본 연구는 도시 고령자가 이용하는 다양한 공간을 ‘사회적 장소(social places)’라는 통합적 분석 틀로 재구성하고, 장소 이용이 사회적 교류와 사회적 자본 형성 과정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탐색한다. 특히 고령자가 이용하는 물리적 공간을 단순한 여가·복지 시설이 아니라, 특정한 사회적 관계와 네트워크가 실천·축적되는 사회적 장(場)과 연결하고, 장소 유형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는 사회적 교류 방식과 그 함의를 현장 기반 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성을 지닌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근거이론(Grounded Theory) 방법을 적용한 질적 연구로 설계되었다. 근거이론 접근은 드러난 사회 현상을 기반으로, 관련된 개인의 경험을 개념과 범주로 도출하고, 지속적 비교를 통해 이론을 구성하는 방법이다. 이는 고령자 이동 빅데이터 이면에 놓인 경험적 의미와 관계 형성의 메커니즘을 고령자의 실제 진술과 실천으로부터 도출·개념화하려는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한다. Strauss and Corbin(1990)은 범주 간 관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축코딩과 패러다임 모형을 선험적으로 활용하는 분석 절차를 제시한 반면, Glaser(2014)는 이러한 분석 틀의 사전 설정이 이론의 귀납적 출현을 제약할 수 있음을 비판적으로 논의하였다. 그는 지속적 비교와 메모 작성을 통해 핵심범주가 자료로부터 도출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본 연구는 Glaser(2014) 방식의 근거이론 방식을 적용하여 선험적인 가설과 분석 틀에 의존하지 않고,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출현되는 핵심범주와 이론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2. 연구 참여자의 선정

본 연구의 참여자는 도시 일상에서 특정 ‘사회적 장소’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며, 해당 장소에서의 관계 실천(상호작용)과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고령자 중, 연구 목적과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서면 동의한 자로 구성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회적 장소 이용은 장소 방문의 주된 목적이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교류(공존, 대화, 안부 교환, 친구 사귀기, 공동 활동, 상호 돌봄 등)에 있고, 동일 장소를 주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로 정의하였다. 참여자 모집은 초기 단계에서 도시 공간 내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장소 이용자를 폭넓게 포괄하고, 성별·연령대(전기/후기 고령자) 등 기본 인구학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시작하였다. 이후 면담과 분석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 경험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의 차이라기보다, 관계 실천의 방식(네트워크 구조), 장소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이동역량의 활용 양상, 그리고 결과로써 향유되는 사회적 자본이 결합되며 서로 다른 패턴으로 나타남이 점차 뚜렷해졌다. 이에 본 연구는 출현한 개념과 범주의 속성·차원을 확장·비교하기 위해, Glaser(2014)의 근거이론 접근에 따른 이론적 표집을 통해 후속 참여자를 추가로 모집·조정하였다.

또한 사회적 장소의 물리적 환경 변화와 실제 이용 패턴에 대한 보다 입체적인 이해를 위해, 고령자 집단 외에도 각 사회적 장소에서 최소 1년 이상 근무한 현장 관계자를 연구 참여자로 포함하였다. 이들은 장소 운영 및 이용 양상에 대한 관찰자 관점의 정보를 제공하는 보조적 참여자로서 연구에 참여하였다. 최종 연구 참여자는 총 59명으로, 여성 29명, 남성 30명으로 구성되었다. 연령대별로는 전기 고령자(65~74세) 여성이 11명, 전기 고령자 남성이 8명, 후기 고령자(75세 이상) 여성이 15명, 후기 고령자 남성이 18명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총 7명으로, 이 중 일부는 고령자에 해당하여 고령자 참여자와 중복되었으며, 이를 제외한 순수 연구 참여자는 총 53명이다(Table 1). 서술 과정에서는 남성 고령자를 A, 여성 고령자를 B, 장소 관계자를 C로 설명하고, 가나다 이름순으로 순번을 표기하였다.

Interview participants

3. 표집과 자료수집

본 연구는 Glaser의 근거이론 접근에 따라 이론적 표집(theoretical sampling)을 적용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론적 표집이란 연구 초기 단계에서 표본을 사전에 고정하지 않고, 자료 분석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출현하는 개념과 패턴에 따라 추가적인 자료 수집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론적 포화에 이를 때까지 지속적 비교와 함께 수행되는 표집 방법을 의미한다(Glaser, 2014). 본 연구에서도 면담과 분석을 병행하며, 새로운 개념이나 패턴이 더 이상 확장되지 않는 시점까지 자료 수집을 지속하였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선행연구(서형주·박인권, 2023)의 이동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령자의 주요 이용 장소로 확인된 경로당, 노인복지관, 종교시설(교회·성당), 공원, 콜라텍, 카페, 전통시장, 소요산역(지하철 종점)을 중심으로 연구를 시작하였다. 사전 접근이 가능한 기관의 경우 기관 관리자를 통해 연구 참여자를 모집하였으며, 야외 공간이나 민간 상업공간의 경우 연구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자료 수집은 ‘도시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 맥락, 장소를 탐색하고 선택·정착하게 된 과정과 장소에서의 사회적 교류 및 활동’을 중심으로 한 심층 면담으로 이루어졌다. 해당 자료의 분석 과정에서 사회적 장소에서의 관계 실천의 방식, 즉 네트워크 구조가 차별적으로 나타나며 이것이 고령자가 사회적 장소를 선택하고 정착하는 핵심 요인이 됨이 도출되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1차 면담 자료의 분석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회적 장소를 중심으로 조사 대상을 확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다방, 기원, 노인 영화관, 구청 등 관공서 쉼터, 스포츠 공간(당구장, 테니스장 등), 도서관, 주민센터, 노래교실, 문화센터, 역사·문화적 장소(창덕궁, 파주 임진각, 철원 백마고지 등)가 추가되었다. 해당 장소 이용자는 기존 연구 참여자의 소개를 통한 눈덩이 표집(snowball sampling)과 연구자의 현장 모집을 병행하여 확보하였다. 이 단계의 표집은 특정 장소 유형을 포괄적으로 나열하기 위함이 아니라, 출현한 핵심범주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범주들을 선별적으로 확장·비교함으로써 상호작용 패턴이 다른 맥락에서도 반복되는지, 새로운 패턴이 나타나는지를 분석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연구자는 이동역량이 높은 고령자의 원거리 공원 이용 사례와 이동반경이 제한된 고령자의 근거리 경로당 이용 사례를 비교하면서, 전자에서는 느슨한 연대 중심의 관계 형성이, 후자에서는 밀착된 결속과 상호돌봄 중심의 관계 형성이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이후 동일한 장소 유형을 이용하는 다른 고령자와 서로 다른 지역의 사례를 추가 면담하여 이러한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를 지속적으로 비교하였다. 그 결과 상호작용 패턴, 이동역량의 활용 방식, 그리고 그에 따라 향유되는 사회적 자본의 성격이 구조화되었으며, 더 이상 새로운 속성이나 차원이 추가되지 않는 시점에서 이론적 포화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심층 면담은 2024년 1월 24일부터 2024년 11월 1일까지 약 10개월에 걸쳐 진행되었다. 면담은 연구 참여자가 동의한 장소로, 주로 해당 사회적 장소 또는 인근 카페에서 실시되었으며, 인터뷰 전 녹음에 대한 동의를 받은 후 휴대용 녹음기를 사용하여 녹음하였다. 구체적인 질문 사항은 <Table 2>에 제시하였다. 면담은 대화의 흐름에 따라 질문을 확장하거나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각 면담은 1:1 방식으로 약 1~2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장소 특성상 집단 면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참여자가 순차적으로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모든 녹음 자료는 연구자가 직접 전사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또한 면담 자료의 맥락적 이해와 현장성 확보를 위해 참여관찰을 병행하였으며, 각 사회적 장소에서 최소 3시간 이상 체류하거나 구성원으로 참여하여 활동을 관찰함으로써 면담 내용의 신뢰성을 점검하고 실제 장소 이용 양상을 분석에 반영하였다.

Key interview questions

4. 자료 분석

본 연구는 Glaser(2014)가 강조한 지속적 비교방법(constant comparison)과 이론의 출현(emergence)에 근거하여 근거이론을 산출하였다. 이에 따라 자료 분석은 개방코딩, 선택코딩, 이론적 코딩의 구분된 절차를 따르되, 이를 분절된 단계로 보지 않고, 자료 수집과 분석이 순환적으로 맞물리는 하나의 연속적 분석 과정으로 수행하였다. 분석의 기본 단위는 Glaser의 방식을 따라 줄 단위 진술이 아니라, 고령자가 사회적 장소를 이용하며 경험하는 사건(incident)으로 설정하였으며, 사건과 사건, 사건과 개념, 개념과 개념 간의 반복적 비교를 통해 이론적 응집성을 형성해 나갔다.

분석 초기 단계에서는 연구자의 선이해와 기존 이론적 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면담 자료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교 경험, 이동 방식, 장소 선택의 이유, 정서적 반응 등을 중심으로 사건 단위 개념화를 수행하였다. 이후 개별 사건 수준의 범주들은 보다 추상화된 개념 수준으로 통합되었다. 이 과정에서 범주들은 관계 및 활동의 성격, 이동역량, 그리고 향유되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차원으로 조직되었다. 이 단계에서는 인과적 선형 구조를 설정하기보다, 이러한 속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상호 결합되어 반복적으로 출현하는지에 분석의 초점을 두었다. 아울러 사회 네트워크와 이동역량에 관한 용어는 기존 이론 및 선행연구에서 통용되는 개념어로 표기함으로써, 분석의 해석 가능성과 독자의 이해도를 제고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비교 과정이 누적되면서,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을 관통하는 중심 현상이 자료로부터 출현하였다. 본 연구에서 핵심범주(core category)는 사회적 장소 이용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장소 이용 분리의 기준이 되는 고령자의 상호작용 패턴, 즉 관계유형과 관계강도의 결합에 따라 구체화되는 네 가지 실천 양식으로 정식화되었다. 이 핵심범주는 느슨한 연대, 개방·자율, 제도적, 밀착형 장소 이용으로 표현되며, 분석 전반에서 범주와 개념, 그리고 패턴을 연결하는 이론적 중심으로 기능하였다.

출현한 핵심범주를 중심으로 이후 단계에서는 선택코딩과 이론적 표집을 통해 분석의 초점을 정련하였다. 핵심범주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범주들을 선별적으로 확장·비교함으로써, 네 가지 상호작용 패턴이 다양한 사례와 조건에서도 반복적으로 관찰되는지를 검증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호작용 패턴과 함께 나타나는 이동역량의 활용 방식과 제약, 그리고 향유되는 사회적 자본의 범위와 성격이 구체화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론적 코딩 단계에서는, 출현한 핵심범주에 따른 네 가지 패턴 내외부의 범주간 이론적 연결 축을 설정하였다. 이와 같은 연속적 분석 과정을 통해, 본 연구는 사건 단위 개방코딩을 통해 도출된 97개의 범주를 28개의 2차 범주로 추상화하였고, 이들 범주 간의 반복적 결합을 분석함으로써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범주와 네 가지 중심 패턴을 체계화하였다.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패턴과 조건 범주들이, 이동역량과 상호작용 방식의 변이를 통해 상이한 유형의 사회적 자본이 향유되는 과정적 메커니즘으로 이론적 코드 수준에서 통합되었다. 도출된 내용을 바탕으로 패러다임 모형을 최종 구축하였으며(Figure 2), 수행한 코딩 내용은 부록 <Table 1>에 제시하였다.

Figure 2.

A paradigm model of social place use among urban older adults

5. 윤리적 고려와 분석 타당성

본 연구는 S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IRB No. 2401/004-010)을 받은 후 진행되었다. 연구자가 직접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을 설명하고, 면담내용의 녹음과 참여자가 원할 경우 참여를 중단할 수 있음을 명시한 참여 동의서에 자필로 서명하였다. 면담내용은 연구 책임자의 개인 컴퓨터에 저장하고 비밀번호를 설정하여 타인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였다. 모든 연구자료와 녹취 내용은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연구보고 종료와 함께 완전히 폐기할 것임을 명시하였다.

연구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본 연구주제에 대한 연구자의 선 지식이나 편견을 별도로 메모하여 배제하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인터뷰 자료와 현장에서 관찰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연구 진행 과정에서 도출되는 주요 범주들은 지속적으로 동료 연구자들과 자료를 공유하며 타당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Ⅳ. 도시 고령자 사회적 장소 이용의 패러다임 모형

본 연구는 이론적 코딩 과정을 거치며,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의 심층 패러다임 모형을 <Figure 2>와 같이 도출하였다. 이는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 맥락과 조건으로서 맥락 조건-촉발 요인-공간적 조건 차원과, 조직화 및 분화되는 패턴으로서 변이와 결과 차원의 상호작용 패턴-이동역량-사회적 자본으로 구조화되었다.

1. 맥락조건: 삶의 맥락

고령자의 삶의 맥락은 한국전쟁 이후의 정치·사회적 혼란,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 국가적 빈곤의 경험, 서울로의 상경 이주 세대라는 생애과정적 조건 속에서 형성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국가적 가난과 급격한 사회 변화의 시기를 통과한 세대’로서(A7, A12, A16, A21, A22, C7), 디지털 기술과 교육 기회가 확장된 현재의 ‘젊은 세대와는 상이한 사회적·문화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다(A12, A21). 참여자 A12는 세대 간 이해 부족과 존중의 결여를 체감한 사례를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 참여자 A12(후기 남성/비독거): 지금 늙은 사람들 솔직히 말해서 초등학교, 중학교도 못 나왔어. 한 반에 보통 90명이야. 먹을 것도 없었고, 내 기억에 남학생이고 여학생이고 안에 속옷도 안 입었어. 담임 선생님이 앞에서 뭐라고 해도 뭐 들립니까. 집에서는 산에 나무 해서 오라 하고, 애동생 보라고 그러는데. 시대가 어마어마하게 바뀌었어요.

이 진술은 고령자의 현재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연령이나 건강 상태만이 아니라, 국가적 빈곤과 교육 기회의 제한, 가족 내 노동과 돌봄 역할이 중첩되었던 세대적 경험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시대가 어마어마하게 바뀌었다”는 표현은 현재의 고령자가 젊은 세대와 다른 삶의 조건 속에서 성장했으며, 이러한 경험 차이가 세대 간 이해와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서울로의 상경은 이들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역사적 경험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농업 이외의 생계 경로를 모색하기 위해’(A6, A12, A14, A20), ‘학업을 지속하거나 꿈을 실현하기 위해’(A17, B16), 혹은 ‘남편이나 자녀를 따라’(B1, B21, B22) 서울로 이주하였다. 즉, 서울은 생계, 교육, 가족관계, 사회적 이동의 가능성이 집중된 장소로 경험되었으며, 고령기에 접어든 이후 서울은 다시 떠나기 어려운 장소로 전환되었다. 참여자들은 ‘서울이 농촌보다 살기 좋다는 인식’(A2, B2, B3, B7, B8), ‘고향 지인들의 죽음과 장기간 축적된 관계망으로 인해 서울을 사실상 고향으로 인식’(A2, B2, B3, B7, B8),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태도’(A3, A16, A17, B22), ‘의료 접근성’(A1, A5, A6, B2, B14), 농촌의 ‘교통 제약’(A1, A5, A6, B2, B14) 등을 이유로 서울에 남고 있었다.

이처럼 도시 공간은 고령자에게 과거의 생계 전략과 상경 경험, 축적된 관계망, 의료·교통 접근성, 자녀와의 관계가 중첩된 삶의 터전으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맥락은 고령자가 서울에서 노년기를 보내며 특정 사회적 장소를 찾고, 이동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의 배경 조건으로 작동한다.

2. 촉발요인: 사회적 장소 이용 동기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 동기는 갑작스럽게 증가한 여가 시간, 외로움과 쓸쓸함, 집 안에서의 불편감과 자존감 저하, 그리고 죽음과 요양원에 대한 불안 등 네 가지 문제 상황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요인들은 단순한 여가 활동 수요라기보다, 노년기 삶의 전환 과정에서 경험하는 심리적·사회적 위기에 대한 대응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첫 번째 동기는 은퇴 이후 갑작스럽게 증가한 여가 시간의 과잉이다. 고령자는 본인 또는 배우자의 은퇴 이후 일상의 상당 부분이 여가 시간으로 전환되면서, 무료함과 심리적 공허감, 무의미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무료함으로 이동’(A1, A16, B3, B23, C6)과 ‘생산적 활동 의지와 노인일자리 선호’(A3, A9, A12, A13, A14, B1, B2, B8, B10, C1)와 같은 하위코딩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교수직에서 은퇴했다는 참여자 C1(소요산역 상인, 전기 남성, 비독거)은 “놀고 편하게 먹고 사는 것도 하루이틀”이라고 표현하며, 은퇴 이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심리적 공허함을 설명하였다.

한편 증가한 여가 시간에 대한 인식은 성별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났다. 특히 여성 고령자에게 여가 시간은 오랫동안 수행해 온 가족 돌봄 중심 역할에서 벗어나 ‘주체성 회복 기회’(B1, B2, B8, B10)와도 연결된다. 참여자 B2(전기 여성, 비독거)는 공직에 있던 남편의 은퇴와 자녀의 독립 이후 생긴 여가 시간을 삶의 자유와 주체성 회복의 기회로 인식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 참여자 B2(전기 여성/비독거): 남편은 공직에만 있었고 저는 여태 남편이 하라는 대로, 그냥 남편 말에 한 번도 거역한 적이 없이 그렇게 살았어요. 저는 남편 내조하고 자녀 키우는 거 말고는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그래서 이제 막 활동하고 싶어. 저는 여기에 몰두하고 있죠. 삶의 자유를 찾았죠. 여유라는 게 생겼어요.

이는 노년기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성별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주며, 증가한 여가 시간 속 사회적 장소의 탐색과 활용 방식에서도 성별에 따라 차별화된 경험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동기는 집에서의 불편감 해소와 자존감 회복을 위한 외출이다. 이는 주로 남성 고령자에게 나타나는 특성으로, 은퇴 이후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이라는 공간이 편안한 장소가 아니라 긴장과 불편이 발생하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존재했다. 특히 남성 참여자들은 가정이 아내의 주요 활동 영역으로 여겨지며, 본인은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이 아닌 ‘머물면 불편을 일으키는 존재’처럼 느껴짐을 진술하였다. 이는 ‘배우자의 잔소리와 대화 어려움’(A3, A12, A13, B17), ‘집에서 배우자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갈등 발생’(A3, A12, A13, A23)과 같은 하위코딩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참여자 A12(후기 남성, 비독거)는 은퇴 후 집에 머무르는 자신을 불편해하는 아내를 피하기 위해 외출을 택하게 되는 일상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 참여자 A12(후기 남성/비독거): 은퇴하고 집에 오래 있었는데 집사람이 책 보면 책 본다고 뭐라 하지, 텔레비전 보면 텔레비전 본다고 막 뭐라 그러니까. 그래서 골방에 문닫아 놓고 책 보고 있으면 청승 떤다고 또 뭐라 해. 그러니 밖으로 운동하러 댕기고 좀 쉬고 하다가 들어가면 또 마누라가 웃는 거 보고 밥 차려준 거 먹고 그러죠.

참여자 A13(전기 남성, 비독거) 또한 아내와의 과도한 일상 공유가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며, 의도적으로 집을 비우려는 심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참여자 A13(전기 남성/비독거): 저는 일어나면 무조건 나가요. 퇴직한 사람들의 기본적 심리가, 직장 다닐 때는 아침, 저녁에만 아내를 만났는데 계속 같이 있다 보면 부딪히는 걸 느껴요. 그걸 피하기 위해서 나가게 되는 거죠. 은퇴를 하니 사람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껴요. 아무래도 불안하고 외롭죠.

A12와 A13의 발화는 남성 고령자에게 외출이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가정 내 갈등을 피하고 정서적 불편감을 완화하기 위한 일상적 대응 전략임을 보여준다. 특히 A13의 발화에서 ‘소속감’의 중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는 남성 고령자들이 직장에 ‘소속’되어 있음으로 자존감을 얻고 안정을 얻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들이 찾는 사회적 장소는 심리적 거리 확보, 일상의 긴장 완화, 그리고 개인의 자존감과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는 일상적 공간으로 기능하게 됨을 예상할 수 있다.

세 번째 동기는 외로움의 해소이다. 이 동기는 특히 후기 고령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성으로, 배우자 또는 가까운 지인의 사망,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 등으로 인한 독거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는 ‘외로움과 쓸쓸한 마음 해소’(B3, B8, B18, B19, B20, B21, A20), ‘독거로 대화할 사람이 없음’(A4, A5, A6, A9, A16, A20, A21, A22, B3, B5, B8, B10, B11, B15, B16, B18, B19, B20, B21, B22, B23, C3), 그리고 ‘가족과의 교류 적음’(B3, B8, B18, B19, A20)과 같은 하위코딩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피하고자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사회적 장소로 자발적으로 이동하는 행태를 보인다. 즉,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정서적 동기가 이동의 주요 배경이 되었다. 참여자 B23(후기 여성, 독거)은 남편이 치매로 요양원에 입소한 이후 혼자 살게 되었고, 그 후 문화센터 등에서 정기적으로 사람을 만나며 취미 활동을 이어가는 일상을 설명하였다. 참여자 A20(후기 남성, 독거)은 매일 40분 이상 이동하여 5년간 동일한 공원을 찾는 이유에 대해 ‘심심하고 외롭고 고독하고 허전하고 쓸쓸하고 아주 미칠 것만 같다’라며 극심한 외로움을 토로하였다. A20에게 공원 이용은 수동적 회피가 아닌 적극적 외로움 해소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요양원과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노년기의 주요 이동 동기로 작용한다. 후기 노년기에 접어든 참여자들은 노화와 질병, 죽음을 현실적 위협으로 인식하였으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일상적 실천으로 외출을 선택하였다. 이는 ‘갑자기 병으로 죽을 수 있다는 불안함’(A2, A3, A5, A12, A14, A16), ‘요양원 입소에 대한 두려움’(A2, A3, A5, A12, A14, A16), 그리고 ‘건강 나들이’(A2, A3, A5, A12, A14, A16, B9, B16)와 같은 하위코딩과도 연결된다. 참여자 A14(후기 남성, 비독거)는 자신의 외출을 “사형선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이라 표현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신체 활동의 의미를 설명하였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자녀에게 의존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요양원 입소에 대한 두려움은 고령자의 행동 동기를 더욱 강화하고 있었다. 참여자 A5(후기 남성, 독거)는 “복지관에 오지 않으면 요양원 생활이 시작되는 것 같다”라며, 매일 노인복지관에 ‘출근하듯’ 나가는 자신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사회적 장소가 노년기의 위기 인식과 자율적 삶의 유지 욕구를 담아내는 중요한 생존 기반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동기는 고령자에게 왜 사회적 장소가 필수적인 기반으로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고령자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신체적·정서적·사회적 결핍 속에서 자신의 노년기 경험을 주체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3. 공간적 조건: 선호되는 사회적 장소

고령자가 선호하는 사회적 장소의 공간적 조건은 크게 정기성과 개방성, 경제성, 대중교통 접근성, 신체적·심리적 편안함,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 가능성, 추억과 정서적 연결감, 삶의 활력을 제공하는 장소라는 일곱 가지 특성으로 도출되었다. 이러한 공간적 조건은 고령자의 신체적 상태와 경제적 여건, 사회적 관계 욕구, 그리고 생애 경험과 기억이 물리적 환경에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

첫째, 고령자는 정기적으로 방문할 수 있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이용 가능한 장소를 선호하였다. 이는 ‘정기성 및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장소’(A1, A5, A7, A12, B3, B18, B19, B20, B21, B22, C7), ‘주말·공휴일에도 이용 가능한 공간’(A5, A6, A7, A17, B2, B19, C3, C5), 그리고 ‘노인들의 시간 인지 및 장소 이용 관성’(A14, B14, C4)과 같은 하위코딩과 연결된다. 고령자들은 자주 방문하는 사회적 장소의 운영 시간과 휴무일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으며, 휴일에는 대체 장소를 찾아 이동하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특히 주말과 공휴일처럼 공공시설 운영이 중단되는 시기에는 연중무휴 운영이 가능한 콜라텍, 기원, 실버 영화관과 같은 상업시설이 중요한 대안적 장소로 기능하였다. 이는 사회적 장소가 고령자에게 일상성과 시간 구조를 유지하는 핵심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령자가 정기적 장소 이용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노년기의 시간 감각 변화가 존재하였다. 참여자 C4(복지관 및 주민센터 강사)는 많은 고령자가 하루이틀의 공백조차 매우 길게 체감하고 있음을 설명하며, 코로나19 시기의 장소 폐쇄가 실제보다 훨씬 긴 단절로 경험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이로 인해 ‘코로나 시기 장소 폐쇄가 심리·건강에 치명타’(A14, A22, B3, B19, C4)가 되었다는 진술이 반복 도출되었다.

■ 참여자 C4(주민센터 및 복지관 강사): 일주일 중에 주말 이틀이 단절된다는 게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엄청난 단절이에요. 하루를 쉬면 한 달을 쉰 것 같은 느낌이에요. ··· (중략) ··· 노인분들은 코로나 시기에 거의 4년을 쉬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 사이에 몸이 확 늙어버렸다는 거죠. 그전에는 몸도 좀 더 잘 움직여지고 기억도 더 잘 났는데, 지금은 몸도 둔해지고 일주일만 지나도 기억도 잘 안 나고... 그 시간이 코로나에 걸렸든 안 걸렸든, 건강의 공백이 되어버렸어요. 우리는 이런 교류와 문화 활동을 위한 장소가 노인을 살리고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발화는 고령자에게 있어 ‘시간의 공백’은 곧 건강 손실, 기억력 저하, 관계 단절로 이어지는 위험으로 인식되며, 정기적 장소 이용은 시간의 질서와 일상의 루틴을 유지하는 중요한 조건이 됨을 설명한다.

둘째, 경제적 부담이 적은 장소가 선호된다. 이는 ‘경제적 부담이 적은 장소’(A6, A12, A19, A22, B2, B8, B23, C6), ‘저렴한 상업시설’(A6, A12, A22, B8, B23, C6), 그리고 ‘국민연금 제도 도입 시기의 불안정성’(A12, A16, A22, B23)과 같은 하위코딩과 연결된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노년층은 경제적 능력이 제한되어 있어, 무료이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장시간 이용이 가능한 장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고령자가 자주 찾는 콜라텍, 실버 영화관 등의 상업시설은 2천 원 내외의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제기동이나 종로3가 등 고령층 밀집 지역은 시세보다 저렴한 음식점과 이용(理容) 시설 등이 밀집되어 있어 주요 목적지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제약은 노후 소득 구조의 제도적 한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는 1988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본격 도입되었기에, 현재의 후기 고령층 중 상당수가 연금 수급권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조현연·김정석, 2016). 더욱이, 노후의 경제적 책임이 가족이 아닌 개인에게 있다는 인식 또한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개념으로, 많은 고령자들은 본인의 노후 준비나 고정소득 없이 살아가는 현실에 놓여 있다. 참여자 B23(후기 여성, 독거)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과 정보 부족으로 가입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회상하며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제도 변화 속에서 충분한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한 노년층의 현실을 반영한다.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후기 고령층일수록 비용이 들지 않는 공공 공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셋째,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장소가 선호된다. 이는 ‘대중교통 의존성 증가’(A5, A7, A12, A16, A17, A21, B10, B23), ‘지하철역 인근 장소 이용 인원 증가’(C2, C4, C6), 그리고 ‘지하철 종점역 선호’(A6, A9, A16, A17, A21, A22, C4, C6)와 같은 하위코딩과 연결된다. 노년기에 운전면허 반납, 지하철 무상 이용 등의 이유로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이 가까운 장소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사회적 장소들은 대부분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과의 근접성이 높았으며, 이는 원거리에 위치한 사회적 장소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반으로 작용했다. 노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C2는 지하철역의 개통 후 복지관 등록 인원이 급격히 증가하고, 서울 외곽이나 타 지역에서 오는 이용자들도 나타났음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 참여자 C2(복지관 직원): 작년에 접수된 신규 회원이 1,300명이에요. 이번 1월에만 등록 인원이 200명이라 예상치도 못한 많은 인원을 받았어요.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니까 좀 놀라긴 했어요. 인근에 지하철역이 생기면서 교통이 접근성이 좋아진 게 인원이 많아진 이유 중 하나예요. 우리 프로그램을 보고 최근에는 김포에서 오는 분도 계셨어요.

이 진술은 대중교통망이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이용자층을 유입시키고 사회적 장소의 이용 반경을 확장시키는 구조적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몸과 마음이 편안한 장소가 선호된다. 이는 ‘화장실 이용이 편한 장소 선호’(A12, A16, B18, C6),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대기 환경 쾌적한 장소’(A5, A7, A12, A13, C6), ‘심리적으로 편안한 장소’(A2, A9, A10, A12, B10)와 같은 하위코딩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은 청결하고 환기되는 넓은 공간, 지하보다는 지상 공간, 그리고 대기 환경이 쾌적한 장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노화로 인해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서, 화장실 이용의 용이성은 장소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였다. 참여자 A12(후기 남성, 비독거)는 요실금 등의 증상으로 인해 이동 시 반드시 화장실 접근성을 고려함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참여자 A12(후기 남성/비독거): 나이 들면 요실금이 있는데, 자다가도 소변이 마려우면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그런 게 둔해지니까 자다가도 나오고, 기침하다가도 나오고 그러는 거야. ··· (중략) ··· 우리는 그래서 이동할 때도 화장실이 첫째로 중요해요. 전철이나 빌딩 같은 데 지나다니면서 화장실 어디 이용할 수 있는지를 보는 거예요.

심리적 편안함 또한 중요한 요인이 된다. 참여자 B10(후기 여성, 독거)은 “남 눈치 안 보이는 마음이 편한 공간”을 찾아다님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도시 공간에서 고령자가 사회적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는 장소의 부족함을 반영한다. 이처럼 몸과 마음이 편안한 장소는 고령자가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주요 조건이 되었다.

다섯째, 사회적 네트워크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가 선호된다. 이는 ‘사람을 만나기 위한 장소’(B3, B5, B8, B10, B18, B19, B20, B21, B23, A5, A9, A11, A12, A15, A19, A20)의 하위코딩과 연결된다. 고령자는 물리적 공간의 존재 및 접근성 자체보다, 타인과 마주치고 공존할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하였다. 참여자 A20(후기 남성, 독거)은 집 근처에 공원이 있음에도,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지하철로 40분을 이동해 특정 공원을 방문한다고 설명하였다.

■ 참여자 A20(후기 남성/독거): 집이 미아동이라 전철로 40분 정도 걸려요. 집 근처에도 공원은 있지만 사람이 별로 없잖아. 그래도 여기는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또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얘기도 할 수 있고 하니까.

이 진술은 장소 선택에서 사회적 접촉 가능성과 상호작용의 밀도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A20에게 공원은 사회적 관계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로 의미화되었다.

여섯째,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장소, 즉 정서적 연결감을 지닌 공간이 중요한 사회적 장소로 선호되었다. 이는 ‘도시개발로 변화된 장소와 아쉬움’(A12, A14, A16, A21, C7), ‘학창시절의 추억’(A3, A14, C7), ‘정치적 토론의 장’(A6, A16, C7), ‘문화·예술·유흥의 중심지’(A6, C7, C6), 그리고 ‘외부에서 종로로 이동하는 고령자’(A6, A12, A22, C1)와 같은 하위코딩에서도 나타났다. 특히 후기 남성층은 급격히 변화한 도시 환경 속에서도 개인적 기억과 장소의 흔적이 중첩된 공간을 더욱 선호하였다. 종로 일대는 학창 시절과 젊은 시절의 기억이 응축된 장소로 자주 언급되었으며, 도시 재개발로 인한 기억의 단절에 대한 아쉬움 역시 강하게 표현되었다. 참여자 A12(후기 남성, 비독거)는 고향 부산과 현재 거주하는 서울 모두 급격히 변해 더 이상 친숙하지 않게 느껴진다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참여자 A12(후기 남성/비독거): 나는 형제가 하도 많으니까 먹을 게 없어서 1962년도에 기차 입석 타고 12살에 무작정 서울에 왔어. ··· (중략) ··· 서울도 그렇게 많이 변해서 아쉽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그냥 한 20년만 좀 멈췄으면 좋겠다 해요 너무 많이 변해서. 나는 애착을 가진 장소는 없어요. 그냥 내 마음이 편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가.

급격히 변화한 도시 공간으로 인해 허무감을 경험한다는 A12의 발화는 고령자에게 과거 기억의 흔적을 지닌 장소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고령자가 찾는 사회적 장소는 삶의 활력을 제공하는 장소라는 특성을 지녔다. 이는 ‘학습, 배움 등 의미 있는 활동’(A2, A8, A13, A17), ‘역사적 장소’(A6, A16, A17, C7), ‘야외 스포츠 활동 선호’(A8, A10, A13), ‘음악, 감각적 장소’(A5, B8, B18), ‘춤을 통한 삶의 활력’(A5, A9, A10, B6, B8, B12), ‘야외 자연환경’(A6, A12, A19, B16), 그리고 ‘예배·기도 등을 통한 심리적 편안함’(A1, A2, A5, B3, B23)과 같은 하위코딩과 연결된다. 이러한 장소는 학습과 감각적 자극, 심리적 쉼을 제공하며, 고령자에게 생애 후반의 활력과 의미를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참여자 B8(후기 여성, 독거)은 콜라텍과 노래교실을 이용하는 경험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 참여자 B8(후기 여성/독거): 콜라텍에서 춤추다가 오후에 청량리 쪽 가면 각설이 와서 춤추고 하는 곳도 있고. 또 노래교실도 있는데 돈 만 원만 내면 앉아서 과자 같은 거 주면서 노래 신청해서 부를 수도 있는 곳도 있어. 그런 곳 가면 시간 잘 가. 아주 재밌어.

‘시간이 잘 가고 아주 재밌다’라는 B8의 진술은 고령자에게 감각적 장소가 오락 이상의 의미, 즉 생애 후반 ‘하루를 구성하는 리듬’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공간적 조건들은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 차원에서 고령층이 선호하는 요소들을 반영하고 있다. 물리적 차원에서는 이동 접근성과 경제적 부담 수준, 쾌적함 등이 장소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이는 고령자의 이동 제약이나 건강 상태에 적합한 환경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유대 형성이 가능한 장소가 선호되며, 심리적 차원에서는 심리적 안정감과 추억 회상 및 삶의 의미 회복과 활력 증진이 가능한 장소가 선호되고 있다.

4. 사회적 장소 이용의 분화 패턴

도시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은 장소에서 형성되는 네트워크 구조를 중심으로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본 연구는 Putnam(2000)Woolcock(2001)의 결속형(bonding), 교량형(bridging), 연계형(linking) 네트워크와 Granovetter(1973)의 강한 유대(strong ties), 약한 유대(weak ties)를 분석적 틀로 활용하여 유형 간 차이를 설명한다. 결속형 네트워크는 유사한 성·연령 및 사회적 배경을 가진 집단 간의 교류를, 교량형 네트워크는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집단 간의 교류를 의미한다. 연계형 네트워크는 위계적 관계가 존재하는 조직 내 집단 간 교류를 의미한다. 유대의 강도는 접촉 빈도, 정서적 지지, 신뢰 수준 등을 종합하여 구분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을 느슨한 연대형, 개방·자율형, 제도형, 밀착형으로 구분하였다. 각 유형은 주로 이용하는 물리적 장소뿐 아니라 장소 내 상호작용 방식과 활동에서도 차이를 보였다(Table 3).

Physical settings of social places used by older adults

한편 이동역량은 이러한 이용 유형의 형성과 이용 범위를 조절하는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본 연구에서 이동역량은 Kaufmann et al.(2004)Urry(2007)의 논의를 바탕으로 신체적 이동 능력, 경제적 자원, 시간적 가용성, 교통수단 활용 능력 등을 포함하는 개인의 이동 자원으로 정의한다. 이동역량은 이용 가능한 장소의 범위와 다양성을 확대하거나 제약하며, 개인이 선호하는 네트워크 구조에 부합하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본 연구는 각 유형의 반복적 장소 이용과 네트워크 참여를 통해 고령자가 경험하는 유익을 서로 다른 형태의 사회적 자본 형성으로 포착한다. 이하에서는 네 가지 사회적 장소 유형별로 장소 이용, 네트워크 구조, 이동역량 및 사회적 자본 형성의 특성을 살펴본다.

1) 느슨한 연대 장소의 이용

느슨한 연대 장소는 유사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집단 간의 반복적 만남을 통해 익숙함과 암묵적 연대감을 형성하지만, 관계의 깊이는 낮고 친밀한 유대보다는 공간 공유 자체에 의의가 있는 특징을 지니는 장소를 의미한다. 이러한 장소는 결속형 네트워크의 배타성과 집단 동일성을 일부 공유하면서도, 관계 강도는 낮은 약한 결속형 관계망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구체적 예시 장소로는 주로 공원, 산 등의 자연 공간, 기원, 고령자 전용 영화관, 콜라텍 등 고령자 대상 상업시설, 그리고 지하철 종점역 부근, 교통대합실과 같은 비공식적 공공 공간이 해당된다(Figure 3).

Figure 3.

Loose-solidarity places

사회적 장소에서 이들은 ‘강도 낮은 사교 경향’(A1, A4, A12, A16, A19, C7)과 ‘함께이지만 홀로하는 활동’(A7, A14, C3, C6)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었으며, 바둑이나 장기, 콜라텍에서의 춤, 실버 영화관에서의 영화 관람 등은 타인과 공간을 공유하지만 파트너가 자주 바뀌고 활동 자체는 개별적으로 수행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들의 관계망은 광범위한 유대감을 형성하면서도 강도 높은 친밀성은 부족한 특징을 보였는데, 동일한 장소에서 매일 만나더라도 어느 날 보이지 않으면 ‘죽었다’라고 인식할 정도로 관계가 피상적인 양상을 보였다.

특히 ‘느슨한 연대’ 관계망이 형성되는 장소에서는 ‘동질 네트워크의 집단화’(A5, A6, A9, A11, A12, A15, A19) 경향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시 장소로는 종로3가가 있다. 후기 남성 고령층에게 종로3가는 ‘제2의 고향’으로 불리며, 다양한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등에 모인 고령자들은 정치적 대화를 나누며 과거의 기억을 재현하는 모습을 보인다. 공유된 기억 속에서 깊은 대화 없이도 느슨한 유대감 형성이 용이하게 이루어졌다. 종로 3가에서 만난 참여자 A6(후기 남성, 독거)은 어린 시절 고향에서 상경하여 파고다 공원에서 활동했던 정치적 경험을 회상하며, 해당 공간이 자신과 유사한 시대적 배경을 공유하는 고령자들과 교류하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 참여자 A6(후기 남성/독거): 그러니까 이곳에 오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고, 노인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거야. 앞으로도 종로는 계속 오지. 평생을 여기 살았고, 아는 사람들끼리니까. 아는 사람끼리 모여야 재밌지, 새로운 사람들 만나면 이상하게 시비가 되고 말이 꼬리가 된다고. 또 당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니까. 여기가 고향 같아. 외지에 있어도 여기 있던 사람들이 찾아와서 만나고 그래.

‘새로운 사람들 만나면 이상하게 시비가 되고 말이 꼬리가 된다’라는 발화는 후기 고령층 남성일수록 ‘새로운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려운 경향’(A6, A7, A12, A16)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 결과, 공통의 기억과 배경을 공유하는 동질적 관계와 장소에 대한 선호가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특히 A6은 종로3가에 대한 장소적 애착을 ‘고향 같은 곳’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해당 공간이 단순한 만남의 장소를 넘어 정체성의 근거지이자 관계적 안전지대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느슨한 연대’ 장소를 이용하는 고령자들은 주로 충분한 가용시간을 가지며, 대중교통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이동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 무상 이용 의존’(A6, A12, A16, A21, A22), ‘지하철 기반 일상 여행과 장소 탐색’(A16, A17, A21, A22, C6), 그리고 ‘종로3가 및 지하철 종점역으로의 장거리 이동’(A6, A12, A16, A21, A22, C1, C6)이 주요 특징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도시의 지하철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며 수도권 전역에서 ‘종로3가’와 ‘소요산역’ 등으로 장거리를 이동하며 타 집단과 분리된 사회적 장소를 형성하였다.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인천, 강원도 등 지하철망이 연결된 지역으로 1~2시간 이상 이동하는 사례도 관찰되었다.

특히 소요산역은 고령자의 새로운 집합 장소로 부상한 곳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소요산역은 단순한 이동의 종착지가 아니라 시간을 보내고 느슨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사회적 장소로 기능하였다. 이들은 소요산역뿐 아니라 온양온천역, 용문역, 춘천역 등 다양한 장소를 이동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며, 이러한 이동은 단순한 교통 행위라기보다 ‘노인 우호(환대) 장소로 이동’(A6, A16, A21, A22, B8, C6)하거나 ‘지하철이 연결된 반경 내 이동’(A9, A16, A17, A21, A22, C6)을 통해 자신들에게 적합한 사회적 장소를 탐색하고 점유하는 실천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이동 패턴은 사회적 장소에 대한 접근성과 공간 이용 권리의 문제를 내포한다. 기존의 주요 집합 장소들이 도시 정비와 관리, 규제 등의 명목으로 점차 축소되거나 배제되면서, 고령자들은 일상 속에서 지하철이라는 기반시설을 활용하여 새로운 사회적 장소를 자발적으로 탐색하고 확장해 나가는 행태를 보였다. 이러한 장소 이동은 배제된 장소를 대체하는 새로운 ‘사회적 실천의 장’을 모색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연구 참여자 A22(후기 남성, 독거)는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종점역까지 다녀오는 이동을 ‘일상의 주요 루틴’으로 언급하면서, 해당 행위가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비용이 들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 이용 방식임을 강조한다.

느슨한 연대 장소에서 자주 관찰되는 성·연령 집단은 후기 남성 고령층으로, 은퇴 이후 주요한 사회적 관계망에서 물러나며 일상 유지에 중점을 둔 남성 고령자일수록 이러한 네트워크 구조를 촉진하는 장소를 더 적극 활용하였다.

이러한 약한 결속형 네트워크의 장소를 활용하는 고령자들은 가벼운 상호작용을 통해 외로움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정서적 위안을 얻고 있음을 설명한다. 이는 ‘일상성 회복’(A1, A5, A7, A11, A14, A15, A16, A17, A19, A20, A22, B8), ‘외로움 및 쓸쓸함 해소’(A4, A5, A6, A9, A16, A20, A21, A22, B3, B5, B8, B10, B11, B15, B16, B18, B19, B20, B21, B22, B23), 그리고 ‘동년배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한 심리적 활력과 스트레스 해소’(A1, A4, A5, A9, A11, A12, A15, A16, A19, B8, C7)와 같은 하위코딩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다른 유형의 사회적 장소를 포함하여, 사회적 장소 이용 자체가 가질 수 있는 기본적 유대 자본의 성격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참여자 A19(후기 남성, 비독거)는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집에 돌아가 밥을 먹으면 더 맛있다”라고 말하며, 일상적인 대화와 반복적 접촉이 고령자에게 정서적 활력과 소소한 의미를 제공하는 상호작용임을 강조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참여자 A14(후기 남성, 비독거)는 공원에서 또래 고령층과의 반복적 접촉이 만들어내는 익숙함과 심리적 안정감, 일상성 회복 측면에서 이러한 사교 활동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 참여자 A14(후기 남성/비독거): 여기 공원 장기터에 가도 아는 사람 많고 우리 또래 노인네들 다 여기로 모이고 있으니까. 자꾸 가고 싶고 얼굴 보고 싶고 그렇지. 그거 희한하더라고. 그냥 만나면 할 건 없는데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게 되고 또 서로 얼굴 보면 좋거든.

이 발화에서 ‘만나면 할 건 없는데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게 되고 또 서로 얼굴 보면 좋거든’이라는 표현은, 표면적으로는 사소한 접촉처럼 보이지만 강도가 낮은 관계라도 반복적 만남을 통해 동질감에 기반한 정서적 유대와 심리적 만족이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특히 결속형 관계망의 약한 유대가 제공하는 정서적 기능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가벼운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는 정보 공유의 장으로도 기능하며, ‘우연한 대화를 통한 다른 사회적 장소 매개’(A5, A7, A20, B8)의 기능을 수행하였다. 예를 들어, 고령자들은 공원에서의 느슨한 상호작용을 통해 복지관이나 콜라텍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장소의 정보를 얻곤 하였다. 참여자 A5(후기 남성, 독거)는 18년간 다니던 공원에서의 우연한 대화를 통해 노인복지관 정보를 접하고, 그 정보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장소로의 이동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이 사례는 사회적 장소 이용이 정태적이지 않으며, 느슨한 관계 속 정보 교류를 통해 장소 간 이동과 확장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느슨한 연대 장소로의 접근과 내부 상호작용은 연대감 형성, 일상성 회복, 장소 매개 등 ‘기본적 유대 자본’의 유익을 향유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2) 개방 및 자율 장소의 이용

개방 및 자율 장소는 다양한 세대와 사회경제적 배경을 지닌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면서도, 개인의 사적 공간이 보장되는 개방적 관계망을 촉진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장소는 이질적 집단 간 접촉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교량형(bridging) 관계망의 구조적 특성을 지니며, 관계의 깊이와 빈도는 약한 강도로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도서관, 카페, 구청 내 쉼터와 같은 공공시설, 그리고 테니스장, 당구장, 헬스장 등 스포츠 시설이 대표적인 예이다(Figure 4). 이 장소에서 이들은 대체로 동일 연령층과의 밀착된 관계보다는, 젊은 세대와의 직·간접적 공존 속에서 자극을 받으며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을 선호하였다. 이는 ‘젊은 세대와의 공존 선호’(A2, A8, A10, A13, A17, A23), ‘후기 고령층 및 노인전용공간과 분리되려는 경향’(A2, A8, A9, A10, A13, B1, B12, C5)의 하위코딩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주로 개인적 목적을 중심으로 장소를 이용하되, 도서관에서 외국인과 영어 회화를 시도하거나 세미나 등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스포츠 시설에서는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는 등 이질적 타자와의 접촉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사회적 장소를 이용하였다.

Figure 4.

Open and autonomous places

이러한 태도는 노년기를 단순한 여가의 시기가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삶의 이행기로 인식하는 경향과 연결된다. ‘노년기를 준비하는 배움 및 운동 위주 활동’(A2, A8, A10, A17, A23)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었으며, 개방 및 자율 장소를 선호하는 고령자는 퇴직 이후에도 하루 중 일정 시간을 노동에 투입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집단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 지원 노인 일자리, 기간제 근로, 택시 운전, 경비 업무 등 다양한 직업 기회를 모색하며, 여가 시간을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채우고자 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개인적 공간 및 활동 선호’(A2, A10, A17, A23, C4)가 두드러지게 나타남에 따라, 이들이 선호하는 공간은 대체로 학습·운동·휴식 등 개인 단위의 활동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환경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콘센트 설치, 개별 좌석 및 공간 구획, 위생적이며 쾌적하게 관리된 시설 등은 물리적·기능적 측면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였다. 참여자 A23(전기 남성, 비독거)은 서울의 여러 구청 내 카페 공간을 직접 경험한 후, 특정 구청의 공간을 선택하여 일상적으로 방문하고 있음을 밝히며, 해당 공간을 개인 학습과 심리적 안정에 적합한 장소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이를 일상에서 정착한 ‘아지트’이자 지정석이 있는 개인적 거점으로 묘사하였다. “여러 구청을 다녀보다가 한곳에 정착했다”라는 A23의 발화는, 이동 자본을 기반으로 여러 자치구를 거치며 정기적으로 이용 가능한 사회적 장소를 탐색하는 행태를 보여준다.

유사한 장소 이용 사례로서, 참여자 A17(전기 남성, 비독거)은 검찰청과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다가 71세에 은퇴한 후, 매일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A17이 선택한 도서관은 집에서 지하철로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에 있다. 그는 해당 도서관을 선호하는 이유로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 참여 가능성, 체계적인 공간 관리, 충분한 개인 학습 공간, 외국인과의 우연한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자극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였다. 이러한 사례들은 사회적 장소에서 어떠한 네트워크를 맺고자 하는지가 주요한 기준이 됨을 시사한다.

개방 및 자율 장소 이용 집단의 주요 이동역량은 경제 및 신체적 역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신체적 역량이 높을수록 테니스장, 당구장 등 신체 활동이 요구되는 스포츠 시설이나 도서관과 같은 학습 공간에 대한 접근성과 선택 폭이 확대되었다. 더불어, ‘쾌적한 장소 이용을 위한 비용 지불 의향’(A2, A3, A8, A10, A13, A17, A23)이 높아, 상대적으로 위생적이고 쾌적한 환경을 갖춘 장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참여자 A3(전기남성, 비독거)은 탑골공원을 언급하며, 저소득 후기 남성 집단이 밀집한 장소는 초라해 보인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음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참여자 A3(전기 남성/비독거): 탑골공원 쪽 가면 양복 깨끗이 입고 있는 사람은 없어요. 그 사람들이 내 눈에는 초라해 보이니까 나는 그쪽으로는 가지 않으려고 해요. 친구들하고도 ‘우리 저기는 가지 말자’라고 얘기하곤 해요.

‘탑골공원은 가지 말자’라는 A3의 발화는 해당 장소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상당히 높음을 보여주며, 개방 및 자율 장소는 경제적·신체적 조건에 따른 장소 선택의 선별성과 사회적 분리가 나타남을 보여준다. 이는 ‘저소득 고령층의 밀집 장소 거부감과 장소 분리’(A2, A3, A7, C1, C3)로 나타났다. Bourdieu(1984)는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자원을 가진 집단이 실천의 장에서 행하는 경쟁을 통해 하위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구별(distinction)이 이루어짐을 지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개방 및 자율 장소와 느슨한 연대 장소의 공간적 분리는 구별의 징표(signs of distinction)로 기능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개방 및 자율 장소에서 자주 관찰되는 집단은 전기 남성 고령층이며, 이들은 신체적·경제적 제약이 비교적 적고, 은퇴 이후에도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경향이 있었다. 약한 교량형 네트워크 구조를 가진 개방 및 자율 장소 이용을 통해 고령자들은 ‘다양한 집단과의 교류를 통해 변화하는 사회와의 연결감 회복’(A2, A10, A17, A23), ‘지속적 교육 및 학습, 운동을 통한 자기 계발’(A2, A3, A8, A10, A13, A17, A23), ‘구직 정보 구득 등 취업 준비’(A3, A9, A12, A13)의 유익을 얻게 됨을 설명한다. 참여자 A17(전기 남성, 비독거)은 “도서관 이용을 통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재능을 축적하고 사회 지성 수준과 밸런스를 맞추는 시간”을 보내게 됨을 언급하며, 도서관은 자기 계발 동기를 자극하고 사회와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함을 설명하였다.

도서관이나 구청과 같은 공공 공간은 고령자의 사회적 재참여와 경제활동을 위한 정보 접근의 거점으로도 기능한다. 연구 참여자 A13(전기 남성, 비독거)은 은퇴 이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 현실을 언급하며, 도서관은 이러한 수요가 있는 고령자의 주체적 정보 탐색과 노동시장 참여를 매개하는 실천의 장소가 됨을 설명하였다.

즉, 고령자는 사회적 연결감 회복, 자기계발, 정보 구득 등 ‘확장적 자극 자본’을 향유하는 기반으로서 개방 및 자율 장소를 선택하였다.

3) 제도적 장소의 이용

제도적 장소는 제도 및 조직을 통해 형성되는 공식적 장소로서, 지위나 역할에 기반한 수직적 연결과 일정 수준의 집단 다양성에 따른 수평적 연결이 함께 나타나는 복합적 관계망이 촉진되는 장소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노인복지관, 주민센터, 노래교실, 운동교실, 교회 및 성당 등이 있으며, 이들 공간에서는 취미활동, 건강증진 프로그램, 종교 모임 등 일상생활과 연계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Figure 5).

Figure 5.

Institutional places

이러한 제도적 장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수평적 관계와 수직적 관계가 동시에 형성된다는 점이다. ‘특정 활동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집단 속 강도 높은 사교’(B2, B3, B14, B15, C2, C4)는 다양한 연령과 사회·경제적 배경을 지닌 구성원 간 수평적인 교량형의 관계(bridging) 특성을 보여주며, ‘직원 및 조직과의 관계’(B2, B10, B12, B13, C2, C4)는 복지관 관장이나 팀장, 종교 지도자 등과 참여 고령자와의 수직적, 연계형 관계(linking)를 시사한다. 이렇듯, 제도적 장소에서는 교사-학습자, 리더-참여자, 직원-이용자 등 역할이 명확히 구분된 상호작용 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구조는 관계의 지속성, 신뢰,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안정적 사회 환경을 조성한다. 고령자 상호 간에도 ‘반장, 총무 등 역할 부여’(A5, B2, B14, C2, C4)가 이루어졌다. 즉, 제도적 장소는 ‘규정 및 시스템이 존재’(C2, C4)하며, 비공식적 친밀성보다는 조직화된 활동과 역할, 규칙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의 사회적 장소와 구별된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관계가 모든 장소에서 동일한 강도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장소의 규모와 참여 인원, 지역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상호작용의 강도에는 차이가 관찰되었다. 주민센터와 여러 지역 복지관에서 강사로 근무 중인 참여자 C4는, 소규모 수업에서는 강사와 수강 고령자 간의 관계뿐 아니라 수강생 상호 간의 유대가 더 깊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참여 인원이 많은 대규모 수업에서는 얼굴조차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 상호작용의 빈도와 밀도가 낮은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상대적으로 경제 수준이 높은 지역(예: 서초구)에서는 강사와 이용자 간 상호작용이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등 지역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른 분위기 차이도 언급하였다.

■ 참여자 C4(주민센터 및 복지관 강사): 주민센터는 공간이 좁고 그러다 보니 회원 수도 적어요. 그러니 회원 간에 유대 관계가 굉장히 돈독하더라구요. 보통 주민센터는 20-30명 정도 수업을 들어요. 복지관은 아무래도 규모가 좀 있는 편인데, 수업에 사람이 많은 곳은 뒤에 얼굴도 잘 모르겠고 아무래도 참여 인원이 많다 보니까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고요. 그리고 또 특이한 건, 확실히 잘 사는 동네 사람들이(서초) 외모도 좀 뛰어나고 더 깔끔하고 입는 것도 좀 더 낫고 그런데 인정은 더 없어요.

이러한 진술은 제도적 장소가 관계 형성의 기반을 제공하더라도 실제 관계의 강도는 장소의 물리적·사회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제도적 장소에서 형성된 관계는 해당 장소 내부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활동과 장소로 확장되기도 하였다. 특정 장소에서 밀도 높은 관계가 형성되면, 같은 구성원들이 다른 활동 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주민센터에서 웰빙댄스를 함께 수강하는 이들이 인근의 수영 교실이나 노래교실에도 함께 등록하여 관계를 확장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는 공식적인 운영조직 및 체계가 일정 수준의 신뢰를 형성하고, 이러한 신뢰가 다른 장소와 활동으로 관계망을 확장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도적 장소에서 자주 관찰되는 주요 이용 집단은 신체적 이동 역량은 비교적 높으나 시간 가용성이 낮은 전기·중기 여성 고령층이었다. 이들의 장소 이용은 거주지 인근의 제한된 이동 반경, 주로 구 단위 생활권 내에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이동은 단순히 교통 접근성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여성 고령자의 가사업무와 손주 돌봄’(B1, B2, B6, B9, B12, B14, A10)으로 인해, ‘사회적 장소 이용 시간 및 반경에 제약’(B1, B2, B6, B9, B12, B14)이 존재하였다.

전기 여성 참여자 B2는 매일 새벽 이른 시간에 기상하여 남편을 위한 식사 준비를 마친 이후에 사회적 장소로 이동하는 자신의 일상 루틴을 소개했다. B2의 사례는 전기 여성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이 가족 내 가용 시간 구조와 일상적 역할 수행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여주며, 생활권 내 제도적 장소 입지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수평 및 수직적 네트워크가 촉진되는 제도적 장소는 공식 조직이 제공하는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신원이 보장된 관계에서 상호 신뢰 형성’(B2, B10, B12, B13, B14, C2, C4)을 용이하게 하였다. 참여자 B2(전기 여성, 비독거)는 노인복지관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며, 신뢰할 수 있는 장소로의 의미를 강조하였다.

■ 참여자 B2(전기 여성/비독거): 복지관이 없어지면 안 될 거 같아. 처음에는 저도 좀 다니다가 안 다녀야지 했거든요. 근데 다른 곳 다녀봐도 여기는 믿을만한 곳이고, 오니까 여기 관장님, 직원들 다 정말 좋으세요.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여기서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은 다 서로 믿고 친구가 되잖아요. 다른 곳에서는 아무래도 좀 친구가 되기에는 불안하잖아. 복지관은 정말 좋은 것 같아.

이 진술에서 “믿을만한 곳”, “안전하다”, “친구가 된다”라는 표현은, 제도적 공간이 고령자에게 신뢰 자본 형성의 기반이 됨을 시사한다.

제도적 장소에서 향유되는 또 다른 기능으로 ‘자존감 회복’이 있다. 고령자들은 ‘다양한 활동 참여로 자아 정체감 및 자존감 형성’(B2, B12, B13, B14, C2, C4), ‘종교·여가 활동 기반 즐거움’(B2, B10, B12, B13, B14, C2, C4), ‘활동에 대한 열의’(B2, B10, B12, B13, B14, B15, C2, C4)를 얻게 됨을 설명한다. 장소에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봉사활동이 운영되며, 고령자의 학습 의지와 사회적 역할 수행 욕구가 제도적으로 수용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복지관 직원으로 근무하는 참여자 C2는 고령자들이 합창, 모델, 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인 학습 의지를 보여 인근 병원 등과 협약을 맺고 강사를 초빙하는 등 새로운 수강반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현재 고령자 대상 프로그램만 93개에 이르며, 이러한 프로그램이 이용자의 수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참여자 C2는 복지관 내에서 문제행동을 보이던 고령자에게 반장 등 일정한 역할을 부여했을 때 옷차림과 언행이 달라지고, 타인을 배려하며 구성원 전체를 고려하는 행동이 나타났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제도적 장소에서의 ‘역할이 부여된 관계에서 책임감과 행동 변화’(C2, C4)가 고령자의 자존감 회복과 사회적 역할의 재형성을 촉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제도적 장소 이용은 수직·수평적 관계를 통해 제도적 지원과 상호 신뢰를 확보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제도적 신뢰 자본’을 형성·향유하는 기반이 되었다.

4) 밀착형 장소의 이용

밀착형 장소는 한정된 동질적 관계망 내에서 빈번하고 강한 상호작용이 촉진되는 결속형 네트워크 구조가 두드러지는 장소를 의미한다. 이러한 ‘밀착형 장소’로는 경로당이나 지인의 집과 같은 소규모 장소가 대표적이다(Figure 6). 이들 공간에서는 ‘매일 상주하며 식사 등을 함께하는 강한 공동체성’(B3, B5, B10, B18, B19, B20, B21, B22, B23)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었으며, 관계의 밀도와 상호 연결성이 가장 높은 장소 유형으로 나타났다. 반면 관계 강도가 높은 만큼 ‘갈등 발생이 용이한 환경’(B3, A6, B18, B19, B20, B21, B22)이 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특정 구성원이 더 많은 관심을 받거나 일부 구성원 간 친밀도가 강화되는 경우, 다른 구성원들이 소외감을 느끼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이 쉽게 관찰되었다. 이러한 갈등과 재구성은 밀착형 네트워크 장소에서 형성되는 대표적 사교 패턴 중 하나였다.

Figure 6.

Tight-knit places

밀착형 장소는 강한 관계성과 내부 권력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회적 장소 유형과 구별된다. 대부분의 경로당은 회장직을 두고 있으며, 회장은 정부 지원 및 프로그램 운영, 개별 구성원의 활동과 장소 이용을 결정하는 공식적 권한을 가진다. 또한 장소 이용 기간이 길거나 연령이 높은 구성원일수록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특성은 단순 친목 관계를 넘어 장소 내부에 비공식적 위계와 규범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강한 네트워크 특성은 남성 고령층에게 공간에 대한 거부감을 유발하며, 결과적으로 경로당이 여성 중심의 전유 공간으로 작동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밀착형 장소에서는 ‘후기 고령 여성 노인 밀집(결속형)’(B3, B5, B18, B19, B20, B21, B22, B23)과 ‘성별 분리 경향’(A5, A12, A13, A14, B3, B12, B13, B18)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실제 경로당은 남녀 성비가 2:8에서 1:9 수준까지 차이를 보이기도 하였으며, 이러한 성별 차이는 남성 고령층이 선호하는 네트워크 방식과도 관련된다. 남성 고령자는 비교적 자율적이고 느슨한 연결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깊은 사교나 감정적 노출이 요구되는 장소에 대해서는 회피하거나 거리를 두는 특성이 존재하였다. 따라서 경로당과 같이 강한 결속성과 폐쇄적 분위기가 촉진되는 장소는 남성 고령자에게 심리적 진입 장벽이 높은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결과적으로 성별 기반 공간 분리가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 A14(후기 남성, 비독거)는 자택 인근에 경로당이 있음에도, 해당 장소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하며, 그 이유를 장소 내부의 사회적 교류 분위기와 성별 불균형에 대한 거부감으로 설명하였다. 이는 밀착형 장소가 특정 관계 방식과 사교 문화에 적응 가능한 집단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령자가 밀착형 네트워크 구조의 장소를 선호하는 주요 요인은 신체적 이동역량의 저하와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고령기는 신체 기능 약화와 만성질환 누적으로 인해 이동 반경이 축소되며,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강도 높은 관계에 대한 수요 역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후기 고령이 될수록 지하철 이용 어려움’(B16, B19, B22), ‘신체적 이동역량 약화로 근거리 사회적 장소 이용’(B3, B16, B18, B19, B20, B21, B22), ‘신체적 이동역량 약화로 특정 사회적 장소 애착 강화’(B3, B16, B18, B19, B20, B21, B22)와 같은 하위코딩은 후기 고령층일수록 근거리 생활권 내 밀착형 장소에 대한 의존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주거지 인근에서 접근 가능한 장소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대표적으로 도보 이동 5-10분 이내에 위치한 경로당은 후기 고령층의 일상적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공간으로 기능하였다. 연구 참여자 B22(후기 여성, 독거)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건강이 악화되고 복지관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되자, 기존에 이용하던 복지관 대신 주거지 인근에 위치한 경로당으로 사회적 장소를 전환하게 된 경험을 설명하였다. 그녀는 90세를 기점으로 더 이상 먼 거리의 시설로 이동하기 어려워지면서 사회적 장소가 전환되었음을 언급하였다. 즉, 이동역량이 감소한 고령자에게는 경로당과 같이 도보 접근이 가능한 장소가 사실상 유일한 사회적 장소로 중요성을 가짐을 알 수 있다.

밀착형 장소에서 자주 관찰되는 성·연령 집단은 후기 여성 고령층으로, 특히 만성질환과 기능 저하로 인한 이동성 제약이 높아지는 80~90대 고령의 여성일수록 이용이 더욱 활성화되는 경향이 존재하였다.

밀착형 네트워크가 촉진되는 사회적 장소에서는 정서적 친밀감과 반복적 상호작용을 통한 ‘가족과 유사한 공동체성 형성’(B3, B5, B18, B19, B20, B21, B22), ‘비공식적 상호 돌봄’(B3, B5, B19)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장소는 제2의 가족이자 집과 같은 역할을 하며, 이들 간 관계는 단순한 친분을 넘어 생활 기반의 유대 자본으로 작동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를 ‘돌봄형 유대 자본’으로 개념화하였다. 예를 들어, 약한 치매 증상을 보이는 참여자 B5(후기 여성, 독거)는 이사를 간 이후에도 버스를 타고 15분 거리의 기존 경로당을 계속 찾아오며, 해당 장소가 식구이자 집 같다며 강한 정서적 애착과 대체 불가능성을 ‘죽을 때까지 이용할 장소’로 설명하였다. 거주 지역이 달라졌음에도 기존 장소를 유지하려는 행동은, 물리적 거리보다 관계 자본이 지닌 가치가 더 중요함을 반영한다. 실제로, 해당 경로당 구성원들은 참여자 B5에게 식사를 챙기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자발적이고 일상적인 비공식 돌봄을 제공하고 있었으며, 이는 공적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는 공동체 기반의 생활 돌봄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경로당과 같은 밀착형 장소에서는 남성과 여성 간 자연스러운 역할 분화가 나타나며, 이를 바탕으로 성별 상호보완적 돌봄 구조도 관찰된다. 이는 ‘여성의 남성 고령자 식사 및 안부 돌봄’(A6, B3, B21), ‘남성 고령자의 장소 운영 및 관리’(A6, A7, B3, B21)로 이루어졌다. 주로 여성 고령층은 식사 준비, 안부 확인 등 정서적·실질적 돌봄의 주체로서 기능하고, 남성은 주로 경로당의 운영이나 관리 등 공간 유지 기능을 담당하였다. 남성 회장은 장소 이용 구성원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면서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용을 제한하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제도적 돌봄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일정 수준 외부로부터 위험 보호의 기능이 수행되었다. 참여자 B18(후기 여성, 독거)은 경로당 내 남녀 인원수의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남성이 회장직을 맡고 여성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경로당의 실상을 설명하였다. 즉, 일상적인 남녀 간의 교류는 제한적이나, 역할 수행을 중심으로 한 기능적 공존이 이루어지는 공간 구조를 보여준다.

이처럼 강한 결속형 네트워크가 촉진되는 사회적 장소에서의 네트워크 참여는 가족과 제도적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생활 밀착형 돌봄 기반으로서 기능할 수 있으며, 노년기의 심리적 안정감과 생존 기반 자원의 중요한 축이 되는 ‘돌봄형 유대 자본’을 향유하는 기반이 된다.

이상의 사회적 장소 이용 패턴의 차별성은 고령자가 단일한 집단이 아닌, 세부 집단별로 각기 다른 사회적 요구를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장소는 특정 사회적 교류 방식을 촉진하는 장으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Figure 7>은 네트워크 구조를 기반으로 도시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를 관계 방식에 따라 유형화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공간 이용 분포를 넘어 각 장소가 어떠한 사회적 연결을 매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고령자의 사회적 자본 형성 방식과 그 기반이 되는 공간 특성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Figure 7.

Network structures by social place type


Ⅴ. 도시 고령자의 공간적 실천 맥락에서 본 Lin 모형의 재해석

본 절에서는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사회적 자본화 과정을 불균등-자본화-보상의 과정 이론으로 설명한 Lin(2001)의 모형을 도시 고령자의 공간 속 실천적 경험이 교차하는 맥락에서 재해석하고자 한다. Lin은 개인이 점유한 사회적 구조 내 위치와 네트워크 자원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중심으로 사회적 자본 형성 과정을 설명하였다. 즉, 불균등한 사회구조 속에서 개인은 자신이 점유한 네트워크 위치를 기반으로 자원을 동원하고, 이를 보상으로 전환한다는 관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네트워크 접근을 전제하면서도, 그 접근이 가능하게 되는 공간적·물리적 조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본 연구의 결과는 이 지점에서 사회적 자본 형성 과정이 도시 공간 속에서의 실천적 행위와 사회적 장소 접근 조건에 의해 매개됨을 강조한다.

Lin(2001)은 자본화 과정의 출발 조건을 ‘불균등한 자원’으로 설명하였다. 본 연구는 이러한 불균등성을 도시 고령자의 맥락에서 두 가지 차원으로 구체화하였다. 첫째는 이동 자본(mobility capital)이다. 이는 개인의 신체적 능력, 경제력, 시간 가용성, 교통수단 활용 능력과 같은 개인적 자원뿐 아니라, 지역의 교통 인프라와 같은 환경적 조건이 결합된 관계적 자원으로 이해된다. 둘째는 장소 및 네트워크 구조에 대한 선호이다. 이는 성별, 연령, 사회적 성향, 활동 욕구 등 개인의 특성과 경험에 기반하여 형성되며, 어떤 유형의 관계 맺기를 지향하는지와 관련된다. 이 두 요소는 특정 사회적 장소에 대한 접근성(accessibility)을 규정하며, 궁극적으로 고령자의 이동 반경과 장소 선택의 범위를 결정한다. 이러한 장소 접근과 선택의 과정은 Bourdieu(1986)가 제시한 자본 분포에 따른 실천의 차이, 그리고 Coleman(1988)의 합리적 행위 관점과 연결된다. 즉, 고령자는 주어진 제약 조건 속에서 자신이 보유한 이동 자본과 네트워크 선호 구조에 기반하여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를 전략적으로 선택한다. Lin이 이를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으로 설명하였다면, 본 연구는 그 이전 단계에서 장소 차원의 물리적 접근이 중요한 매개 조건으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사회적 장소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물리적 구조와 기능, 운영 규범, 이용자 간 상호작용 방식이 축적된 관계적 장(場)이다. 이러한 장소는 특정한 사회적 네트워크 구조—결속, 교량, 연계 및 그 강도—가 촉진되는 기반으로 작동한다. 고령자는 장소 내에서의 반복적 참여와 상호작용을 통해 네트워크에 배태된 관계 자원을 실제로 향유한다. 본 연구는 Lin의 개념을 적용하여, 이러한 실질적 네트워크 이용을 ‘동원(mobilization)’으로, 접근-촉진-동원의 과정을 ‘자본화(capitalization)’로 이해하였다. 사회적 장소를 통해 형성·동원되는 사회적 자본은 네트워크 구조와 관계 강도의 결합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적 자원으로 전환된다. Lin(1999)은 교량형 네트워크가 부, 권력, 명성과 같은 도구적 보상과 연결되며, 결속형 네트워크가 건강과 삶의 질과 같은 표현적 보상과 연결된다고 보았다. 본 연구는 이를 도시 고령자의 맥락에서 네 가지 자원 유형으로 구체화하였다.

  • • 약한 결속형 - 유대감과 일상성 회복, 장소 간 연결 매개(기본적 유대 자본)
  • • 약한 교량형 - 사회적 자극 및 연결감 회복, 자기 계발, 일자리 등 정보 획득(확장적 자극 자본)
  • • 강한 연계·교량 혼합형 - 제도적 지원, 신뢰, 자존감 형성(제도적 신뢰 자본)
  • • 강한 결속형 - 정서적·실질적 상호 돌봄, 위험 보호 기능(돌봄형 유대 자본)

이러한 유형화는 네트워크의 연결 구조뿐 아니라 관계 강도(strength)가 사회적 자본의 기능을 규정하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특히 고령자의 맥락에서는 Lin이 강조한 도구적 보상보다, 신체적·정신적 건강, 삶의 안정성, 정서적 보호와 같은 표현적 보상이 더욱 중심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요컨대, 본 연구는 사회적 자본 형성을 개인의 네트워크 역량에만 환원하지 않고, 불균등한 이동 자본과 네트워크 선호 구조 → 사회적 장소 접근 → 네트워크 구조의 촉진 → 반복적 참여를 통한 동원 → 기능적 자본의 향유라는 과정 중심 구조로 재구성할 수 있다(Figure 8). 이는 도시 고령자의 공간적 실천 맥락 속에서 Lin(2001)의 자본화 과정 모형의 작동 조건을 장소 접근이라는 공간적 매개 단계로 구체화한 것이다.

Figure 8.

Social place–based structural model of social capital formation among urban older adults


Ⅵ. 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도시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 경험과 심층 패러다임을 인터뷰 및 참여관찰과 근거이론 분석을 통해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사회적 장소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특정한 네트워크 구조와 상호작용 방식을 촉진하는 기회 구조로 기능하며, 이러한 기능은 고령자의 이동역량과 상호작용하면서 도시 공간 전반에 걸쳐 다양한 패턴으로 분화되어 나타났다. 이는 도시 고령자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사회적 자본을 향유하는 주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의 시사점을 제안한다.

첫째, 고령자가 이용하는 사회적 장소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정책적 우선순위 제고가 필요하다. 사회적 장소는 오랫동안 여가 놀이 공간 혹은 소일거리를 위한 무대로 간주되었으나, 본 연구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장소 유형별로 사회적 자본의 기능이 상이하게 발현되는 점은 고령자가 자신의 필요를 기반으로 사회적 장소를 주체적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들은 잘 관리된 공공 실내 장소뿐 아니라, 다양한 실외 공간을 사회적 장소로 이용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서울시에서의 종로 탑골공원 내 바둑·장기 등 고령자 사교 활동을 일괄 금지하고 철거하는 조치는 사회적 장소의 공익적 가치와 관계 형성 기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도시 미화와 질서 유지의 관점이 과도하게 우선된 정책적 대응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도시는 고령자를 수동적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도시 공간을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관계적 주체로 인식해야 하며, 사회적 장소를 고령자의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한 주체적 실천의 장으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고령자 복지 및 도시 계획 정책이 단일 시설의 확충에 머무르기보다, 이동역량-사회적 교류 방식-물리적 장소-사회적 자본 형성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구조 전체를 포괄하는 다층적 개입 전략이 요구된다. 이는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을 다룰 때에도 이들의 주요 이동역량과 교류 방식, 접근 가능 장소 등이 통합적으로 고려될 필요를 시사한다. 예컨대, 느슨한 연대 장소를 선호하는 고령자에게는 대중교통 무상 이용과 같은 이동 지원 정책이 사회적 장소 접근의 필수적 전제 조건으로 기능한다. 이들 집단은 장소 이용을 통해 일상적 고립을 완화하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위치를 재확인한다. 반면, 이러한 집단을 주요 대상으로 설정하면서 근거리 경로당이나 복지관 중심의 정책만을 제공할 경우,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도시에서 경로당을 주된 사회적 장소로 이용하는 고령자는 대체로 신체적 이동역량의 저하 등으로 인해 밀도 높은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집단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향후 사회적 장소의 계획과 정책적 지원 과정에서는, 주 이용자의 이동역량, 선호하는 네트워크 유형, 사회적 자본의 양상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현시점 특정 도시 맥락을 기반으로 수행되었기 때문에, 분석 결과를 다른 도시나 농촌 지역으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연구 참여자 수가 53명으로, 본 연구에서 도출된 사회적 장소의 유형과 사례가 고령자 집단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이동 빅데이터를 통해 도출된 사회적 장소의 예시를 질적 조사와 연계하여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보완적 심층 연구로서 의미가 있다. 또한 도시 고령자의 사회적 장소 이용과 사회적 자본 형성의 과정적 메커니즘을 도시 현장 기반 연구를 통해 설명한 시도는, 복지 정책과 도시 계획이 함께 기여할 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기여를 갖는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5년 주저자의 박사학위논문 일부를 수정·보완하여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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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ndix

Appendix

Theoretical coding structure of social place use among older adults

Figure 1.

Figure 1.
Conceptualization of social places

Figure 2.

Figure 2.
A paradigm model of social place use among urban older adults

Figure 3.

Figure 3.
Loose-solidarity places

Figure 4.

Figure 4.
Open and autonomous places

Figure 5.

Figure 5.
Institutional places

Figure 6.

Figure 6.
Tight-knit places

Figure 7.

Figure 7.
Network structures by social place type

Figure 8.

Figure 8.
Social place–based structural model of social capital formation among urban older adults

Table 1.

Interview participants

Table 2.

Key interview questions

Table 3.

Physical settings of social places used by older adults

Appendix Table 1.

Theoretical coding structure of social place use among older adul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