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더화된 역할 수행을 위한 고학력 어머니들의 공간전략
Abstract
In contemporary societies, the responsibility for class reproduction through children’s education has become increasingly concentrated on mothers, positioning highly educated mothers’ cultural and social capital as key resources for reconciling paid work and childcare. This study examines the spatial practices of highly educated mothers residing in the Seoul Metropolitan Area, focusing on how they manage spatiotemporal constraints in everyday life. Drawing on in-depth interviews, the study identifies three interrelated strategies. First, mothers employ spatiotemporal compression strategies by trans-locally connecting residential locations, workplaces, and additional caregivers. Second, they maximize proximity in order to integrate childcare and professional activities within a limited daily activity space. Third, they pursue scale-up strategies that mobilize cultural and social capital to overcome geographical constraints and sustain career aspirations. These strategies represent adaptive responses to gendered role expectations and unequal urban opportunity structures, combining limited options through the intensive use of available resources. While some practices suggest the possibility of alternative care arrangements or gender relations, they remain contingent upon career constraints and structural sacrifices borne by highly educated mothers. The findings demonstrate that unequal urban spatial structures intensify the complexity of these strategies and that urban space, class, and gender are mutually constitutive in reproducing hierarchical and polarized social relations.
Keywords:
Gendered Habitus, Highly Educated Women, Working Mother, Time-Space Compression, Scale-Up키워드:
젠더화된 아비투스, 고학력 여성, 워킹맘, 시공간 압축, 스케일 상향I.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우리나라 여성들의 높아진 학업성취는 노동시장의 성과로 온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 시기에 맞물려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높고(김지연, 2023; 백경흔, 2017; Williams, 2012; Stone, 2008) 이 중 고학력 여성은 경력단절 이후 다시 노동시장으로 들어가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국미애, 2018; 최성은, 2017). 고학력 여성은 고용 안정성과 소득이 높은 직군에서 일하기 때문에 젠더불평등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존재로 인식되기 쉽지만(최시현, 2020), 오늘날 일과 양육의 이중부담을 강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수주의적 성역할 규범’ 혹은 ‘신전통적 성별분업’(김영미·권현지, 2024; Gerson, 2015)은 여성의 고학력 자본이 사회적 성취에서 젠더불평등을 완화하는 자원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자녀교육의 높아진 기준은 여성이 직업활동을 하면서도 자녀의 문화자본 획득 기회를 끊임없이 고심하게 하며, 이 능력이 고학력 여성에게 특화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젠더규범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증가하는 자녀교육의 중요성만큼 어머니들은 자녀교육 관리자로서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교육을 통한 계급재생산의 적극적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자녀의 높은 학업성취를 통해 계급을 유지하고자 본인의 커리어 열망을 타협하고 협상하는 어머니의 실천을 통해 형성되는 오늘날의 ‘젠더화된 아비투스’(조규원·정현주, 2025)는 남성과 차별화된 여성의 계급의식과 계급재생산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높은 학업성취를 이루는 방식이 갈수록 다각화되고 고도화됨에 따라, 자녀교육은 학교교육으로 얻어지는 제도화된 문화자본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활동을 통해 형성되는 체화된 문화자본 획득하는 것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높은 문화자본에 따라 높은 계급의식을 내재하는(부르디외, 1995) 고학력 어머니들은 자녀 교육을 위한 차별화된 역량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기대됨과 동시에, 자신의 일에 대한 열망 또한 강하게 담지한다. 따라서 고학력 어머니들에게 ‘젠더화된 아비투스’는 사회 엘리트로 활약하는 여성이 됨과 동시에 현명한 자녀교육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다층적인 의식구조를 형성하고 이에 따라 계급재생산 실천은 더욱 복잡하고 고도화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불균등하게 편재된 도시기회와 심화되는 공간의 계급정체성은(조이진, 2025; 최시현, 2023) 이중 역할을 떠안은 어머니들에게 고도의 공간 전략을 요구한다. 경제, 교육, 문화 기회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양극화는 본인의 일과 자녀교육을 위해 수도권의 특정 지역에 사는 것에 특별한 프리미엄을 부과하고 있다. 가구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에 거주할수록 문화와 교육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김종성·김걸, 2024; 정예원·홍성연, 2023) 특정 지역 거주 여부가 문화자본 획득 기회를 결정하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박배균·장진범(2016)은 강남을 이상적인 도시로 인식하는 이데올로기가 형성된 한국사회의 현상을 ‘강남화’라고 칭하며, 물리적 거주 환경과 생활양식을 강남과 유사하게 만들려는 ‘강남 따라하기’가 만연함을 설명한다. 대단지 아파트와 사설학원이 밀집하고 높은 수준의 문화소비를 누리는 ‘강남적 도시성’은 중산층의 삶을 대변하며, 이것이 재현된 근린에서의 거주는 계급재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도시기회가 보장되는 것으로 여겨진다(박배균·장진범, 2016; 정수열, 2018; 지주형, 2016). 따라서 어머니들은 이와 같은 근린의 구성원이 되거나 근린을 발전시키는 주체가 되어 본인의 일과 자녀교육을 위해 시간과 공간을 전략적으로 조율하게 된다(심한별, 2020; Goldin and Katz, 2016; Walsh, 2012; Crompton and Lyonette 2011).
이 과정에서 어머니들은 본인의 경력열망과 주어진 현실 사이에서 무수히 갈등할 수밖에 없다. 자녀의 교육과 부모의 임금노동을 용이하게 지원하는 최적의 공간을 조합하는 동시에 근린이 가지는 사용 및 교환가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학력 어머니들의 직업은 도시공간에 고루 퍼져 있는 단순 서비스나 사무직이 아니기에 직장과 거주지의 거리조절이 더욱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경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와 자녀돌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젠더규범은 이들의 시공간 환경을 복잡하게 만들기에 고학력 어머니들의 시공간 이용 패턴은 젠더화된 아비투스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본 연구는 구조적 제약과 젠더화된 역할 기대 속에서 젠더화된 아비투스와 도시공간을 합치하도록 만드는 고학력 어머니들의 공간전략을 분석하고자 한다. 특정 도시성이 특정 계급과 등치되어 가는 ‘강남화’ 흐름에서, 강남을 따라하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는 실질적인 주체는 어머니이며, 이는 젠더화된 규범과 역할이 한국사회의 불균등한 도시구조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강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여성의 높은 인적자본이 노동시장에서 경력열망을 실현하는 자원이 됨과 동시에 유능한 자녀교육 관리자로서의 역량도 높이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는, 결국 시공간을 조정하고 창출해 내는 어머니들의 실존적 투쟁을 근간으로 하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아울러 일과 양육을 모두 수행하는 어머니들의 고군분투는 일가정 양립을 향한 대안적 도시상을 그려내는지, 아니면 전통적 젠더규범이 고착된 도시구조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지 등 이들의 공간전략이 내포하는 다양한 함의를 해석해 보고자 한다.
Ⅱ. 문헌연구
1. 젠더화된 아비투스의 공간성
아비투스는 계급을 구성하는 다양한 성향이 사회적 공간에서 체화되고 구조화된 것으로 개인의 인지, 판단, 실천의 토대가 되며 경험을 기반으로 스스로 진화한다(김영화, 1992; 이소영, 2011). 그 과정은 지리적·물리적 공간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기에 아비투스는 장소에 대한 감각(sense of place)으로 작동하게 된다(Hillier and Rooksby, 2005).
‘젠더화된 아비투스’(조규원·정현주, 2025)는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논의가 젠더중립적임을 비판하면서 젠더에 따라 아비투스가 상이하게 구성될 수 있음을 주장하며, 여성이 성역할을 통해 계급재생산의 주체로 등장하는 현상을 포착하기 위해서 고안된 개념이다. 특히 교육이 계급상승의 사다리로 작동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이 주로 수행하는 자녀교육이 젠더화된 아비투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기제가 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문화 인프라의 편재성으로 심화되고 있는 ‘교육의 근린효과(정재훈·김경민, 2014; 추경모, 2012; 하봉운, 2005)는 젠더화된 아비투스가 필연적으로 메트로폴리탄을 지향하도록 한다. ‘대치맘’이나 ‘동탄맘’과 같은 유행어에서도 드러나듯이 자녀의 교육적 성취가 특정 공간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본인의 일과 자녀교육이 용이한 최적의 도시공간을 찾아내는 전략으로 이어진다(Blokland, 2024).
실제로 대도시 거주가 선호되는 요인에는 젠더화된 아비투스에 의한 여성의 수요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도시의 다양한 직업 기회와 교통 인프라는 자녀돌봄과 직업활동을 병행하기 수월한 환경을 제공하고, 맞벌이 가구는 여성 파트너의 추가 소득으로 비싼 주거비용을 감당한다(Karsten, 2003; Bondi,1991). 자녀의 학교나 지역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수준의 문화·경제자본을 가진 이들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다양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서 대도시는 젠더화된 아비투스와 거주지와의 합치를 이루며 공간적 이익(spatial profit)을 발생시킨다(Blokland, 2024; Bourdieu, 2018). 이러한 공간적 합치는 어머니들의 다중역할을 용이하게도 하지만 자녀교육에 더욱 가중치를 두게 될 경우 고군분투를 격화시키기도 한다. 본 연구에서는 고학력 어머니들의 시공간 전략을 세 가지 유형으로 제시하면서 젠더화된 아비투스의 딜레마를 드러내고자 한다.
2. 여성의 경력열망과 어머니 역할
경력열망(career aspiration)은 자신에게 맞는 이상적 직업 목표를 향한 욕구를 의미하며 승진열망과 경력야망이 같은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다(Powell and Butterfield, 2003; Farmer and Chung, 1995). 오늘날 고학력 여성의 수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노동시장 이탈과 여성 관리직 및 고위직의 저조한 비율은 지속되고 있는데, 여성의 낮은 경력열망을 이에 대한 원인으로 지목하는 연구들이 있다(문선영 외, 2022; Azmat et al., 2020; 신동엽 외, 2017; Fritz and Van Knippenberg, 2017). 이들은 조직 내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여성이 부재하고 기업의 제도화된 성역할 문화로 인해 여성 스스로 경력열망을 낮춘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여성은 일과 가족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여 승진을 위한 노력에서 남성보다 소극적이고 이는 경력 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았다.
반면 고학력 여성의 임금노동자로서 성과를 경력열망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연구가 있다. 경력열망은 개인의 성향보다는 시대의 환경적 요소에 더 크게 영향받기에 젠더규범이 작동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인적자본은 온전히 경력열망으로 이어질 수 없다(Gottfredson, 1981; Laws, 1976). 여성 변호사의 경력열망과 직업적 행보를 연구한 Walsh(2012)는 기혼 여성의 일에 대한 열망과 파트너 변호사로서의 승진욕구는 남성이나 미혼여성과 동일함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많은 여성 변호사들은 가사와 육아의 주 책임자로서 역할을 내면화하고 있었고, 이 역할이 변호사 업무와 갈등을 빚는다고 설명했다. Crompton and Lyonette(2011)은 아무리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능력을 갖추어도 여성은 가사노동과 병행하기에 무리 없는 직군을 선택하기 때문에 고위직 승진 사례가 적은 것으로 보았다. Goldin and Katz(2016) 또한 어느 기관에서 어느 기간 일하든 시간당 임금 차이가 적은 약사가 고학력 여성에게 가장 친화적인 직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 경쟁체제가 더해지며 미래의 시민이자 노동자를 재생산하는 역할이 여성에게 과중되고 있다. 직업 전문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매우 복잡한 일상의 협상이 요구되면서 고학력 어머니들은 여전히 직업활동과 자녀돌봄 양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양현순·박재완, 2016; Brinton and Oh, 2019; Duncan et al., 2003; Ward et al., 2010). 아울러 자녀교육을 통해 계급을 재생산하는 어머니 역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박혜경, 2009; 백경흔, 2017; 허은, 2017) 성별 불평등한 노동시장에서 제약에 부딪히는 고학력 여성들이 가정으로 회귀하는 ‘새로운 전통주의’가 등장하기도 한다(맷차, 2015; 박혜경, 2009). 노동시장에서 독립적인 생애 전망을 확보하기 어려운 고학력 여성들에게 가정 내 학습 관리자 지위는 경제적 안정과 자기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양질의 일자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3. 젠더분업에 따른 도시공간 이용 차이
오늘날 모빌리티 수단과 인프라가 대중화되고 여성의 직업활동이 보편화되었지만 도시공간에서 여성과 남성의 활동 차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 차이는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 주로 유의하게 드러남에 따라 가사와 자녀 양육이 여전히 여성에게 맡겨지고 있음이 밝혀졌다(김현미, 2008). 가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경제적 기여도가 비슷하더라도 고정된 역할 분업은 사라지지 않는데, Fan(2017)은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여성 파트너만 소득활동을 하더라도 여성은 가사노동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통근시간을 단축하고 있음을 밝혔다. 한편 도시에 고루 퍼져있는 서비스 직군이나 파트타임 직장에서 남성 파트너가 일하면 여성 파트너는 활동 자유도가 커지기 때문에 통근 거리를 늘리는 데 반해 여성 파트너의 고용 직군에 따른 남성 파트너의 통근 거리의 경향성은 일관되지 않았다(Kwon and Akar, 2022). 이는 가정 내 남편의 가용 시간에 따라 여성이 통근 거리를 조정하고, 이러한 여건은 여성의 다양한 직업활동 기회를 제한함을 뜻한다.
한편 접근성과 시공간 제약성 개념을 중심으로 시공간 이용 패턴의 성별 차이를 규명한 연구들이 있다. 김현미(2008)는 어린 자녀를 둔 여성의 접근성이 공간적으로 제한되어 있음을 밝혔고, Scheiner and Holz-Rau(2017)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복잡한 활동 패턴을 가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두 결과는 다소 상반되어 보이지만, 자녀양육이 여성의 제한된 활동반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다양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은 복잡한 일상경로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Schwanen et al.(2008)과 Schwanen(2007)은 남성은 직장 내 직위가 올라가면 자녀 픽업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는 것에 비하여 여성은 직위가 올라가도 픽업 시간이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것을 포착했다. 여성에게 직장 내 직위 상승은 업무 시간의 유연성이 증가하면서 육아 및 가사를 위해 업무를 조정하는 패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이와같이 자녀돌봄 및 가사를 대하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일상 활동의 시공간 배열의 차이로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에게 부과된 양육부담이 젠더화된 접근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4. 소결
고학력 어머니들은 높은 학력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켜온 동시에, 전통적 젠더규범에서 이어오는 자녀돌봄이라는 책무도 여전히 짊어지고 있다. 더불어 대도시의 값비싼 주거비용은 여성의 임금노동을 필수로 만들고, 주거지 선택은 단순한 물리적 조건을 넘어 자녀의 교육과 가정의 계급적 위상을 상징하는 공간 실천이 된다. 자녀돌봄과 직업활동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진 고학력 어머니들의 일상 실천은 도시공간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지만, 이들이 공간 제약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재구성하여 다중역할을 수행해 내는지 구체적으로 조명된 바 없다.
인프라가 밀집된 수도권의 물리·사회적 환경은 다중역할의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이를 제한된 시공간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로 만들어내는 것은 온전히 어머니들의 몫이 된다. 고학력자이면서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라는 위치성은 복수의 시공간 조건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공간 선택을 요구하며 복잡한 동선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오늘날 도시는 지역별 소득 격차와 학군지 위상 등으로 인해 주양육자로 하여금 장소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들며 새로운 실천을 요구한다. 고학력 어머니들은 돌봄, 가사, 직업활동에 관련된 모든 요인이 최대 효용을 낼 수 있는 최적의 영역을 구성한다. 다양한 도시기회가 직업활동과 돌봄을 모두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도시 환경은 오히려 고학력 어머니들을 더 바쁘게 만드는 역설을 초래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시공간 제약을 극복할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인식되는 수도권 거주 고학력 어머니들의 공간적 실천을 조명함으로써, 유능하기에 두 가지 역할을 기대받는 ‘전략가’로서 여성들이 펼치는 일상적 고군분투를 상세히 드러내고자 한다. 이는 곧 자녀교육을 통한 계급재생산이 어머니 역할에 더욱 귀속되는 오늘날 고학력 어머니의 높은 문화·사회 자본이 훌륭한 워킹맘이 되기 위한 자원으로 소환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도시공간과 계급, 젠더는 서로가 위계화하고 양극화시키는 상호관계에 놓여 있을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Ⅲ. 분석자료 및 분석틀
연구에 필요한 자료는 26명의 고학력 기혼 여성들과의 1:1 심층 인터뷰를 통해 구축하였다(Table 1). 고학력은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받거나 변호사나 의사와 같이 국가공인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전공에서 학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한 학력이라고 조작적 정의하였다. 따라서 연구 참여자들은 학부에서 의학, 약학, 법학을 전공하거나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받았고, 직업군은 교육·연구·예술·전문직 등 사회·문화 자본이 높은 분야에 분포해 있다. 인터뷰는 2024년 2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약 1년간 비정기적으로 진행되었고, 면담자의 양육 경로, 직업 궤적, 주거 이동사, 자녀교육, 일상적 시간 및 공간 조정 방식 등에 대한 질문으로 이루어졌다.
귀납적 접근을 통해 참여자들의 공통된 경험과 의미 구성을 도출한 결과 고학력 어머니들의 공간전략은 <Figure 1>과 같이 세 가지로 범주화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전략인 ‘시공간 압축’(compression)은 고학력 어머니들이 개인이 보유한 시간, 경제, 모빌리티 자원을 활용하여 한정된 시간과 지리적 거리 제약을 동시에 극복하는 전략이다. 물리적 이동을 통제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특정 집단에게 더 많이 주어지기에(Massey, 2015) 시공간 압축 전략의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고학력 어머니들은 폐쇄적인 정보, 사회적 관계망 등의 자본을 동원해 이동성과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지만, 젠더규범으로 인해 이 권력을 전적으로 향유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중적 위치에 놓인다.
두 번째 전략인 ‘근접성(proximity)강화’는 주생활 반경 내에서 돌봄, 교육, 노동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컴팩트한 생활권’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여러 사례에서 고학력 어머니들은 자신과 자녀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특정 지리적 범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돌봄 자원을 집중시키거나 새롭게 조직하는 전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는 신뢰 가능한 학원 픽업 시스템, 돌봄 교환 네트워크 등을 근린 내에 배치하거나 새로 생성하여 자신만의 근린 영역(territory)을 구성하는 것과도 맥락을 함께 한다.
세 번째 ‘스케일 상향’(scale up)은 물리적 근린이 제공하지 못하는 자원이나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더 넓은 시공간적 범위에서 활동을 구성하는 전략이다. 스케일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행위자들의 사회적 실천을 통해 생성되고 전화되는 동적인 층위로서(Harrison, 2013; Swyngedouw, 1997), 고학력 어머니들은 기존의 행정구역이나 제도적 구획을 넘어서 새로운 실천적 공간을 창출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역 스케일을 넘어 국가 혹은 글로벌 콘텐츠를 활용하여 자신과 자녀를 위한 자본획득 전략을 강화한다.
이 분석틀을 통해 고학력 어머니들이 대도시 공간 속에서 어떻게 경력열망, 자녀교육, 돌봄 등의 삶의 조건을 재조직하고, 이 과정에서 도시공간이 어떻게 긴밀하게 엮여있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Ⅳ. 분석결과
1. 시공간 압축전략: 초지역적 ‘돌봄벨트’ 형성
31개월 자녀를 둔 P1은 대학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데 동탄에 거주하면서 직장이 있는 서울 동작구로 왕복 2시간의 긴 통근을 감내하고 있다. 자신과 남편 외의 추가 돌봄 제공자가 필요하지만 연고가 없는 사람을 돌봄 도우미로 고용하는 것이 어려웠기에, 대구에 있는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직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P1은 동탄에 거주하기 위해 근무 가능한 지역 범위를 한강 이남의 수도권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동탄은 “엄마가 대구에서 올라오시기에도 편하고”, “내가 만족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자녀의 체화된 문화자본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거주지이기 때문이다. 동탄을 중심으로 P1과 자녀를 위주로 한 물리적 이동이 발생하면서 <Figure 2>와 같이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광범위한 ‘돌봄벨트’가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P1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돌봄 제공자들과 동탄에서 네트워크적 영역을 형성한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적 영역은 결코 자연발생적인 것도, 우연스러운 결과도 아니다. 철저한 P1의 의도된 실천으로, 자신과 가정의 계급생산에 가장 용이한 ‘동탄’에서 일상이 이루어지도록 관련 대상자들의 배열을 조절한 공간전략인 것이다. P1에게 동탄은 자신이 나고 자랐던 대구 수성구의 이점들이 한층 격상되어 밀집된 주거지로서, 자신과 자녀의 계급을 유지할 수 있는 이상적인 양육의 장이 된다. 즉 자신의 아비투스가 거주와 합치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동탄인 셈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직장이 멀어지고 보조양육자인 친정엄마가 멀리 살더라도, 수고를 들여 동탄에 모여야 하는 타당성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이 네트워크적 영역은 고속 교통수단과 운전이라는 시공간 압축 기술이 발달하고, P1이 이를 활용할 자원을 가짐으로써 가능해진다. 동탄은 신도시 중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동쪽으로는 경부고속도로, 서쪽으로는 국도 1호선과 연결되고 2016년 SRT 고속철도 개통으로 지역 간 이동수요를 충족시키는 유리한 교통 여건을 갖추었다(조일환, 2013; 하유진 외 2018). 시, 도의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광역적 이동은 SRT와 자차운전이라는 고도의 모빌리티를 동원하여 직업활동과 친정엄마의 ‘원정돌봄’을 가능하게 한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며 대치동에 거주하는 P2의 사례 또한 시공간 압축을 통한 계급재생산 실천을 보여준다. P2의 가정은 10년 넘게 서울 대치동과 세종시를 하루 생활권으로 연결해 왔다. 남편은 매일 아침 6시 집을 나서 세종시로 출근하고 밤 9시 가까이 되어 대치동 집으로 귀가한다. 남편이 SRT를 타고 세종시로 통근하는 고된 일정을 감수하기 때문에, 자녀돌봄과 가사일은 P2가 전담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따라서 P2는 미국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고학력자이지만 전일제 상근하는 연구원이나 지방대학의 교수직에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여기고 있다. P2는 집 가까운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주 2-3회 강의하는데, 자녀 2명이 학원과 학교로 집을 비우는 오후 시간에 강의하도록 학교와 매 학기 일정을 조정한다.
P2 가정의 시공간 압축은 단순한 거리 극복이 아니라, 두 지역의 자원을 전략적으로 연결하고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다. 세종시 대신 대치동 거주를 고집함에 따라 최상의 교육 인프라와 학습 환경을 획득하고 고비용의 생활환경을 유지하는 대신 자신과 남편의 고등 학력자본으로 자녀의 사교육 틈을 메꾸고자 한다. P2는 자녀의 국어, 영어 학습을 보조하고 남편은 공학계열 전공자로서 수학과 과학 보조를 전담한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모인 밤 9시에서 10시는 자녀의 학습을 보조하는 시간이 된다(Figure 3). 더욱이 자녀 2명 모두 국제학교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자녀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높아졌고, 이에 따라 학원보다 집에서 자녀를 보조하는 시간이 더욱 늘어났다. 남편의 세종 근무가 길어지며 세종으로 가족 전체가 이사하는 것도 한때 고려했지만, P2는 동선의 편리성을 포기하더라도 자녀의 문화자본 축적 기회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대치동 거주를 지속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경계를 넘나들지 않더라도, 모빌리티를 높여 수도권 내에서 돌봄영역을 고수하는 사례도 있었다. 집 가까이에 괜찮은 학원이나 문화시설이 있더라도, 자녀를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데려올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해당 자원을 실질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자녀돌봄에만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돌봄 자원들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근린은 고학력 어머니들에게 매우 유용한 환경이 된다. 특히 신도시의 학원과 돌봄센터에서 제공하는 자녀 픽업서비스, 그리고 학원 간 연계 체계는 이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돌봄 인프라로 작용한다.
P3은 고전무용을 전공한 무용수로, 강동구에서 무용교습소를 운영하며 고전무용을 가르친다. 강동구 길동은 무용단과 고전무용 전공이 있는 대학과 예술 고등학교가 있어 고전무용 수강 수요가 높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공간을 임대하여 무용학원을 운영할 수 있다. 의정부의 현 거주지는 2년 전 청약에 당첨된 신도시로, 학원에서 맞벌이 부부를 위해 자녀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P3은 매일 의정부와 서울 강동구를 오가는 광역적 통근권을 유지하며 일과 자녀돌봄을 수행하고 있다.
9살 아들은 태권도 학원과 영어 학원을 다니는데, P3이 출근길에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기만 하면 하교 후 학원에서 아들을 전적으로 돌봐주기 때문에 오후 4시까지는 온전히 자신의 일에 전념할 수 있다. 수업이 끝난 자녀는 학교로 마중나온 태권도 관장과 함께 학원으로 이동하고, 이후 영어학원 수업을 마치면 다시 태권도 학원으로 돌아가 학원 차량을 타고 귀가한다. <Figure 4>에서 보듯 근린 내 돌봄 네트워크가 잘 작동할 때, P3의 직장과 거주지 간 이동은 단순하고, 직업활동 또한 비교적 수월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이러한 돌봄 네트워크는 항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 방학기간에는 태권도 학원의 오전 돌봄반이 수요 부족으로 운영되지 않아, P3은 자신의 돌봄 영역을 의정부-강동구로 대폭 확장하며 돌봄과 직업활동을 병행해야 했다. 자녀를 오전 동안 혼자 집에 둘 수 없기에 아침에 아들과 함께 교습소로 출근하여 자신은 오전수업을 진행하고 아들은 교습소의 빈 강의실에서 숙제를 하도록 했다. 12시가 되면 아침에 사둔 김밥을 차 안에서 먹으면서 의정부로 이동해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P3은 혼자 다시 강동구로 돌아와 오후 수업을 진행했다. P3의 조정된 돌봄벨트 <Figure 5>는 기존 태권도 학원이 제공하던 자녀 픽업 서비스를 본인이 직접 수행함으로써, 공공 또는 지역 기반 돌봄 체계의 공백을 개인 자원으로 대체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전문직 및 관리직은 근무 기관 또는 지역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 근처 유사직종으로 이직을 하거나 직종을 변경하기가 어렵다. 또한 고학력이라는 높은 문화자본은 자녀돌봄을 위한 경력단절의 기회비용을 높이기에 이들은 쉽게 전업주부가 되는 것을 선택하지 못한다. 때문에 고학력 어머니들은 이용 가능한 자원을 동원해 돌봄의 시공간을 조정함으로써, 돌봄과 직업 수행을 모두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구성해 내고 있었다.
2. 근접성의 극대화: 돌봄근린 형성
고등학교 물리교사이자 대학교 시간강사인 P4는 돌봄 자원의 근접성을 강화하기 위해 직업적 자원과 공간 자원을 전략적으로 결합한 실천을 보여준다. 교사로 일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대학원 생할과 겸해온 그는 서울대 대학원생이라는 자원을 적극 활용해 서울대학교 내부의 보육 인프라를 자신의 생활권 내로 끌어들여왔다. 자신이 속한 제도적 영역을 돌봄 공동체로 전유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자녀양육과 연구활동을 병행한 것이다.
P4는 대학원 과정에 있는 동안 관악구 내에 거주하면서 자녀 3명을 모두 서울대학교 교직원 전용 어린이집에 보냈다. 이 어린이집은 박사과정생, 교직원 등 유사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부모들이 집단적으로 상호 돌봄 연대를 형성하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었다. 특히 교수아파트와 기혼 대학원생 생활동에 거주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하원 이후 아이들을 맡아주는 품앗이 체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며, 아파트 단지 내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학습 및 놀이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방과 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또한 서울대 체육센터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 제공되었고, 어린이집에서는 졸업생 프로그램까지 운영하여, 인근 초등학교에 입학한 졸업생들이 하교 후 어린이집 돌봄 시스템에 합류해 돌봄공백을 메꿀 수 있도록 했다(Figure 6).
P4의 사례는 자신의 직업과 학적, 소속을 통해 고밀도의 돌봄 인프라를 근거리 내에 형성하고, 서울대 캠퍼스를 자신만의 돌봄 근린으로 전유하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대 캠퍼스는 일반적으로 고등교육의 공간으로 인식되지만, P4는 이를 마치 ‘초품아’와 같은 가족 돌봄의 거점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그는 이 돌봄 자원의 안정적 이용을 위해 박사과정 졸업을 무려 2년이나 연기했다. P4가 교사를 하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동시에 자녀 3명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고학력 여성으로서 자신의 전문성과 육아복지자원을 정교하게 접합시킨 전략적 결과로 볼 수 있다.
자녀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돌봄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줄어들면서, P4는 자녀의 진학 여건과 자신의 직업활동을 고려하여 용산구로 이주했다. 신림동 내의 고등학교는 학급 수가 적고 교육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교사이자 부모로서 자녀에게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이전한 것이다. 용산은 한강 접근성이 뛰어나고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여러 대학에 시간 강의로 출강하는 P4의 직업적 요구에도 부합하는 공간이었다. P4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공간 내에서 돌봄 인프라를 정교하게 배열함으로써 근접성을 극대화하는 공간전략을 실천했고, 이는 고학력 어머니의 사회관계망과 제도적 자원을 총동원한 계급재생산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변호사인 P5의 사례 역시 공간·제도적 조건을 치밀하게 조정하여 새로운 돌봄 근린을 구축하는 전략을 보여준다. P5는 결혼 후 줄곧 서초구에 거주하며, 자택을 중심으로 반경 30분 이내에 있는 법률사무소에서 일해왔다. 집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것이 돌봄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전략이라 판단했고, 서초구는 법조계 사무소가 가장 밀집해 있기에 자신이 원하는 근무조건의 사무실을 찾기 용이하다고 여겼다. 실제로 그는 대형 로펌 대신 야근을 하지 않는 작은 개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며 커리어와 양육의 균형을 꾀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근무시간이 9시-18시로 고정적이고 연차나 휴직을 거의 사용할 수 없어서 자녀의 돌봄 공백을 채우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자녀가 어린이집에서 조기하원해야 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웠고, 그로 인한 돌봄 공백을 감당하기 위한 별도의 자원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하여 P5는 양육과 직업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공간전략으로 근무조건 자체를 중심에 둔 근린을 재구성하였다. ‘집 가까운 직장’이 아닌, ‘직장을 중심으로 한 집’이라는 공간 재배치를 실천한 것이다(Figure 7). 서초구를 떠나 중구에 위치한 공공기관 변호사직으로 이직하였는데, 공공기관은 육아시간과 휴직을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기간 사용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근무지인 중구를 중심으로 반경 30분 이내에서 거주지를 물색하고 자녀의 어린이집 시간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하였다. 또한 자치구에서 지원해 주는 하원도우미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하원도우미와 시간을 조율하며 첫째와 둘째의 하원을 분담하면서 돌봄 공백을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
P5의 사례는 근접성을 강화하는 전략이 단순히 가까운 곳에 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공기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을 돌봄 친화적인 자원으로 활용하여 돌봄과 경력을 동시에 구성할 수 있는 돌봄 영역을 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P5는 커리어 측면에서 매우 큰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데, 서초구에 있는 로펌을 다녔다면 더 높은 연봉을 받고 다양한 사건을 맡으면서 자신이 그려왔던 법조인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법조계 문화는 육아친화적인 제도를 보장하지 않기에, P5는 자녀돌봄과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적정선에서 유지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P5는 현재의 연봉과 업무에 만족하지 않지만 “변호사라서 그나마 아이를 키우며 내 일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일정 기간 경력열망을 유예하고 그로 인한 자본취득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 자녀양육기라는 과도기를 버텨내고 있었다.
대기업 팀장으로 있는 P6은 직장과 가정의 경계를 허물어 자녀돌봄과 직장활동을 조율해 내는 전략을 보여준다. P6은 자녀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시기에 자녀와 물리적 근접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직장 근처로 이사를 감행하였다. 매일 딸과 함께 도보로 출근한 후 직장 내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겨 돌봄과 일을 하나의 생활 반경 안에 배치하였다.
P6은 야근이 잦은 직업 특성상, 자녀가 지역 커뮤니티에서 또래 관계를 형성하도록 적극 도와주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이를 해소하고자 그는 직장 어린이집에서 만난 다섯 명의 어머니들과 자발적인 돌봄 네트워크를 형성하였다. 직장 어린이집을 “괜찮은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로 해석하며,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녀돌봄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회적 자산을 형성하고자 한 것이다. 이들은 대기업에서 일하고,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서로가 비슷한 문화·경제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만 함께 할 수 있는” 활동과 공간을 조직하고자 회사 근처 미술학원에 자녀 픽업이 용이한 시간대로 별도의 반을 개설했다. 주말에는 각자의 집으로 초대하거나 근교 나들이를 함께하며 공동 양육 장을 형성하기도 했다(Figure 8). 이로써 자녀는 부모의 네트워크를 통해 근린자원을 대체하는 양질의 사회·문화자본을 획득할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P6은 근접성 강화를 통해 직장과 가정이라는 공간적·사회적 이분화 구도를 해체했다는 점이다. P6은 직장 내 네트워크를 통해 돌봄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생산공간과 재생산공간을 통합하는 생활영역을 창출하였다. 기존의 직장은 일을 위한 ‘공적’공간, 가정은 돌봄을 위한 ‘사적’공간으로 구분되었지만, P6의 실천에서 두 공간은 물리적으로 연결될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기능 측면에서도 결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존 자원에 의존하거나 재배열하는 차원을 넘어서, 고학력 어머니가 자신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합하여 새로운 돌봄 영역을 창출하고, 이를 계급재생산의 수단으로 전환시킨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사례로, P7은 과거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자녀돌봄과 직업활동의 병행에서 오는 어려움의 본질을 계속 고민해 왔다. 여성 동료들이 겪는 반복적인 돌봄 고충과 소진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면서, 그는 자신의 경력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기로 결심했다. P7은 퇴사 후 아동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독서공방을 운영하기 시작하며 더 나은 돌봄문화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하였다. P7은 이러한 변화를 경력 하향이 아니라,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자, “아이를 키우며 지속가능한” 자기실현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P7은 공방을 중심으로 자녀교육, 양육자 네트워크, 돌봄자원이 집적된 새로움 돌봄 공동체를 직접 창출하였다. 공방 운영 전에는 아이의 학원 픽업을 위해 학원 근처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는 ‘학원 엄마’들과 피상적 관계를 맺어왔다면, 현재는 공방을 자녀의 학원 친구들 및 학원 엄마들과의 교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방은 자연스럽게 학원 엄마들과의 모임 공간이자 새로운 학습공간이 되었다. 학원이 끝난 아이들은 공방에 모여 숙제를 했고, P7은 학원 엄마들과 함께 독서모임과 양육 스터디를 진행했다. 이는 자신이 처한 조건에 맞게 지역 기반의 돌봄 자원을 스스로 창출하고 확장한 실천으로, 마치 학군지와 같은 새로운 교육영역을 설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공간적·사회적 재구성은 특정 학군지나 고가의 교육 인프라가 밀집된 지역으로 이주하지 않고서도, 자녀의 문화자본과 사회자본을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P7은 ‘좋은 학군’을 찾아 이주할 필요 없이, 현재의 지역에 정착하여 자신의 직업활동과 자녀교육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본인의 문화자본과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대안적인 돌봄 영역을 창출함으로써 수도권이라는 도시공간에서 고학력 어머니가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능동적 공간 구현을 보여준다.
3. 스케일 조정: 활동공간의 위계 상향
스케일이란 사회적 활동이 조직되는 공간적 규모, 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와 자원을 획득할 수 있는 공간적 범위로 흔히 인식된다. 1990년대 말에 촉발된 사회과학에서 ‘스케일 논쟁’을 통해 공간적 스케일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고정된 위계적 플랫폼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창출되고 협상되는 역동적인 구성물이라는 합의에 이르렀다(Harrison, 2013; Swyngedouw, 1997). 지역과 장소가 사회적 행위의 자원이자 결과로 이해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간 스케일 역시 사회적 활동과 과정들의 산물이며, 동시에 그것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강조된 것이다. 스케일이라는 관점은 다중역할로 인해 시공간 제약에 묶이는 고학력 여성의 아비투스와 공간생산을 조명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적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들 여성은 새로운 스케일을 만들거나 지속적으로 스케일을 확장해 나감으로써 다중역할로 인한 제약을 극복해 내고 있었다.
P8의 사례는 돌봄을 중심으로 한 공간 선택과 스케일 구성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P8은 직장이 서울 관악구에 있지만 자녀 양육을 위한 돌봄 지원을 받기 위해 친정부모가 거주하는 성북구의 아파트 단지로 이사하였다. 일상적 돌봄 제공자의 물리적 근접성에는 매우 만족하고 있지만 P8은 현 근린에 자녀 양육과 자기 계발을 위한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P8은 해당 지역이 자신의 아비투스와 계급적 지향에 부합하지 않다고 여기며,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에는 더 나은 교육환경이 제공되는 지역으로 이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P8은 현재 근린의 자원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스스로의 활동 스케일을 ‘지역(서울)’과 ‘국가(전국)’ 수준으로 전략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역 스케일은 P8이 물리적으로 접근가능한 범위 내에서 간헐적 대면 활동을 수행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영어교육에 관심이 높은 그는 소속된 영어 동호회에서 주최하는 영어 수업, 발표회 등에 참여하며, 교사이자 엄마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이들과 이따금 서울에서 오프라인 만남을 갖기도 한다. 이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갖는 높은 인구 밀도와 인프라 덕분에 가능한 것으로, 제한된 범위 안에서 P8이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과 간헐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전국 단위의 스케일은 P8에게 훨씬 더 유연하고 강력한 연결망을 제공한다. ‘교사맘카페’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리적 거리의 제약 없이, 교사이자 엄마이며 영어교육에 관심이 많고 미취학 자녀를 양육하는 등 복합적인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과의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이 플랫폼을 통해 P8은 정보나 자료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 정서적 지지와 양육 전략까지 공유하며 자신의 자녀양육 역량을 강화하고 있었다. 딸 2명을 키우는 엄마로서 조언을 구하고자 P8은 교사맘카페에 ‘2살 터울 자매 육아모임’을 직접 만들고, 자녀양육이라는 정서적·실천적 문제로 공통을 겪는 타 지역 엄마들과 연대하고자 하였다.
이 모임은 현재까지 잘 유지되고 있는데 복직 직전 겨울방학을 이용해 서울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회원들이 강원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모임 지역은 자연스럽게 서울이 됐고, SRT 이용을 고려해 수서역 인근에서 만났다. P8에게 서울은 자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대면 모임하는 물리적 장소로 기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P8은 교사맘카페를 정서적 돌봄의 장으로도 활용하고 있으며,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을 전국 스케일의 네트워크를 통해 실현하고 있다.
정리하면 P8은 <Figure 9>의 하단에 명시된 것처럼, 자신의 문화자본과 사회자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대안적인 돌봄스케일을 구성하고 확장해 나간다. 돌봄 제공자를 중심으로 선택한 근린에서는 기본적인 돌봄을 충족하고, 지역 및 국가 수준에서는 자녀교육과 자기 계발, 그리고 ‘좋은 엄마’를 위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었다. 물리적 공간에서 얻기 어려운 자원을 더 넓은 스케일로 나아가 확보함으로써, 일상적 제약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돌봄과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스케일 상향의 다른 사례로, 현재 정식 고용된 직장은 없지만 약학을 전공한 이력을 새로운 스케일에서 펼치고 있는 P9가 있다.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는 P9는 첫째 자녀 출산 전까지 대학병원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였다. 여성 약사 비율이 높은 병원 약국은 자녀양육과 병행할 수 있는 육아휴직 제도가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반복적이고 사무적인 약사 업무에서 전문성과 정체성의 회의를 느낀 P9는 병원으로 복직하지 않았고, 퇴사 후 페이약사로 일하였지만 역시 보람을 느낄 수 없었다.
P9는 약학 지식과 경험을 더 의미 있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지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경로를 찾기 힘들었다. 약학 전공자의 진로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부족했고, 더욱이 어린 자녀 2명을 키우는 P9는 활동할 수 있는 시공간 제약이 매우 강했다. P9는 매일 아침 도보로 두 자녀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등원시키는 일과를 반복하며,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는 아이들을 온전히 혼자 돌보고 있었다. 외부에서 장시간 근무하거나 정기적인 출퇴근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육아맘’들이 많이 선택하는 페이약사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지만, P9는 이를 원하지 않았다.
대신 P9는 약학 지식을 기반으로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새롭게 드러낼 수 있는 경로를 모색했다. 미취학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유용한 영양소와 영양제 정보를 연재하며 블로그는 점차 구독자를 확보했다. 블로그는 P9의 일상에서 꾸준히 실현 가능한 ‘대안적 직업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시간운용이 유연하고 육아와 병행할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P9가 기존 약사라는 직업에서 가졌던 아쉬움을 해결하는 창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P9는 약학지식이라는 자신의 문화자본이 이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에게 의미있게 전달되며, 지식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약국이라는 좁은 로컬 스케일을 넘어, 전국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상위 스케일에서 자신의 문화자본을 재구성하고, 보다 넓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한 것이다.
더 나아가 블로그 활동은 제약회사 및 출판사와의 연결을 가능하게 했다. 한 제약회사는 P9가 블로그에 연재한 내용을 기반으로 육아와 약학을 결합한 콘텐츠로 강연을 요청했고,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책 출간을 출판사와 논의중이기도 하다. 약국 카운터를 넘어, P9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엄마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공감하는 콘텐츠 생산자로, 동시에 강의와 출판이라는 또 다른 스케일로 자신의 활동을 확장하는 행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P9는 승진이나 이직과 같은 보편적 경력 성장의 경로를 따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고 경력열망을 실현하고 있었다. 스케일을 단순한 지리적 범위가 아니라, 자원이 배치되고 의미가 구성되는 사회적 구조로 본다면, P9의 사례는 고학력 어머니가 어떻게 제한된 조건 속에서 자신만의 관계망과 영향력을 조직해 내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는 돌봄 책임이 집중된 일상, 제한된 이동성, 부재한 돌봄 인프라 속에서 ‘쉬운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본을 확장하고 새로운 방식의 활동장을 조직한 전략적 실천이다. 약국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넘어,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의 매개를 통해 제약업계, 콘텐츠 시장이라는 확장된 장으로 진입하며, 젠더화된 아비투스의 스케일 상향 전략을 구현한 것이다(Figure 10).
4. 소결
메트로폴리탄에 밀집해있는 물리적·사회적 인프라는 그 기회와 양이 지리적으로 불균등하게 분포해있어, 원하는 공간이익을 얻기까지 개인의 자본을 활용한 전략을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자녀돌봄과 직업활동의 기대치가 높은 고학력 어머니는 다중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도시공간을 복잡하게 이용하는 공간 전략가로서 아비투스의 젠더화와 공간화를 매우 잘 드러내는 행위자로 볼 수 있다. 젠더화된 아비투스의 새로운 자원으로 작동하는 ‘좋은 어머니’ 역할은 어머니들의 물리적 이동을 제한함과 동시에 이 제약을 극복하는 전략을 구사하게 한다.
이들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자원을 마치 한 근린에서 작동하는 것처럼 활용하기도하고, 근린 내로 새로운 자원을 끌어오거나 기존 자원을 재배치하기도 했으며, 근린이라는 물리적 단위를 넘어선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창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공간전략들은 높은 인적자본을 가진 어머니 개인의 문화·경제·사회자본을 전제로 하며, 제한된 모빌리티를 해소하고 거주지에서 최대한의 공간이익을 얻는 결과로 이어진다.
애초에 사회구성원들의 균등한 접근성이 보장되지 못한 도시에서 특정 기회의 지리적 접근 제한은 교육기회의 불평등으로, 나아가 계급불평등으로 점철된다. 학군지에 거주하면서 긴 통근거리와 시간을 감내하고, 경력을 유지하기 위해 친정부모에게 자녀돌봄을 의탁하는 어머니들의 여러 고군분투는 결코 목적이 다른 개별의 공간적 실천이 아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의 계급재생산은 젠더규범과 계급화된 공간질서 속에서 조직된 어머니 개인의 공간적 실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Ⅴ. 요약 및 결론
고학력 어머니들은 이상적 노동자와 유능한 양육자에 모두 부응하고자 하는 책임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자 일상을 복잡하고 고밀한 방식으로 조직한다. 이들은 학력, 친구관계와 같은 자녀교육에 유리한 사회·문화자본을 획득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별하고 이주하는 가정 내 의사결정자이며, 동시에 직업활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고자 하는 사회의 고급 인력이기도 하다. 좋은 학벌과 전문직군에 종사한다는 높은 문화자본은 자녀교육 관리자로서도 우위를 점하게 하면서 고학력 어머니들은 복수의 시공간 조건을 동시에 고려하며 움직인다. 본 연구는 계급재생산을 위한 어머니 역할의 무게가 가중되는 오늘날 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시공간을 조정하고 창출해 내는 고학력 어머니들의 공간전략을 분석하고 그 함의를 논하고자 하였다.
도시의 불평등한 공간구조는 각종 도시기회의 편재를 가져와 이들의 전략을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며, 여성의 높은 문화자본이 사회적 성취의 발판이 되기보다 다중역할의 수단이 되도록 만드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었다. 구조적 제약과 젠더화된 역할 기대 속에서 고학력 어머니들은 추가 돌봄자와 본인의 직장, 거주지를 초지역적으로 연결하는 시공간 압축전략을 구사하기도 했으며, 생활 반경 내에서 자녀돌봄과 직업활동을 통합시키기 위해 근접성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사회문화자본을 동원하여 지리적 공간 제약을 벗어나 경력열망을 실현시키고자 스케일을 상향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략은 여전히 강고한 가부장제와 도시 불평등 구조 속에서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하여 제한된 선택지를 조합한 고군분투의 결과이다.
또한 어머니들의 공간전략은 탈가정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 내부의 역할을 도시공간에서 외부화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그 결과 젠더규범은 새로운 공간 속에서 더욱 정교하게 작동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자본을 통해 돌봄과 노동의 간극을 메꾸고자 하지만, 결국 그 실천은 자신을 더욱 과잉 동원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낳는다. 이들의 실천은 불균등한 도시기회와 제한된 자본 속에서 계급을 유지하려는 노력인 동시에, 젠더규범의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의 일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학력 어머니들의 공간 실천은 일률적으로 동일한 방향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일부의 사례들에서는 대안적 돌봄문화나 젠더관계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한다. 대기업 퇴사 후 아동학 석사를 마치고 독서공방을 운영하는 P7의 사례는, 고학력 여성의 높은 문화자본이 오늘날 단일하게 소비되는 ‘강남적 도시성’에 대한 잠정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P7은 학군지로 이주하거나 서울의 중심지를 좇는 대신, 기존 거주지를 유지하면서도 그 지역 안에서 자녀교육과 돌봄, 사회문화적 활동이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자발적으로 구현하였다. 이는 강남적 도시성이 특정 지역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고학력 여성의 자원을 통해 지역 내로 복제되거나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여 고학력 어머니의 문화자본이 자녀교육을 위한 실천이자, 투기적 도시화의 대안적 주거상으로서 활용될 가능성을 탐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실천의 이면에는 고학력 어머니들이 감내하는 경력의 제약과 구조적 희생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녀의 돌봄과 교육을 최우선에 두기 위해 박사졸업 시기를 늦추거나, 본인의 높은 전문성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직장을 택해 자녀와의 거리와 시간을 조정하는 행위는 결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나 합리적 조율로 환원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시간과 에너지, 삶의 가능성을 대가로 하는 가부장적 젠더규범과 성역할이 여성에게 전가한 침묵된 비용이기도 하다. 고학력 전문직 여성일지라도 경력유지와 자녀양육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미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타협해야 하는 현실을 드러냄으로써 본 연구는 가시화되지 않은 돌봄 노동과 손실된 경력의 무게에 목소리를 부여하고자 하였다. 심화되는 공간의 계급화로 인해 난항을 겪는 도시 재생산을 해소하기 위해 어머니들의 개인 자본을 요구하지 않는 도시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는 어머니들의 공간전략을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행위라기 보다는 구조적으로 내재된 젠더규범으로 인한 생존전략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이들의 공간적 실천이 사회경제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식의 편향된 결론은 젠더규범과 양극화된 지역격차에 대한 옹호적 시선을 줄 수 있기에, 이를 경계하고자 어머니의 고군분투를 최대한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고자 하였다. 아울러 제한된 도시기회를 극복하기 위한 공간전략은 모든 생애주기의 여성들이 행하고 있다. 본 연구는 많은 자본을 가졌음에도 가부장적 젠더규범으로 인해 커리어 계발과 자녀양육 간의 갈등을 쉽게 상쇄하지 못하는 고학력 어머니에 초점을 맞추었다. 고학력 여성은 고학력 배우자와 가정을 꾸리를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 가정의 경제자본은 평균보다 높은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Butler and Hamnett, 1994). 즉 높은 문화자본으로 사회경제적 높은 지위를 획득한 사례만 다룬 연구이기에 향후 연구에서는 다른 여건에 놓인 여성들의 공간적 실천도 다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1S1A5C2A03088606).
이 논문은 조규원의 박사학위논문 일부를 수정·보완하여 작성하였음.
References
-
국미애, 2018. “경력단절여성, 왜 직장을 그만두는가”, 「여성학연구」, 28(1): 251-282.
Kook, M.A., 2018. “Why Do Career-Interrupted Women Leave Their Jobs?”, Korean Journal of Women’s Studies, 28(1): 251-282. -
김영미·권현지, 2024. “젠더불평등의 복합적 변화와 여성의 선택, 그 인구학적 함의”, 「경제와 사회」, 141: 42-80.
Kim, Y.M. and Kwon, H.J., 2024. “Changes in Complex Gender Inequality, Women’s and Their Demographic Implications”, Economy and Society, 141: 42-80. [https://doi.org/10.18207/criso.2024..141.42]
-
김영화, 1992. “학부모의 교육열: 사회계층간 비교를 중심으로”, 「교육학연구」, 30(4): 173-197.
Kim, Y.H., 1992. “Parental Zeal for Education: A Comparative Study across Social Classes”, Korean Journal of Educational Research, 30(4): 173-197. -
김종성·김걸, 2024. “주거지 분화에 기반한 서울시의 공간 불평등 실태 분석”, 「한국도시지리학회지」, 27(1): 49-63.
Kim, J.S. and Kim, K., 2024. “Analyses on the Actual Conditions of Spatial Inequality Based on the Residential Differentiation in Seoul”, Journal of the Korean Urban Geographical Society, 27(1): 49-63. [https://doi.org/10.21189/JKUGS.27.1.4]
-
김지연, 2023.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 세종: Korea Development Institute.
Kim, J.Y., 2023. Rising Labor Force Participation of Women in Their 30s: Background and Implications, Sejong: Korea Development Institute. -
김현미, 2008. “자녀 연령별 여성의 도시기회 접근성의 시·공간적 구속성에 관한 연구”, 「대한지리학회지」, 43(3): 358-374.
Kim, H.M., 2008. “Women’s Spatial-Temporal Entrapment in Access to Urban Opportunities by Child Age”,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43(3): 358-374. -
매시, 도린, 2015. 「공간, 장소, 젠더」, 정현주 옮김,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Massey, D., 2015. Space, Place, and Gender, Translated by Jeong, H., Seoul: Seoul National University Press. -
맷차, 에밀리, 2015. 「하우스와이프 2.0」, 허원 옮김, 파주: 미메시스.
Matchar, E., 2015. Homeward Bound: Why Women Are Embracing the New Domesticity, Translated by Heo, W., Paju: Mimesis. -
문선영·한명성·나태준, 2022. “유자녀 여성근로자의 일-가정 전이 및 가정-일 전이가 경력열망에 미치는 영향”, 「여성연구」, 115(4): 99-128.
Moon, S.Y., Han, M.S., and Lah, T.J., 2022. “The Effects of Work-family and Family-work Spillover on Career Aspirations of Female workers with Children”, The Women’s Studies, 115(4): 99-128. -
박배균·장진범, 2016.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하기’와 한국의 도시 이데올로기”, 「한국지역지리학회지」, 22(2): 287-306.
Park, B.G. and Jang, J.B., 2016. “‘Gangnam -ization and Korean Urban Ideology”, Journal of the Korean Association of Regional Geographers, 22(2): 287-306. -
박혜경, 2009. “한국 중산층의 자녀교육 경쟁과 ‘전업 어머니’ 정체성”, 「한국여성학」, 25(3): 5-33.
Park, H.G., 2009. “Competition over Children’s Education and the ‘Full-Time Mother’ Identity in Korean Middle Class Families”, Journal of Korean Women’s Studies, 25(3): 5-33. -
백경흔, 2017. “중산층의 장시간 보육 이탈로 인한 성평등 지연: 학습중심 모성과 아동기의 형성”, 「한국여성학」, 33(1): 157-200.
Baek, K.H., 2017. “Middle Class Escape from a Long-Time Childcare and Gender Equality Delay: The Formation of Learning-Centered Motherhood and Childhood”, Journal of Korean Women’s Studies, 33(1): 157-200. [https://doi.org/10.30719/JKWS.2017.03.33.1.157]
-
부르디외, 피에르, 1995. 「구별짓기: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 최종철 옮김, 서울: 새물결.
Bourdieu, P., 1995. Distinction: A Social Critique of the Judgement of Taste, Translated by Choi, J.C., Seoul: Saemulgyeol. -
신동엽·김선혁·정기원, 2017. “유리천장으로서의 열망수준: 한국 여성들의 경력 열망수준의 원인에 대한 연구”, 「조직과 인사관리연구」, 41(1): 29-64.
Shin, D.Y., Kim, S.H., and Jung, K.W., 2017. “Aspiration Level as a Self-imposed Glass Ceiling: Sources of Korean Womenʼs Career Aspiration Levels”, Journal of Organization and Management, 41(1): 29-64. [https://doi.org/10.36459/jom.2017.41.1.29]
-
심한별, 2020. “사교육과 한국 중산층 주거지 근린의 구성”, 「공간과 사회」, 30(1): 356-400.
Sim, H.B., 2020. “The Intrusion of Shadow Education into the Middle Class Neighborhood in Korea”, Space and Environment, 30(1): 356-400. [https://doi.org/10.19097/kaser.2020.30.1.356]
-
양현순·박재완, 2016. “육아기 여성의 전일제와 시간제 선택: 모성벌칙의 실증분석을 중심으로”, 「한국정책학회보」, 25(2): 151-182.
Yang, H.S., 2016. “Full-time or Part-time Work: An Empirical Analysis of Motherhood Penalty in Korea”, The Korea Association for Policy Studies, 25(2): 151-182. -
이소영, 2011. “부르디외의 문화이론과 재생산으로서의 교육에 대한 철학적 고찰”, 「교육철학연구」, 33(1): 129-159.
Lee, S.Y., 2011. “A Study of Bourdieu’s Cultural Capitalism: Education As a Cultural Reproduction”, The Korean Journal of Philosophy of Education, 33(1): 129-159. [https://doi.org/10.15754/jkpe.2011.33.1.006]
-
정수열, 2018. “강남의 경계 긋기: 사회지역분석 및 요인생태학적 접근”, 「대한지리학회지」, 53(2): 173-191.
Chung, S.Y., 2018. “Lining the Boundary of Gangnam: An Examination of Social Area Analysis and Factorial Ecology”,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53(2): 173-191. -
정예원·홍성연, 2023. “가구 소득과 인프라 접근성의 관계 분석: 서울시를 대상으로”, 「한국지도학회지」, 23(3): 69-80.
Jeong, Y.W. and Hong, S.Y., 2023. “Analysi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Household Income and Infrastructure Access”, Journal of the Korean Cartographic Association, 23(3): 69-80. [https://doi.org/10.16879/jkca.2023.23.3.069]
-
정재훈·김경민, 2014. “교육의 공간 불평등 연구”, 「한국경제지리학회지」, 17(2): 385-401.
Jung, J.H. and Kim, K.M., 2014. “Spatial Inequality in Education, Seoul”, Journal of the Economic Geographical Society of Korea, 17(2): 385-401. [https://doi.org/10.23841/egsk.2014.17.2.385]
-
조규원·정현주, 2025. “젠더화된 아비투스의 타협과 경합의 장으로서 ‘소문자 강남’”, 「공간과 사회」, 35(3): 45-84.
Jo, K.W. and Jung, H.J., 2025. “‘Lowercase Gangnam’: Compromise and Struggle in Gendered Habitus”, Space and Environment, 35(3): 45-84. -
조이진, 2025. “한국 사회의 불안하지 않은 계급: 2·30대 ‘강남 키즈’의 심층 인터뷰를 중심으로”, 「언론과 사회」, 33(1): 206-260.
Cho, Y.J., 2025. “Classes Without Anxiety In Korea An In-Depth Study of ‘Gangnam Kids’ in Their 20s and 30s”, Media and Society, 33(1): 206-260. [https://doi.org/10.52874/medsoc.2025.02.33.1.209]
-
조일환, 2013. “지역 이미지, 리얼리티 그리고 지역정체성의 혼란: 화성 동탄 신도시를 사례로”, 「한국지역지리학회지」, 19(4): 697-711.
Cho, I.H., 2013. “Regional Image, Reality and Regional Identity Confusion :focusing on the case of Hwaseong Dongtan New Town”, Journal of the Korean Association of Regional Geographers, 19(4): 697-711. -
지주형, 2016. “강남 개발과 강남적 도시성의 형성: 반공 권위주의 발전국가의 공간선택성을 중심으로”, 「한국지역지리학회지」, 22(2): 307-330.
Ji, J.H., 2016. “The Development of Gangnam and the Formation of Gangnam-style Urbanism: On the Spatial Selectivity of the Anti-Communist Authoritarian Developmental State”, Journal of the Korean Association of Regional Geographers, 22(2): 307-330. -
최성은, 2017. “무엇이 한국의 고학력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어렵게 하는가?: 한국의 발전주의적 생산레짐의 유산”, 「페미니즘연구」, 17(1): 145-192.
Choi, S.E., 2017. “What Makes It Difficult for Korean High Educated Women to Participate in the Labor Market?: The Heritage of the Developmental Welfare Production Regimes of Korea”, Issues in Feminism, 17(1): 145-192. [https://doi.org/10.21287/iif.2017.4.17.1.145]
-
최시현, 2020. “한국 도시중산층여성 주택실천에서의 젠더불평등”, 「한국여성학」, 36(4): 1-32.
Choi, S.H., 2020. “Housing Practices of Korean Middle-class Women and Gender Inequality”, Journal of Korean Women’s Studies, 36(4): 1-32. [https://doi.org/10.30719/JKWS.2020.12.36.4.1]
-
최시현, 2023. “‘우리 그런 사람들 아니에요’: ‘강남중산층’ 젠더실천 사례 연구”, 「인문학연구」, 40: 83-113.
Choi, S.H., 2023. ““We’re Not Like Those People” – A Case Study of Gender Practice in ‘Gangnam Middle Class’”, Study of Humanities, 40: 83-113. [https://doi.org/10.31323/SH.2023.12.40.04]
-
추경모, 2012. “교육의 지역적 격차에 관한 연구: 중학교 교육현황을 사례로”, 「한국지리학회지」, 1(1): 33-52.
Choo, G., 2012, “A Research on the Regional Differences of Education: A Case Study on the Middle School Education in Korea”, Journal of the Association of Korean Geographers, 1(1): 33-52. [https://doi.org/10.25202/JAKG.1.1.4]
-
하봉운, 2005. “지방분권시대 지역간 교육격차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 서울시를 중심으로”, 「교육행정학연구」, 23(3): 167-193.
Ha, B.W., 2005. “A Study on the Improvement of the Educational Differences in a Decentralization Era – The Case of Seoul”, The Journal of Educational Administration, 23(3): 167-193. -
하유진·배상영·이상엽, 2018. “고속철도 개통이 경기 남부 신도시 공동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 동탄신도시를 중심으로”, 「GRI 연구논총」, 20(3): 19-38.
Ha, Y.J., Bae, S.Y., and Lee, S.Y., 2018. “Effects of High-Speed Rail Operation on Apartment Price in Dongtan New City”, GRI Review, 20(3): 19-38. -
허은, 2017. “개인화와 성별분업: 패널 자료를 이용한 가족형성기 여성의 성역할 태도 분석”, 「한국사회학」, 51(4): 47-78.
Heo, E., 2017. “Individualization and Gender Division of Labor: Panel Analysis of Gender Role Attitudes of Women in the Formative Period of a Family”, Korean Journal of Sociology, 51(4): 47-78. [https://doi.org/10.21562/kjs.2017.11.51.4.47]
-
Azmat, G., Cuñat, V., and Henry, E., 2020. Gender Promotion Gaps: Career Aspirations and Workplace Discrimination, IZA Discussion Papers, No. 12902, Bonn, Germany: IZA Institute.
[https://doi.org/10.2139/ssrn.3518420]
-
Blokland, T., 2024. “Mothering, Habitus and Habitat: The Role of Mothering as Moral Geography for the Inequality Impasse in Urban Education”, Tijdschrift voor Economische en Sociale Geografie, 115(2): 206-220.
[https://doi.org/10.1111/tesg.12576]
-
Bondi, L., 1991. “Gender Divisions and Gentrification: A Critique”, Transactions of the Institute of British Geographers, 16(2): 190-198.
[https://doi.org/10.2307/622613]
-
Bourdieu, P., 2018. “Social Space and the Genesis of Appropriated Physical Space”, International Journal of Urban and Regional Research, 42(1): 106-114.
[https://doi.org/10.1111/1468-2427.12534]
-
Brinton, M.C. and Oh, E., 2019. “Babies, Work, or Both? Highly Educated Women’s Employment and Fertility in East Asia”,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125(1): 105-140.
[https://doi.org/10.1086/704369]
-
Butler, T. and Hamnett, C., 1994. “Gentrification, Class, and Gender: Some Comments on Wardens ‘Gentrification as Consumption’”, Environment and Planning D: Society and Space, 12(4): 477-493.
[https://doi.org/10.1068/d120477]
-
Crompton, R. and Lyonette, C., 2011. “Women’s Career Success and Work–life Adaptations in the Accountancy and Medical Professions in Britain”, Gender, Work & Organization, 18(2): 231-254.
[https://doi.org/10.1111/j.1468-0432.2009.00511.x]
-
Duncan, S., Edwards, R., Reynolds, T., and Alldred, P., 2003. “Motherhood, Paid Work and Partnering”, Work, Employment and Society, 17(2): 309-330.
[https://doi.org/10.1177/0950017003017002005]
-
Fan, Y., 2017. “Household Structure and Gender Differences in Travel Time: Spouse/Partner Presence, Parenthood, and Breadwinner Status”, Transportation, 44(2): 271-291.
[https://doi.org/10.1007/s11116-015-9637-7]
-
Farmer, H.S. and Chung, Y.B., 1995. “Variables Related to Career Commitment, Mastery Motivation, and Level of Career Aspiration among College Students”, Journal of Career Development, 21(4): 265-278.
[https://doi.org/10.1177/089484539502100401]
-
Fritz, C. and Van Knippenberg, D., 2017. “Gender and Leadership Aspiration: The Impact of Organizational Identification”, Leadership & Organization Development Journal, 38(8): 1018 -1037.
[https://doi.org/10.1108/LODJ-05-2016-0120]
-
Gerson, K., 2015. “Expansionist Theory Expanded”, In Gender and Couple Relationships, 111-119, Cham: Springer.
[https://doi.org/10.1007/978-3-319-21635-5_5]
-
Goldin, C. and Katz, L.F., 2016. “ A Most Egalitarian Profession: Pharmacy and the Evolution of a Family-friendly Occupation”, Journal of Labor Economics, 34(3): 705-746.
[https://doi.org/10.1086/685505]
-
Gottfredson, L.S., 1981. “Circumscription and Compromise: A Developmental Theory of Occupational Aspirations”,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28(6): 545-579.
[https://doi.org/10.1037/0022-0167.28.6.545]
-
Harrison, J., 2013. “Configuring the New ‘Regional World’: On Being Caught between Territory and Networks”, Regional Studies, 47(1): 55-74.
[https://doi.org/10.1080/00343404.2011.644239]
- Hillier, J. and Rooksby, E., 2005. Habitus: A Sense of Place, Aldershot: Ashgate.
-
Karsten, L., 2003. “ Family Ggentrifiers: Challenging the City as a Place Simultaneously to Build a Career and to Raise Children”, Urban Studies, 40(12): 2573-2584.
[https://doi.org/10.1080/0042098032000136228]
-
Kwon, K. and Akar, G., 2022. “Have the Gender Differences in Commuting Been Shrinking or Persistent? Evidence from Two-earner Households in the U.S.”, International Journal of Sustainable Transportation, 16(12): 1121-1130.
[https://doi.org/10.1080/15568318.2021.1971345]
-
Laws, J.L., 1976. “Work Aspiration of Women: False Leads and New Starts”, Signs: Journal of Women in Culture and Society, 1(3, Part 2): 33-49.
[https://doi.org/10.1086/493273]
-
Powell, G.N. and Butterfield, D.A., 2003. “Gender, Gender Identity, and Aspirations to Top Management”, Women in Management Review, 18(1/2): 88-96.
[https://doi.org/10.1108/09649420310462361]
-
Schwanen, T., 2007. “Gender Differences in Chauffeuring Children among Dual-earner Families”, The Professional Geographer, 59(4): 447-462.
[https://doi.org/10.1111/j.1467-9272.2007.00634.x]
-
Schwanen, T., Kwan, M.P., and Ren, F., 2008. “How Fixed is Fixed?”, Geoforum, 39(6): 2109-2121.
[https://doi.org/10.1016/j.geoforum.2008.09.002]
-
Scheiner, J. and Holz-Rau, C., 2017. “ Women’s Complex Daily Lives: A Gendered Look at Trip Chaining and Activity Pattern Entropy in Germany”, Transportation, 44(1): 117-138.
[https://doi.org/10.1007/s11116-015-9627-9]
- Stone, P., 2008. Opting Out?, Oakland: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 Swyngedouw, E., 1997. “Neither Global nor Local”, In Spaces of Globalization, 137-166, London: Guilford Press.
-
Walsh, J., 2012. “Not Worth the Sacrifice? Women’s Aspirations and Career Progression in Law Firms. Gender”, Gender, Work & Organization, 19(5): 508-531.
[https://doi.org/10.1111/j.1468-0432.2012.00607.x]
-
Ward, K., Fagan, C., McDowell, L., Perrons, D., and Ray, K., 2010. “Class Transformation and Work-life Balance in Urban Britain: The Case of Manchester”, Urban Studies, 47(11): 2259-2278.
[https://doi.org/10.1177/0042098009359030]
-
Williams, J., 2012. Reshaping the Work-Family Debate,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2307/j.ctvjghv9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