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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Korea Planning Association - Vol. 50 , No. 1

[ Article ]
Journal of Korea Planning Association - Vol. 50, No. 1, pp. 115-135
Abbreviation: Journal of Korea Planning Association
ISSN: 1226-7147 (Print) 2383-9171 (Online)
Final publication date 24 Dec 2014
Print publication date Jan 2015
Received 03 Nov 2014 Reviewed 01 Dec 2014 Accepted 01 Dec 2014 Revised 24 Dec 2014
DOI: https://doi.org/10.17208/jkpa.2015.01.50.1.115

북한 나선시 도시개발과 남산 18호동 살림집을 통해 본 북・중 합작개발의 특성
문지훈** ; 김세훈***

Characteristics of the Joint Development between North Korea and China through Investigating a Residential Building, Namsan 18ho-dong in Rason-si
Mun, Jihun** ; Kim, Saehoon***
**Seoul National University (munjihun@snu.ac.kr)
***Seoul National University (skim5@snu.ac.kr)
Correspondence to : *** Seoul National University skim5@snu.ac.kr


Abstract

This paper seeks to identify the characteristics of the Joint Development between North Korea and China in Rason-si. We looked into the role of the key actors, their motivation, and development processes through investigating a residential building called Namsan 18ho-dong. A case of Namsan 18ho-dong shows how key actors attempted a new joint development model such as financing, site selection, residential design, construction, and marketing. It is concluded that the local government in Rason-si serves as an economic interest group and the actors of urban development are diversifying. China’s impact on the North Korean cities is expected to increase, and the role of local governments and numerous social actors will be more important.


Keywords: Rason-si, Joint Development, North Korean Housing, Joseon Urban District Planning, Special Economic Zone
키워드: 나선시, 합작개발, 살림집, 조선시가지계획령, 경제특구

Ⅰ.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함경북도 나선특별시는 두만강을 경계로 중국의 훈춘과 러시아의 핫산을 마주하고 있는 3국 접경 지역이자, 천혜의 부동항구로 알려진 나진항이 있어 향후 대륙진출의 관문 및 교역 물류중심 도시로서의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개발계획(UNDP)은 1991년 10월 두만강지역개발계획(TRADP)을 수립하고, 한국, 일본, 몽골을 포함한 총 6개국과 함께 두만강 하류 지역에 자유경제구역을 건설하는 다자간 협력개발을 구상한 바 있다(이성우, 2010). 북한 정부는 이것과 연계하여 극심한 경제위기와 전력난·식량난 극복을 위해 같은 해 12월 나선시를 경제특구(구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지정하면서 제한적 대외개방과 외자 유치를 도모하였으나 그동안의 실적은 부진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나선시 일대의 가능성을 자국의 이익화하기 위해 2003년 ‘동북 3성 진흥계획’과 2009년 ‘창지투 선도구 개발계획’을 전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2011년에는 북한과 함께 정부차원에서 ‘나선경제무역단지 중·조 공동개발 공동관리 연합위원회’를 설립하고,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여 인프라·서비스·제조업 등의 분야에 다양한 형태의 ‘북·중 합작개발(이하 합작개발)’을 추진하면서 북한 진출에 대한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정부차원 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시가지 내 호텔, 경공업 공장, 시장, 무역센터, 체육관, 공동주택 등 여러 개발주체가 참여하여 나선시에 합작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여 년 이상 개발이 부진했던 나선시의 입장에서는 개발의 활기를 경험하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국가의 도시계획 이론이나 개발의 경험이 다른 국가로 ‘확산’(Diffusion)되는 메커니즘을 알아보기 위해 Ward(2000)는 국가 간 참여주체를 ‘수출국’(Exporting Country)과 ‘수입국’(Importing Country)으로 구분하고, 그 영향을 주고받는 행위를 각각 ‘도입’(Imposition)과 ‘차용’(Borrowing)에 의한 ‘권력관계’(Power Relationship) 모델로 설명하였다. 개발 과정에서 수출국의 영향력이 큰 경우를 ‘도입’으로, 수입국의 영향력이 큰 경우를 ‘차용’의 행위로 간주한 것이다(그림 1).


Fig. 1. 
Diffusion Mechanism of Urban Planning and Experience

국가 간 도시개발 경험의 ‘확산’(Diffusion)에 대한 연구는 20세기 도시화에서 계획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개념적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Ayatac, 2007). 시기적으로는 특히 19세기 식민 시대와 탈식민 시대를 중심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당시 제국주의 국가는 식민통치를 위해 도시계획을 활용해왔는데(배석만 외, 2010), 이 과정에서 세계의 많은 식민도시는 권력의 비대칭 구조 속에서 도시개발을 경험해왔다.

이후 근대화가 이루어진 20세기 도시개발 경험의 확산은 독립국을 대상으로 유엔(UnitedNations)과 세계은행(WorldBank) 등 국제기구의 개발원조 형태로 발전되었으며(Ward, 2010), 오늘날에는 기술의 진보와 함께 세계화로 인한 국가 간 상호연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도시계획 관련 전문지식과 정보 또한 국가 간 경계를 넘어 빠르게 공유되고 순환되고 있다(HealeyandUpton, 2010).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전의 국제기구나 정부 차원의 교류뿐만 아니라 개발 경험이 풍부한 선진국 민간 개발업자의 역할이 오늘날 중요하게 두드러진 것이다. 이들은 경제적 능력과 전문성이 확대되면서 신흥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해외도시개발 사업을 통해 실리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런 민간자본의 투자가 도시계획 이론과 경험을 더욱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Jung, 2013).

이러한 관점에서 수입국으로서의 나선시는 20세기 이후 짧은 기간에 수출국의 변화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다른 양상의 도시개발 특성을 나타낸다. 즉, 1) 1930년대 이후 ‘일제강점기’, 2) 1950년대 이후 ‘사회주의기’, 그리고 3) 1990년대 이후 ‘개방실험기’가 그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국제화 흐름에 편입을 전개하는 개발의 후발주자로서 특히 중국과의 직접교류를 통해 적정 개발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일제 식민 도시개발 이후, 사회주의 수용을 통해 근대화된 도시 레이어 위에 실리를 추구하는 새로운 ‘대칭적 북·중 관계 협력’을 통한 도시개발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어떤 맥락과 이유로 가능했는지, 그 결과와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함이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합작개발 프로젝트가 나선시의 도시경관을 변화시키고 있음에도 실제 사례를 통해 이를 살펴본 국내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특히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을 통해 체제전환을 단행하고 오늘날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한 국가로서, 이들의 개발 경험이 나선시의 도시변화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향후 북한의 도시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최근 나선시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합작개발의 특성을 사례를 통해 확인하고, 도시 계획적 측면의 시사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개발의 주체와 그들의 동기 및 목적, 그리고 개발의 과정과 내용을 중심으로 다음의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첫째, 20세기 이후 나선시의 시기별 도시개발 과정을 간략히 살펴본다. 둘째, 도시개발 맥락의 이해를 바탕으로 최근 합작개발의 과정과 내용을 사례연구를 통해 확인한다. 끝으로, 사례연구의 내용을 바탕으로 합작개발의 결과 및 특성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특히 중국의 개발경험이 나선시의 도시변화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도시 계획적 측면의 시사점을 정리하도록 한다.

2. 연구의 방법과 범위

본 연구는 크게 문헌연구와 사례연구로 진행되었다. 문헌연구는 나선시의 도시개발 과정을 다루는 각종 국가기록물과 신문기사, 학술연구 및 국내외 보고서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하였다. 또한 나선시 수치지형도와 위성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이 촬영한 현장사진을 입수해 위성사진으로 파악할 수 없는 나선시의 경관을 이해함으로 도시개발 현황을 분석하였다.

합작개발 사례연구와 관련, 연구자는 합작개발의 현황을 조사하면서 나선시에 2014년 10월 준공을 앞둔 남산 18호동 살림집 프로젝트의 기획과 계획․실시설계를 직접 담당했던 중국인 조선족 전문가를 만날 수 있었다. 따라서 중국 지린성 연길(Yanji)에 있는 건성부동산개발회사의 관계자 4인(A, B, C, D)을 대상으로 연구자는 2014년 2월 24일부터 3월 7일까지 총 10박 11일간 중국을 방문하여 심층면접을 수행했다. 면접은 나선시의 최근 개발현황과 합작개발 사례를 주제로 대면면접을 시행했으며, 귀국 후 연구의 진행 기간에도 온라인을 통해 추가 질의응답을 하는 형태로 면접내용을 보완하였다.

또한 한국에서는 최근 나선시를 방문했거나 정기적으로 방문 중인 중국 국적 조선족 일반인 2인(E, F), 나선시 태생의 한국 국적 실향민 2인(G, H), 중국 훈춘을 기점으로 나선시에 경공업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국적 일반인 1인(I), 그리고 국내 북한 전문가 3인과 국가기록연구원 연구위원 1인을 포함해 총 13명을 추가 인터뷰하여 나선시의 개발현황을 복수 검토함으로써 내용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했다.

연구지역의 범위는 나진 중심지로 한정하였다(그림 2). 나선시는 과거 나진시와 선봉군이 통합된 지역으로 전체면적이 858.3㎢에 이르지만, 그중에서 시가화된 구역(약 29.7㎢)으로는 1) 나진 중심지(12.7㎢), 2) 선봉 중심지(10.1㎢), 그리고 웅상리, 두만강 노동자구역 등 3) 기타구역(6.4㎢)에 불과하며(이상준 외, 2012), 나진 중심지가 일제강점기부터 최초로 개발이 진행된 지역이자 최근 남산 18호동 살림집을 비롯한 합작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개칭된 행정구역과 법제명 등 오늘날 고유명사로 쓰이는 모든 경우를 ‘나선’으로 통칭하되, 필요에 따라 특정 시가지를 지칭할 때는 ‘나진’이란 지명을 혼용하였다.


Fig. 2. 
Najin Built-up Area and the Location of Namsan 18ho-dong

Source: Google Earth




Ⅱ. 나선시의 도시개발과 개발주체의변화
1. 일제강점기 식민지 도시계획의 유산
1) 조선시가지계획령의 제정

나선시의 도시개발은 20세기 초반 일제강점기에 시작되었다. 본래 이곳은 함경북도 경흥군에 속해있던 지역으로 나진과 웅기라는 작은 어촌이었다. 1)그런데 1930년대 까지만 해도 거주인구가 백여 가구에 불과했던 촌락이 갑작스럽게 개발의 대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만주국의 건립과 관계가 있다. 당시 일본 관동군은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켜 중국 북동부를 점거하고, 이듬해 3월 1일 만주국을 건립했다. 뒤이어 물류 수송을 위한 일본, 조선, 만주를 연결하는 최단거리의 ‘북선 루트’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나진항이 조선 측 종단 기착항으로 결정되었고, 나진 지역이 배후도시로 주목받게 되었다(염복규, 2005).

새로운 물류항구와 배후 시가지가 개발된다는 소식에 나진 지역은 인구급증과 지가상승을 경험했다. 이를테면 1932년 4,520명에 불과하던 인구는 1933년 9월 말 15,260명으로 약 3.4배 증가하였고,2) 그에 따른 2,431호의 불량주택이 급조되었다(이명규, 1994). 또한 1932년 초, 평당 10~20전에 불과하던 전답이 4월에는 5원(50배), 8월에는 30원(300배)으로 치솟았다(김의원, 1982).3) 이런 상황 가운데 조선총독부는 신시가지 조성을 위한 토지의 일괄매수가 어려워지자, 토지구획정리를 통해 막대한 토지매입비를 절감하면서도 효율적 사업시행이 가능한 「조선시가지계획령(1934.6.20)」을 제정 공포하였다(손정목, 1990).4)

2) 나진 시가지의 형성

조선시가지계획령 아래 구체적인 나진 시가지계획안의 작성에는 조선총독부 토목과와 남만주철도주식회사(이하 남만철)가 참여했다. 계획의 규모는 험준한 산세로 둘러싸인 지형특성을 고려하여 거주 가능한 지점을 표고 80m 이하로 보고, 106.3㎢에 이르는 면적에 인구 3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작성되었다.5)

중심 시가지는 나진역 일대의 평탄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요 간선을 결정했다. 가로망은 폭원을 6단계로 구분하여 제1종은 35m, 제2종은 30m 등 5m 간격으로 위계를 두어 계획하였으며, 블록의 크기는 대체로 120m 내외의 구간으로 구획했다(그림 3).6)


Fig. 3. 
Street Network Plan of Najin(1934)

Source: Son(1990)



나진항 축항공사는 총 3기로 분할 시공을 계획했는데, 먼저 1기공사는 나진만의 서북해안을 매립하여 3개의 부두를 축조했다. 배후에는 매수구역으로 정해진 약 90만 평과 매립으로 생기는 약 60만 평의 땅에 대조차장, 현장창고, 야적장, 소속공장, 사무소, 간이건물, 도로 등을 건설하여 약 300만 톤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게 계획하였다. 또한 조차장 및 부두용지의 방호를 위해서 시가지 중심부에 흐르고 있는 하천을 정비하였다(신태성, 2009).

이와 함께 연면적이 2,980m²에 달하여 당시의 경성역(서울역) 다음으로 규모가 컸던 나진역사가 1935년 준공되었으며, 경도선7)에 연결되는 남양-웅기간 철도선로를 연장하여 나진항과 연결하는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2. 사회주의와 주체사상 이념의 지배
1) 전후 사회주의 도시로의 재건

해방 이후 국토가 분단되고 북한 정부가 들어서면서 나선시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도시개발 국면을 맞게 되었다. 북한은 전쟁 이후, 피해를 본 도시들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복구 노력과 더불어 소련을 필두로 한 중국, 동유럽 국가 등 사회주의 각국의 원조를 받았다. 특히 전후 3개년 계획(1954~1956)이 추진되면서 이들로부터 막대한 원조가 유입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 정부는 새로운 사회주의 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였다(김청희, 1953).

한편 나선시는 북한의 다른 도시에 비해서 한국전쟁의 피해로부터 자유로웠다. 전쟁 당시 중공군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전술적 배려 차원에서 접경지역에 있는 나선을 폭격하는 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대부분의 시가지는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사회주의와 주체사상이 반영된 북한 정부의 도시 계획적 요구는 다른 도시들과 함께 나진의 기존 시가지에도 동일하게 반영되었다.

이와 관련 사회주의 도시화는 국가가 개발주체의 핵심이다. 자본주의가 낳은 도시의 불균형 성장을 비판하고, 노동자 계급을 위한 평등한 도시를 건설한다는 이념 아래 국가가 도시의 계획과 관리를 주도하는 것이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원조에 힘입어 1950~1960년대 북한의 도시개발은 주거지와 근로지의 근접개발을 통한 공동체 생활을 조성하고, 도시와 농촌을 균형적으로 개발하여 주민 간 생활격차를 최소화하는 등 중앙 정부의 주도 아래 사회주의적 도시화가 다양하게 실험되었다(안정근, 2009).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북한 당국은 내부적인 이념의 논란 속에 소련, 중국 등 사회주의 선진국들의 도시화 경로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의 현실을 고려하여 사회주의적 원칙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이를 재해석하여 소위 민족적 형식의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주체형 도시화를 추구하였다(장세훈, 2003).

2) 토지개혁과 상징의 도시

이처럼 북한 정부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국가 주도의 개발을 위해 종래의 부동산 등기제도를 폐지하고,8) 「토지개혁에 관한 법령(1946.3.5)」을 발표하여 토지의 무상 몰수 및 국유화를 단행했다. 그리고 사회적 공유자원으로서의 토지와 주택 및 기타 도시 기반시설을 누구도 매매하거나 소유할 수 없게 하였다. 이로써 북한 도시의 발전은 계획경제 아래 투자와 개발을 정부가 독점하고 중앙 집중적으로 모든 결정이 이루어졌으며(이상준 외, 2011), 국가라는 단일주체에 의해 토지이용계획과 용도의 규제가 수월해지면서 그에 따른 도시의 계획적 개발도 용이해졌다(김원, 1998).

북한 정부는 또한 이런 조건에서 주체사상과 체제의 우월성을 공간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상징성을 강조한 도시경관 형성을 추구했는데, 특히 도시 중심부와 거리를 조성하는 사업을 우선 시작했다(리화선, 1993). 도시의 중심부는 북한 체제의 사상적 상징성을 드러내는 공간임과 동시에 혁명적 수령관을 배양하는 강력한 이념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조은희 외, 2013).

이러한 정부 의지는 나선 시가지 중심부의 상징거리 건설로 나타났다(그림 4). 시가지 중심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이 도로는 왕복 4차선에 폭 24m(보도 포함 약 35m) 규모로써, 북쪽의 정점이 되는 지경산 언덕에는 기념탑이 세워졌고, 남쪽으로는 해안공원을 거쳐 바다까지 조망이 연결된다. 기념탑 좌우로는 혁명사적관과 나선극장이 배치되어 있으며, 거리의 주변으로는 대외사무국, 은행, 전시관, 복합 체육시설, 미술관, 해안공원, 경기장 등 행정기관과 공공목적의 서비스시설이 모여 있다.


Fig. 4. 
Symbolic Street of Rason-si

Source: Laika(2011.7.3.), http://www.flickr.com



3. 개방실험: 나선경제특구
1) 경제특구의 지정

1980년대 말 동구 사회주의권 국가의 붕괴 및 중국, 러시아의 체제전환과 맞물려 북한의 대외교류협력은 불안정하게 되었다. 극심한 경제위기를 경험하게 된 북한 정부는 1984년 「합영법(1984.9.8)」을 제정하고 제한적인 대외개방과 외자 유치를 통해 경제성장을 시도했으나, 정치․사회적 폐쇄성, 낮은 대외신용도, 사회간접자본시설의 낙후, 내수시장의 협소, 외자 유치 관련 법․제도의 미비 등으로 실질적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았다(정형곤 외, 2011).

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외자 유치 대안으로 나선시를 개방하는 방안이 추진되었다. 유엔개발계획이 수립한 두만강지역개발계획과 연계하여 1991년 12월 나진-선봉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이곳을 무역, 중계수송, 수출가공, 금융, 서비스 지역으로 조성하고자 한 것이다.

이와 관련 나선경제특구 설치의 결정은 중국 심천 등에서 성공을 거둔 경제특구 모델을 수용하여 개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있었다. 또한 북한 주민이 자본주의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리적으로 국토의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함경북도 최북단에 있는 나선시가 고려되었다(김영봉.박영철, 2001).

2) 외국인 투자와 합작개발

나선경제특구의 관리기관인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는 본격적인 개발을 위해「나진-선봉지대 국토건설총계획(1993.5)」을 수립하고, 이를 당면단계(1993~2000)와 전망단계(2001~2010)로 구분하여 실행에 옮기고자 했다. 먼저 당면단계에서는 인구 30만 명을 목표로, 수출 가공 산업을 육성하고, 기존의 철도, 도로, 항만 등을 정비하여 중국, 러시아와 중계 수송망 체계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후 전망단계에서는 인구 100만 명을 목표로 중계무역, 수출가공, 금융서비스, 관광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국제교류 거점도시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50여 개의 기존 공장 및 기업을 활용하여 외국 기업과 합작에 주력하면서, 추가로 10여 개의 전문적인 수출가공기지 건립 계획을 수립하는가 하면, 안주동과 후창동 지역에 새로운 주거단지를 건설하고자 했다. 또한 특구 주변의 관광자원을 중국, 러시아 접경지역과 연계 개발하는 계획을 세우고, 철도와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을 단계별로 추가 확충하는 사업에 착수하였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1996).

그러나 북한의 지속적인 외자 유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계획들은 그동안 부진한 개발실적을 보였다. 외국 투자가의 측면에서 볼 때 나선 지역의 기반시설이 매우 열악하고, 개발계획이 과도했으며, 정책적 일관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이상준 외, 2004). 그럼에도 북한 정부는 2010년 ‘나선시 중심부 형성 계획도’를 재수립하여 지속적인 대외홍보와 투자설명회를 갖고 있다(그림 5). 또한「나선경제무역지대법(1993.1.31)」을 제6차 개정(2011.12.3)하는 등 투자환경 조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Fig. 5. 
Open Test Period Development Plan

Top: National Development Plan for Najin-Seonbong Special Economic Zone(1993)

Center for Northeast Asia and North Korea Transport Studies(http://www.nk-koti.re.kr)

Bottom: Masterplan for Central Area of Rason-si(2010) http://v.youku.com/v_show/id_XMzczODgzNDcy.html



이러한 가운데 1978년 개방 이후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개발에 박차를 가한 중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된 동북부 지역을 개발하고자 2003년 ‘동북 3성 지역 진흥계획’을 추진하였고, 이것의 하나로 2009년 ‘창지투 선도구 개발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두만강 지역에 직접적인 출해구(出海口)가 없는 상황에서 태평양으로의 대외통로 확보를 위해 나선 지역과 연계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림금숙, 2013).

같은 맥락에서 2010년 8월 북한은 중국과 더불어 신의주와 함께 나선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고 이듬해 6월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공동개발 착공식과 나선경제무역지대 공동개발 착공식이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최근 나선시의 항만, 도로,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이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점차 현대화되고 있으며, 민간 개발업자들은 시가지 내 호텔, 경공업 공장, 시장, 무역센터, 체육관, 공동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합작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4. 소 결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볼 때, 나선시는 시기별로 다음과 같은 개발양상의 변화를 겪어왔다.

첫째, 수동적 도시개발이다. 일제강점기 나진 지역의 개발은 일본의 조선총독부와 남만철이 핵심개발주체가 되어 조선시가지계획령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지금의 나진 항만과 철도 및 가로망이 계획되는 등 신시가지가 형성되고 기반시설이 전면적으로 확충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제강점기 도시개발은 수입국인 나선시의 입장에서 다분히 일본의 대륙침탈과 무력착취를 명분으로 하는 수동적 선택이었다. 제국주의시기 해외식민도시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개발 과정의 모든 결정권에 나선인의 역할(Indigenous Role)은 배제되고 일본 조선총독부의 주체적 역할(External Role)만 지배적이었다. Ward(2000)는 이처럼 수출국이 전적인 주체가 되어 도시가 개발되는 양상을 ‘독재적 도입’ (Authoritarian Imposition)의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둘째, 능동적 도시개발이다. 해방 이후 나선시의 도시개발은 소련의 사회주의와 주체사상이 북한 지도자의 통치기반이 되어 소위 북한식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앙정부의 집권 아래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북한 전역의 토지를 강제로 몰수하고 국유화하는 한편, 도시 중심부에는 상징거리를 건설하여 모든 도시 구성요소를 중심축에 종속시키고, 도시공간을 사상교육의 장으로 변모시키고자 하였다.

따라서 사회주의기 도시개발은 북한 정부가 추구하는 이념적 계획원리를 도시에 반영하는 능동적인 선택이었다. 전후 초기에 일부 사회주의권 국가의 지원과 원조가 있었지만, 이후 개발 과정의 모든 결정에는 도시공간에서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상징화하는 중앙정부의 자력 갱생형 의지가 반영되었다. Ward(2000)는 이처럼 수입국이 주체가 되어 해외의 도시개발 경험이나 계획이론을 선택적으로 들여오는 개발 양상을 ‘선택적 차용'(Selective Borrowing)의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셋째, 실리적 도시개발이다. 나선시의 도시개발은 개방실험기에 들어와 외국인 민간개발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중국 정부 또는 민간기업과의 합작개발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나선시의 기반시설을 비롯한 서비스, 제조업 분야에서 각종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나선시의 도시개발이 대륙침탈에 따른 수동적 선택에 의해, 그리고 사회주의기의 개발이 이념을 추구하는 능동적 선택에 의한 것이었다면, 개방실험기 도시개발은 실리적 선택으로서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국과의 합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표 1과 같다.

Table 1. 
The Alteration of Urban Development in Rason-si
시 기
Period
일제강점기
Japanese Occupation Period
사회주의기
Socialist Period
개방실험기
Open Test Period
수출국
Exporting Country
일본
Japan
사회주의권 국가
Communist Nations
해외투자국 (특히 중국)
Investment countries (Especially China)
개발 주체
Key actors
조선총독부
Japanese Government-General of Korea
북한정부
North Korean Government
북한정부와 해외투자가
North Korean Government & Foreign Investor
지배적 영향
Dominant Influence
만주국 건립
Build the state of Manju
사회주의 표방
Claim to socialism
경제특구 지정
Designate Special Economic Zone
동기와 목적
Motivation & purposes
대륙침탈
Continental Invasion
이념실현
Ideology Realization
실리추구
Pursuing Profit
개발의 내용
Development Content
시가지형성 / SOC확충
Form a City / Construct SOC
토지몰수 / 상징적 경관
Confiscate of Land Ownership / Symbolic Landscape
SOC 현대화 / 합작개발
Improve SOC / Joint Development
개발 방식
Development Method
무력/수탈
Force / Exploitation
지원∙원조 / 자력갱생
Aid∙Support / Pursue Self-Rehabilitation
투자/합작
Investment / Cooperation
수입국 역할
Indigenous Role
없음
None
매우
높음 Very high
높음
High
수출국 역할
External Role
전면적
Total
매우 낮음
Very low
높음
High
개발 성격
Development Characteristic
수동적 도입
Passive Imposition
능동적 차용
Active Borrowing
실리적 선택
Practical Selection


Ⅲ. 북·중 합작개발 사례연구: 남산 18호동 살림집
1. 사업의 개요

특구 개발과 연계하여 나진 중심지의 동북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합작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남산 18호동 살림집은 중국 연길에 있는 민간기업 ‘건성부동산개발회사’와 나선 지방정부 산하 건축설계원 ‘나선 건축도시설계 정보연구소’가 합작 개발한 공동주택이다. 나선 중심부 남산동 일대에 건설된 본 사례는 2014년 10월에 완공되었으며, 지하 1층, 지상 15층 높이에 총 60세대가 나선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분양 공급되었다. 나선시 내에서는 최고층 건물이자 최초로 승강기가 설치되었는데, 이는 기존 나선시의 고층 살림집이 평균 7~8층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개발형태로 보인다. 분양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개별 인테리어 공사 후 입주가 진행되었으며, 2014년 7월까지 공급 세대수의 약 60% 정도가 분양이 완료되었다.

남산동 일대는 나진역사로부터 중심 시가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로와 중국 훈춘으로부터 진입하여 시가지를 관통하는 도로가 만나는 로터리 남쪽에 면해있다(그림 6). 이 지역은 나선 중심부의 입구이자 주요 도로 및 상업시설과 인접해있어 생활에 편리하고, 북측으로는 실개천이 흐르고 있으며, 남측으로는 산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쾌적한 전망조건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공공∙문화시설이 밀집해있는 상징거리와 가깝지만 한 켜 벗어나 있고, 노후화가 심각한 구도심 및 침수가 예측되는 해안가 저지대로부터는 멀리 떨어져 있어 주거용 입지로서는 상당한 프리미엄 조건을 갖추고 있다.


Fig. 6. 
Location of Namsan 18ho-dong

Source: Researcher drew



2. 주체별 개발의 동기와 목적

2011년 ‘중∙조 공동개발 공동관리 연합위원회’가 발족하면서 나선 정부는 중국의 민간 개발업체 측에 현대적인 고층형 살림집 건설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계획적 측면에서 경제특구 지정 이후 설정한 인구 100만 명을 목표로 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지로 둘러싸인 지리적 조건상 가용 개발지가 협소하여 고밀 개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 측면에서는 매우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나선 정부의 의지 때문이다. 이는 최근 북한의 주택정책과 공급현황을 살펴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첫째, 국가의 경제난으로 인한 주택공급의 실패이다. 사회주의 정권 수립 이후 북한의 주택정책은 국가의 독점 주도 아래 모든 계획과 생산 및 공급과 관리가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개인의 주택을 건설하거나 소유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국가로부터 배급되는 주택을 이용하는 권리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1990년대 경제난을 겪으면서 건설에 필요한 재원과 자재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왔다. 그 결과 2013년 기준으로 북한 전체의 주택보급률은 약 74~80% 정도로 추계하고 있으며, 주택이 부족한 탓에 이제는 한 주택에 2~3가족이 함께 동거하는 사례가 보편화되었다(박용석, 2014).

나선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08년에 집계된 나선시의 총인구는 196,954명, 가구 수는 약 40,000호, 총 주택 수는 22,221호(일반주택: 21,251호, 공동주택: 970호)로 한 가구당 주택보급률은 불과 55%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그마저도 대부분 건물이 노후화되어 시급한 정비가 필요하다(이상준 외, 2012).

면접자 E의 말에 따르면 최근 나선시 주택의 질적 수준은 일부 신규주택을 제외하고는 다른 지방도시와 마찬가지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대부분 주택에서 난방과 전기 및 수도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상수도 시설이 열악하여 산으로부터 흘러내리는 자연 하천을 통해 식수가 공급되고 있다.

둘째, 불법 주택시장의 형성이다. 국가의 주택공급 실패는 자연스럽게 주민 주택수요의 증대로 이어졌다. 주택의 공급부족과 질적 수준이 저하되자 주민들은 스스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적 거래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국가가 보장해야 할 건설재원과 자재를 일명 ‘돈주(자금주)’라 불리는 개인 투자가가 시장을 통해 조달하여 주택을 공급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정은이, 2014).

이들은 주택 부족난을 해결할 수 없는 정부의 한계를 이용해 권력층과 결탁하여 주택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즉, 개인 투자가가 뇌물수수로 얻은 국영 기업소 관계자의 권한을 활용해 행정상 국가기관이 공급하는 아파트를 건설하고, 이를 부유층에 분양하여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으로 건설되는 비공식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자재를 임의로 활용하거나 규정대로 시공 및 준공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붕괴사고 역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홍성원, 2014).

이처럼 북한 정부가 주택의 수요와 공급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는 딜레마 사이에서 나선 정부는 합작개발이 이러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줄 수 있는 도구이자 기회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건설재원과 자재의 조달 문제, 그리고 개인 투자가의 주택 건설에 따른 부실공사의 문제를 중국의 자본과 기술이 한꺼번에 대체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적 차원에서 합작개발이 장려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민간 기업주들은 대북진출을 꺼리는 것이 여전히 보편적이다. 아직은 나선시에 큰 규모의 주택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판단하기에 이를 뿐만 아니라, 여전히 폐쇄적인 북한의 사회구조 안에서는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북한 투자가 사이에서는 부동산 투자 사업이 단기간에 분양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전망도 좋다는 인식이 강하다. 광석이나 농수산물 사업, 기타 경공업 등에도 투자할 수 있지만,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장기간 운영에 지장이 많고, 투자 대비 이윤이 적어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정은이, 2014).

점차 향상되고 있는 중국 훈춘으로부터 나선시로의 접근성과 나선 주민들의 주택구매능력도 중국 투자가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노후화된 철도시설과 높은 비중의 비포장도로는 그동안 외국인의 투자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장애요인이었다. 그러나 중국 대련에 소재한 기업인 창리그룹이 나진항 제1호 부두의 10년 사용권을 확보하는 대가로 북․중 접경지역인 원정리와 나진항을 연결하는 도로의 건설 지원에 합의하고, 2012년 10월 정식 개통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왕래가 잦아지고 있다9). 그 결과 중국 연길과 나진을 왕래하는 시간은 종전 4시간에서 1시간가량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또한 피분양의 대상이 되는 나선 주민들은 상당한 수준의 사유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면접자 D는 나선시의 시장에서 해산물을 파는 상인들이 거래 중에 인민폐 3,000~4,000위안(한화 약 50~70만원)을 현금으로 소지하고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따라 나선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 욕구는 더욱 높아졌고, 수요의 증가로 이어져 중국 투자가들의 진출을 앞당겼다. 이제는 나선시에 공급되는 주택 물량만 있다면 원하는 주택의 취득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건성부동산개발회사는 이러한 인식과 더불어 향후 북한의 도시개발과 주택수요에 대해 시장성 파악을 위한 실험적 성격의 투자를 감행하였다.

3. 합작개발의 과정과 내용

나선시 내 대부분의 민간 합작 프로젝트는 북한 측 기업소(회사)에서 중국 측에 선제안하여 시행되고 있다. 공개 투자설명회를 통해 입찰방식으로 합작계약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북한의 방송매체가 정부권한에 예속되어 있어 민간 프로젝트의 홍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 경로 이외에도 소위 입소문에 의한 투자정보의 획득 및 수의계약이 다수 체결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측 투자가 입장에서는 나선의 현지사정을 잘 알고, 합영기업을 할 수 있는 사업자를 만나는 것이 개발 성공의 관건이라고 전해진다.

남산 18호동 프로젝트는 단 한 장의 합작계약서로 모든 합의가 이루어졌다. 계약서에는 중국기업 측에서 부담하게 될 개발비용과 북한 지방정부가 분양을 책임지고 수익을 보장하는 내용, 분양 뒤 자금을 중국으로 보내는 절차에 대한 사항들이 논의되었다. 또한 개발 대상지는 북측에서 제안한 시가지 내 개발 가능한 나대지 중에서 훈춘에서 진입하는 나선 중심부 입구로써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 주요 도로 및 상업시설과 인접하여 생활이 편리한 지역, 자연환경과 전망이 우수한 지역을 선정하여 결정하였다.

주체별 개발행위를 살펴보면 역할과 책임분담 측면에서는 나선 정부가 제공한 토지개발권을 바탕으로 중국 민간 부동산개발회사에서 계획 및 방안설계(기본설계)와 시공 관련 일체를 담당하였으며, 나선 건축도시 설계정보연구소의 협력으로 실시설계와 인허가 및 감리가 이루어졌다. 분양에 따른 이익환수 면에서는 토지이용료 명분으로 현금 대신 공급세대 중 10%(6세대)를 나선 정부가 획득하여 분양하고 중국회사 측은 잔여 세대(54세대)를 분양하였다(표 2).

Table 2. 
Development Activity by Key Actors
행위주체
Key Actors
나선 지방정부
Rason Local Government
나선 공영 건축설계원
Rason Public Architectural Design Institute
중국 민간 개발회사
Chinese Private Development Company
참여자
Participants
나선경제무역지대 지대당국
Rason Special Economic Zone Authority
나선 건축도시설계 정보연구소
Rason Architectural and Urban Design Institute
건성부동산개발회사
Geon-sung Real Estate Development Company
역할과 책임
Roles and Responsibility
관리자
Administrator
인허가, 감리, 분양
Construction Consent, Supervision, Parcel Out
투자, 시공, 분양
Investment, Construction, Parcel Out
개발 행위
Development Activity
토지개발권 제공
Provide Land Development Right
실시설계
Working Design
계획 및 기본설계
Planning & Basic Design
이익 환수
Restitution of Development Gain
공급세대 중 10%의 분양이익(6세대)
10% of Sale Profits among the Supply Households (6 Households)
잔여세대 분양이익(54세대)
Planning & Basic Design (54 households)

한편 면접자 D는 중국 개발업자 측면에서 남산 18호동 살림집 프로젝트가 상당히 높은 불확실성을 안고 출발했다고 설명하였다. 나선의 주택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가 극히 제한적이었고, 세부적인 개발 조건은 현황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이 아닌 북한 측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나선 정부는 폐쇄적 태도로 일관하여 대상지의 홍선(건축선)이 표기된 지적도 외에 어떠한 관련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프로젝트의 진행과정 동안 주민 인터뷰조차 허락되지 않아 분양의 수요예측은 더욱 불확실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나선 정부의 의지가 중국 측 개발업자를 설득하였다. 이와 관련 건성부동산개발회사의 B는 나선시의 주민들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

“나선시는 다른 도시와 달리 주택에 대한 매매가 정부공문으로 인정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보장이 되지 않았다면 개인들이 돈을 크게 들여서 집을 구매하지 못하겠죠. 저희가 개발할 때 전제조건은 정부에서 개인에게 집조(주택이용 등록증)를 내주는 것이었고, 정부에서 허락했습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부동산시장을 여는데 관한 정부회의 문서를 저희에게 보여주면서 앞으로 나선시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자유화시킬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 뒤로 분양이 실지로 진행되면서 저희도 더는 집조에 관한 부분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제할 수 없는 사업의 불확실성에 대하여 건성부동산개발회사는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기초공사가 진행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구매자를 확보하는 선 분양 방식을 취하였다. 또한 분양세대의 목표를 유연하게 조절하여 잠재적인 미분양 사태에 대비했다. 즉, 건물의 최종 완공 목표층수는 15층이었으나, 공사 중 분양실적에 따라 투자비용의 손실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공사를 중단하기 위해 1차 완공 목표를 10층으로 설정하여 착공한 것이다. 이러한 개발 당사자 간 합의는 건물의 높이나 용도의 규제 등 도시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상세 가이드라인이 부재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사에 필요한 중장비와 창호, 승강기, 배관 등 건축용 자재는 모두 중국에서 조달되었다. 북한에서는 단지 망치와 못, 표준미달제품인 철근 등 기초 자재만이 지원되었으며, 모래, 자갈, 시멘트 역시 중국회사에서 투자 설립한 나선에 있는 당지회사로부터 공급되었다.

공사인력 확보와 관련해서도 난항을 겪었다. 초기 공사인력 모집 시 고층건물 시공경험이 많은 평양 인력의 투입을 시도했으나 무산되었고, 이러한 경험이 없는 청진시의 건설인력이 고용되었다. 이에 따라 벽돌로 15층을 쌓아올리며 건물의 수직도를 맞추는 작업은 남산 18호동 살림집 건설의 주요 난공사 중 하나였다(그림 7).


Fig. 7. 
Construction of Namsan 18ho-dong

Note: It looks like similar appearance that applied to Korean apartment in 2000’s, especially decorated finishing with achromatic paint color and strapwork at a top-side and a bottom-side for distinctive exterior design.

Source: Interviewee



또한 중국 기업 측에서 북한 노동자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게 되면 1인당 임금의 80%는 북한 정부가 얻게 되고, 노동자는 나머지 20%만 받게 되는 분배형식을 취했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중개인이 있어 현장 인력관리의 어려움이 컸다. 게다가 감리 담당자로는 로켓구조설계 전문가가 파견되는 등 극심한 인력부족난 가운데 공사가 진행되었다.

기준층 평면은 100~120㎡의 공급면적 수요가 많다는 나선 정부 관계자의 요청에 근거하여 세대별 면적을 산정하였으며, 대지면적에 따라 기준층에 4세대가 계획되었다(그림 8). 현재 노후화된 나선시의 보급형 주택면적이 평균 50~60㎡임을 고려하면(이상준 외, 2012), 남산 18호동 살림집은 규모 면에서도 상당한 크기임을 알 수 있다. 공급면적은 기준층의 4세대 중 양 측면 바깥에 있는 2세대는 100㎡(전용: 87.84㎡), 중간에 위치한 2세대는 120㎡(전용:107.48㎡)로 계획하였으며, 세대별로는 나선 주민들의 생활특성을 반영하여 공동 살림방(거실)을 중심으로 2~3개의 살림방과 부엌 및 식사실, 위생실을 배치하였다.


Fig. 8. 
Typical Floor Plan of Namsan 18ho-dong

Source: Researcher drew based on the promotional material



설계자의 말에 따르면 계획된 평면은 한국의 발전된 아파트 평면 모델이 바탕이 되어 최근 중국 연길에 상용되고 있는 형태가 참고 되었다. 실제로 김혁.김성우(2009)가 정리한 2000년대 이후 중국 연길에 건설되고 있는 아파트 평면과 비교해보면, 현관에서 거실로 직접 진입하는 방식이나 공용공간의 연결이 LDK로 구성되는 방식은 남산 18호동 살림집의 평면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 밖에 실시설계는 나선 건축도시설계 정보연구소가 진행함에 따라 평면계획을 제외한 구조와 설비 분야는 모두 현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에 대해 남산 18호동 살림집 분양홍보자료는 건축물의 구조와 내부구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홍보하고 있다(그림 9).


Fig. 9. 
Promotional Material of Namsan 18ho-dong

Source: Interviewee



본 건물의 가장 큰 우점은 1) 완전골조식 건물로서 구조적으로 안전하고, 방 내부구조를 리용자의 요구에 따라 임의의 경량화된 고급건재품으로 자유롭게 마감할 수 있는 것이다. 2) 계단실 가까이에 현대적인 자동 승강기를 설치하여 리용자들의 일상 리용과 비상시 안전에 매우 편리하도록 한 것이다. (국선이 오지 않는 경우에도 하루 10시간 승강기 리용을 확고히 담보함) 라선시의 바람특성을 고려하여 2겹 수강창과 광실시내민회를 조직하고 세대출입문은 전체건물의 통일성을 보장하여 국내산 강철문을 설치하였다. 집과 집사이의 간벽은 경량부재이면서도 독립성이 보장되며 외벽체를 발포수지로 보온하고 세대별 소형 보이라(보일러)에 의한 바닥온수 온돌난방을 보장하여 위생성과 문화성, 연료절약, 보온효과를 높이도록 하였다.

남산 18호동 살림집의 분양결과는 현재까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기업이 건설했다는 사실 자체가 마케팅 효과가 있어 2014년 7월 현재까지 전 세대의 60% 정도가 분양되었으며, 개별 인테리어 공사 후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성부동산개발회사 측 분양 책임자 C는 앞으로 남산 17호동과 19호동을 각각 추가 건설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입주자는 모두 나선시 주민들로 대부분 40~50대 고소득층인 해관관원, 정부공무원 또는 상업에 종사하는 상인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가구 구성은 부모와 자녀를 함께 둔 6인 가구이거나 자녀만 둔 4인 가구로 알려졌다. 공사원가가 1㎡당 1,200위안(한화 약 21만원)으로 추정되어 분양가는 1㎡당 1,500위안(한화 약 25만원)으로 책정되었는데, 중산층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 월 1,500~1,600위안(한화 약25만~27만원)임을 고려하면(한국무역협회, 2014), 입주자들은 상당한 수준의 사유재산을 소유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4. 합작개발의 결과 및 특성

남산 18호동 살림집 사례를 통해서 본 합작개발은 개방을 실험 중인 나선시에 다양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합작개발은 중국자본이 나선시로 유입되는 통로가 되어 도시 및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사례를 통해서 보았듯이 재원과 자재 부족으로 인해 자체개발 여력이 부족한 나선정부는 중국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토지개발권 제공을 전제한 합작개발을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중국 기업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에 필요한 각종 중장비와 자재 일체를 들여와 개발을 진행하였다(그림 10).


Fig. 10. 
Process of Joint Development

도시경관 측면에서도 남산 18호동 살림집은 특구개발과 연계된 배후 주거지로써 고층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건물의 블록형 배치 및 평면과 입면의 구성방식 또한 한국과 중국의 공동주택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의 아파트 템플릿이 중국 조선족에 의해 연길 지역에 확산되고, 이것이 다시 나선시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한편 남산 18호동 살림집은 나선 정부가 주도한 토지이용과 주택 물량 상품화의 결과이다. 북한 정부가 1946년 단행한 토지개혁 이후 그간 북한의 부동산 거래는 불법이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모든 생산수단은 국가가 소유하고 주민들이 공유하는 경제체제가 운영되었으며, 이는 주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경제난 이후 북한은 주택공급에 실패하면서 열악해진 도시환경을 놓고, 중국의 개발모델을 벤치마킹하여 대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1982년 심천경제특구를 시작으로 국∙공유자산이었던 토지의 소유형태에 대해 그것의 사용권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상품화하였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은 다시 주택과 도시기반시설의 정비에 투입되어 도시개발을 활성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이상준, 2001).

나선 정부도 역시 토지의 소유권과 사용권을 분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토지는 종전대로 국가가 소유하되 사용권을 상품화하고, 일정 기간 개발이익의 기회를 주는 조건으로 중국 민간 개발업자의 투자를 유도하였다.

이러한 부동산의 시장화는 결국 남산 18호동 살림집과 같은 고급주거 분양의 성공기반이 되었다. 이는 중국 민간 개발업자의 실리추구형 개발의도가 나선 정부의 필요와 이해관계가 부합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즉, 투자가는 주택 분양을 통해 개발의 이익을 얻고, 나선 정부는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도시개발과 주택공급의 의무를 이들에게 위탁하여 이행하게 된 셈이다.

더 나아가 중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개발의 단기적 이익뿐만 아니라 나선시의 추가 수요 잠재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남산 18호동 살림집의 초기 사업성 검토 시에는 사업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았지만, 분양 후 주민수요를 실제로 확인한 후에 남산 17호동과 19호동을 추가 건설할 방침이라는 면접자 C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로 보아 합작개발의 성과는 또 다른 합작개발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어 자연스럽게 나선시의 부동산 시장이 형성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개발이 진행되고 나면 계획이득(Planning gain)에 따른 주변 지역의 토지가치가 상승하여 개발의 선순환이 진행될 것이다.

한편 사회적 분배의 측면에서는 남산 18호동 살림집이 철저한 수익성중심 사업의 결과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시경영자인 나선 지방정부는 나선시의 현저하게 낮은 주택 보급률에도 불구하고, 일반 서민층이 쉽게 구입할 수 없는 프리미엄 고급주택을 우선 개발했다. 이는 결국 합작개발의 수혜자가 고위관료 또는 중산층에게만 국한되어 자본가들의 정착기반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상호 개발주체 간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공공의 이익이 함께 수반될 수 있는 대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Ⅳ. 결론 및 논의

지금까지 20세기 이후 개발주체의 변화에 따른 나선시의 시기별 도시개발 과정을 살펴보았다.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남산 18호동 살림집 사례를 통해 오늘날 북·중 합작에 의한 개발 과정과 특성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이상의 연구를 종합해볼 때 향후 나선시 도시변화의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함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첫째, 도시개발의 핵심주체인 나선 정부가 기업화(Economic Interest Group)되고 있다. 나선 정부는 일제강점기 이후 계획경제체제 아래 강력한 중앙정부의 통제로부터 행정권한이 독립되면서 자체적인 개발정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도시의 개발과 성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1993년 5월 ‘나선경제특구 국토건설총계획’ 수립 및 2010년 6월 ‘나선 중심시가지 마스터플랜’을 재수립하고, 외자 유치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나선경제무역지대법’을 제6차 개정(2011.12)하는 등 제도적인 기반을 내실화하고 있다.

또한 재원이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외국에 토지개발권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도시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계획경제 특성상 국가소유인 토지에 대해 그것을 거래할 수 있는 권리를 중앙정부로부터 위임받아 지방정부가 직접 도시를 개발하고 경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중국뿐만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지방정부의 역할과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이는 곧 중앙정부에 의한 하향식(Top-down)개발 메커니즘이 지방정부에 의한 상향식(Bottom-up)개발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자, 지방정부가 지역성장에 대해 능동적인 책임주체로 재정의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Zhu, 2004).

둘째, 개발의 주체가 다양화(Diversification)되고 있다. 외국인 합작개발을 허용함에 따라 도시개발의 주체는 이전의 중앙정부 단일주체에서 외국인 민간 복수주체로 분권화(Decentralization)되고 있다. 2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나선시는 시기별로 다양한 개발주체의 변화를 경험하였다. 일제강점기의 도시개발이 식민착취를 명분으로 하는 수동적 선택에 의한 것이었다면, 사회주의기는 이념의 실현을 위한 능동적 선택으로, 개방실험기는 실리추구를 위한 적극적 선택으로 진행되고 있다. Ward(2000)의 권력관계 측면에서 보면 개발의 영향을 주는 국가와 받는 국가의 힘이 비대칭적이었던 과거의 개발방식과 달리, 이제는 합작개발 과정 간 실리적 도입과 차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소위 ‘자연적 확산’(Natural Diffusion & Interaction)방식의 도시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남산 18호동 살림집을 비롯하여 나진호텔(1996. 8, 홍콩 타이슨사), 나진시장(1998.4, 길림천우건설그룹), 엠퍼러 호텔(2000.10, 홍콩 엠퍼러 그룹), 나선 국제무역센터(2012.4, 나선백호무역회사 및 친황다오 금지부동산개발유한공사) 등은 나선 정부와 중국 기업이 상호이익이 되는 차원에서 협력한 대표적 사례이다. 특히 양국은 2010년 12월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 위화도 경제지대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에 관한 협정’을 체결함에 따라 이는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지방정부가 기업화되고, 도시개발의 주체가 다양화되는 양상은 나선시가 계획경제체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는 과정 간 합작개발이 핵심적인 개발촉진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남산 18호동 살림집 사례는 여러 가지 형태의 개방을 실험 중인 북한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도시개발 모델로서 가까운 과거 이미 체제전환을 이룬 중국의 경험을 빌려 파이낸싱, 대상지 선정과 주거설계, 시공과 마케팅, 그리고 분양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합작개발형 모델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개발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토지개발권의 거래는 외국자본 유입의 기회를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외국자본 유입은 다시 시장화의 기반을 확대하였다(Wu, 2001). 이러한 선행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의 대북투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나선시의 개방과 도시성장에 있어서 중국의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의 여러 지방 정부와 다양한 사회적 주체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본 연구는 북한에서도 상대적으로 개발 잠재력이 높은 나선시에 진행되고 있는 합작개발의 특성을 최근 완공된 사례를 통해 확인했다. 특히 중국의 개발경험은 나선시가 국제화 흐름에 편승하는 과정에서 양 주체가 실리를 추구하는 대칭적 경제협력에 따라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하나의 사례만으로 합작개발의 모든 면을 설명할 수 없음은 이 연구가 갖는 한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산 18호동 살림집은 합작개발을 대표하는 보편적인 사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모종의 징후를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조정아, 2013).

북∙중∙러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는 북한의 도시를 이해하는데 본 연구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향후 나선시가 북한 내에서도 개방거점의 선례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지역의 개발 과정에 대한 더욱 밀도 있는 후속 연구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2014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수정∙보완한 것임.


Notes
주1. 1932년 나진 지역에 항구와 시가지가 본격적으로 건설되면서 1936년 10월 나진읍은 나진부로 승격해 경흥군을 이탈하였고, 1949년 1월 나진군이 신설되었다. 이후 1952년 12월 웅기군이 신설되었고, 1981년 10월 웅기군은 선봉군으로 개칭하였다. 몇 차례 행정명칭이 번복되다가 1993년 9월 이 두 지역이 묶여 나진-선봉 직할시로 재편성되었으며, 2005년 1월 나선특급시, 2006년 9월 나선직할시를 거쳐 2010년 1월에는 나선특별시가 되었다.
주2. 시가지의 집중 개발이 예상되던 신안동, 간의동의 경우, 인구는 1932년 1,247명(조선인 1,180명, 일본인 42명, 중국인 25명)에서 1933년 2,453명(조선인 2,143명, 일본인 285명, 중국인 25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동아일보> 1933.2.24 참조
주3. <조선일보> 1933.2.3; <동아일보> 1934.7.6 참조
주4. 「조선시가지계획령」의 제정 과정은 <동아일보> 1933.7.14, 1934.1.10, 4.6, 4.27, 5.19, 5.20, 5.27, 6.4, 6.12; <조선일보> 1933.5.2, 7.14, 10.20, 11.18, 1934.1.9, 3.14, 4.6, 5.5, 5.29, 6.6 참조(배석만 외, 2010)
주5. <동아일보> 1934.9.16 참조
주6. <동아일보> 1934.9.16 참조
주7. 만주국의 수도였던 신경(지금의 장춘)과 도문을 연결하던 철도선이다.
주8. 일제는 1912년 3월 18일 제령 제9호로「조선부동산등기령」을 제정 공포하고, 「토지조사령」에 의한 토지 조사와 소유자 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토지대장이 작성되게 되었다. 그리하여 1918년 7월 1일에 전국적으로 등기제도가 시행되었다(자료: 조선총독부기록물, 국가기록원).
주9. <연합뉴스> 2009.10.7, 2012.10.2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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